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신의 사자, 계약직입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엔키유
작품등록일 :
2020.12.10 11:29
최근연재일 :
2021.04.27 21:00
연재수 :
216 회
조회수 :
21,475
추천수 :
478
글자수 :
1,126,569

작성
21.02.13 00:05
조회
76
추천
2
글자
11쪽

109. 소매치기

DUMMY

내 머릿속에는 수많은 생각이 떠올랐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건 이런일이 벌어지도록 내버려뒀다는 후회와 조심하지 않았다는 죄책감이었다.


쉴새없이 떠드는 내 머릿속 생각들과는 다르게 주위는 고요하기만했다.



“......”


“......”


옆에 서 있던 두 기사, 엘론과 베르첼은 가만히 내 가방의 찢어진 자국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도 지금 무슨일이 벌어진 것인지 사태를 파악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모두들 말이 없었다. 그들의 표정도 나와 비슷했다. 알 수 없는 후회와 죄책감이 비쳐져 있었다.


설마 이렇게 간단하게 소매치기를 당할 줄이야.



문제도 있었다.


범인이 누군지 짐작은 갔으나, 찾을 수가 없다는 게 문제였다.


그 여자가 어디에 사는 누군지, 어느 나라 출신인지 어디로 향했는지에 대해 아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잠시 스쳤고, 약간의 말을 나눈것이 전부였다.


얼굴을 보면 바로 기억이 나겠지만 어떻게 생겼는지 설명하라고 한다면 쉽게 설명하기도 어려웠다.


그저,


어깨를 넘는 갈색 머리에 눈동자 역시 짙은 갈색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대단히 아름다운 미인이라는 인상.


그것만으로는 찾을 수 없는 게 뻔했다.


“음...클로이 님,”


물끄러미 가방을 바라보던 엘론이 무언가 말을 꺼내던 그때,


팔랑팔랑


가방에서 작은 종이가 나풀거리며 바닥으로 떨어져 내려갔다.


“...어? 뭐지..”


종이를 넣은 기억은 없었다. 특히 이런 작은 쪽지같은 종이는 전혀 기억에 없는 물건이었다.


바닥에 떨어진 종이는 가볍게 떠오르더니 자리를 옮겼다.


바람에 날아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재빨리 허리를 숙여 그 종이를 주웠다. 그리고 종이를 바로 펼쳐보았다.


“...!”


손끝이 떨려왔다.


“클로이 님? 뭐가 적혀있나요?”


“무슨 메모입니까?”


내 모습이 심상치않다고 느낀 것인지 두 기사가 그 쪽지를 들여다봐왔다.



‘귀하의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로즈마리’


“......”


“......”


“......”


그리고 모두 침묵했다.


아니, 침묵하고 있는 게 아니다. 벙쪄있었다. 그만큼 황당한 내용이었다.


잠시 부딪히고 멈춰 서서 이야기를 했던 그 짧은 시간동안, 그녀는 보석만 훔쳐간게 아니었다.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듯이 이런 쪽지를 끼워넣기까지 했던 것이다.


놀라울정도로 신속하고도 정확한 솜씨였다.


눈앞에 있다면 박수라도 쳐주고 싶은 심정이다.


“이런 증거를 남겼다는 것은...

대단히 자신이 넘치는 사람이라는 뜻인 것 같네요.”


“그렇겠지...”


나는 엘론의 말에 동의했다.


어지간한 자신감이 아니고서야, 이렇게 쪽지를 남길리가 없었다. 게다가 이것은 우리를 향한 조롱이었다. 잡을 수 있다면 잡아봐라. 작은 쪽지에는 그런 조롱이 담겨있었다.


손에 저절로 힘이 들어갔다.


힘이 들어간 자리 그대로 점점 주름이 지기 시작하다가, 쪽지의 가장자리가 심하게 일그러지며 구져버렸다.


“이봐, 잠깐 기다려라.”


머릿속 한구석에 잊혀져 있었던 케르빌 왕자의 목소리였다.


의외로 그는 우리의 바로 옆에 와서 가만히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차에 오르려고 했을 때, 이쪽의 소란을 들었던 건가.


하지만 우리 일에 이렇게 신경을 쓰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기에 나는 당황스런 눈으로 그를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보석이라도 없어진 모양이지?”


나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실을 알고도 표정 변화가 없는 그의 의도를 알 수가 없었다.


“흥, 하지만 크리스탈은 무사한 모양이군.”


케르빌 왕자는 내 손에 있는 작은 상자를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레이엔 수도에서의 의식덕분인지, 그는 이 상자가 의식에 필요한 크리스탈이 들어 있는 상자라는 것을 금방 알아봤다.


나는 이번에도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사람을 깔보는 듯한 그의 얼굴에서 한쪽 입꼬리만 살짝 올라가는 게 보였다. 그 모습을 보니 정말, 우리나라의 하나밖에 없는 왕자임에도 인기가 없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뭐가 문제지?

