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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사자, 계약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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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엔키유
작품등록일 :
2020.12.10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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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2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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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10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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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06. 힌트

DUMMY

나는 가만히 폴의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내 태도에 만족한 듯, 폴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일단, 신의 환생은 나머지 두 나라에도 존재한다는 것.”


그 힌트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번 폴의 이야기에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항상 환생 주기가 비슷했던 겁니까?”


그저 다음 힌트를 기다리던 나와는 달리, 엘론은 조심스럽게 자신의 의문을 입에 대었다. 엘론의 말을 듣고 보니 그것도 이상하긴 했다.


세 명의 신들이 한번에 소멸을 했기 때문에, 같은 시간대로 환생한 걸까?


“아~ 그거 말이야? 이전의 생에서는 함께 태어난 적도 있고, 각자 다르게 태어난 적도 있었을 거야.

인간으로서의 삶은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한건 기억하지?

그렇기때문에 이번엔 맞춰졌다고 생각해.”


자세한 이유는 폴도 알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그는 한 손으로 뒷머리를 긁적이며 살짝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결국은 세 명이 동시에 부활하기 위해 이번 생이 맞춰졌다는 뜻인가.


“다음 힌트는요?”


“신의 환생자는 성소의 위치를 알고 있다는 것.”


이 대답에는 조금 실망했다.


앞서 이야기했던 힌트와 지금 말했던 힌트 모두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이야기였다.


내가 크게 실망했다는 것을 느낀 것인지, 그는 이번에는 뜸들이지 않고 바로 다음으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만약 성소를 먼저 발견해도 축복을 받기전에 반드시 환생자를 찾을 것.”


“그건 왜요?”


나는 그 말에 의아함을 느꼈다.


성소를 먼저 찾게 된다면 굳이 환생자를 찾을 필요는 없어보였다. 이미 성소의 위치를 아는 시점에서 찾을 이유가 있을까?


내 말을 들은 폴의 입가에 깊은 미소가 서렸다.


“너희가 하려는 행위는 그 나라의 신에게는 매우 실례되는 일이야.

내 나라를 마음대로 헤집겠다는데, 좋아하는 녀석이 있을까?”


그의 말대로, 마음대로 축복을 전달한다는 것 자체는 실례되는 일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들었다.


‘마음대로’라는 부분이 문제겠지.


하지만 그걸 헤집는다고 표현하는 게 맞는 건가?


“인사는 잘 해둬서 나쁠 게 없어. 허락을 받는다면 더더욱 좋은 법이지.”


“그러니까, 제일 먼저 환생자를 찾아서 허락을 받은 뒤에, 성소를 찾는 게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라는 겁니까?”


수많은 의문에 둘러싸인 나와는 달리, 엘론은 폴의 말을 이해하는 것인지 새겨듣고 있는 눈치였다.


역시 교단의 기사는 다른 것인가?


“그래. 이번에는 운좋게 제대로 된 방법을 했다고 해야겠지.”


“하지만 그 환생자를 찾는 게 쉽진 않잖아요?”


문제는 그거였다.


신의 환생자를 먼저 찾는 방법을 택한다해도 그 많은 사람들 중에 어느 사람이 환생자인지 우리의 눈으로는 구별할 수 없었다.


폴의 말대로 이번에는 정말 운이 너무 좋았던 거다.


그야말로 우연의 연속으로 얻은 행운.


만약 그때 그 마법사 녀석의 습격이 없었다면 폴을 만난 이후라해도 그가 신의 환생이라는 것을 알 수 없었을 테니까.


“그래, 쉽진 않지. 그래 더 좋은 힌트가 있다는 사실!”


폴은 자랑스럽게 어깨를 펴면서 말했다.


그렇게 감질나게 짤막 짤막 말하지 말고 한꺼번에 시원스럽게 말해줬으면 좋겠다.


“신은 언제나 왕족의 곁에 있어.”


“왕족의 곁...입니까?”


“언제나?”


우리의 물음에 그는 느긋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지금까지의 모든 환생의 순간마다 언제나 우리는 왕족의 곁에 있었어. 바로 곁이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연결점은 있어.

지금 나와 오스왈드처럼 말이지.”


그렇게 말하는 그는 지금까지 한번도 보지 못했던 온화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보통 때의 폴은 그저 장난을 좋아하는 대장장이로 우리에게 다가왔다면, 온화한 표정의 그는 어딘가 모르게 신성한 느낌을 주었다.


눈으로 보고 있어도 되는 건지 의심스러웠고, 손으로 만져서는 안될 것 같았다. 그에게 닿는 것만으로도 신성모독의 죄를 짓는 것 같았다.


