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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사자, 계약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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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엔키유
작품등록일 :
2020.12.10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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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2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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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208. 왕궁 마법사 리안

DUMMY

나는 지금 떠올린 생각에 굳어 버렸다.


설마, 내가 그를 불쌍히 여기는 날이 올 줄이야. 덕분에 나는 지금 그를 공격하는 걸 망설이고 있다.


“......”


하지만 이상하게도 녀석도 나를 공격하지 않은 채로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었다.


“뭐야? 입이 붙어버리기라도 했어?”


리안의 비아냥거림에도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저 잠시 입을 벌렸다가 바로 다물어 버렸을 뿐이다.


그를 공격해도 되는 걸까? 내 머리에 떠오르는 건 그 생각뿐이었다. 혹시 이 모든 게 예언자가 파놓은 함정이 아닐까 의심스러워질 정도였다.



“정신차려라! 내가 했던 말을 잊은 건가?!”


갑작스럽게 들린 외침을 듣고나서야 나는 고개를 돌릴 수 있었다.


내 뒤쪽에 온몸이 검은 색으로 뒤덮인 예언자가 서 있었는데, 그는 마치 무언가가 붙잡고 있는 것처럼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다가오지 못하고 있었다.


‘...예언자도 왔었어?’


결투장에서 갑자기 이곳으로 오게 된 것은 분명 리안이 우리와 함께 워프했기 때문일 것이다.


나와 엘론은 녀석의 공격 대상이기 때문에 워프 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예언자는 아니었을 텐데.


왜 그를 데리고 온 거지?


혹시 그가 배신했음을 예상하고 한번에 처리하겠다고 생각한 건가?


“그림자가 쓸데없는 이야기라도 했어?”


리안이 힐끗 예언자를 보며 말했다.


“...그림자?”


“녀석이 내 호문쿨루스라는 건 이미 들었겠지? 배신은 예상했던 일이지만, 설마 쓸데없는 얘기를 조잘조잘 떠들어댔을 줄이야.”


그렇게 말하며 리안은 낮게 웃었다.


그러고 보니, 예언자가 이름이 없다며 말했던 여러 이름들 중 ‘그림자’라는 것도 들어있었다. 검은 옷을 입고다니기 때문에 붙은 별명이라고 생각했는데, 리안이 그를 부르는 이름이었던 것이다.


“그정도로 사라질 원한이면, 별거 아니었네.”


그렇게 말한 뒤 리안은 더이상의 대화는 필요없다는 듯 손가락을 딱-하는 소리를 내며 튕겼다.


피융-


언제 생겼는지 알 수 없는 물방울이 그 소리에 맞춰 빠르게 내게로 날아왔다.


하지만 우린 당황하지 않았다. 이정도는 예상했던 범위였다.


촤악-


앞에 서 있던 엘론이 침작하게 마법을 갈랐고, 빠르게 날아오던 마법도 결국 힘없이 반으로 갈라져 공기 중으로 흩어졌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리안의 얼굴에도 당황이나 놀라움이 깃들어있지는 않았다.


리안 역시 이정도는 예상했을 것이다.


이정도는 그저, 인사였다고 할까?


“그래, 반가움의 인사는 이정도면 충분하지.”


엘론은 리안을 주시하며 검을 고쳐잡았고, 나도 가방에서 마법책을 꺼내 손에 들었다.


“자, 그럼 시작하자.”


리안의 주위로 투명한 물방울이 하나둘 늘어났다. 그리고 그의 손이 우리를 가리키자,


핑-


물방울들은 길다란 형태로 모습을 바꾸며 우리에게 날아들었다.


그것들은 한번에 쏟아지는 것이 아니라, 간격을 두고 몇 개씩 차례로 날아왔다.


“핫!”


엘론은 쏟아지는 물방울들을 베어가며 앞으로 달려나갔고, 나는 책을 손으로 꽉 쥐면서 주문을 외웠다.


“솟아오르라, 바람이여. 휘몰아치는 공격으로부터 보호하라! 윈드 월!”


