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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사자, 계약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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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엔키유
작품등록일 :
2020.12.10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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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2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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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2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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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206. 예언자의 이야기

DUMMY

이미 식사를 마친 예언자는 잠시 머뭇거리며 주변의 풀을 손으로 쓸었다.


“할 얘기가 없으면 자고 싶은데요...”


배가 부르니 점점 무거워지는 눈꺼풀을 간신히 들어올리며 나는 그에게 말을 건넸다. 풀을 만지작 거리던 예언자가 고개를 들어 나를 보았다.


나는 이미 눈이 반쯤 내려와 꿈속과 현실을 번갈아 돌아다니는 듯한 느낌이었다.


실제로 그의 눈이 나를 향했는지, 정확하게 보이지 않았다. 그저, 고개가 이쪽으로 돌려진 그가 나를 보고 있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을 뿐.


시야는 뿌옇고, 하늘의 별들이 눈앞으로 떨어져 내려와 춤이라도 추는 것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너희들은 이미 리안의 정체를 알겠지만...”


그때, 희미하게 예언자의 말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하지만 소리는 멀고, 정확하게 들리지 않는다.


“클로이 님.”


확실하게 들리는 것은 바로 옆에 앉아있는 엘론의 목소리였다. 나는 그의 목소리를 듣고 간신히 눈을 제대로 뜰 수 있었다.


옆에 있는 엘론이 내 팔을 툭툭 치더니 힘없이 내려놓았던 손바닥에 무언가를 올려놓았다.


손에서 바스락거리는 감촉이 느껴졌다.


나는 손을 내려다보았다. 작고 동글동글한 무언가가 종이에 싸여 있었다.


슬쩍 종이를 풀어보니, 작은 사탕이 보였다. 아무래도 엘론은 내가 졸고 있는 것을 눈치채고 잠이 깰 수 있도록 사탕을 건네준 모양이었다.


‘...사탕...’


나는 아무런 의심없이 그 사탕을 입에 던져 넣었다.


그리고.


“으악!!”


비명을 내지르며 입을 막았다.


시다.


혀가 얼얼할 정도로 신맛이 느껴지는 사탕이었다. 이런걸 굳이 사탕으로 만든 사람의 심리가 의심될 정도다.


덕분에 정신이 번쩍들었지만, 지금 당장이라도 이 사탕을 뱉어버리고 싶다.


그리고 그걸 실행하기 위해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 내게로 쏠린 것이 눈에 들어왔다.


“아...아니에요. 계속 얘기하세요...”


나는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말하며 혀 위에 굴리고 있던 사탕을 억지로 꿀꺽 삼켰다.


당장의 신맛이 사라지니, 혀에 맴도는 신맛도 점점 사라지는 착각이 들었다.


...


물론 착각이다.


아직도 혀는 얼얼했고 신맛에 침만 계속 삼켜댔다.


“어디까지 들었지?”


“...으음...처음부터 다시 해줄래요?”


“...하아...”


예언자는 대답 대신 한숨을 한번 내쉬었다.


“이번엔 잘 들어라.”


하지만 처음부터 다시 말을 해줄 생각은 있는 모양이다.


나는 그가 말을 시작하기 전에 옆에 앉은 엘론을 노려보았다. 그는 내가 매섭게 노려보고 있는 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전혀 신경쓰이지 않는 듯, 씨익 미소지으며 말했다.


“잠을 깨우는 사탕이에요. 효과가 좋지 않나요?”


“하하...너무 좋아서 문제네.”


아무래도 사탕을 건네준 것은 도와주려는 마음 반, 장난 반이었던 것 같았다. 좀처럼 없는 그의 장난에 면박을 줄 수도 없는 노릇이라 입밖으로 쏟아져 나오려는 욕은 살짝 누르며 안으로 삼켰다.


그의 성격으로 봤을 때, 이런 일로 화를 내면 다시는 장난을 치지 않을 테니까.