그런 보석 하나, 둘정도. 버린셈치면 될 거 아니냐?”


그런 말을 한 후, 케르빌 왕자는 어깨를 으쓱하며 낮게 웃어보이고 있었다.


내가 아무런 대답이 없자, 자신의 말을 듣고 나서야 그 사실을 깨달았다고 착각이라도 하는 것인지 왕자의 표정은 거만해졌고, 미소 또한 더욱 깊어졌다.


“후, 뭘 멈춰 서 있나?

우린 갈 길이 바쁘다.”


확실히 우리는 할 일도 많고, 갈 길도 멀고 바쁘다. 잠깐 멈춰 서 있을 시간에 성소와 신의 환생자에 대해 조사한다든가, 움직이는 편이 더 나을 것이다.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을 듣고 보니,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잡자.”


“뭐라?”


“엘론, 우리는 이 녀석 잡자.

베르첼은 먼저 성으로 향해 주세요.”


당황하는 왕자를 내버려두고, 나는 엘론과 베르첼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


맞아. 멈춰 서 있을 시간이 없다.


빨리 결정을 내리고 실행을 하는 쪽이 더 빠른 길이다. 기왕하려면 후회없는 쪽이 좋지.


“기다려라!

크리스탈은 무사한데 뭐하러 시간낭비를 하려는 거냐!”


나는 찢어진 내 가방을 베르첼에게 넘기고 크리스탈 상자와 마법책은 잘 챙겼다. 그를 믿지 못하는 건 아니었으나, 이 두가지만은 내가 가지고 있어야 마음이 편했기 때문이었다.


“이봐!!”


무시당했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케르빌 왕자의 언성이 높아졌다.


나는 천천히 왕자를 돌아보고는 최대한 침착하고 상냥한 말투로 그에게 말을 꺼냈다.


“케르빌 왕자님도 베르첼과 함께 성으로 향해주세요.

저희는 잠시 조사만 하고 따라갈 테니.”


물론 조사만 하고 갈 생각은 없었다. 녀석을 붙잡고, 되찾아야지.


왕자의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금방이라도 쓸데없는 일을 벌이지말라며 큰소리라도 내칠 듯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있었다.


“동행하겠다고 하지 않았나! 따돌릴 생각은 하지 마라!”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다르게 그는 우리를 따라오겠다고 시끄럽게 떠들며 이쪽으로 바짝 다가왔다.


...


솔직한 심정으로는 귀찮다. 이 왕자, 정말 우리와 무슨일이든 함께 하려는 건가?


“그렇습니다. 클로이 님.

저도 동행하겠습니다.”


베르첼 역시 그런 말을 하고 있었다.


내 가방을 받을 때까지만 해도 얌전했는데.


설마 이 왕자의 영향인가?!


나는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 베르첼은 내가 입을 열기도 전에 재빨리 말을 덧붙였다.


“단장님께서 명령하신것은 당신들을 도우라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우리를 다일로 보내주기위한 목적이외엔 아무것도 없는 사절단이었단 말인가? 나는 머리가 다 아플지경이었다.


이건 내 생각보다 훨씬 파격적인 대우였다.


“하지만 우리가 온다는 게 전해졌을 텐데. 아무도 가지 않으면 안 되잖아요...”


이미 다일의 성으로는 후버의 사절단이 항구에 도착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것이다. 마중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의아한 일이었으나, 어차피 두 나라간의 일이었고 베르첼도 신경쓰지 않으니 내버려두는 게 나을 것이다.



어쨌든, 그들이 항구에는 도착했는데 시간이 지나도 성에 오지 않는다.


그건 그 나름대로 큰 문제였다.


우리의 행방을 탐색하려고 들지도 모르고, 자신들을 무시한다고 여길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건 베르첼이 모를리가 없을 텐데.


“괜찮습니다. 다른 분에게 가서 시간을 끌라고 하면 됩니다.”


베르첼은 내 대답을 듣기도전에, 가볍게 허리를 숙인 후에 내 가방을 챙겨서는 긴 다리로 성큼성큼 어디론가 걸어갔다.


아무래도 이쪽도 쉽게 설득당해주지 않을 모양이다.


“하아...”


“하지만 이 사람을 잡으려면 무엇보다 정보를 모을 필요가 있겠군요.”


한숨을 내쉬는 나에게 엘론이 나지막히 말을 꺼냈다.


할 일이 정해졌으니, 확실하게 계획을 잡자는 뜻인 듯했다. 확실히 우리에게는 정보가 부족했다. 그야 당연했다. 우리는 이제 막 다일의 땅에 발을 붙인 직후가 아니던가.


“정보라...어디서 모으는 편이 좋으려나? 식당?”


사람의 왕래가 활발하고 조금 요란스러운 식당이라면 정보를 모으기 쉬울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것보다 주점은 어떻습니까?”