휘잉-


내 앞으로 커다란 바람의 막이 형성되어 날아오는 물줄기들을 막아섰는데, 기분 탓인지는 몰라도 막으로부터 전해지는 충격이 스텔라의 마법을 막을 때보다 약하다는 느낌이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는 있지만, 힘이 약해져있는 게 확실해.’


아직 그의 힘이 흡수되고 있을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신목에 약을 뿌렸을 때 보였던 빛줄기가 보이지 않았기에 조금 불안한 마음은 있었다.


하지만 이걸로 확실해졌다.


리안은 그저 괜찮은 척 하는 것 뿐. 힘은 흡수되고 있는 그대로다.


나는 바람의 막 뒤에서 힐끗 리안을 살폈다.


리안은 마법을 베어가며 틈으로 파고드는 엘론을 피해 몸을 움직이고 있었는데, 혹시 워프를 쓰고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아니, 워프가 맞을지도.


그의 신경이 엘론에게 쏠려있는 것을 확인한 뒤, 나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대부분의 마법은 이미 바람의 막에 막혀 뿔뿔이 흩어져 버렸고, 마지막 남은 하나가 아직 이쪽을 향해 날아오는 중이었다.


나는 재빨리 막을 해제하고 책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리고 물줄기에서 눈을 떼지 않으며 책의 위치를 조절했다.


리안 녀석, 도대체 어디를 노렸던 것인지 마지막으로 날아 온 물줄기는 내 머리 위쪽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쯧.”


나는 한번 혀를 차고는 있는 힘껏 책을 높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책을 이리저리 흔들며 위치를 맞춰야했다.


팟-!!


“윽..”


아슬아슬하게 책의 끝으로 마법이 명중했다.


책의 가운데로 맞았다면 충격이 덜했겠지만, 끝으로 맞아버리는 바람에 잡고 있는 손이 휘청거렸다.


나는 뒷걸음질치며 충격을 받아들였고, 몇 걸음 더 걸어가고 나서야 간신히 넘어지지 않고 멈춰 설 수 있었다.


자리에 서자마자 나는 재빨리 리안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는 마치 엘론과 장난이라도 치는 것처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빠른 움직임으로 검을 피하고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마법은 많이 쓰지 않았다.


‘휴...들키진 않은 모양이네.’


아직 이 책의 힘을 녀석에게 알릴 필요는 없다.


촤라라락-


그리고 책은 은은한 빛을 발했고, 살짝 공중에 떠오르며 페이지가 저절로 넘어갔다.


‘...워터 스피어.’


책이 삼킨 마법의 페이지가 펼쳐졌다.


그리고 곧 푸른빛의 둥근 구체가 떠올랐다. 그 페이지를 손으로 톡톡치며 들어가라고 낮게 중얼거리자, 내 주위를 돌던 푸른빛은 그대로 책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워터 스피어의 페이지는 마법을 흡수했다는 것을 나타내려는 듯 푸른색으로 물들었다.


‘좋아. 이제 이건 됐고.’


나는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뱉었다.


이로써, 쓸 수 없는 속성 하나를 확보한 셈이다.


내가 녀석을 어떻게 생각하든, 일단 싸움을 피할 순 없다. 뭐가 어찌 됐든, 그가 공격을 포기하게 만들어야 한다.


나는 아직 엘론과 대치 중인 리안을 향해 손을 뻗고는 외쳤다.


“윈드 스피어!”


슉! 슉!


그리고 날아가는 마법을 확인하고는 뒤로 슬쩍 눈을 돌렸다.


“우리를 도울 생각은 없어요?”


“...미안하지만.”


예언자는 아직 처음 그 자리에 서 있었는데, 마치 그곳에 다리라도 꿰어놓은 듯 꼼짝도 하지 않았다.


“나는 그를 공격할 수 없다.”


“네?”


“뭐, 당연한 일 아니야?”


“으앗?!”


리안이 우리의 사이로 뛰어들었고, 엘론도 곧 그를 따라 옆으로 도착했다.


“그를 만들 때, 나를 공격하지 못하게 해뒀으니까.”


“윽...윈드 커터!”


