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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사자, 계약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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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엔키유
작품등록일 :
2020.12.10 11:29
최근연재일 :
2021.04.27 21:00
연재수 :
2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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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26,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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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06 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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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102. 빚

DUMMY

“...우리를 구하러?”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혹시나하는 마음으로 그에게 물었다.


가능성은 매우 낮았지만 혹시, 어쩌면 그런 생각을 조금은 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케르빌 왕자도 처음보다는 성격이 달라졌으므로 아예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닐지도 모른다.


“흥, 오해하지 마라. 너희를 구하러 간 것이아니다.

내 개인적인 원한을 갚으러 간 것뿐이다.”


케르빌 왕자의 한마디로 내 기대는 와르르 무너지고 말았다.


‘그래. 사람이 그렇게 쉽게 변하는 게 아니지...’


큰 기대는 아니었기에 상관은 없었지만.


그의 표정에서 조금의 부끄러움을 발견했다면, 이제와서 그걸 말하는 게 낯간지럽다고 생각하는 건가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아무런 표정변화 없이, 아니 오히려 조금 짜증섞인 표정으로 말하고 있었다.


게다가 조금 분해보이기까지 하는 것을 보니, 정말 그는 단지 분한 마음을 이기지 못하고 알베르 신관을 따라나선 모양이었다.


그런 그의 말이 사실이라고 해도 한가지 의문점은 있었다.


“하지만 그때, 붕대를 감고 있었잖아요?”


그때, 내가 막 눈을 떴을 때, 병실 안에 있던 왕자는 옷 안쪽에 붕대를 감고 있었다.


왕자가 화려한 옷을 입고 있지 않았던 것도, 붕대를 감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도 처음이었기에 그 기억은 확실하게 뇌리에 박혀 있었다.


“뭐?!”


케르빌 왕자는 잠시 말이 없었다.


설마 내가 그런것까지 봤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모양이다. 그리고 멈췄던 그는 빠르게 눈을 좌우로 굴리고 있었다.


그는 아마 무의식 중으로 하는 일이겠지만, 이건 무언가 변명거리를 찾고 있는 사람이 자주 하던 모습이었다.


자신의 말이 사실이라면, 있는 그대로 말하면 되는 게 아닌가?


“지금 내 이야기를 할 땐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란 말이다!”


케르빌 왕자는 마땅한 변명거리를 찾지 못했는지 갑자기 큰소리를 치기 시작했다.


“무슨 이야기 중인 거지?”


그때 큰소리에 이끌리듯이 오스왈드가 우리들 사이로 끼어들어왔다. 케르빌 왕자는 지금 우리가 한 사람을 세워두고 몰래 수근거리는 상황이라는 것을 전혀 기억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그렇게 큰소리를 내면 당연히 그가 끼어들거라고 생각하지 못한 건가?


갑자기 끼어든 오스왈드의 모습에 놀란 듯, 케르빌 왕자의 얼굴은 새파래지며 당혹감이 떠올라 있었다.


“어...그러니까...”


나는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닫아버렸다.


그의 앞에서 소근소근 그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은 어쩐지 내키지 않았고, 그가 굳이 밝히지 않은 사실을 캐묻는 것도 내키지 않았다.


나는 입을 다문 채로 고민했고, 우리들 사이로는 어색한 공기가 흐르고 있었다.



“세 번째 성소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어색한 공기가 답답해졌을 무렵, 엘론이 오스왈드의 물음에 답했다. 그답게 전혀 변명을 섞지 않은 사실만을 말하고 있었다. 그나마 오스왈드의 이야기도 했다는 점을 말하지 않은 게 다행인가?


“세 번째 성소라고?”


오랜 침묵 후에 나온 대답이라 그런지, 오스왈드는 꽤나 관심을 갖는 것 같았다. 그리고 우리가 정확히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도 궁금해하는 듯했다.


그렇다면 그에게 그때의 일은 조금 물어봐도 되는 걸까?


그때도 말을 돌렸으니, 직접적으로 묻는다면 제대로 된 대답을 들을 가능성은 낮았다. 조금은 돌려서 묻는 게 좋을지도 모른다.


“아, 그때말이에요. 알베르 신관이 우리를 구하러 왔을 때요.

저는 그때 기억이 나지 않는데... 케르빌 왕자님이 우리를 구하러 함께 오셨다고 해서요.

오스왈드 님은 보셨나요?”


그때 나는 신성력을 쓰고 그대로 기절을 하는 바람에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그리고 엘론도 심한 부상으로 쓰러졌었다. 내 기억으로는 그때 비교적 멀쩡했던 것은 오스왈드 뿐이었다.


