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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사자, 계약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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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엔키유
작품등록일 :
2020.12.10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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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2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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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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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207. 결투 장소

DUMMY

“클로이 님, 분명 어제 훈련이 없지 않았습니까?”


스텔라는 내 얼굴을 보자마자 그렇게 말을 걸어왔고, 나는 말없이 그녀를 보며 어색하게 미소지을 수밖에 없었다.


한참을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던 스텔라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는 거두지 않았으나, 더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는지 몸을 돌려 앞으로 걸어갔다.


그 뒤를 우리들이 따라갔고, 나머지 병사들은 우리의 뒤를 쫓아왔다.


개운치 않아보이는 스텔라의 눈빛을 떠올리며 나는 양 손으로 볼을 탁탁쳤다.


따로 거울을 보지 않아도 지금 내 얼굴이 어떤 형상을 하고 있을지 충분히 상상이 된다.


눈은 퀭하고 제대로 뜨지도 못하고 있을 것이다.


게다가 얼굴도 창백하니, 잠을 자기나 한 건지 의심스러운 모습일지 모른다.


어제 그렇게 예언자가 말을 마치고 돌아간 후, 남아있던 우리는 몇 마디 말을 나누긴 했지만 그렇게 오래 가지는 않았다. 그리고 각자의 자리에 누워 잠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은 잠이 들었는지 조용했고, 검은 하늘에 설탕을 뿌려놓은 듯한 별들이 반짝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한참동안 그 모습을 눈으로 쫓았다.


잠이 오지 않았다.


분명 처음 이야기를 들었을 때까지만 해도, 그의 원한과 아무런 상관없는 나를 괴롭힌다는 것에 화가났을 텐데.


잠을 자기위해 누워있으니 주위가 조용한 가운데 예언자의 말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아, 결국 잠을 이루지 못했던 것이다.



“클로이 님, 좀 주무실래요?”


“응? 어떻게?”


이제 막 걷기시작한 시점에서 내가 좀 자겠다고 쉬었다 갈 수는 없었다.


“제가 업어드릴게요.”


“응?”


“업혀서 주무시면 되죠.”


자신의 등을 가리키고 있는 엘론의 눈은 진지했다.


진심인가?


아니, 설마. 농담이겠지. 그는 가끔 진지한 표정으로 농담을 건네곤 하니까.


“괜찮아. 걷다가 잠들정도는 아니니까.”


혹시 진심이라해도 그럴 순 없었다.


게다가 아예 잠을 한숨도 못 잔 건 아니다. 잠깐 잘 수 있는 시간이 생긴다면 모를까, 굳이 엘론의 등에 업혀 잘정도는 아니었다.


그리고 그렇게 눈에 띄는 모습을 하고 잠들정도 무신경한 성격도 아닌 것이다.


“혹시 필요하면 말하세요.”


“하하...고마워.”


그럴일은 없겠지만.


나는 가방을 뒤지며 잠을 깰 무언가가 없는지 머리에 떠올렸다. 가방에 뭐가 들었는지 잘 기억도 나지 않으니, 무작정 뒤져보자는 마음이었다.


그때, 무언가 손에 잡혔다.


‘...뭐지?’


나는 바로 그것을 꺼냈는데, 닿는 감촉만으로도 시원함이 느껴지는 투명한 병이었다.


팔랑-


그리고 뒤이어 작은 종이가 팔랑팔랑 날며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떨어지는 종이를 눈으로 쫓다가 바닥에 내려 앉마자마자 뒤쫓아가서 손으로 잡아 들었다.


‘쓸만한 약을 채워넣었어. 필요하면 쓰도록해.’


깔끔하고 아름다운 글씨로 쓸데없는 말없이 전달하고자하는 내용만 간단하게 적혀있다.


‘추신. 돌아오면 한번 들르도록.’


“아하하...”


그건 분명 비앙카의 메세지였다.


