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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사자, 계약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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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엔키유
작품등록일 :
2020.12.10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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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2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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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05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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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00. 후버의 축복

DUMMY

크리스탈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바람은 제단 주위를 아름답게 물들이며 우리에게로 다가오고 있었다.


축복이 내려지는 모습은 이미 익숙해졌다해도 신비로운 광경인 것에는 변함이 없었다. 이미 죽은 나무에는 생기가 돌고 있었고, 시들시들했던 풀에서는 아름다운 꽃이 피어났다.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생각에 잠겼다.


다른 나라에 축복을 전해달라던 임무 중에 한곳은 이제 완료했다. 남은 곳은 두 나라.


이정도로만 계속한다면, 생각보다 빠르게 일을 끝마칠수도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문제는, 오스왈드가 이 일을 달갑지 않게 여기고 있었다는 부분이었다. 그는 ‘신의 힘’ 없이 나라를 이끌어 왔고 앞으로도 그러기를 원했다. 한때의 변덕같은 바람의 신의 축복은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었다.


그런 그의 의견을 무시한 채로 이렇게 일을 진행시켜도 됐는지, 나는 그 부분이 염려스러웠다.


그리고 바람이 불어와 우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그때,


“좋아. 이정도면 괜찮겠지.”


폴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고 보니 그도 오스왈드처럼 이 일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자~!”


폴은 마치 바람을 잡으려는 듯이 팔을 뻗어 휘둘렀다. 그리고 놀랍게도 정말 폴의 손에 잡히기라도 한 것처럼 지나치던 바람은 그대로 멈춰 서버렸다. 아무리 그가 불의 신의 환생이라해도, 바람의 신의 축복이 담긴 바람을 저렇게 쉽게 붙잡아 둘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폴?”


하지만,


도대체 왜 그런 일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렇게~”


그렇게 말하며 폴을 팔을 높이 들어 휘휘 저었다. 그 움직임에 따르듯이 멈춰 서 있던 바람들은 서서히 우리의 주위를 에워싸며 돌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천천히 돌던 바람은, 팔의 움직임이 빨라짐에 따라 마치 그 속도에 맞추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점점 빠르게 움직였다.


“꺄악?”


“으앗?!”


한곳을 강하게 빙빙 도는 바람은 마침내 회오리 바람의 형태를 띠게 되었고, 나는 더 이상 그곳에 서 있을 자신이 없었다. 이렇게 서 있으니 마치 세번째 성소의 시련 속에 서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그때도 이런 바람 폭풍 속에서 앞으로 나아가지도 못한 채로 서 있지 않았던가.


아, 하지만 그때는 바로 곁에 엘론이 서 있었기에 이정도로 큰 영향은 없었다. 지금은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엘론은 움직이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으나 좀처럼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모양이었다.


그때도 그는 이런 바람 속에서 그렇게 오래 버티고 서 있었던 것일까?



휘이잉!


이대로 가다가는 이 바람에 휩쓸려 날아가 버리고 말 것만 같았다. 실제로 내 발이 잠깐 공중에 떠 올랐었던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 오싹하기도 했다.


어느쪽이든 목숨이 위험하게 된다면 지금은 그에게 따져 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마음을 다잡고 그의 이름을 부르려고 했을 때였다.


“핫!”


폴은 손을 그것을 던지듯이 하늘을 향해 빠르게 손을 뻗었다.


슈우웅!


그의 손길을따라 바람은 하늘로 높이 솟구쳐 올랐고, 머리카락이 하늘로 뻗어 올라가는 느낌에 온몸에 피가 식는 느낌이 들었다. 재빨리 솟구친 머리를 부여잡고 그대로 주저 앉았다.


쾅!!


“?!”


“이게 무슨...”


다행히 내 두 다리를 땅에 달라붙어 있었다.


그대로 바람과 함께 하늘로 날아가버리고 말거라고 생각했으나, 폴이 무언가 예방책을 준비했던 것인지, 그렇게 강한 바람이 한번에 몰려갔는데도 불구하고 머리카락만 심하게 요동쳤을 뿐으로 다리는 멀쩡히 땅 위에 붙어 있던 것이다.


그걸 확인하니, 또다른 중요한 부분에 눈을 돌릴 수 있었다.


“방금의 폭발소리는...”


나는 주저앉은 채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방금까지 우리의 주위를 강하게 에워싸던 바람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어...어??”


나는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다. 하늘은 여전히 푸르고 맑고 화창하기만 했다.


“윈프리드 님의 바람이...”