“...그랬던가? 잘 기억나지 않는군.”


“그래요? 역시 거짓말이...”


“무례하다! 감히 나에게...!”


지금까지 잠자코 우리의 이야기를 듣던 케르빌 왕자는,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소리를 지르며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다.


한번도 눈앞에서 이런 말을 들어 본적이 없는 그가 발끈하리라는 것은 이미 예상했던 일이다.


“왕자님, 진정하십시오.”


“여긴 다른 나라의 성입니다.”


흥분한 케르빌 왕자가 소란스럽게 날뛰자, 뒤에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호위 기사들이 빠르게 다가와서 그를 제지하고 있었다. 그들의 제지에도 왕자는 분이 풀리지 않은 듯이 소리를 지르고 있었는데, “감히!”라거나 “네놈!!”이라는 소리가 간간히 귀에 박힐 뿐이었다.


나는 그가 외치는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다른 일에 정신이 팔려있었다.


오스왈드는 내 질문에 대해 ‘케르빌 왕자가 있었다.’ 혹은 ‘없었다.’를 명확하게 말하는 성격이었을 텐데. 하지만 이번에 들은 대답이 ‘기억나지 않는다.’ 라는 게 이상한 일이었다.


케르빌 왕자가 난동을 부리며 주의를 끌어주는 덕분에 내가 그걸 이상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을 오스왈드에게 들키지는 않은 모양이다.



만약 정말로 케르빌 왕자의 말대로 그때 그 마법사 녀석이 바로 도망간 것이 아니라 오스왈드와 전투를 벌인 것이라면? 그래서 피투성이가 될 정도로 상처를 입은 거라면?


케르빌 왕자는 사람들과 섞여있어도 한눈에 알아 볼 정도로 눈에 띄는 금발이니, 보통은 금세 알아 볼 것이다. 하지만 심한 상처를 입었다면, 그런걸 신경 쓸 틈도 없었겠지.


정말 왕자의 말이 사실인 건가?


“하지만 왕자님, 그때 조금 격하게 말하는 것만으로도 상처가 벌어졌잖아요? 그런 상처로 쫓아왔어요?”


이것도 이상한 부분이다. 아무리 그가 원한이 깊다하더라도 그런 상처를 입은 상태에서 움직일정도의 인물은 아니었다.


“아니 그건...”


“그건?”


케르빌 왕자는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역시 뭔가 숨기는 것이...


“...폭풍이...”


그의 입에서 간신히 들릴듯 말듯한 작은 소리가 새어나오고 있던 그때,


“아! 왕자님! 알현 시간입니다!”


케르빌 왕자의 호위 기사가 마치 지금 떠올랐다는 듯이 큰소리를 내며 그의 어깨를 붙잡고 뒤를 돌아섰다.


보통 때라면 무례하다고 소리칠 그였으나, 웬일인지 이번에는 그저 얌전히 그를 따르고 있었다.


“그렇습니다! 이번에 중요한 이야기가 있지 않으셨습니까!”


“서둘러 가야합니다!”


조금만 더 추궁하면 케르빌 왕자의 입이 열릴 것 같았으나, 그의 호위 기사들은 인상을 찌푸린 채로 부들부들 떨고 있는 왕자의 자존심을 지키려는 것인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왕자를 끌고 어딘가로 달려가버렸다.


재빠르게 도망가는 그들을 말릴 틈도 없었다.


“폭풍?”


케르빌 왕자의 입에서 나온 말 중 내가 정확하게 들은 말은 그것뿐이었다.


“그러고 보니, 알베르 신관이 그런 말을 하지 않았나?”


“네?”


“무슨 말이요?”


나와 엘론은 가만히 오스왈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는 그 한마디만으로도 떠오르는 게 있는 모양이었다.


“케르빌 왕자는 성소에 도전했다가 그 폭풍에 휩쓸려 날아갔었다고.”


“아!”


“아...”


오스왈드의 말을 듣고보니 알베르 신관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때는 주의깊게 듣지 않았던 이야기였다.


알베르 신관이 날아가는 왕자를 붙잡아줬다던가 뭐라던가.


설마 그때 폭풍에 휩쓸리는 바람에 상처가 벌어져 침대에 누워있었단 말인가? 그렇다면 자존심 강한 왕자의 입에서 쉽게 말이 나오지 않은 이유도 이해할 수있었다.


생각할수록 케르빌 왕자의 말은 묘하게 앞뒤가 들어맞았다.


내가 보기에 그는 이런저런 변명을 마련할 정도로 머리가 좋지않아보였다. 그렇다면, 그의 말이 사실이라는 건가?