돌아오면 들르라니, 그녀 나름대로 우리를 응원해주려는 걸까?


나는 병을 열어 안에 들어있는 물을 한번에 들이켰다.


목을 타고 넘어가는 시원한 느낌에 정신이 바짝 드는 것 같았다. 그리고 기분 탓인지 아니면 약의 효능인지, 몸의 피로가 순식간에 날아간 듯한 기분도 들었다.


그렇게 기운을 차리고 스텔라의 뒤를 조심히 따르고 있을 때였다.


“...저게...뭐야?”


얼마지나지 않아, 목적의 장소가 눈앞에 펼쳐졌다.


퓨린의 수도 주위로는 폭이 넓은 수로가 빙 둘러져 있었는데, 그곳에서부터 솟아오른 물줄기가 마치 수도를 지키는 성벽처럼 에워싸고 있었다. 그리고 그 주위로는 나라에서 관리하는 듯한 커다랗고 울창한 나무 몇 그루가 심어져 있다.


그건 대단히 아름다웠지만 놀라운 광경은 아니었다.


문제는 그 앞.


넓은 평원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이미 며칠은 그 앞에서 버티고 있었던 것처럼 능숙하게 자리를 잡고 불을 피워 식사를 하기도 하고, 모여있는 사람들 사이를 오가며 무언가를 파는 모습도 보였다.


그렇다고 활기차게 떠들고 있는 것도 아닌 기묘한 광경이었다.


“저기봐요!”


우리가 가까이 다가가자 누군가 소리쳤다.


소리를 들은 사람들의 얼굴이 일제히 올랐다. 그리고 누군가를 찾는 듯 두리번거리더니 곧바로 우리를 잡았다.


“왔다!”


“반란군이 왔다!!”


“드디어!!”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꽂혀 발걸음은 주줌거렸지만, 그나마 그동안 겪었던 일들로 정신력이 강해진 덕분인지 그자리에 멈춰서는 실수만은 하지 않을 수 있었다.


“스텔라...”


나는 사람들의 호기심어린 시선을 애써 무시하며 그녀를 불렀다.


이게 다 무슨 일인지 얼떨떨한 심정이다.


“괜찮습니다, 클로이 님. 신성한 결투는 정말 오랜만에 벌어지는 것이라...구경꾼들이 모여도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도 그녀는 의연했다.


아니, 오히려 당당하게 그들 사이를 지나가고 있었다.


당당한 그 뒷모습을 보며, 왜 그녀가 ‘왕의 약혼자’에 선정되었는지 알 것 같았다.


힘과 가문도 대단하지만 그것만이 아니다.


어떤 상황이 와도 당당하고 의연하게 대처하는 모습이야말로 그녀가 왕의 옆에 서있기 적합한 인물임을 나타내는 듯했다.


스텔라가 멈춰 선 앞, 두 계단 위.


결투의 무대가 있다.


두 사람이 결투하기에는 충분한 넓이, 보통의 홀정도 되는 넓이의 네모난 결투장은 바닥에 말끔한 돌이 깔려 있었고, 네 귀퉁이에는 마치 지금이라도 하늘로 몰아 칠 것 같은 거친 파도모양의 기둥이 박혀 있었다.


그건 결투장이라기 보다는 신전에 가까울 정도로 아름답고 신성해보이는 모습이었다.


‘위에 지붕만 얹으면...충분히 그렇게 보이겠는데?’


스텔라는 거침없이 그곳으로 올라가 한쪽 끝에 놓여있는 작은 테이블 모양의 돌 위에 손을 올렸다.


펑-


그러자 하늘 높이 푸른빛의 섬광이 달려 크게 터졌다.


“와아아아~”


“도전자의 알림이다!!”


지금까지 작은 웅성거림만 반복하던 사람들 사이에 환호가 울렸다. 설렘과 기대가 섞여있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니, 나도 저절로 긴장이 되는 것 같았다.


