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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사자, 계약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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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엔키유
작품등록일 :
2020.12.10 11:29
최근연재일 :
2021.04.2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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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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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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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13. 물의 성소

DUMMY

리안이 무작정 워프로 데려온 곳이기 때문에 우리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다.


사람들의 함성소리가 들렸던 방향으로 출발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더 이상 사람들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지금 가는 방향이 결투장이 맞는지 확신할 수 없게 됐다.


“...잠깐 멈춰봐.”


우리의 등뒤에서 여전히 조금도 다급해보이지 않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나와 엘론은 그 소리가 끝나기 무섭게 바로 발을 멈추고 그자리에 멈춰 섰다.


‘맞아! 폴이 있었지!’


상황이 급한 것은 변함이 없지만, 지금 닥친 문제를 확실하게 해결해 줄 사람이 곁에 있었다.


“하하, 말은 잘 듣네~”


가볍게 숨을 고르며 뒤를 돌아봤을 때 보인 것은 여유롭게 미소짓는 폴의 얼굴이었다.


그는 보란듯이 한 손을 천천히 올리더니 주변을 쓸듯이 살짝 휘둘렀다. 그리고 눈을 한번 감았다 떴을 때, 주변 풍경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헙..!”


나는 숨을 삼켰다.


우리가 서 있는 곳은 결투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었는데, 주위에 사람들이 넘쳤기 때문이었다.


폴이 하는 일이니 잘못해서 다른 사람들과 부딪혔을 가능성은 낮았다해도 위험한 것 마찬가지였다.


“누가 보면 어쩌려고...”


아무도 없는 공간에 갑자기 사람이 등장하면 이목을 끌기 마련이 아닌가!


나는 조심스럽게 주위의 눈치를 살폈다.


“지금 우리를 신경쓰는 사람은 없는 것 같은데?”


“...확실히 이쪽을 보는 사람은 없습니다.”


폴과 엘론의 말대로, 주위 사람들은 오직 결투장에 모든 신경을 집중하며 꼼짝도 하지 않고 서 있었다. 그들은 옆에 누가 나타나는지, 사라지는지 조차 알아채지 못할 것 같았다.


그들의 시선을 따라 결투장 위를 보았다.


“아...!”


이미 결투는 끝났고, 한눈에 봐도 승패를 알아볼 수 있었다.


스텔라는 냉정한 얼굴로 몇 걸음 떨어진 거리에 서서 바닥에 손을 짚고는 무릎을 꿇고 있는 퓨린의 왕, 디트리히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결투가 격렬했던 것인지 그녀의 옷자락은 너덜너덜했고, 팔이나 얼굴에 그을림이나 작은 상처가 보였다. 그럼에도 당당하게 서 있는 그녀의 모습에서는 고귀함이 흐르는 듯했다.


그리고 왜 지금 이토록 적막이 흐르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스텔라가 이겼다는 것에 사람들은 환호했다.


하지만 곧, 현실이 바로 현실을 깨달아버린 것이다.


‘왕이 졌다.’


그 사실이 어떻게 작용될지, 사람들은 두려워하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시간이 멈춘 듯이 가만히있는 스텔라와 디트리히 왕을 주시하다가 그들을 감싸고 있는 결투장의 모습을 다시 살폈다.


치열했던 전투를 보여주듯이 바닥 곳곳이 움푹 패여있었는데, 소문대로 이미 서서히 회복되는 중이었다.


그리고 파도 모양의 기둥이 네 방향으로 박혀 있는 모습.


처음에 봤을 때도 지붕만 있으면 신전같아보이겠다고 생각했는데, 진짜 신성한 장소인 성소였던 것이다.


내 예상이 맞다면 스텔라가 도전자의 빛을 터트린 작고 네모난 테이블같은 돌이 바로 제단이다.


‘...그럼 이 사람들, 성소에서 결투를 하고 있는 거잖아!’


신성한 결투의 시초가 설마, 신성한 장소에서의 결투였던 건 아니겠지?