촤아아-


당황해서 마법을 날리는 나를 비웃듯, 그는 몸을 틀어 마법을 피하고는 빠르게 옆으로 비켜섰다.


그가 몸을 피하자, 뒤에 서 있던 예언자의 모습이 나타났다.


“크윽...!”


나는 마법을 손에 잡는 것처럼 뻗고는 정신을 최대한 집중한 채로 손을 옆으로 휘둘렀다.


쾅!!


예언자가 마법을 맞기 직전, 바람은 부자연스럽게 옆으로 휙 꺾이고는 큰 소리를 내며 주위에 안개를 흩뿌렸다.


“지난번에도 느꼈지만, 제법 마법을 다룰 수 있게 됐네.”


안개가 걷히고 나타난 리안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져 있었다.


‘...이상한데.’


이상할 정도로 여유가 있다.


그 마법의 위력이나 모습으로 봤을 때, 여유롭지 못한 상황임에도 이상하게 여유가 느껴진다.


마치 신목에게 힘을 흡수당하기 전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왜 마법을 쓰지 않죠?”


또하나 이상한 점은 녀석이 마법을 많이 쓰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그게 마나가 모자라기 때문이라고 한다면 이해가 되지만...그렇다기에는 또 여유롭지 않은가?


“왜 일까?”


리안은 오히려 내 질문을 따라하며 웃을 뿐이었다.


“위를...! 크읏...”


“..네?”


예언자가 큰소리로 무언가를 전달하려다가 마치 무언가가 목을 막은 것처럼 고통스러워하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는 손으로 자신의 목을 잡고는 땅을 바라보며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위?”


나는 그의 외침 중 간신히 알아들은 말을 따라 위를 봤다.


“...아!”


우리의 머리 위로 마치 투명하고 커다란 호수가 하늘에 펼쳐진 듯이 춤을 추면서 출렁이고 있었다.


“그림자가 쓸데없는 말을 많이 해서 미안하네.”


리안이 손을 한번 휘젓자 우리의 옆에 있던 예언자와 그는 멀리 떨어진 장소로 옮겨져 버렸다.


고개를 든 리안과 내 눈이 정면으로 마주쳤다. 그리고 곧 그는 미소지으며 손을 위로 올렸다가 아래로 떨어트렸다.


“...! 엘론!!”


나는 옆에 서 있는 엘론을 재빨리 끌어당기며 주문을 외웠다.


“솟아오르라, 바람이여. 휘몰아치는 공격으로부터 보호하라. 윈드 월!!”


바람이 둥근 막을 형성하며 우리를 감쌌다.


하지만 저 마법을 내가 막을 수 있을지는 확신이 서지 않았다.


쏴아아아!


곧이어 비가 떨어져 내리는 것처럼 물줄기가 끊임없이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팟!! 팟!!


분명 이전에 막은 마법은 약한 편이었는데, 정성스런 준비때문인지 지금 떨어지는 이 마법은 꽤 강한 편이었다.


바람의 막은 처음엔 굳건하게 잘 방어를 했지만, 점점 비를 막는 것이 힘에 부치기 시작했다. 이 방어막은 막을 수 있는 것의 한계가 다가오면 그 충격을 술자에게 전달하는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이 충격을 잘 버텨낸다면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크흑...!”


쏴아아아-


만약 마법이 떨어져 내리는 곳이 작은 거리에 한정되어 있다면 방어막을 풀고 바로 옆으로 구르면 됐을 텐데.


안타깝게도, 아니 치밀하게도 그는 구른다해도 도저히 피할 수 없는 범위까지 마법을 펼쳐놓고 있었다.


마법을 많이 쓰지 않을 때 함정이 있으리라 눈치챘어야 했는데.


녀석을 너무 감정적으로 대한 것이 문제였을까?


“클로이 님은 다른 마법을 준비하고 계십시오. 아직 기회가 있습니다.”


“윽...잠깐..!”


엘론이 힘으로 내 어깨를 눌러 나를 자리에 앉혀두고는 허리를 숙여 떨어질 비에 나를 감싸듯이 섰다.


나는 바로 고개를 들었다.


“잠깐, 엘론!”