“저희의 종착점은 이곳입니다. 클로이 님도 이제 목표로 하던 곳으로 가십시오.”


스텔라는 어느새 앞까지 걸어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녀의 말대로 이곳은 그들의 종참점이다.


여기서 스텔라가 이기면 그들의 요구는 어느정도 수용될 수 있을 것이고, 만약 그녀가 진다면...

스텔라는 성에 갇히며 반란군들은 모두 잡혀버리고 말 것이다.


그야말로 그들의 모든 것이 걸려 있는 결투나 다름없었다.


“...그가 도착하는 거 보고요.”


스텔라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그리고 그녀는 고개를 돌렸다. 곧, 나와 내 뒤에 모여있는 병사들, 심지어 구경을 나와있는 사람들 모두가 한곳을 주시한 채로 자리에 가만히 멈춰 섰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아마 꽤 오랜 시간을 기다린 것 같다.


성문이 열리며 검은 그림자가 하나둘 빠른 속도로 쏟아져 나왔다. 그 그림자들은 빠르게 움직이면서도 흐트러짐없이 두 줄로 곧게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왔다.”


“왔어. 왔어.”


모여있는 사람들은 우리가 도착했을 때보다 더 조심스럽고 낮은 목소리로 웅성거렸고, 수도의 길과 곧게 연결된 길에 자리잡고 있던 사람들은 눈치를 보다가 자연스럽게 양쪽으로 갈라졌다.


사람들이 갈라지자마자 말은 그 사이를 뛰어 왔는데, 그들이 피할 것이라는 걸 조금도 의심하지 않은 움직임이었다.


-히이잉!


도착한 병사들이 양쪽으로 곧게 정렬하며 뒤이어 오는 누군가를 기다렸다.


타닥타닥타닥


곧이어, 여유롭기까지 한 말발굽소리가 들려왔다.


양쪽으로 늘어선 병사들, 그리고 이곳에 있는 우리 모두가 기다리는 인물. 퓨린의 왕이 눈이 부실정도로 새하얀 말을 타고 병사들 사이를 가로질러 달려오고 있었다.


왕이 지나가자 양쪽에 늘어선 병사들은 다시 대열을 재정비하며 그의 뒤를 따라왔다.


설마 그럴리는 없겠지만,

그 병사들이 그대로 우리를 공격하진 않을까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그정도로 왕을 호위하는 병사의 수는 제법 많았으며, 모두 실력자라는 게 보일정도로 움직임 하나하나가 힘이 넘쳤다.


어차피 결투를 하는 건 두 사람 뿐일 텐데.


설마 기선제압이라도 하려는 걸까?


퓨린의 왕이 말에서 내려 우리의 반대쪽 끝에 올라섰다.


그가 말에서 내리니, 뒤에 가려졌던 왕궁 마법사 리안의 모습이 보였다.


리안은 평소와 다르게 표정이 굉장히 굳어있었다. 그게 신목이 힘을 흡수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그도 결투를 걱정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는 앞에 서 있는 스텔라를 잠시 바라보다가 그대로 시선을 내려 우리를 찾았다.


여전히 표정이 굳어 있는 그의 입꼬리가 위로 밀려 올라갔다. 나와 엘론을 바라보며 미소짓고 있는 것이다.


‘...눈은 웃고있지 않는데...?’


그래, 웃는 것은 입뿐이고 눈은 조금도 웃고 있지 않았다.


그 역시도 이곳을 우리의 마지막 종착점으로 삼으려는 것이다.


“나, 디트리히 와이터 퓨린은 그녀의 도전을 받아들이겠다.”


“와아아아아~~!!”


숨죽여 상황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왕의 선언을 듣자마자 귀가 아플정도로 큰 함성을 내질렀다.


마치 축제라도 시작하는 듯한 소리다.


