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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사자, 계약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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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엔키유
작품등록일 :
2020.12.10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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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2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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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2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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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212. 싸움의 끝

DUMMY

“폴...!”


내가 그를 부르자, 그는 이쪽을 바라보며 희미하게 미소짓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지금까지 그와 분위기가 너무 다르다.


장난스러운 모습은 사라져 있었고, 몸에서 은은한 빛이 뿜어져 나왔으며 눈빛도 대단히 침착하고 고요했다.


‘...대장장이 폴이 아니라, 불의 신 파이렌...인가?’


굳이 분류를 하자면 지금의 그는 불의 신의 환생자로서 이 자리에 서 있는 것 같았다.


“..큭...파이렌!”


“패배를 순순히 인정하는 게 좋지 않겠어? 그러다가 정말 소멸할지도 몰라.”


“네가 이해할리가 없지...!”


“...!!”


리안의 기운이 다시 불처럼 활활 타오르며 폴을 덮쳤고, 그는 잠시 뒤로 주춤거리며 물러나야 했다.


생각해보면, 둘은 물과 불.


어느쪽이 더 유리할지 깊이 생각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대단한 집념이다.


그정도로 원한이 깊다는 건가?


나는 혹시 다시 펼쳐질지도 모르는 전투에 대비하며 가방을 뒤져 엘론과 케르빌 왕자에게 각자 물약병을 하나씩 쥐어주었다.


그리고 나 역시 쓰디쓴 그 약을 어렵게 삼키며 앞으로 벌어질 상황을 주시했다.


리안은 양 손으로 땅을 짚고는 그대로 힘을 주어 상체를 세우려 했다.


지금 공격하면 꼼짝없이 맞을지는 모르나, 그가 일어나면 다시 위험해질지도 모르는 상황인데도 누구 하나도 그를 공격하려 들지 않았다.


그건 우리들 눈에 비춰진 그의 모습땜문일지 모른다.


그의 어깨에서는 아직도 피가 흘러 한쪽 팔을 점점 물들여갔고, 그 외에도 윈드 스톰을 정면으로 맞은 영향으로 그의 몸 어느 곳도 멀쩡하지 않았다.


하지만 집념의 영향인지 리안은 천천히 일어서려 하고 있었고, 그대로 두면 정말 일어설 것 같았다.


“크헉...!”


거의 상체를 일으킨 그가 갑자기 무언가가 위에서 내리 누른 듯이 바닥으로 쓰러져 버렸다. 그가 쓰러지자, 그를 태우듯이 빛나던 은빛 불도 서서히 사그라들어 갔다.


“아직도 단념하지 못한 것인가. 지금 네 원한이 어디를 향해있는지 다시 떠올려 보라.”


쓰러진 리안의 옆에 마치 햇빛에 나무 그림자가 지듯이 자연스럽게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사람은 상체를 모두 덮은 어두운 케이프를 걸치고 후드를 쓰고 있었는데, 케이프 아래로 드러난 연한 베이지색의 단정한 드레스로 인해 나는 그 사람이 누군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앨...!”


하지만 곧, 후드를 깊게 눌러쓴 모습이 다시 눈에 들어왔고, 그녀의 이름을 끝까지 외칠 수 없었다.


지금 그녀는 자신의 정체가 밝혀지길 원치 않는 게 아닐까?


그리고 그 선택이 옳았다는 것이 바로 증명되었다.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부르려던 나를 한번 쓰윽 쳐다보고는 다시 고개를 돌렸는데, 그 고갯짓 하나만으로 주위의 기온이 내려간듯이 서늘하다못해 추워진 것이다.


“큭...너희들이...!”


그녀의 모습을 본 리안의 표정은 더욱 험악해지며 다시 일어서려는 듯이 팔을 휘저었다.


“더 이상 힘을 쓴다면 망가지는 것은 너와...”


“네가 사랑하는 나라야. 여기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누가 있는지 잊은 건 아니겠지?”


두 사람은 의외로 죽이 잘 맞았다.


앨리샤 왕녀는 폴과 말을 맞추게 된 게 기분이 나쁜지 부채를 펴서 후드의 앞을 가리며 입을 다물었다.