여러나라의 성소를 봐왔지만 이렇게 피 튀기고 살벌한 성소는 처음이다.


“이...이제 어떡해요..?”


나는 옆에 선 두 사람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눈앞에 성소를 두고 있으나, 가까이 가기 힘든 상황이다.


주변은 조용했지만 마치 폭풍전야처럼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고, 실제로 저편에 무표정으로 서 있는 기사들의 손은 이미 검으로 향해 있었다.


그들의 움직임을 눈치 챈 반란군들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았다.


“클로이, 준비해.”


“...준비요?”


“축복을 내려줘야지.”


나는 고개를 돌려 폴을 빤히 쳐다보았다.


이런 상황에서 말인가? 게다가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래도 되는 건지 조금 망설여졌다.


“내가 모습을 보이지 않도록 마법을 걸어줄 테니까. 자자, 빨리 가봐.”


“저도 함께 가겠습니다.”


“아, 그래그래. 빨리 움직여줘.”


“네? 폴은 안가요?”


“나는 상황을 지켜봐야해서 말이야~ 저 두 사람, 여기서 죽지 않도록 해준다고 약속했잖아.”


“아...”


그건 분명 리안과 마지막으로 나눴던 대화였다.


리안이 말했던 두 사람 중 하나가 디트리히 왕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나머지 한 사람이 스텔라였단 말인가?


“지금 궁금해할 시간이 없어~ 빨리 가봐.”


폴의 말이 끝나자마자 무언가가 우리를 감싸는 듯했고, 그는 우리의 등을 누르며 빨리 가기를 재촉했다.


가야할 곳이 이미 정해져 있다.


결투장의 한 구석에 조용히 자리잡고 있는 제단이다. 이곳에서 거리가 꽤 떨어져 있지만, 가는데 아무런 문제도 없을 것이다.


나는 몰려있는 사람들 사이를 조심히 피하며 제단 쪽으로 걸어갔다.


“조심하세요.”


엘론은 나에게 마법책을 다시 건네고는 뒤를 바짝 따라왔다.


옆에서 결투장을 보던 사람이 고개를 돌려 우리쪽을 봤지만, 고개를 한번 갸웃거리고는 다시 앞을 향했다.


‘휴...’


나는 말로 꺼내지 못하는 한숨을 조용히 내쉬었다.


폴의 마법덕분에 우리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은 확실한 모양이다.


말을 할 수 없으니 고개만 열심히 숙이며 사죄를 해오는 엘론을 붙잡고 서둘러 길을 나섰다.


‘...마법책을 쓰는 일이 없으면 좋을텐데.’


손에 쥔 마법책을 가방으로 넣지는 않았지만, 되도록이면 쓰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었다.


사람들이 결투장에 집중하고 있다해도 그 사이를 통과하는 건 쉽지 않았다.


차라리 눈앞에 있는 사람을 밀치고 지나가거나 비켜달라고 하면 쉽게 지나갈 수 있을 텐데. 우리는 그 사람들을 미는 것도 스치는 것도 없이 교묘하게 틈을 빠져나가야 하는 것이다.


이런 일이라면 도둑인 로즈마리가 전문인데.


‘...그러고 보니, 로즈마리는 어디있는 거지?’


갑자기 사라진 우리를 걱정할...지 하지 않을지 가늠할 수 없는 인물이다.


아직 아무일도 벌어지지 않았으니, 분명 잘 있겠지.


“헛...!”


그때, 갑자기 사람들이 작게 술렁이며 숨을 삼키는 소리가 났다.


사람들이 술렁이는 이유는 하나밖에 없을 것이다. 나는 슬쩍 고개를 들어 결투장 쪽을 확인했다.


가만히 멈춰 서 있던 두 사람 중 하나, 스텔라가 움직임을 보였다.

그녀는 당당한 걸음으로 왕의 앞까지 걸어가고 있었다.


“...일단 서두르죠. 좋은 생각이 났습니다.”