엘론의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그건 그냥 바람이 아니다. 바람의 신의 축복이 깃든 바람이다.


나는 폴을 바라보았다. 그는 여전히 미소지으며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 자신이 얼마나 큰 일을 했는지 모르고 있는 건가?


“폴 이건 도대체...어?”


우리들의 사이로 작은 눈송이가 흩날렸다. 이런 무더운 날씨에 눈이 올 수가 있는 건가?


손을 뻗어 살짝 그 눈송이를 받았다. 눈은 전혀 차갑지도 않았고 닿아도 녹지 않고 내 손 위에 가만히 놓여져 있었다.


그건 눈이 아니었다. 너무나도 작은 하얀 꽃이었다.


은은한 향기까지 풍기는 그 꽃은 하늘에서 유유히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나는 성소로 데려다 주겠다고만 했지, 축복을 허가한다고 말한 기억은 없는데?

게다가 오스왈드도 반대하지 않았어?”


“...반대까지는 아니었는데...”


“내키지 않아 하시긴 했죠.”


정신을 차리고 가까이 다가온 엘론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일어설 수 있었다. 다리에 힘이 안들어갔던 것은 그저 잠깐 놀랐기 때문이었던 모양이었다.


놀라긴 했으나, 이미 벌어진 일.


이걸 어떻게 수습해야하는지가 지금 가장 중요한 문제였다.


나는 제단을 바라봤다. 다행히 그 바람 속에서도 크리스탈은 그 자리에 가만히 놓여있었다.


“휴...”


바닥에 있던 상자를 들어 조심스럽게 크리스탈을 넣었다. 지금 상황이야 어쨌든, 크리스탈을 잘 챙기는 것도 중요한 일 중 하나였다.


“그래, 그래. 내켜하지 않았겠지. 그런 녀석이니까!”


폴은 가슴을 펴고 자랑스러운 듯이 말하고 있었다. 사고를 친 이후라고 하는데도 그는 여전히 밝고 자신감이 넘쳤다.


“그것보다...이거 이제 어떡해요...내 임무...”


그야말로 돈이 걸려있는 내 임무.


나는 원망스러운 눈길로 폴을 흘겨보았다. 그는 내 눈빛을 보고도 더욱 깊은 미소를 지어보이고 있었다.


“축복? 이미 축복은 내렸잖아?

주위를 봐. 이정도면 되지 않을까?”


우리의 주위, 정확히는 제단의 주변은 생기넘치는 자연과 꽃으로 둘러싸여 있었던 것이다. 방금 전의 축복이 스쳐 지나간 유일한 흔적이었다.


“이걸로...”


“충분해~ 넌 임무를 해결했고!

난 골칫거리를 해결했고~. 최고의 결말이 아닐까?”


“하지만 윈프리드 님께서도 그걸로 납득해 주실지 모르겠습니다.”


엘론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그거였다. 바람의 신이 이걸로 납득을 해주는가. 납득해주지 않는다면 실패가 되는 것이고, 그는 상관없을지라도 나에게는 10배의 배상금이 걸려있는 중요한 사안이었다.


“음? 충분하지. 그래, 만약 윈프리드가 납득해주지 않는다고 한다면...


그땐 말해주도록해. ‘불의 신에게 제대로 확인해보자.’라고.”


“화...확인이요?”


“그래~ 내가 증인이 돼준다고 하면 괜찮을 거야.”


나는 잠시 고민했다.


어차피 불의 신의 눈치를 보느라 내린 후버의 축복이다. 제대로 내렸든 아니든, 어차피 그가 축복을 내려줬다고 인정해준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았다.


불안하긴 했지만, 여긴 그의 말을 믿는 수밖에 없었다.


“아...알았어요. 그런데 왜 폴은 이 나라에 축복이 전해지는 걸 반대하는 거예요?”


“축복에 의지하는 건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거든~

한번 축복의 편리함을 맛본 사람들은 그것에 중독되어 버릴지도 몰라. 게다가 그게 다른 나라 신의 힘?

자칫잘못했다가는 축복을 받기 위해 레이엔에 종속되어 버릴 수도 있어.

더 나아가서는 전쟁이 벌어질지도 모르는 일이고 말이야~”


오스왈드가 꺼려했던 것도 저런 부분이었던 걸까? 그럴 목적은 전혀없었기 때문에 생각조차 해본적이 없는 부분이었다.


정치에 관한 것은 어려워서 생각하고 싶지 않았는데, 문제가 생겨버렸다.


앞으로 남은 두 나라도 저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을리가 없다.