“너희들은 이미 리안의 정체를 알고 있겠지만, 그는 물의 신 와이터의 환생자다.”


그리고 조용히 예언자의 말이 들려왔다.


그는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병사들을 의식했기 때문인지 대단히 작은 소리로 속삭였는데, 집중하지 않으면 바람소리나 풀벌레가 우는 소리로 착각할 것 같았다.


“그리고 이미 신이었을 때와 지난 환생의 기억을 모두 가지고 있지.”


“그건 알고 있어요. 레이엔의 빛이 영향을 준거라면서요?”


나는 폴과 앨리샤 왕녀가 해줬던 이야기를 떠올리며 그의 말에 답했다.


“과연 그럴까?”


“네?”


“내가 했던 것은 제외하더라도 그가 너희를 습격한 게 언젠지 기억하나?”


“...? 그건...”


그건 굳이 곰곰이 생각하지 않아도 바로 떠오르는 일이었다. 그 날의 사건을 잊을리가 없다.


“...세 번째 성소에 도착하기 전...”


그리고 깨달았다.


마법사 녀석이 나를 습격했던 건 레이엔의 세 번째 성소에 도착하기 전이다. 그렇다는 건,


“레이엔의 빛을 보기 전이야.”


“...전생의 기억을 떠올리기 전이라는 의미입니까?”


“글쎄, 그건 어떨까?”


“무슨 뜻입니까?”


“300년 전, 윈프리드의 신의 사자는 왜 목숨을 잃었는가.”


“그건...누군가의 습격을...”


모두 말이 없었다.


이야기의 흐름상 의심이 가는 것은 한가지 뿐이었다.


그리고 나도 그 가능성을 생각해 본적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300년 전의 신의 사자를 공격한 것은 지금의 마법사 녀석, 리안이 아닐까하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그 가능성을 부정한 이유가 있다.


“하지만...하지만 그는...리안 녀석은 신의 환생자라해도 인간이잖아요? 인간은 그렇게 오래 살 수 없어요.”


그건 신의 환생자 두 명이 이미 확언을 했기 때문이었다.


지신들은 신의 환생이지만 현재는 완벽한 인간이라는 것. 신의 힘을 일부는 쓸 수 있어도 인간일 뿐이라는 것이었다.


“난 리안이 그렇게 오래 살았다고 한적이 없는데.”


“네? 그럼 뭔데요. 말장난하지 말고요.”


확실치 않은 그의 말에 슬슬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말을 하려면 확실하게 말을 해주던가. 그게 아니면 영원히 침묵했어야지. 그는 어중간한 말장난으로 사람의 호기심만 돋우고 있었다.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확실하게 말씀해주십시오.”


엘론도 꽤 진지한 모습이었다.


내용에 따라서는 교단에 보고를 해야할지도 모른다.


“리안은...처음부터 모든 기억을 갖고 있었다.”


“네?!...그게 무슨...”


“다시 말하자면, 리안은 첫 환생 때부터 이미 전생의 기억을 갖고 태어났다는 거지.”


“신이었 때의 기억을...?”


“그렇지.”


다른 신들도 지금까지 몇 번의 환생을 거듭하며 상처를 치유했다고 했으나, 전생의 기억을 떠오른 것은 이번 뿐이라고 했다.


“그들이 처음 환생 때 그 몸은 보통의 인간, 아니 보통 이하의 몸이었다. 당연한 일이지. 일단 한번 흩어져 버렸던 영혼들이 간신히 모여 다시 태어난 것에 불과하니까.”


“...그래서요?”


“전능했던 힘을 지닌 시절의 기억을 가진 채, 약하디 약한 몸으로 태어났을 때의 괴리감에 빠졌다고 해야할까?

차라리 아무런 기억도 가지지 않은 채 태어났다면 좋았을 것을.”


기분 탓인지 예언자의 말에는 비통함이 담겨 있는 듯했다.


“리안은 신의 기억을 가진 채로 아무런 힘도 없는 인간으로 살다가 갖은 수난을 겪고 생을 마감한 거지.”