그 느낌은 처음으로 바람의 신의 석상을 봤던 그때의 느낌과 흡사했다.


그리고 나는 한가지를 깨달았다.


나,


신앙심이 없는 건 아닌 것 같은데?!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것과 비슷하려나?”


그런 내 상태를 전혀 깨닫지 못한 것인지, 폴은 천연덕스럽게 말을 잇고 있었다.


지금에와서 보이는 그 표정으로 그는 인간인 대장장이 폴로 되돌아 왔다. 그제야 나는 그가 한 말을 다시 떠올릴 수 있었다.


‘모든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것과 비슷하다라...’


확실히 그는 오스왈드와는 친구같은 막연한 사이였고, 그의 정체를 알리가 없는 테오도르의 불손한 태도에도 사랑스러운 아이를 바라보는 느낌이었다.


...


물론 그만큼 장난을 치며 괴롭히기도 했는데...



“모든 인간이 신의 자식이지 않습니까?”


과연 그건, 교단의 관계자가 할만한 말이었다.


모든 인간이 신의 앞에서 평등하지 않다는 사실은, 교단의 기사인 엘론에게는 꽤나 충격적인 말일 것이다.


신앙심이 적은 평범한 인간인 나는 별 타격이 없는...


...


아니, 잠깐.


생각해보니, 나는 이미 신의 편애를 받는 ‘신의 사자’가 아니던가...?



“음, ‘특별한 자식’이라고 해둘게.”


한참을 고민하던 폴의 대답은 그것이었다.


그는 답을 어물쩍 넘기려는 듯이, 곤란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하지만 그 말로 조금의 확신이 머리를 스쳤다. 결국 왕족이 특별하다는 것은 사실인 것이다.


생각해보면, 신의 총애자는 언제나 왕족에게서 나왔다. 그렇다면 떠돌던 소문들이 사실이었다는 건가?


“혹시...왕족이 신의 피를 이었다는 게 사실이에요?!”


이미 유명한 소문이었다.


왕족은 신의 피를 이었다. 라든가, 신이 첫 번째로 만든 인간이다. 라든가 하는 소문.


“그건...”


폴은 이번에도 곤란하다는 듯이 쓴웃음을 지으며 침묵했다.


그가 우리의 물음에 모두 답해 줄 의무는 없었다. 그는 그저 호의를 베풀어 우리에게 힌트를 주려고 하고 있을 뿐이니까.


이미 그가 준 힌트만으로 우리의 조사범위는 상당히 좁아져 있었다.



마음을 결정하려는 듯 폴은 가만히 눈을 감았다.


따지고 보면 그렇게 중요한 문제는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묘하게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고, 신화 시대의 비밀을 한 꺼풀 벗기는 것 같은 마음에 두근두근 거리고 있었다.


잠시 그렇게 눈을 감고 있던 폴이 슬며시 눈을 뜨고는 우리를 바라보았다.


그의 표정에는 환한 미소가 걸려있었다.


“비밀로 해둘게.

신화는 언제나 신비로워야 하니까.”


결정된 그의 대답에는 맥이 빠졌다.


웃는 표정이 불길하다고는 느꼈지만, 정말 이렇게 얼렁뚱땅 넘길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역시 그 대답은 조금 이상하지 않나.


맞다는 것도 아니고 아니라는 것도 아니다. 부정도 긍정도 아니다.


이상하게도, 나는 그 말은 긍정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가 이런식으로 은근슬쩍 덮어버리는 것은 밝히기에는 꺼림직하다는 뜻일 테고, 사실이 아니라면 꺼림직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


진실은 오직 그들만이 알겠지만.


-땅! 땅! 땅!


그때, 배에서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시간이 됐다.


궁금한 것은 많았으나, 더 이상은 자세한 이야기를 할 시간이 없었다.


“아, 출항시간이 가까워졌나봐. 가야겠네.”


폴은 이미 하려던 이야기는 모두 끝마쳤기에, 후련한 것인지 앞서서 배로 향하고 있었다. 제대로 배웅을 해주려는 모양이었다.


“우리도 가죠.”


나와 엘론은 그 뒤를 천천히 따라갔다.


“이야기는 끝났나?”


“대충은~”


자리를 피해주었던 오스왈드도 종소리를 듣고 우리를 배웅하기 위해 나와 있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눈은 폴의 얼굴에 머물러 있었다. 오스왈드를 보는 그의 눈은 대단히 온화했다.


역시 내 예상이 맞는 게 아닐까?