가만히 리안을 바라보던 폴이 말했다.


“지금 네가 그 힘을 쓴다면 제어할 수 있을까?”


그 말을 하는 그의 얼굴은 밝았으며, 무거운 이 분위기를 조금 가볍게 하려는 것인지 장난스럽기까지 했다. 그 모습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대장장이 폴 그 자체다.


“......”


“뭐,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지.”


앨리샤 왕녀가 귀찮은 듯 한마디 덧붙였다. 리안이 포기하지 않는다면 그녀는 정말 그대로 돌아갈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러네~ 나도 후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 더 이상 상관하지 않을게.”


“......”


“이야~ 퓨린에서 수입을 많이 하던데 좀 아쉽겠어~”


가볍게 말을 건네고 있었지만 두 사람은 리안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복수를 위해 사랑하는 나라와 함께 죽을 것인가, 포기할 것인가.


그 말을 곰곰이 생각하던 리안은 힘이 빠져버린 듯 푹 엎드리더니 몸을 돌려 하늘을 바라보았다.


“...제길.”


리안에게서 뿜어져 나오던 은빛도 이제는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그가 누워있는 땅은 이미 붉은 얼룩이 넓게 퍼져 있었다. 이제 모든 것을 포기했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처럼 그의 몸은 힘없이 늘어졌고, 숨쉬는 것조차 힘겨워보였다.


“그만 편하게 해주는 게 어떨까?”


“직설적이네요.”


“으~음...그게 그에게 더 도움이 될테니까.”


나는 리안에게 다가가 그를 내려다 보았다. 나를 보는 그의 눈에는 더이상 아무런 감정이 떠올라 있지 않았다.


“클로이 님. 그런건 제가...”


“아니야. 이건...내가 할게.”


나는 허리에 찬 단검을 뽑아 들었다.


차갑게 빛나는 검을 봐도 그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 표정없는 얼굴로 가만히 나를 올려다볼 뿐이었다.


“...리안, 마지막으로 한가지만 물어도 돼요?”


“뭐야?”


“성소는 어디예요?”


“....하하.”


리안은 조금 허를 찔린 표정으로 힘겹게 미소지었다.


지금 분위기에 하는 질문이 그건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것 역시 나에게는 꽤 중요한 문제였다.


그가 알려주지 않으면 내 일을 끝낼 수 없다.


리안은 잠시 숨을 고른 후 말을 이었다.


“...너는 이미...성소를 봤을 거야.”


“네?!”


“파이렌, 마지막으로 한가지만...약속해라.”


리안은 이미 나와의 대화는 끝났다는 듯, 눈을 움직여 폴을 바라보았다. 나는 더 자세한 위치를 묻고 싶었지만, 진지한 표정을 한 그의 모습에 아무 말도 하지못했다.


“뭐야?”


“...두 사람이 여기서 죽지 않도록...”


“알았어. 내 이름을 걸고, 그 두 사람은 이곳에서 죽지 않도록 할게.”


“후...”


리안은 이제 정말 모든 게 끝났다는 듯이 가만히 눈을 감았다.


“......”


나는 목끝까지 올라온 질문들을 속으로 삼켰다.


힌트는 충분하다.


그의 힌트로 떠올린 장소가 있었다. 그걸로 충분하다. 이제는 폴의 말대로 그를 쉬게 해줄 시간이었다.


나는 마법책은 엘론에게 넘긴 뒤, 양손으로 단검을 붙잡고 높이 치켜들었다.


그리고 아래로 힘껏 내리그었다.


푹-


단검은 정확히 그의 심장으로 빨려들어갔다.


검에서부터 전해지는 그 감각은 소름끼치도록 기분나쁜 느낌이었다.


“크읏...”


리안은 잠시 신음을 뱉으며 피를 쏟아냈으나, 아무런 몸부림도 없이 조용히 그 고통을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고요한 분위기가 그를 감쌌다.


나는 분명 그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추가로 벌어진 이 말도 안 되는 일을 한다고 했을 텐데.


정작 복수를 완수한 이 순간, 손을 타고 흐르는 소름끼치는 감각에 어찌할바를 모르고 단검의 손잡이도 놓지 못한 채 꼭 쥐고 있었다.