나를 바라보는 엘론의 눈빛이 너무나도 진지하다. 그는 이대로 목숨을 잃어도 상관없다는 듯 나를 격려하고 있었다.


방어막에 모든 신경을 집중하면서 입술을 잘근 씹었다.


바보같다.


리안이 나를 죽이려하는 이상, 그에게 연민의 감정을 느껴 적당히 상대해서는 안됐다.


“아니야...방법은 있어.”


방어막을 유지하면서 다른 마법을 쓴다.


두가지 마법을 동시에 하는 건 한번도 해보지 않은 방법이다. 하지만 가능할지도 모른다. 아직 해보지 않았을 뿐, 할 수 없다고 단정지을 순 없다.


“바람이여...”


그릭고 마법을 쓰기 위해 주문을 외우고 있을 때,


휘이이잉-


“윽?!”


“뭐...뭐야?”


갑작스런 바람이 우리를 휩쓸고 지나갔다.


당연히 내 집중은 모두 깨지고 말았고, 방어막도 사라지며 그쪽으로 보내던 힘이 다시 몸으로 흘러들어오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곧 다가올 충격으로부터 엘론을 보호하기 위해 고개를 들었다.


“...어?”


엘론은 하늘을 바라보며 허리를 세우고 있었고, 그의 너머로 보이는 하늘에는...더이상의 비가 내리고 있지 않았다.


물방울이나 호수의 출렁임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맑은 하늘만이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방해가 왔나?”


휘이이잉-


우리를 통과해 불었던 바람이 다시 이쪽으로 되돌아오며 한군데모여 그 자리에 똑바로 섰다.


“...설마!”


“쿠르르...”


연한 녹색으로 빛나는 바람은 낮게 울며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듯이 그의 양날개를 활짝 폈다. 그리고 날개를 펼친 그 모습을 보고 나서야 그것이 새의 형상이라는 것을 눈치 챌 수 있었다.


“...새의 정령!”


“케르빌 왕자님...입니까?”


“두 분 괜찮으십니까!”


가장 먼저 우리에게 달려 온 것은 루이스였다.


그리고 루이스의 뒤로 보이는 것은 스벤, 그 뒤 브라이언과 조슈아의 호위를 받으며 달려오고 이는 케르빌 왕자였다.


“...와, 당신들의 얼굴을 보는 게 이렇게 반가울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네요.”


“평소엔 반갑지 않으셨던 모양입니다?”


루이스의 농담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 미소에 방금까지 죽을 각오를 하며 마법을 쓰려고 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만큼, 마음이 안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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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 212. 싸움의 끝 21.04.25 54 3 13쪽
211 211. 위기 21.04.25 55 3 14쪽
210 210. 접전 21.04.24 57 3 13쪽
209 209. 반격 21.04.24 53 2 12쪽
» 208. 왕궁 마법사 리안 21.04.23 55 2 13쪽
207 207. 결투 장소 21.04.23 57 3 12쪽
206 206. 예언자의 이야기 21.04.22 57 3 13쪽
205 205. 습격의 이유 21.04.22 58 3 11쪽
204 204. 훈련의 성과 21.04.21 58 2 12쪽
203 203. 다시 훈련 21.04.21 58 2 12쪽
202 202. 스승의 조언 21.04.20 59 3 12쪽
201 201. 예언자의 정체 21.04.20 58 2 12쪽
200 200. 책의 사용법 21.04.19 60 2 12쪽
199 199. 회오리 바람 21.04.19 58 3 12쪽
198 198. 약혼자 21.04.18 64 2 12쪽
197 197. 불길함 21.04.18 56 2 13쪽
196 196. 숲 21.04.17 54 2 12쪽
195 195. 협력의 형태 21.04.17 55 1 12쪽
194 194. 운명 21.04.16 53 1 11쪽
193 193. 안전한 길 21.04.16 62 1 11쪽
192 192. 예언자 21.04.15 54 1 12쪽
191 191. 수도로 가는 길 21.04.15 53 3 13쪽
190 190. 재정비 21.04.14 54 2 12쪽
189 189. 독약의 효능 21.04.14 54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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