“뭐, 너희라면 다일에 가서도 잘 할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항상 조심하도록 해.”


“네, 감사합니다.”


“그리고...”


말을 잠시 멈춘 오스왈드는 우리를 마주보고 짓궂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렇게 보면, 그도 제법 폴과 닮은 구석이 있어 보였다.


“너희는 내가 보내는 사람이나 다름없다. 만약 그곳에서 섭섭하게 대접한다면 ‘우리’에게 말해도 좋다.”


“네!”


말한 이후가 걱정되는 부분이었지만, 그 말만으로도 충분히 든든했다.


마치 등뒤에 튼튼하고 거대한 버팀목이 나를 지지해 주고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오스왈드는 언제나 그랬다. 언제나 나와 엘론에게는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그리고...


정말 우리가 결혼식에 가도 되나요?”


그리고 나는 마지막으로 이것을 확인해보았다. 물론 그가 그저 입발림 소리를 하는 성격이 아니라는 것은 안다.


하지만 정말, 그저 몰락 귀족인 나와 교단의 기사인 엘론이 왕족들의 결혼식에 가도 괜찮은 걸까?


내 말을 들은 오스왈드는 피식-하고 웃고 있었다.


“초대장을 보낸다고 하지 않았나? 뭐야, 설마 내 초대를 무시하려는 건가?”


“와우~ 왕족의 초대를 무시해? 의외로 대담한데?”


이번에는 폴이 옆에서 거들고 있었다.


폴은 놀랍다는 듯이 몸을 뒤로 빼며 양손을 높이 들어보이고 있었으나, 그건 그저 과장된 몸짓일 뿐.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는 건 알고 있었다.


“아...아니요...”


“큭...큭큭...”


그 증거로 폴은 언제 놀랐냐는 듯이 지금은 숨죽여 웃고 있지 않은가!


“결혼식에도 오고, 그 뒤로도 방문해도 좋다.

아, 하지만 그때는 다일로 와야겠군. 어쨌든 너희는 내 손님이니까 언제든 올 수 있다는 걸 기억해라.”


내게는 그의 인장이 담긴 물건이 있었다.


그건, 지금뿐만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었던 걸까.


“게다가 너희는 이미, 결계 밖을 겁낼 때의 너희가 아니지 않나?

두 사람을 얽매는 것은 없다. 언제든지, 어디든지 갈 수 있겠지?”


오스왈드는 우리를 격려하고 있었다.


그리고 확실히 그의 말대로, 우리는 이제 이곳이 결계 밖이라고 두려워하고 있지 않았다. 어느새 그렇게 된 거지?


언제부터 그렇게 된 건지는 알 수 없었다.


두렵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전처럼 마냥 겁먹고 움직이기 어려워하지도 않았다.


무섭지만 갈 수 있다.


“크흠...저, 오스왈드 전하.”


그리고 우리의 뒤에서 말거는 것조차 두렵다는 듯이 너무나도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아, 출항시간인가? 그럼 엘론, 클로이. 잘 부탁한다.”


“네! 오스왈드 님도 건강하세요!”


“맡기신 일은 확실하게 해내겠습니다.”


우리는 오스왈드에게 감사를 담아 허리를 깊게 숙여 인사를 했다.


이곳에서의 일은 그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너희가 무사히 다일에 도착할 수 있기를 기도할게.”


폴의 진지한 음성도 들렸다.


기도를 해준다니.


그가 기도를 해준다면 분명 괜찮을 것이다.


폴에게는...


주위의 눈이 보고 있었기에, 허리숙여 인사하는 것은 할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해보이자, 그도 밝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받아 주었다. 역시 지금은 대장장이 폴인가.



우리를 배에 오른 후에도 그들을 보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지난번의 이별 때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이것으로 영원한 이별도 아니었고, 오스왈드의 말처럼 언제든지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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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109. 소매치기 21.02.13 77 2 11쪽
108 108. 대지의 왕국 21.02.12 74 2 11쪽
107 107. 순항 21.02.11 76 2 11쪽
» 106. 힌트 21.02.10 76 2 12쪽
105 105. 배웅 21.02.09 72 2 11쪽
104 104. 준비시간 21.02.08 79 2 11쪽
103 103. 오스왈드의 부탁 21.02.07 75 2 11쪽
102 102. 빚 21.02.06 73 2 11쪽
101 101. 그 이후 21.02.06 73 2 11쪽
100 100. 후버의 축복 21.02.05 74 2 11쪽
99 99. 불의 성소 21.02.04 69 2 11쪽
98 98. 불의 성소로(3) 21.02.03 75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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