아니, 어쩌면 저런걸 생각하지 않은 것은 나뿐인지도 모른다. 교단측은 그걸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다른 핑계를 대며 몰래 축복을 전하러 왔던 건 아닐까?


하지만 그들에게 정치적 계산이 들어갔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도 그저 바람의 신의 변덕에 허둥지둥거리며 곤란을 겪고 있을 뿐.


“아, 그럼 이제 다끝났으니까 저건 필요없지?”


폴이 가리키고 있는 것은 제단이었다.


‘확실히 나는 이제 필요 없긴 한데...’


“그야 그렇죠...왜요?”


“내가 가져가려고.”


그 말에는 울컥하고 가슴이 시려왔다. 역시 그는 쓸쓸히 방치된 그 제단을 신경쓰고 있는게 아닌가!


“...성소에 두지 않아도 되겠습니까?”


“이런 곳이 성소라고 부를 수 있을까? 게다가 이건 말인지...”


폴은 제단 가까이 다가가 그 표면을 탁탁치며 말했다.


그는 즐거운 듯이 미소짓고 있었고, 마치 어린아이같은 천진함으로 빛나고 있었다.


“정말 희귀한 금속이야! 지금은 절대 구할 수 없는, 고대의...신화 시대의 유물이라고!

이런걸로 제단따위를 만들다니!

아니, 아니지. 그렇기 때문에 지금 내 손에 들어 온 건가?”


“...네?”


폴의 음성은 마치 노래라도 부르는 것만 같았다. 그만큼 그는 지금 기분이 고양되어 보였다. 그럼 설마,


그가 지금까지 가만히 제단을 보고 있었던 모습이라든지, 쓸쓸히 제단을 손으로 쓸었던 모습은 황폐해진 제단을 보며 울적해 했던 것이 아니라, 그저 저 희귀하다는 광석에 집중하고 있었던건 아니겠지?


설마.


“처음부터...그게 그 희귀한 광석인걸 알고 있었어요?”


“음~ 나도 처음엔 몰랐는데 말이야~ 계속 보고 있으니 맞는 거 같더라고~ 그리고 손으로 만져보고 확신했지! 하하!”


역시.


역시 예상대로 그는 그저 희귀한 광석임을 확인하는 것 뿐이었다!


‘내 걱정 돌려줘!’


그동안 그를 보며 가슴아파하고 걱정했던 마음을 돌려받고 싶은 심정이다.


“크큭...이제 나도 필요없지? 그럼, 다음에 보자고~”


그 말을 끝으로 폴의 모습은 사라져 버렸다. 작별인사 한번 할 틈도 주지 않고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의 옆에 있던 제단 역시 사라져 버렸다.


자신은 그저 대장장이 일뿐이라더니. 이럴때는 능력을 마음껏 사용해버려도 되는 건가?!


“한가지 문제가 있네요.”


“문제?”


“어디로 가야하는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아!!”


엘론의 말대로였다. 우리가 여기로 온것도 순전히 그의 안내였고, 돌아가는 것도 그의 안내로 돌아가리라 판단했기에 주위를 눈여겨보지 않고 무작정 따라왔을 뿐이었다.


여기가 어디쯤인지 전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폴! 가려면 길 안내정도는...?!”


그렇게 외치며 고개를 돌렸을 때,


눈 앞에 펼쳐진 것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었다.


넓은 길과 호화스러운 저택, 길을 걷고 있는 많은 사람들과 그 사이를 유유히 지나가는 화려한 마차.


그리고 우리 뒤에는 화려하고 웅장한 느낌을 주는 왕성.


우리는 어느새 성의 입구에 서 있었다.


작가의말

드디어 100화! 읽어주시는 분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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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120. 로즈마리(3) 21.02.23 71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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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116. 본거지(2) 21.02.20 74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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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111. 술 대결(1) 21.02.15 78 2 11쪽
110 110. 주점 21.02.14 72 2 12쪽
109 109. 소매치기 21.02.13 76 2 11쪽
108 108. 대지의 왕국 21.02.12 74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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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105. 배웅 21.02.09 72 2 11쪽
104 104. 준비시간 21.02.08 78 2 11쪽
103 103. 오스왈드의 부탁 21.02.07 74 2 11쪽
102 102. 빚 21.02.06 73 2 11쪽
101 101. 그 이후 21.02.06 72 2 11쪽
» 100. 후버의 축복 21.02.05 74 2 11쪽
99 99. 불의 성소 21.02.04 69 2 11쪽
98 98. 불의 성소로(3) 21.02.03 75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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