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신의 사자, 계약직입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엔키유
작품등록일 :
2020.12.10 11:29
최근연재일 :
2021.04.27 21:00
연재수 :
216 회
조회수 :
21,474
추천수 :
478
글자수 :
1,126,569

작성
21.02.17 00:05
조회
75
추천
2
글자
11쪽

113. 의외의 활약

DUMMY

“시작!”


남자의 신호에 또다시 잔이 들렸다.


케르빌 왕자는 이미 상대편의 두 번째 대표를 쓰러트렸고, 지금은 마지막 사람을 상대하는 중이었다.


서로 마지막이다.


이 대결이 이렇게 손에 땀을 쥐게 되리라고는 생각도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포기했었고, 그 다음은 설마, 그리고 지금은 어쩌면,


어쩌면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도 두 사람은 깔끔하게 잔을 비워냈다.


저쪽이야 마신지 얼마되지 않았다치더라도 왕자는 이미 내가 본것만 다섯 잔은 넘었다.


내 안에는 지금 말려야할지, 말지를 두고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잠깐.”


다시 새로운 술들이 잔에 채워지려는 찰나, 검은 머리의 남자는 그들을 멈추고는 주점 주인에게로 향했다. 둘 사이에서 몇 마디가 오고가더니 주점 주인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구석진 곳에 마치 감춰진 것처럼 있던 작은 나무문을 옆으로 밀었다.


그리고 신중한 태도로 안에 들어있는 병을 하나씩 꺼내어 라벨을 살펴보고는 다시 넣기를 반복했다.


‘뭘 찾는 거지?’


몇 번을 그렇게 반복하던 주점 주인의 입에 미소가 어렸다.


그는 들고 있던 조금 길고 불투명한 검정색의 병을 남자에게 건네주었다. 남자는 그 병을 들고 성큼성큼 중앙 테이블로 걸어가서 병을 조심히 내려놓았다.


“작은 잔으로 다시 가져와.”


“대장! 설마!”


“그건 전설의!!”


남자의 말에 빠르게 놓쳐있던 잔들이 치워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우리가 마셨던 술잔보다 더 작은, 한손으로 완벽하게 가려질 것처럼 작고 투박한 유리잔이 놓여졌다.


남자는 병의 입구를 막고 있는 코르크 마개를 가볍게 빼내고는 입을 열었다.


“이건 정말 어렵게 구한 술이지.

이름은 들어봤나? 블러드 오브 헬. 한 모금이면 거인도 쓰러진다는 독주지.”


-주르륵


시끄럽던 상대편도 모두 입을 다문채로 그 모습을 주시하고 있었다.


병에서부터 흘러나오는 술은 불길할정도로 검붉은 빛을 띠며 작은 술잔에 따라졌다. 작은 잔에 반도 채우지 않은 그 술은, 이 주점의 그 어떤 것보다 눈길을 사로잡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자, 그럼 한번 마셔보게.”


남자의 말에, 상대편 대표는 처음으로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정도로 독한 술이라는 것이겠지.


“오...!”


하지만 케르빌 왕자는 바로 잔을 손에 들었다. 이래서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하는 것인가. 왕자는 스스럼없이 잔을 입으로 향했다.


꿀꺽.


테이블을 에워싸듯이 모인 사람들의 눈은 모두 케르빌 왕자에게 쏠려있었다. 그리고 왕자의 입으로 잔이 가까이 다가가자 마치 자신들이 술을 마시는 것처럼 마른침을 삼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울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상대편 대표도 이에 질세라 허겁지겁 잔을 들어 입을 대었다.


그리고,


둘의 입안으로 동시에 술이 흘러들어갔다.



쨍그랑!


쿵!


날카로운 소리와 무거운 소리가 거의 동시에 울렸다.


나는 바로 눈을 올렸다. 상대편 대표가 술잔을 떨어트리고는 쓰러져 있었다.


술잔은 바닥으로 떨어져 산산조각이 난 상태였고, 그 조각들 주위로 검붉은 술이 퍼져있었다. 그리고 대표는 테이블에 엎드려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심각한 사건이 일어난 현장이라고 오해했을법한 광경이었다.


퍼져있는 술의 양으로 봤을 때, 그는 정말 술을 한 모금 입에 대자마자 쓰러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오오오~~!!”


그때, 상대편에서는 자신의 대표가 쓰러졌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듯이 격한 함성소리가 터져나왔다.


‘아차, 케르빌 왕자!’


나는 케르빌 왕자를 돌아보았다. 그는,


그는 정말 아무렇지 않게 잔을 비우고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있었다. 품위있고 매끄러운 동작이었다.


“...이건 제법 맛이 좋군.”


그리고 전혀 취하지 않은 듯이 정확한 발음으로 또박또박 말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어...”


“이야아아아~ 자네 술 좀 마시는데?”


“저쪽에서 한 잔 더 하자고!”


상대쪽에서 구경만하던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와서는 왕자를 끌고 다른 테이블로 자리를 옮기고 있었다. 케르빌 왕자는 이상할정도로 얌전히 그들을 따라 움직였고, 내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호위 기사들이 재빨리 그의 뒤를 쫓았다.