그렇게 속삭인 엘론의 목소리는 집중을 해도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미약했다.


중얼거리는 그 소리에 ‘실프’라는 단어가 언뜻 들리는 것으로 보니, 정령을 소환하는 것 같았다.


휘이잉-


살짝 강한 정도의 바람을 일으키며 정령이 사람들 사이를 통과했고, 그 타이밍에 맞춰 엘론은 슬쩍 그들을 밀어 사이를 통과했다.


“응?”


“바람이 세게 부는 건가?”


그리고 벌어진 틈을 타서 내가 그 뒤를 통과한다.


방금 전, 이상한 자세를 취해가며 사람들 사이를 어렵게 통과하는 것보다는 쉬운 방법이었다.


‘...하지만...’


휘이잉-


“으음??”


엘론이 슬쩍 미는 힘에 의문을 가지면서도 그들은 고개를 갸웃거릴 뿐, 다시 결투장으로 눈길을 돌렸다.


‘...이걸 속네.’


이 사람들, 의외로 속이기 쉽다. 이렇게 쉽게 속아도 되는 걸까?


나는 걱정되는 마음을 뒤로하면서 엘론의 터주는 길을 열심히 쫓았다.



그리고 마침내 제단의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아무튼 이것도 일이니까...!”


나는 낮게 중얼거리며 가방을 뒤져 작은 상자를 꺼냈다.


아무리 모습이 보이지 않는 마법을 걸었다하더라도 우리는 결투장 위로는 올라 갈 수 없었으므로 밖에서 크리스탈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결투장의 높이가 높지 않았고 네 기둥 외에는 사방이 뚫려있는데다가 다른 사람이 통과하지 못하도록 막는 결계도 없었기에 크리스탈을 올리는데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바람의 신이신 윈프리드 님. 당신의 사자가...”


나는 급한 마음에 예의고 뭐고 차릴 생각도 하지 못하고 한 손에 책을 든 채로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짜-악!


그때, 사람들 사이를 찢고 퍼져나가는 날카로운 소리가 울렸다.


“어...”


사람들 사이에 숨을 삼키는 것인지 뱉는 것인지 모를 소리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왔고, 낮은 비명소리가 울린 것 같았다.


나 역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펼쳐진 그 장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무려, 스텔라가 아직도 무릎을 꿇고 있는 디트리히 왕의 뺨을 세차게 때려버린 것이다.


얼마나 강하게 쳤는지 그의 뺨은 이미 붉게 물들었고, 조금 부어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입안이 터지지는 않았는지 피를 흘리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아니, 이미 결투로 너덜너덜한 그의 상태로는 그런 사소한 차이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지 모른다.


“지금까지 당신이 무슨 짓을 해왔는지 알고 있습니까! 눈을 뜨고 현실을 보십시오!”


스텔라는 왕에게 소리쳤다.


그 상냥하고 아름다운 소리가 이렇게 강하게 마음을 울릴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힘이 있는 목소리였다.


패기는 좋다. 그야말로 반란군이라 불릴 정도의 패기.


문제는...


그 패기가 펼쳐진 곳이 하필이면 이곳, 많은 사람이 모인 결투장이라는 점이었다.


왕은 한껏 커진 눈으로 부어오른 자신의 뺨에 손을 얹었다. 자비가 없이 강한 손찌검 하나와 한마디 말이 그를 충격속으로 빠트린 것 같았다.


‘...이거 안 좋은데...’


안그래도 조용하던 장소가 얼어붙은 듯 냉기가 떨어져 내렸다.


나라의 왕이 모두가 보는 앞에서 패배한 것도 모자라, 심하게 뺨을 맞았다.


일생일대의 사건이다.


왕의 기사들은 이미 검을 반쯤 빼놓고 그의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었으며, 만약 왕의 명령이 없다해도 금방이라도 튀어나갈 것처럼 흉흉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모인 사람들은 그자리에 붙은 듯이 꼼짝도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아마 조금만 움직여도 검이 날아들 것만같은 살벌한 분위기에 압도당해 한발짝도 떼지 못하는 것뿐일 것이다.