“그래서 미쳤다는 겁니까?”


“아니, 본격적으로 미치기 시작한 건 두 번째부터다. 그렇게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눈을 뜨니 다시 새로운 인간으로서의 삶이 시작된다. 과연 미치지 않을 수있을까? 게다가...”


“또 뭔데요?”


“자세한 기억은 물려받지 못했지만...그때있던 사건에 휘말리는 바람에...당시 퓨린의 왕자였던 녀석의 손에 죽어버린 거지.”


“아...”


나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그는 인간 중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손에 죽게 된 것이다. 게다가 그 기억과 감정 그대로 다시 태어난다.


자신의 감정을 채 추스르기도 전에.


미쳐버린 건 어느정도 이해 가지만...


“그럼 왜 우리를 죽이려 드는 거죠? 미워한다면 그 왕자를 미워해야지.”


그가 기억을 가진 채로 다시 태어나는 것과 우리는 아무런 관련도 없다. 게다가 그를 죽인 것도 자신이 사랑하던 인간이지 않은가? 왜 뜬금없이 우리를 미워하는거지?


“...리안은 결국 자신을 죽인 왕족을 미워할 수 없었고, 갈곳없는 원한과 미움만이 커져갔던 거지.”


나는 대답없이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난 거지. 이 모든 일의 발단은 결국 어퀘이스와 파이렌이 문제였고, 자신은 이 일의 가장 큰 피해자라고 말이야.”


“네...? 하지만 그런 논리라면 바람의 신 역시 같은 피해자 중 하나인걸요?”


“그래. 하지만 윈프리드는 소멸하지도 않았고, 신의 힘도 유지되고 있으며, 자신의 나라 사람들에게 제대로 찬양도 받고 있지.”


“하지만 그건 정당한 방법으로 남은 게 아닙니까?”


전해져 내려오는 신화에 의하면 그들만의 방식으로 남는 신이 선출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이제와서 인정하지 못한다고?


“물론...그건 리안이, 뭐 그때의 이름은 리안이 아니겠지만...그때부터 미쳤다는 뜻이 아닐까? 그저 미워할 상대를 찾고 또 찾았을 뿐이니.”


“아무리 미쳐도 그렇지...”


“그리고 힘이 회복되는 것은 느낀 지난 300년 전, 드디어 일을 저질러 버린거다.”


“...바람의 신의 사자를 습격한 거군요.”


예언자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300년 전, 그때의 신의 사자를 습격해 죽게 만든 것은 리안이 맞다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의 전생.


다른 신의 환생자들은 이번 일로 지난 천 년동안의 인간의 삶이 한꺼번에 떠오른 반면, 그는 천 년동안 신의 기억과 전생의 인간의 삶을 모두 지닌 채 환생을 반복한 것이다.


그게 얼마나 힘든 것인지 나는 알 수 없다.


경험해보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한번에 떠오른 기억에도 괴롭다던 다른 두 사람의 말을 생각해보면, 지난 세월동안 계속 그 기억들을 안고 살아온 그의 삶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짐작해볼 뿐이었다.


“......”


“...으...음...그 말을 지금 하는 이유는...그를...리안을 불쌍하게 봐달라는 거예요?”


나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물론 그의 과거는...불쌍하다고 해야할까, 안타깝다고 해야할까.


그런 상황이 되면 미치는 것도 이해는 된다.


...


하지만,

몰인정하다는 말을 듣는다해도, 그게 내가 그를 봐줄 이유는 되지 않는다는 게 내 생각이었다.


예언자는 가만히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은 아직 가려져 있기 때문에,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다만, 그에게서 풍기는 분위기가 험악하지 않다는 것만은 느낄 수 있었다.


“그런 말이 아니다.”


“그럼요?”


“망설이지 말라는 걸 다시 말하고 싶은 것 뿐이다. 지금 그에게는...그게 구원이 될 수 있을 테니까.”


