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신의 사자, 계약직입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엔키유
작품등록일 :
2020.12.10 11:29
최근연재일 :
2021.04.27 21:00
연재수 :
216 회
조회수 :
21,526
추천수 :
478
글자수 :
1,126,569

작성
21.02.18 00:44
조회
76
추천
3
글자
11쪽

114. 협상

DUMMY

“그래서, 본거지는 어딘가요?”


카이스는 물끄러미 지도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손을 들었다. 그의 손에는 어느새 깃발모형의 핀같은 것이 들려있었다.




그가 조용히 지도의 한 곳에 그 핀을 꽂았다. 지도로 볼 때, 험준한 산속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도둑의 본거지가 그정도는 되야겠지.


한가롭게 마을 한가운데에 잘 살고 있었다면, 진작 이들이 잡아들였을 것이다.


“여기가...?”


카이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대답 대신 다시 손을 들어올리더니, 이번에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이번에도 어느 장소에 멈춰 깃발이 꽂혔다.


“두 곳?!”


카이스의 입술이 미묘하게 올랐다. 그의 얼굴을 가만히 지켜보지 않았다면 눈치채지 못했을 정도로 미미한 변화였다.


깃발을 꽂은 그는 그대로 손을 거두어 팔짱을 끼고는 입을 열었다.


“정확히는 둘 중 하나.

두 곳 모두 유력하기 때문에 어느 곳이라고 단정짓기 어렵군.”


“그럼, 양쪽 모두 가봐야 하나요...?”


나는 지도를 자세히 보았다.


깃발이 꽂혀있는 두 곳은 지금 손으로 재어본다면 한 뼘도 되지 않을 정도의 거리다. 하지만 실제로는 하루, 혹은 그 이상을 말을 달려야 될 거리일 것이다.


한쪽은 길게 뻗어있는 산맥의 어느 지점을 가리키고 있었고, 다른 하나는 완만해보이는 언덕의 한 지점에 꽂혀있었다.


“양쪽 모두 간다는 의견에는 찬성이야.

하지만 문제는 ‘동시에’ 가야 한다는 점이지.”


“동시에?”


나는 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다. 그는 여전히 팔짱을 풀지 않은 채로 가만히 지도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쪽은 분명 위장일 테니까.

처음에 간 곳이 정답이라면 더할나위 없겠지만, 만약 틀렸다면 진짜 본거지는 바로 철수하겠지.”


“과연...”


나는 지도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눈앞에 펼쳐져 있는 것은 잘 알지도 못하는 지형이 그려진 지도에 꽂혀 있는 깃발, 그 장소를 머리에 새겨넣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이상한 점도 분명 있었다.


그는 자신이 상인이라고 했다. 그리고 눈앞에 놓여있는 것은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정도로 유명한 도둑의 본거지를 담은 지도였다. 이 정보는 모두가 군침을 흘릴만한 가치가 있는 정보다.


만약 로즈마리를 노리는 누군가에게 넘긴다면 어마어마한 액수의 돈을 챙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정보를 고작 술 내기에 졌다는 이유로 내놓았다는 것은 너무 이상했다.


상인이라 함은 모두 자신의 손익계산이 빠르지 않던가?


이건 완벽하게 손해보는 장사였다.


“이 정보를 저희에게 제공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의문을 입에 댄 것은 역시 베르첼이었다.


그 역시 이 파격적인 이익이 이해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나는 카이스를 보았다. 그는 그저 아무말없이 차를 마시고 있었다. 그의 표정은 이 질문에 당혹스러워 하는 것도 아니었고, 곤란해보이지도 않았다. 조금의 여유로움과 뜸들이기.


대결에서 승리하여 당연히 받아야 할 정보를 받는 입장인 우리가 오히려 마음을 졸이며 그의 말을 기다리는 상황이 되었다.


어쩌면 그건 방금전 그가 말했던 상인의 흥정 기술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술 대결에서 졌다는 게 가장 큰 이유지만,”


카이스는 찻잔을 소리없이 내려놓으며 말을 이었다.


“그녀가 보관하는 물품 중 한가지를 가져다주면 좋겠군.”


나는 이게 본론임을 확신했다.


“물품?”


“큰건 아니야. 방금 봤던 독주가 담긴 술병을 기억하나? 그 술병과 같은 모양을 지닌 하얀 도자기같은 병이 있을 거야.

마개에 커다란 아쿠아마린이 달려있으니 쉽게 알 수 있을테지.”


그는 마치 별거 아니라는 듯이 담담하게 말을 꺼냈다.


한 모금만 마셔도 건장한 남성을 쓰러지게 만든 그 독주. 설마 그 술을 꺼냈던 게 승부를 빨리 끝내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그 병의 모양을 우리에게 확인시켜주는 것이었나?


그때 이미 카이스는 우리의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술...인가요?”


“방금도 봤겠지만, 장인의 솜씨가 담긴 술이야. 정말 귀한거지.”