그 의견을 꺼낸 것은 케르빌 왕자의 호위인 루이스였다. 왕자의 동행이 결정된 이상, 적극적으로 협조 해주려는 모양이었다.


우리의 시선이 쏠리자, 그는 당황한 듯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매번 침착한 태도를 유지하던 그에게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진귀한 광경이었다.


“크흠, 제...제가 마시고 싶어서 하는 말이 아닙니다.

주점은 많은 정보가 오가는 곳입니다.”


나는 주점을 다녀 본적이 없으므로 그 말이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술취한 사람들은 꽤나 술술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던가. 어쩌면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니, 클로이 님. 지난번 순례길에서도 비슷한 곳에 간 적이 있지 않습니까?”


“뭐?”


엘론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주점을 갔던 기억이 있던가? 순례길을 걷는데 주점을 찾아갈 이유가 없을 텐데.


그렇게 머리를 부여잡고 눈을 데구르르 굴릴 때,


케르빌 왕자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 머리를 딱 치는 듯한 번쩍이는 기억이 떠올랐다.


‘아! 그때!!’


그 기억은, 술취한 사람들이 케르빌 왕자의 이야기를 나누며 축배를 들던 장면이었다.


“맞아, 그랬지. 생각났어!”


그곳에서는 분명 크고작은 소문들이 귀에 들어올 것이다.


경험에 의하면, 그 소문들이 모두 사실일거라는 보증은 없을 테지만.


“베르첼이 돌아오는대로 주점으로 가죠.”


“흥, 내가 왜 네 말을 들어야하지?”


얌전히 우리의 말을 듣던 왕자가 갑자기 반발을 해왔다. 그는 팔짱을 끼며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분명 이건 그의 호위 기사가 낸 의견이었는데도 그는 전혀 기억하지 않는 모습이다.


‘그럴거면 너는 성으로 가라.’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역시 그렇게까지는 말할 수 없었다. 상대는 왕족이다. 잊으면 안 된다.


“그럼 왕자님은 독자적으로 조사해주세요.

저와 엘론, 베르첼은 주점에 가볼게요.”


멀리서 성큼성큼 걸어오고 있는 베르첼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큰 키 덕분에 그 모습은 확실하게 보였다.


나는 베르첼에게 내 위치를 알리듯이 크게 손을 흔들었다. 그는 나를 발견한 듯 이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나와 눈이 마주친 듯했다.


“가자.”


그가 나를 발견했으니, 조금 움직인다해도 잘 따라올 것이다.


나는 엘론을 데리고 광장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몸을 돌려 걷기전, 케르빌 왕자가 움직이는 모습이 얼핏 스쳤다. 말은 그렇게했어도 나를 따라오려는 것 같았다.


왜 내가 자연스럽게 리더가 된 거 같은 느낌이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신의 사자, 계약직입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27 127. 상담 21.03.02 70 3 11쪽
126 126. 알현 21.03.01 71 1 11쪽
125 125. 스승과 제자(3) 21.02.28 88 2 12쪽
124 124. 스승과 제자(2) 21.02.27 85 2 11쪽
123 123. 스승과 제자(1) 21.02.26 75 1 11쪽
122 122. 다일의 수도로 21.02.25 78 3 11쪽
121 121. 제자리 21.02.24 75 2 12쪽
120 120. 로즈마리(3) 21.02.23 71 2 11쪽
119 119. 로즈마리(2) 21.02.22 71 2 11쪽
118 118. 로즈마리(1) 21.02.21 69 2 11쪽
117 117. 본거지(3) 21.02.20 71 2 11쪽
116 116. 본거지(2) 21.02.20 74 2 11쪽
115 115. 본거지(1) 21.02.19 74 2 11쪽
114 114. 협상 +1 21.02.18 76 3 11쪽
113 113. 의외의 활약 21.02.17 76 2 11쪽
112 112. 술 대결(2) 21.02.16 70 2 11쪽
111 111. 술 대결(1) 21.02.15 78 2 11쪽
110 110. 주점 21.02.14 72 2 12쪽
» 109. 소매치기 21.02.13 77 2 11쪽
108 108. 대지의 왕국 21.02.12 74 2 11쪽
107 107. 순항 21.02.11 76 2 11쪽
106 106. 힌트 21.02.10 75 2 12쪽
105 105. 배웅 21.02.09 72 2 11쪽
104 104. 준비시간 21.02.08 78 2 11쪽
103 103. 오스왈드의 부탁 21.02.07 74 2 11쪽
102 102. 빚 21.02.06 73 2 11쪽
101 101. 그 이후 21.02.06 72 2 11쪽
100 100. 후버의 축복 21.02.05 74 2 11쪽
99 99. 불의 성소 21.02.04 69 2 11쪽
98 98. 불의 성소로(3) 21.02.03 75 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엔키유'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