엘론도 심각한 분위기를 느낀 것인지 자신의 검에 손을 얹으며 주위를 경계하고 있었다.


화륵!


“....!”


갑자기 눈앞에 반짝인 불꽃에 놀라 비명을 지를 뻔했다. 하지만 간신히 두손으로 입을 막아 큰소리만은 피할 수 있었다.


잠시 반짝이고 사라진 불꽃은 나를 공격하거나 위협할 목적으로 나타난 것은 아니었다. 그저 나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는 것 같았다.


“클로이 님, 그 불꽃은...”


“분명 폴이야.”


나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제단을 바라보았다.


아직 제단 위의 크리스탈을 알아차린 사람은 없었다.


‘...어디까지 했더라?’


기억을 더듬어도 눈앞에 펼쳐진 사건 때문에 어디까지 읊었는지 조금도 떠오르지 않았다.


‘처음부터 하지 뭐.’


“바람의 신이신 윈프리드 님....!”


“리안!! 리안은 어디에 있느냐!”


그리고 곧, 디트리히 왕의 분노가 담긴 말에 내 기도소리는 묻히고 말았다.


“......”


리안이라면 이제 이 세상에 없다.


이런 중요한 순간에 그를 부르다니. 평소에도 궁지에 몰리면 왕궁 마법사 리안이 나타나 곤란한 상황을 모두 해결해줬던 건가?


다시 기도에 집중하려던 순간,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왕궁 마법사다..!”


“리안 님이 나오셨어.”


“...!”


왕의 부름에 리안이 결투장 아래에서 사람들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옅은 금발머리에 하늘빛 눈동자.


그건 분명 왕궁 마법사 리안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부르셨습니까, 폐하.”


그보다 한톤 낮은 목소리와 아래에 걸쳐 입은 검은 로브를 보고 나는 그가 리안이 아님을 확신했다.


‘...예언자인가?!’


하긴 리안은 마지막에 머리가 잿빛으로 변해버리지 않았던가.


그는 조용히 자신의 왕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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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 -에필로그 +1 21.04.27 99 5 15쪽
215 215. 계약 종료 +1 21.04.27 85 4 16쪽
214 214. 마지막 축복 21.04.26 57 2 14쪽
» 213. 물의 성소 21.04.26 61 3 12쪽
212 212. 싸움의 끝 21.04.25 53 3 13쪽
211 211. 위기 21.04.25 54 3 14쪽
210 210. 접전 21.04.24 56 3 13쪽
209 209. 반격 21.04.24 53 2 12쪽
208 208. 왕궁 마법사 리안 21.04.23 54 2 13쪽
207 207. 결투 장소 21.04.23 57 3 12쪽
206 206. 예언자의 이야기 21.04.22 56 3 13쪽
205 205. 습격의 이유 21.04.22 57 3 11쪽
204 204. 훈련의 성과 21.04.21 57 2 12쪽
203 203. 다시 훈련 21.04.21 58 2 12쪽
202 202. 스승의 조언 21.04.20 59 3 12쪽
201 201. 예언자의 정체 21.04.20 57 2 12쪽
200 200. 책의 사용법 21.04.19 59 2 12쪽
199 199. 회오리 바람 21.04.19 56 3 12쪽
198 198. 약혼자 21.04.18 62 2 12쪽
197 197. 불길함 21.04.18 56 2 13쪽
196 196. 숲 21.04.17 53 2 12쪽
195 195. 협력의 형태 21.04.17 54 1 12쪽
194 194. 운명 21.04.16 53 1 11쪽
193 193. 안전한 길 21.04.16 62 1 11쪽
192 192. 예언자 21.04.15 54 1 12쪽
191 191. 수도로 가는 길 21.04.15 53 3 13쪽
190 190. 재정비 21.04.14 53 2 12쪽
189 189. 독약의 효능 21.04.14 53 2 12쪽
188 188. 예언 21.04.13 55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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