“이미 팔았을 가능성은 없습니까?”


“절대. 쉽게 구할 수 없는 물건인만큼 쉼게 팔 수도 없지.

만약 어떻게든 팔았다면 내 귀에 들어오지 않았을리가 없고.”


자신의 영향력을 믿는 것인지, 아니면 정보력을 믿는 것인지, 그는 자신의 의견에 확신을 갖고 있었다.


그렇게 귀한 물건이 아직 로즈마리의 본거지에 남아 있는 건가?


나는 그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왜 직접 잡으려하지 않나요?”


그것이 가장 큰 의문이었다.


지금 이 주점에서 술을 마시는 인원만해도 수십 명은 된다. 인원을 둘로 나눈다해도 도둑 하나 잡기에는 충분한 인력이었다. 아니면 혹시 로즈마리는 혼자가 아니라 집단이란 말인가?


그렇다면 더더욱 우리가 잡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인데...


“아, 그 물건은 ‘개인적으로’ 구한 물건이라 말이지.

이 연합에 알려지면 곤란하거든.”


“?!”


“설마, 불법적인 물건인 겁니까?”


기사인 베르첼이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그를 위협하듯이 외쳤다.


만약 그렇다고 대답한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카이스를 검으로 내려쳐도 이상하지 않을정도로 흉흉한 살기가 퍼지고 있었다. 옆에 앉은 나조차 그가 발하는 살기에 몸이 굳어져 버릴 정도였다.


눈을 굴리는 것조차 할 수 없었다.


“아니 아니. 그런건 아니야.

알지않나? 조용히 처리해야하는 일이란 언제나 존재하는 법이지. 하지만 그게 불법적인 물건이 아니며, 좋지 못한 곳에 쓰여질 물건이 아님을 보장하겠네.”


하지만 카이스는 당황하지도 않았고, 겁을 먹은 모습도 아니었다.


그는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느긋한 말투였다. 지금 당장 목이 부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분위기에 저런 여유라니.


“그렇다면 괜찮습니다만...”


오히려 구부러진 것은 베르첼 쪽이었다.


“그래서, 어떤가? 해줄 수 있나?”


이미 모든 정보를 얻은 입장에서 거부해도 상관없는 일이다.



“하아...알겠어요. 발견한다면 가져오죠.”


바보같은 일이었지만, 그러기에는 양심의 가책이 느껴졌다. 잠깐의 술 대결과 귀한 정보. 서로 맞바꾸기에는 가치가 너무 다르지 않은가?


“고맙네.”


카이스는 조용히 미소짓고 있었다.


아, 어쩌면 그는 이미 이 모든 결과를 예상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





“그렇게 됐으니, 우리는 두 팀으로 나눠서 본거지를 쳐야 합니다.”


다음날,


주점 구석에 위치한 방으로 모두 모여있었다.


어제 카이스와 말을 나눈 바로 그 방이었다. 비밀 이야기를 하기에는 제격인 이 방은 많은 사람이 모이기에는 너무 좁았다.


어제 한바탕 술 잔치가 벌어진 이후라 그런지, 방 안에는 술 냄새가 진동하는 듯했다.


“...그럼 저는...”


“엘론은 언덕 쪽으로 가.

나는 산으로 갈거니까.”


“...네?”


엘론의 얼굴은 새파랗다못해 하얄 지경이었다. 그건 지금 내 말에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는 어제의 과음으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이미 구토를 몇 번이나 했고, 어지러운 것인지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 상태로 산을 오를 수 있겠어? 그나마 움직이기 편한 언덕 쪽이 낫지.”


“...죄송합니다.”


엘론이 다시는 그런 식으로 술을 마시지 못하게 하기위해 강하게 말하긴 했으나, 그를 언덕으로 보내는 것은 나도 생각이 있기 때문이었다.


첫째로는 엘론과 나는 정령을 통해 메세지를 주고 받을 수 있으니 서로의 상황을 파악하기 쉽다는 점이었고, 둘째로는 이 사람들 중에서 그가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점이었다.


“그리고 루이스?”


“......”


“루이스~?”


루이스는 테이블에 머리를 박고 있는 상태였다. 단정하게 묶었던 머리는 이미 풀어 헤쳐져서는 테이블에 어지럽게 널려있었다. 기절한건 아니겠지.


그는 내가 부르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인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이쪽도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다.


“...루이스도 언덕으로.”



“......네.”


그리고 미약하게 대답하는 소리가 간신히 귀에 이르렀다.


“난 이녀석을 따라가겠다.”


조용한 가운데 당당하게 선언하는 사람은 케르빌 왕자였다.


그는 이 숙취에 정신이 없는 사람들의 몇 배나 되는 술을 마셨고, 우리가 카이스와 대화하는 와중에도 그의 부하들과 계속 술을 마셨다고 한다.


그런데 뭐지? 저 멀쩡한 모습은.


전혀 술이라고는 입에 대지도 않았던 사람처럼 아무렇지 않은 모습이었다.