“......”


“게다가 지금 너희는 엉뚱한 화풀이를 당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잖아.”


예언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이었다.


그에게 무슨 사정이 얼마나 있다해도, 지금 우리에게는 그저 엉뚱한 화풀이에 지나지 않는다.


예언자는 우리에게 한번씩 눈길을 돌린 후, 앞에 있는 빈 그릇을 모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이만 쉬어라. 내가 너무 시간을 뺏은 것 같군.”


그리고 그대로 병사와 스텔라가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나는 그가 걸어가는 것을 눈으로 쫓다가 다시 옆에 모여 앉은 사람들에게 눈을 돌렸다.


“와우...저는 지금 신화의 한가운데에 앉아있는 걸까요?”


그러고 보니, 로즈마리에게는 관련된 이야기를 해준적이 없었다.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나와 엘론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당신들, 농담을 하는 것 같지는 않고...정말로?”


“음...”


나는 대답을 망설였다.


예언자는 우리가 모두 그 사실을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아무렇지 않게 말을 꺼낸 것일 테지만, 로즈마리에게 알려도 됐던 걸까?


아니, 뭐..


이미 알려져 버리긴 했는데.


“그렇습니다. 하지만 외부로 발설되지 않게 조심해 주십시오. 발설될 경우, 당신의 안전을 보장해 드릴 수 없습니다.”


엘론치고는 대단히 사무적이고 딱딱한 말투였다.


게다가 약간의 협박이 들어있다.


세상이 뒤흔들릴만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당연하다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걱정말아요~ 도둑의 말따위 누가 믿어주겠어요? 하지만...당신들 정말 그동안 고생이 많았겠네요. 보석을 훔쳤던 게 미안해질 정도로.”


로즈마리를 그렇게 말하며 내게로 다가와 어깨를 톡톡 두드려 주었다.


“아하하...뭐..고...고마워요?”


이상하게 마음이 간질거리는 기분이다.


고생이 많았다고 위로를 받은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아...왠지, 엄마가 보고싶다...’


로즈마리에게 위로를 받으니, 이상하게도 고향이 떠올랐다. 가난하지만 나름대로 평화로웠던 집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이제 곧이다.


곧, 모든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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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 214. 마지막 축복 21.04.26 57 2 14쪽
213 213. 물의 성소 21.04.26 61 3 12쪽
212 212. 싸움의 끝 21.04.25 54 3 13쪽
211 211. 위기 21.04.25 55 3 14쪽
210 210. 접전 21.04.24 57 3 13쪽
209 209. 반격 21.04.24 53 2 12쪽
208 208. 왕궁 마법사 리안 21.04.23 54 2 13쪽
207 207. 결투 장소 21.04.23 57 3 12쪽
» 206. 예언자의 이야기 21.04.22 57 3 13쪽
205 205. 습격의 이유 21.04.22 58 3 11쪽
204 204. 훈련의 성과 21.04.21 58 2 12쪽
203 203. 다시 훈련 21.04.21 58 2 12쪽
202 202. 스승의 조언 21.04.20 59 3 12쪽
201 201. 예언자의 정체 21.04.20 58 2 12쪽
200 200. 책의 사용법 21.04.19 60 2 12쪽
199 199. 회오리 바람 21.04.19 58 3 12쪽
198 198. 약혼자 21.04.18 64 2 12쪽
197 197. 불길함 21.04.18 56 2 13쪽
196 196. 숲 21.04.17 54 2 12쪽
195 195. 협력의 형태 21.04.17 55 1 12쪽
194 194. 운명 21.04.16 53 1 11쪽
193 193. 안전한 길 21.04.16 62 1 11쪽
192 192. 예언자 21.04.15 54 1 12쪽
191 191. 수도로 가는 길 21.04.15 53 3 13쪽
190 190. 재정비 21.04.14 54 2 12쪽
189 189. 독약의 효능 21.04.14 54 2 12쪽
188 188. 예언 21.04.13 55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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