테이블 아래의 유리조각과 쏟은 술은 어느새 청소되고 있었으며, 쓰러져있던 상대편 대표도 이미 그들이 끌고 가고 있는 중이었다.


“자, 우리도 자리를 옮길까?”


“...네?”


당황해서 멍하니 서있는 나를 제외하고는 모두들 막힘없는 완벽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검은 머리의 그 남자는 나를 보며 쓴 웃음을 짓고 있었다.


“대결에서 지면 정보를 제공한다는 약속이지 않았나?

물론 술값도 걱정할 필요없어.”


그렇게 말하며 그는 앞서 걸어갔다. 정보를 듣고 싶으면 따라오라는 뜻이었다.


나는 살짝 뒤를 돌아보았다.


케르빌 왕자는 이미 남자의 부하에게 둘러싸여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을정도였다. 이상할정도로 얌전한 왕자가 조금 걱정이 되긴했다. 이미 취한것지도 모른다.


...


하지만 그의 호위 기사들이 곁을 지키고 있으니 괜찮겠지.


나는 검은 머리의 남자를 놓칠세라 빠르게 그의 뒤를 쫓았다. 그리고 나를 바짝 따라오는 발소리도 들렸다. 베르첼이다.


엘론이 기절해버린 지금, 의지가 되는 사람이 있다는 건 다행인 일이었다.





***




남자가 향한 곳은 이 주점의 2층에 있는 작은 방이었다.


2층에서도 외진 곳에 있는 이 방은, 단골이 아니라면 존재조차 알 수 없을만큼 잘 감춰져 있었다. 그야말로 비밀이야기를 하기엔 제격인 곳이라고 해야할까?


방에는 쓸데없는 장식은 하나도 없었다.


그저 방 가운데 테이블과 의자만이 덩그러니 놓여있을 뿐, 창문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테이블 위에 놓인 초의 불빛만이 이 방안을 비춰주고 있었고, 그 옆에는 아직 따뜻해보이는 찻잔이 세 개 놓여있었다.


술냄새라면 지겨울정도로 맡았기 때문에, 은은하게 퍼지고 있는 차의 향이 머리를 맑게 해주는 것 같았다.


“자, 일단 앉도록 하지.”


남자는 찻잔이 한 개 놓여져 있는 자리에 앉았고, 나와 베르첼은 그의 맞은 편 자리에 앉았다.


“우선은 내 이름은 카이스. 꽤 큰 상인 연합 소속이라고만 밝혀두지.”


‘...상인이었어?’


그나 그의 부하인 사람들의 모습을 봤을 때, 나는 그가 해적이나 도적무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상인이라니.


“아, 저는 클로이라고 해요.”


“...베르첼입니다.”


카이스는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찻잔을 들었다.


“그래, 협상의 기본은 서로의 이름을 아는 것, 아니겠나.”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협상? 협상이라니.


“...정보제공이 아닌가요?”


“물론, 정보제공은 할테지만.”


카이스는 낮게 웃으며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살며시 내려 놓았다. 그리고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로즈마리.

현재 다일에서 가장 유명한 도둑이지. 정확하게 3년 전, 갑자기 등장했어.

사람들이 알아 낸 것이라고는 여성이라는 점 뿐이었고, 그런 사람들을 비웃기라도 하는 것인지 훔친 물건의 옆에는 항상 자신의 친필 사인이 들어간 쪽지를 남겼지.”


“아, 그거...”


호의에 감사드린다라고 적혀있던 그 쪽지가 머리에 떠올랐다.


지금 생각해도 황당하고 화를 돋우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모습을 안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찾을 수 있지 않습니까?”


가만히 듣고 있던 베르첼이 조심히 입을 열었다.


“로즈마리는 워낙 신출귀몰한데다가 변장도 제법 잘 해서 말이야.

게다가 마치 자신이 의적이라도 되는 것처럼 귀족이나 부자들의 물건만 노리는 바람에, 평민들 사이에선 꽤 인기가 있어.

평민들의 협조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네.”


카이스의 말에 나는 한가지 의문점이 떠올랐다.


그의 말을 잘못됐다. 왜냐하면,


“부자들의 물건을 노리는데 제 물건을 훔쳤다고요?!”


나는 전혀 부유한 모습이 아니었다.


여행을 하기위해 옷차림도 가벼운 편이었고, 비싼 장신구는 하나도 달고 있지 않았다.


가방에 몇 가지 보석이 있었으나, 간신히 얻은 내 보너스와 맡겨진 물건이 전부이지 않은가!


게다가 그정도의 보석으로 귀족이나 부자로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음, 아가씨는 그렇게 안보여도 동행인은?”


“...네?”


“방금 술을 시원하게 잘 마시던 그 청년 말이야.

가만히 서 있어도 귀티가 나보이더군. 로즈마리에 눈에 들만도 해.”