실제로, 모여있는 사람들 이외에도 수도나 길에서 점점 모여드는 사람들로 결투장 주위는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이게 축제인지 결투인지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다.


“...스텔라 힘내요!”


“감사합니다. 당신들도 힘내십시오.”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 스텔라는 등을 돌려 왕과 마주했다.


넓은 결투장의 끝과 끝에 서 있는 그들은 잠시 서로를 바라보며 말이 없었다.


심판도 없고, 딱히 규칙도 없는 이 결투는 한쪽이 패배선언을 하거나 싸울 수 없는 지경에 이르지 않으면 끝나지 않는 듯했다.


‘...이대로 두고 가고 되는 걸까?’


스텔라는 항상 자신감에 넘쳤지만, 왕이 가지고 있는 아쿠아마린도 신경쓰였고 왕궁 마법사 리안이 무슨 짓을 할지 걱정도 된다.


‘..아니지, 차라리 리안은 우리가 유인하면 되지 않을까?’


어차피 그와의 대결은 우리의 몫이지 않은가?


나는 엘론의 의견을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어?!”


하지만 막 고개를 돌린 그때, 주위의 풍경이 바뀌어 버렸다. 주위를 가득 메운 사람들의 모습도 웅성거림도 사라져 버렸다.


아니, 그것뿐아니다. 결투의 무대도 스텔라도 왕도 병사들도 아무도 없다.


“와아아아~”


그때 사람들의 환호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그건 바로 방금 전 눈앞에 있었다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멀고 희미했다.


“..여긴.”


“클로이 님, 조심하십시오.”


엘론은 재빠르게 나를 자신의 뒤로 보내며 검을 뽑아들었다.


“그래. 우리도 아직 볼 일이 남아 있었지?”


리안이 웃으며 우리의 앞에 서 있었다.


방금 전과는 다르게, 눈도 입도 완벽하게 웃고 있었다. 아무 생각없이 바라봤다면 정말 순진하게 미소짓는다고 생각할 정도다.


하지만 그의 과거를 조금 엿봤기 때문일까?


그의 미소가 슬프고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웃어도 웃는 게 아니다. 그게 이럴 때 쓰기 딱 좋은 표현일 것 같다.


“여긴...결투장에서 떨어진 곳이군요.”


“결투장?...아, 뭐 그렇지. 우리는 거기서 싸울 수 없잖아?”


“......”


그리고 말을 얼버무리며 미세하게 웃고 있는 리안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큰일이다!’


나는 그를 불쌍하다고 생각하고 말았다.


어제까진 이렇지 않았는데.


얼굴을 마주하고 있는 지금, 나는 그가 너무나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어버린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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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 212. 싸움의 끝 21.04.25 54 3 13쪽
211 211. 위기 21.04.25 55 3 14쪽
210 210. 접전 21.04.24 57 3 13쪽
209 209. 반격 21.04.24 53 2 12쪽
208 208. 왕궁 마법사 리안 21.04.23 55 2 13쪽
» 207. 결투 장소 21.04.23 58 3 12쪽
206 206. 예언자의 이야기 21.04.22 57 3 13쪽
205 205. 습격의 이유 21.04.22 58 3 11쪽
204 204. 훈련의 성과 21.04.21 58 2 12쪽
203 203. 다시 훈련 21.04.21 58 2 12쪽
202 202. 스승의 조언 21.04.20 59 3 12쪽
201 201. 예언자의 정체 21.04.20 58 2 12쪽
200 200. 책의 사용법 21.04.19 60 2 12쪽
199 199. 회오리 바람 21.04.19 58 3 12쪽
198 198. 약혼자 21.04.18 64 2 12쪽
197 197. 불길함 21.04.18 56 2 13쪽
196 196. 숲 21.04.17 54 2 12쪽
195 195. 협력의 형태 21.04.17 55 1 12쪽
194 194. 운명 21.04.16 53 1 11쪽
193 193. 안전한 길 21.04.16 63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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