“클로이, 괜찮나? 오늘은 많은 일이 있었던 모양이군. 피곤할테니 이만 쉬어라. 그리고 내일 다시 보자고.”


내가 깊은 생각에 빠져 있는 모습을 본 오스왈드는 무엇을 직감했는지, 더 이상 아무것도 묻지 않은 채로 시원스럽게 자리를 떠났다.


내일 다시보자는 말이 조금 무섭기는 했지만.




우리를 말없이 조용히 복도를 걷고 있었다.


오늘 일로 지친 것도 있었지만, 끊임없이 이어지는 생각들로 머리가 복잡하게 꼬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생각합니까?”


엘론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게 무엇에 관한 이야기인지 자세히 말하지 않아도 이미 알고있었다.


“...나는 케르빌 왕자의 말이 사실일거라고 생각해.”


“역시 그렇겠죠?”


그리고 잠시 말이 없었다.



“왜 그걸 숨기려 했을까?”


나는 그게 가장 궁금했다.


왜 그는 그 사실을 숨기려 했을까?


동료를 지키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 오히려 자랑스럽게 어깨를 펴도 좋을 일이다. 그 부분에 관해서는 그도 같은 생각일거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왜?


우리가 미안하게 생각할 것을 염려해서?


“...제 생각입니다만, 오스왈드 님은 숨기려했다기보다는...”


“그럼?”


“결국 마지막까지 녀석을 이기지 못한 것이 부끄러웠던 게 아닐까요?”


“아...”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오스왈드라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역시 같은 기사이기때문에 그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있는 건가?!


오스왈드는 결과만 놓고 보면, 우리를 지켰다는 것에 만족하고 있을 테지만 개인적인 입장으로는 그 마법사 녀석을 이기지 못했다는 것이 자존심이 상했을 수 있다.


기사와 마법사.


분야는 다르지만 적을 이기지 못한 것 자체가 그에겐 분한 일일 수 있으니.


...


하지만 내가 눈을 뜨고 난 뒤 본 오스왈드는 전혀 상처입은 모습이 아니었는데?


“아!!”


그때 머리를 스치는 생각이 하나 있었다.


“비앙카의 약!”


“네?”


“비앙카의 약은 오스왈드 님에게 쓰였던 거였어!!”


아무리 왕자와 호위 기사들에게까지 썼다해도 그 많은 양의 약이 모두 사용됐다는 것이 이상했다.


분명 신전에서 조금 사용하고 남은 양을 모두 가져갔다고 생각했는데, 오스왈드가 그정도의 상처를 입고도 내가 눈을 떴을 때쯤엔 아무렇지 않은 모습으로 서 있던 것은 비앙카의 약 대부분이 그에게 쓰였다는 것 이외엔 설명할 수 없었다.


“그러고 보니, 그 약이 모두 사용됐다는 걸 전해준 것도 오스왈드 님이었네요.”


“역시?!”


역시 그랬다.


그리고 정말 그랬다고 하면, 약은 조금도 아깝지 않았다. 오히려 그렇게 쓰였다는 게 다행일 정도다.


그에게 큰 빚을 졌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건 잊어서는 안되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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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121. 제자리 21.02.24 75 2 12쪽
120 120. 로즈마리(3) 21.02.23 71 2 11쪽
119 119. 로즈마리(2) 21.02.22 71 2 11쪽
118 118. 로즈마리(1) 21.02.21 69 2 11쪽
117 117. 본거지(3) 21.02.20 71 2 11쪽
116 116. 본거지(2) 21.02.20 74 2 11쪽
115 115. 본거지(1) 21.02.19 74 2 11쪽
114 114. 협상 +1 21.02.18 76 3 11쪽
113 113. 의외의 활약 21.02.17 75 2 11쪽
112 112. 술 대결(2) 21.02.16 69 2 11쪽
111 111. 술 대결(1) 21.02.15 78 2 11쪽
110 110. 주점 21.02.14 72 2 12쪽
109 109. 소매치기 21.02.13 76 2 11쪽
108 108. 대지의 왕국 21.02.12 74 2 11쪽
107 107. 순항 21.02.11 76 2 11쪽
106 106. 힌트 21.02.10 75 2 12쪽
105 105. 배웅 21.02.09 72 2 11쪽
104 104. 준비시간 21.02.08 78 2 11쪽
103 103. 오스왈드의 부탁 21.02.07 74 2 11쪽
» 102. 빚 21.02.06 72 2 11쪽
101 101. 그 이후 21.02.06 72 2 11쪽
100 100. 후버의 축복 21.02.05 73 2 11쪽
99 99. 불의 성소 21.02.04 68 2 11쪽
98 98. 불의 성소로(3) 21.02.03 75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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