그가 말하는 인물이 누군지는 생각해보지 않아도 안다. 케르빌 왕자!


역시 왕자가 문제였나! 왕자이니, 귀티가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그 화려한 옷은 자제시켰어야 했었던가.


“하지만 그렇다해도 왜 나를...”


“그의 주변에 있던 네 명의 남자는 꽤 빈틈이없어.

일행이라면 이쪽도 괜찮겠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하아...”


결국은 케르빌 왕자 대신 소매치기를 당했다고 봐도 무방한 일이라는 건가.


순간, 아래층에서 아무것도 모른 채, 술을 마시고 있을 왕자의 모습이 떠올랐다. 할수만 있다면 당장 그에게 달려가 뒤통수를 한대 세게 때리고 싶었다.


할수만 있다면.



“죄송합니다. 저희가 자리를 비우지만 않았어도...”


베르첼은 고개를 푹 숙이며 사죄를 해왔다. 그는 이번일이 자리를 비운 자신의 책임이라고 느낀 모양이었다.


“아..아니에요. 그런 일이 벌어질거라고 생각도 못했고...”


나는 재빨리 고개를 저으며 그의 말을 부정했다.


누가 이런 일이 벌어질 줄 알았나. 게다가 엘론까지 그쪽으로 보낸 것은 나였다.


따지고 보면, 케르빌 왕자와 그의 호위 기사들이 곁에 있으니 별 일이야 있겠냐는 가벼운 생각이 불러들인 사건이었다.



그런 우리의 모습을 카이스는 흥미로운 듯이 관찰하고 있었다.


“크흠, 갖고 있다는 정보라는 건 뭔가요?”


분명 지금까지의 정보가 전부는 아닐 것이다. 그랬다면 이런 곳으로 데려오지도 않았겠지.


저정도의 정보라면 주점 주인도 충분히 알고 있을정도였다.


“하하, 물론. 지금부터가 본론이네.”


카이스는 지금까지의 미소는 모두 지우고 진지한 표정으로 지도 한 장을 꺼내어 테이블 위에 펼쳤다.


‘다일의 지도?’


다일의 지형을 알리가 없는 나에게는 그저 지도라는 인식만 있을 뿐.


어디가 어디인지는 전혀 알 수 없었다.


다만, 그 지도는 나라 전체의 지도는 아니었고, 아마도 그 일부, 몇 개의 마을이 보이는 것이 전부였다.


“우리는 독자적인 루트로 로즈마리의 본거지를 예측해냈지.”


“...!”


카이스는 진지한 표정으로 지도를 바라보며 나지막히 말하고 있었다. 그런 그의 표정에는 아무런 감정이 떠오르지 않았다.


아무도 찾지 못한 도둑의 본거를 알아냈다면 자랑스러워하거나, 우쭐한 모습을 보이기 마련인데, 그에게서는 그런 모습은 전혀 찾아낼 수 없었다.



본거지를 알아냈다고?


하지만 이상한 점도 있었다.


본거지를 알아냈다면 왜 진작 쫓지 않은 거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신의 사자, 계약직입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27 127. 상담 21.03.02 70 3 11쪽
126 126. 알현 21.03.01 71 1 11쪽
125 125. 스승과 제자(3) 21.02.28 88 2 12쪽
124 124. 스승과 제자(2) 21.02.27 85 2 11쪽
123 123. 스승과 제자(1) 21.02.26 75 1 11쪽
122 122. 다일의 수도로 21.02.25 78 3 11쪽
121 121. 제자리 21.02.24 75 2 12쪽
120 120. 로즈마리(3) 21.02.23 71 2 11쪽
119 119. 로즈마리(2) 21.02.22 71 2 11쪽
118 118. 로즈마리(1) 21.02.21 69 2 11쪽
117 117. 본거지(3) 21.02.20 71 2 11쪽
116 116. 본거지(2) 21.02.20 74 2 11쪽
115 115. 본거지(1) 21.02.19 74 2 11쪽
114 114. 협상 +1 21.02.18 76 3 11쪽
» 113. 의외의 활약 21.02.17 76 2 11쪽
112 112. 술 대결(2) 21.02.16 70 2 11쪽
111 111. 술 대결(1) 21.02.15 78 2 11쪽
110 110. 주점 21.02.14 72 2 12쪽
109 109. 소매치기 21.02.13 76 2 11쪽
108 108. 대지의 왕국 21.02.12 74 2 11쪽
107 107. 순항 21.02.11 76 2 11쪽
106 106. 힌트 21.02.10 75 2 12쪽
105 105. 배웅 21.02.09 72 2 11쪽
104 104. 준비시간 21.02.08 78 2 11쪽
103 103. 오스왈드의 부탁 21.02.07 74 2 11쪽
102 102. 빚 21.02.06 73 2 11쪽
101 101. 그 이후 21.02.06 72 2 11쪽
100 100. 후버의 축복 21.02.05 74 2 11쪽
99 99. 불의 성소 21.02.04 69 2 11쪽
98 98. 불의 성소로(3) 21.02.03 75 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엔키유'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