뒤에 알게 된 이야기지만, 어제 케르빌 왕자의 모습은 전설처럼 이 주점에 퍼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어제 마신 사람들 중에서 유일하게 마지막까지 살아남았다고 한다.


그대로 놔뒀다가는 이 주점의 모든 술을 마셨을거라는 소문도 있었다. 그리고 그에게는 멋진 타이틀이 따라 붙었다. 뭐라더라, ‘금발의 주당’이라던가?


한 나라의 왕자가 갖기에는 참 대단한 타이틀이었다.


“뭐냐?”


“아, 아니요...그리고 베르첼은...”


나를 따라다니겠다고 선언했던 케르빌 왕자다. 그가 이쪽을 택하는 것은 충분히 예상가능했던 일이었다.


“저는 클로이 님을 따라가겠습니다. 엘론이 없으니, 제가 도움이 될 겁니다.”


“...부탁드립니다...”


내 의견을 묻지도 않은 채로 엘론과 베르첼은 이야기를 마무리 짓고 있었다. 뭐, 그쪽이 나한테도 도움이 되긴 한데...


“저는 왕자님을 따르겠습니다!”


나머지 인원을 체크하는 중, 스벤이 재빠르게 외치며 손을 들었다.


마치 눈치 게임이라도 하는 것 같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인원을 체크해보았다. 이렇게 되면,


“나머지 두 분은 언덕 쪽으로 가주세요.”


남은 것은 아직 통성명도 하지 못한 왕자의 호위 두 명이었다.


“하지만...”


“왕자님을 호위해야 합니다.”


예상대로 두 명은 반발을 해왔다. 하지만 두 명이 이쪽으로 와버린다면 이 인원을 두 팀으로 나눈 이유가 없어진다.


나는 케르빌 왕자를 보았다. 네 호위 기사 좀 설득해보라는 뜻이었다.


케르빌 왕자는 불만섞인 표정으로 인상을 찌푸렸다. 자신과 호위를 떨어트리다니, 마음에 들지 않는 거겠지.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않은가?


베르첼을 저쪽으로 보내기에는, 이쪽에서의 내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




“...이번만이다!”


마치 기싸움이라도 하듯이 침묵했던 왕자에게서 드디어 승인이 떨어졌다.


승인이기도 했지만, 왕자의 ‘명령’인 셈이다.


두 명의 호위 기사들은 한손을 가슴에 올리고 허리를 굽혔다.


이걸로 팀은 완벽하게 나눠졌다.


‘아, 하지만 저쪽은 숙취에 시달리는 사람이 두 명.’


저쪽의 고생길은 눈에 훤했다.


게다가, 생각해보니 왕자의 호위 중 셋이 저쪽에 배치되었다. 게다가 나머지 하나는 엘론.


왕자의 호위와 교단의 기사. 어느 쪽이 더 높은 거지?


...


엘론, 힘내!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신의 사자, 계약직입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27 127. 상담 21.03.02 70 3 11쪽
126 126. 알현 21.03.01 71 1 11쪽
125 125. 스승과 제자(3) 21.02.28 88 2 12쪽
124 124. 스승과 제자(2) 21.02.27 85 2 11쪽
123 123. 스승과 제자(1) 21.02.26 75 1 11쪽
122 122. 다일의 수도로 21.02.25 78 3 11쪽
121 121. 제자리 21.02.24 75 2 12쪽
120 120. 로즈마리(3) 21.02.23 71 2 11쪽
119 119. 로즈마리(2) 21.02.22 71 2 11쪽
118 118. 로즈마리(1) 21.02.21 70 2 11쪽
117 117. 본거지(3) 21.02.20 72 2 11쪽
116 116. 본거지(2) 21.02.20 74 2 11쪽
115 115. 본거지(1) 21.02.19 74 2 11쪽
» 114. 협상 +1 21.02.18 77 3 11쪽
113 113. 의외의 활약 21.02.17 76 2 11쪽
112 112. 술 대결(2) 21.02.16 70 2 11쪽
111 111. 술 대결(1) 21.02.15 78 2 11쪽
110 110. 주점 21.02.14 72 2 12쪽
109 109. 소매치기 21.02.13 77 2 11쪽
108 108. 대지의 왕국 21.02.12 75 2 11쪽
107 107. 순항 21.02.11 76 2 11쪽
106 106. 힌트 21.02.10 76 2 12쪽
105 105. 배웅 21.02.09 72 2 11쪽
104 104. 준비시간 21.02.08 79 2 11쪽
103 103. 오스왈드의 부탁 21.02.07 75 2 11쪽
102 102. 빚 21.02.06 73 2 11쪽
101 101. 그 이후 21.02.06 73 2 11쪽
100 100. 후버의 축복 21.02.05 74 2 11쪽
99 99. 불의 성소 21.02.04 69 2 11쪽
98 98. 불의 성소로(3) 21.02.03 75 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엔키유'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