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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사자, 계약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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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엔키유
작품등록일 :
2020.12.10 11:29
최근연재일 :
2021.04.27 21:00
연재수 :
2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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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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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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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01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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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126. 알현

DUMMY

성의 내부에는 우리처럼 아무런 준비없이 오는 이들을 위한 것인지, 손님을 맞이하는 마차가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그 마차는 그때까지 타고왔던 마차와는 다르게 사방이 뚫려있었고, 움직임에 맞춰 심하게 요동쳤다.


뒤따르는 마차에 타고 있는 케르빌 왕자가 당연히 불만을 아낌없이 드러내리라고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그는 아무말없이 얌전히 타고 왔다.


나는 바로 왕녀의 알현을 요청했지만 그게 그렇게 간단히 이루어지는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왕녀의 일정이 비는 시간에 맞춰야 했고, 그날은 시간이 안되었기에 다음날로 일정을 맞춰야만 했다.



그리고 다음 날인 지금,


나와 엘론은 정해진 응접실에서 앨리샤 왕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베르첼은 대표로 왕의 알현을 하러 가야했고, 끈질기게 따라붙던 케르빌 왕자는 ‘내가 굳이 왕녀까지 만날 필요는 없다.’며 호위 기사들을 이끌고 성을 구경하려는 듯 떠났다.



응접실인 이곳은 전체적으로는 하얀색으로 맞춰진 물건들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부분부분 포인트로 풀색과 핑크색이 장식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따뜻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었다.


“조...조금 긴장되네.”


“그런가요? 벌써 세 번째 보는 왕족인데.”


“그건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왕족은 그렇다쳐도, 후버의 왕족은 왕족이라기보다는 기사에 가깝지 않았던가.


-똑똑


그때 가볍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고, 곧 시녀 한 명이 안으로 들어왔다.


나와 엘론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긴장된 마음으로 꼿꼿하게 자세를 바로잡고 문을 바라보았다.


“앨리샤 왕녀님 오셨습니다.”


시녀의 뒤에서 앨리샤 왕녀가 천천히 안으로 들어섰다.


“앨리샤 왕녀님.”


“왕녀님.”


우리는 반사적으로 허리를 살짝 굽혀 그녀에게 인사를 건넸다. 처음에는 어색했던 왕궁예절도 이제는 자연스럽게 나올정도로 익숙해져 있었다.


앨리샤 왕녀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우리의 인사를 받고는 걸음을 옮겼다.


그때야 나는 이쪽으로 천천히 걸어오는 앨리샤 왕녀의 모습을 살필 수 있었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고동색의 머리는 풍성하고 볼륨감이 있었고 녹색의 눈동자는 따뜻해보이는 인상을 주었다.


드레스는 화려함보다는 기품있는 디자인을 선호하는 것인지, 가슴이나 허리를 강조하는 것도 없이 자연스러운 라인을 형성하고 있었다.


앨리샤 왕녀는 맞은편 소파에 앉았고, 그녀의 뒤로는 두 명의 시녀가 대기했다.


“앉으십시오.”


왕녀의 권유를 받고 나서야 우리는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무슨 일로 개인적인 알현을 신청하셨습니까?”


따뜻해보이는 외형과는 다른, 대단히 차가운 말투였다.


‘혹시 오해를 하고 있는 게 아닐까...?’


왕녀정도되는 위치라면 개인적인 알현에서 좋은 일을 겪은 적은 별로 없을지도 모른다. 보통은 청탁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을 테니.


나는 바로 은으로 된 작은 상자를 테이블 위에 올렸다.


“...이건?”


앨리샤 왕녀의 표정이 미세하게 굳어졌다.


역시 청탁의 물건이라 오해하는 게 분명했다. 나는 재빨리 말을 덧붙였다.


“후버에서 보내는 선물입니다.”


“...그렇습니까?”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시녀 한 명이 테이블로 다가왔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상자를 들어올려서는 그것을 열었다. 그리고 앨리샤 왕녀에게 잘 보이도록 그녀의 눈높이에 맞춰 그것을 내밀었다.


“아름다운 귀걸입니다. 감사히 받겠습니다.”


앨리샤 왕녀는 안에 들어있는 귀걸이를 힐끔 바라보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자 시녀는 상자를 조심히 닫고는 손을 내렸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조금 실망했다.


그 귀걸이는 굉장히 아름답고 정교한 세공이 베풀어져 있는 물건이었다. 게다가 아마도, 오스왈드가 직접 부탁한 물건이 분명했다.


아무리 왕녀가 화려한 보석을 많이 봤다해도 조금은 감탄하지 않을까 기대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것을 전하기위해 개인적인 알현을 했단 말입니까?”


“아,네...그건 오스왈드 님이 개인적으로 부탁한 물건이라...?”


“왕녀님?”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앨리샤 왕녀가 빠르게 움직였다.