“클로이 님, 괜찮습니까?”


엘론의 손이 살포시 내 손을 감싸고 나서야 정신이 되돌아오며, 내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 후에 박혀있는 단검을 천천히 뽑았다.


검을 뽑는 그 느낌도 몸에 뱀이 기어가는 것처럼 기분 나빴으나, 그나마 내 손을 감싸고 있는 엘론의 손 덕분에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엘론의 손은 자연스럽게 떨어져 나갔는데, 온기가 사라지니 한겨울에 맨손으로 얼음이라도 만진 듯이 시려왔다.


손에 든 단검에서 피가 한방울 뚝 떨어졌다.


하지만 그것 뿐. 마치 검이 피라도 흡수한 것마냥 표면이 매끈하고 깨끗했다.


“그거 이미 너한테 선물로 준거니까. 나 줄 생각하지말고.”


가만히 검을 바라보고 있는 내 귀에 폴의 음성이 들렸다.


폴은 부스럭거리며 근처에서 무언가를 찾아 집어 들었다. 그건 알 수없는 무늬가 새겨진 새하얀 천이었는데, 그는 그것을 잘 펴서 리안의 위로 덮었다.


리안의 모습이 눈앞에서 사라지니 지금까지의 이 모든 일이 마친 백일몽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 생각대로 눈을 한번 꼬옥 감았다가 다시 떴다.


“......”


하지만 안타깝게도, 눈앞의 풍경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폴과 앨리샤 왕녀는 그런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고 있는 듯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두 분. 결국 마지막엔 도움을 받았네요.”


마지막에 도움을 받았다는 것이 개운치 않기도 했고, 기왕 도와줄 거 처음부터 도와줬다면 이런 경험을 할 필요도 없었을 텐데 하는 묘한 원망도 마음속에 태어나고 있었다.


“만약 그가 영혼에 각인된 신의 힘을 사용하려하지 않았다면 돕지 않았을 것이다.”


“그...그래요?”


“신의 힘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그저 인간들 사이의 싸움이 아닌가.”


“그래. 그 힘은 아무리 강한 인간이라도 이길 수 없었을 거야. 우리가 한 건 그 힘을 억누른 것 뿐이니까.”


결국, 리안이 농담처럼 했던 ‘치사한 방법’ 중에 가장 치사한 방법을 썼다는 말이었다.


그것도 자신뿐 아니라 주변도 다함께 불태우는 방법.


온몸에서 힘이 빠졌다.


어쨌든 우리는 넘어야할 산 중 가장 큰 산 하나를 간신히 넘었다.


긴장이 풀리자 나는 이 원한의 시작점을 알고 싶어졌다.


“...그런데, 무슨 방법으로 남을 사람을 뽑았길래 이렇게 원한이 깊어요...?”


“......”


“으음...”


두 사람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원한을 고스란히 받은 나는 알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폴은 잠시 머뭇거렸지만, 나를 보며 슬쩍 미소지으며 말했다.


“가위 바위 보.”


“...네?”


“뭐라고요?”


“나와 어퀘이스는 죄가 깊으니 두 사람은 제외하고 와이터와 윈프리드 둘이 가위 바위 보로 결정한거야.”


“...농담이 아니고?”


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거짓말이 아닌가?


“뭐하러 그런 농담을 하겠어. 게다가 그땐 소멸되는 게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진 사람이 남기로 결정했다고.”


“...진 사람이?”


“맞아. 결국 가위 바위 보에서 진건 윈프리드였거든.”


“......”


그러니까 리안, 아니 물의 신은 가위바위보에서 이겼음에도 영원히 지속되는 고통을 겪게 된 것에 점점 화가나서 미친 나머지 윈프리드에 대한 원한이 깊어졌다는 얘긴가?


이해하고 싶지는 않지만 묘하게 이해가 될 것도 같은 기분이다.


깊은 원한도 별거 아닌 것에서 시작된다는 옛말은 틀린 게 하나도 없었다.


“이...이봐, 이게 다 무슨 일이냐...?”


“앗.”


케르빌 왕자다.


너무나 조용했기에 그의 존재를 잊고 있었다.


그는 이 상황을 조금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이 조금 멍한 얼굴로 우리들 사이를 번갈아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까지 꿈을 꾸다가 갑자기 깬 얼굴이라고 해야할까?


“어...음...그러니까...”


나도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뭐라고 말해야하나. 사실대로 여기 앞에 있는 사람은 불의 신의 환생이며, 저쪽 분은 대지의 신의 환생이라고?


살짝 폴의 얼굴을 봤지만, 그는 나를 도와줄 마음이 조금도 없는 듯 무심히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이번엔 고개를 돌려 엘론을 보았다.


거짓말이 제법 늘었던 그였으나, 이 일은 그럴싸한 거짓말이 떠오르지 않는 것인지 난감한 얼굴로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러니까, 뭐냐?!”


케르빌 왕자의 다그침에 어쩔 수없이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후버에서 말이죠...”


“와아아아아~~!”


어물쩡거리며 말을 뽑던 그 순간, 멀리서 사람들의 환호성소리가 울렸다.


“...!”


그러고 보니, 아직 끝나지 않은 결투가 있었다.


지금까지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던 게 이상할 정도로 선명한 함성소리다.


“...가보자!”


“알겠습니다.”


“아, 나도 가야지.”


“네? 폴도 가는 거예요?”


“녀석의 마지막 부탁을 들어줘야 하니까.”


폴은 옆으로 무언가를 던지더니 “내 이름을 걸었으니, 들어줘야지~”라고 중얼거리며 우리를 따라나섰다.


“잠깐, 기다려라! 내 기사들을 저대로 두고 간단 말이냐!”


“아, 왕자님은 여기서 앨...아니 어퀘이스 님과 함께 기다리고 계세요!!”


“뭐라고?!”


당황스런 목소리의 케르빌 왕자를 내버려두고 우리는 길을 달렸다.


상황이 어떻게 변하든, 그 결투의 끝을 두 눈으로 확인해야 했다.


그녀의 믿음대로 나는 두 사람의 결투를 방해할 왕궁 마법사를 멀리 떨어뜨렸고, 내 행운을 나눠주기라도 한 것처럼 모든 일이 잘 풀렸다.


그리고 이 결투를 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준 것 자체가 그들에게 희망을 준 것이라고 했다.


게다가 이 결투에 자신감이 넘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기왕이면,


기왕이면 스텔라가 이기길 바라는 마음이 잘못되진 않았을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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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 214. 마지막 축복 21.04.26 57 2 14쪽
213 213. 물의 성소 21.04.26 61 3 12쪽
» 212. 싸움의 끝 21.04.25 54 3 13쪽
211 211. 위기 21.04.25 54 3 14쪽
210 210. 접전 21.04.24 56 3 13쪽
209 209. 반격 21.04.24 53 2 12쪽
208 208. 왕궁 마법사 리안 21.04.23 54 2 13쪽
207 207. 결투 장소 21.04.23 57 3 12쪽
206 206. 예언자의 이야기 21.04.22 56 3 13쪽
205 205. 습격의 이유 21.04.22 57 3 11쪽
204 204. 훈련의 성과 21.04.21 57 2 12쪽
203 203. 다시 훈련 21.04.21 58 2 12쪽
202 202. 스승의 조언 21.04.20 59 3 12쪽
201 201. 예언자의 정체 21.04.20 58 2 12쪽
200 200. 책의 사용법 21.04.19 59 2 12쪽
199 199. 회오리 바람 21.04.19 56 3 12쪽
198 198. 약혼자 21.04.18 62 2 12쪽
197 197. 불길함 21.04.18 56 2 13쪽
196 196. 숲 21.04.17 53 2 12쪽
195 195. 협력의 형태 21.04.17 54 1 12쪽
194 194. 운명 21.04.16 53 1 11쪽
193 193. 안전한 길 21.04.16 62 1 11쪽
192 192. 예언자 21.04.15 54 1 12쪽
191 191. 수도로 가는 길 21.04.15 53 3 13쪽
190 190. 재정비 21.04.14 54 2 12쪽
189 189. 독약의 효능 21.04.14 53 2 12쪽
188 188. 예언 21.04.13 55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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