그녀는 뒤로 물러나는 시녀의 손을 덥썩 잡고서는 그 손에 들려있는 상자를 빼앗듯이 되찾아 다시 열어보고 있는 게 아닌가!


당황한 우리의 시선이 자신에게 쏠려있다는 것도 모르는지 앨리샤 왕녀는 가만히 귀걸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왕녀님?”


“이걸 오스왈드 왕자님이?”


“네, 특별히 제작하신 물건입니다.”


엘론이 쐐기를 박듯이 강하게 말하자, 앨리샤 왕녀의 눈빛이 반짝 빛나는 것 같았다.


“어머...”


그리고 한 손을 자신의 뺨에 갖다 대고는 감탄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그런 말을 했었나?’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봐도 오스왈드가 특별히 제작했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었다. 하지만 정황상으로 보면 맞는 말이겠지. 나는 가만히 앨리샤 왕녀를 바라보았다.


‘부탁한 물건은 전해줬는데, 이제 어쩐다...’


부탁한 물건은 전해줬고 우리는 조사할 것도 많았으므로, 이만 퇴실해도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왕녀의 허락도 없이 나갈 수는 없는 노릇.


그녀의 말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앨리샤 왕녀는 조심히 상자를 닫고 나를 바라보았다. 이번에는 그 상자를 시녀에게 넘기지 않고 가만히 손에 안고 있었다.


“왜 당신이 그 분의 개인적인 부탁을 받고 있습니까?”


“...네?”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이상한 일인가?


내가 아무런 대답이 없자, 앨리샤 왕녀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오스왈드 ‘님’?”


그것은 서늘하기까지한 목소리였다.


나는 당황해서 엘론을 보았다. 내가 뭘 잘못한 것인지 전혀 알 수가없었다. 하지마 그건 엘론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었다. 그도 당황한 표정으로 상황파악을 하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그 분을 그렇게 부르는 여성은 본적이 없습니다. 그렇군요.

당신이 바로 오스왈드 왕자님과 함께 정원에서 차를 마셨다는 그 여성입니까?”


‘...그건가!’


머리를 부여잡고 싶은 심정이었다.


역시 그때의 일이 소문으로 돌고 있는 모양이다. 그리고 예상대로 그 소문 안에는 엘론의 존재는 깨끗하게 지워져 있는 것 같았다.


“아~ 역시 그랬습니까?”


놀라는 내 표정에서 앨리샤 왕녀는 그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그녀는 웃고있었지만, 마치 얼음궁에라도 앉아있는 것처럼 주위는 서늘하고 냉기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 소문에 의하면 함께 시찰도 나간 모양이더군요.

후후...오스왈드 왕자님도 대단하시지 않으십니까.

자신의 약혼녀에게 애인을 소개시켜주리라고는...”


‘무슨 소리야!?’


후버에서의 소문을 하나하나 신경쓰고 해명하기 귀찮아서 내버려뒀던 것이 화근이 된 모양이었다.


놔두면 알아서 해결해주리라 믿었던 소문은 이미 눈덩이처럼 불어서 다일에까지 닿았던 것이다. 게다가 말도 안 되는 형태로.


“아니! 아닙니다! 오햅니다, 왕녀님!”


“뭐가 오해라는 겁니까?”


‘...윽.’


날카롭게 나를 바라보는 왕녀의 눈에서는 빛이라도 나올 것 같았다.


시선으로 사람을 죽인다는 말이 저런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옆에 앉아있는 엘론의 팔을 재빠르게 당기며 말했다.


“그때는 여기, 엘론도 항상 함께 있었습니다!”


“...그는?”


그때 처음으로 앨리샤 왕녀의 눈이 엘론에게로 향했다. 그리고 그 눈에는 의심이 가득 담겨 있었다.


“저는 클로이 님의 호위...”


“아~! 물론! 저와 미래를 약속한 사이죠!”


나는 엘론의 말을 막고 외쳤다. 앨리샤 왕녀는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가만히 눈을 깜빡였다.


“네?”


그리고 놀라는 것은 엘론도 마찬가지였다. 그에게는 미안하지만 이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이 방법밖에는 없었다.


엘론이 놀라는 소리에 앨리샤 왕녀는 침착함을 되찾은 듯, 다시 서늘한 눈초리로 나를 보았다.


“그는 놀라는 것 같지 않습니까?”


‘눈치는 빨라갖고!’


쥐고 있는 두 손에 식은땀이 맺혔다.


여기서 잘못 말했다가는 이상한 소문에 말이 추가되고, 불경죄로 처벌까지 받을지도 모르는 상황인 것이다.


뭐라고 말해야하지.


“아, 그건...

설마 여기서 그 사실을 밝힐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무슨 변명을 꺼낼지 머릿속이 하얗게 될 때쯤, 엘론의 담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머, 그랬습니까?”


그리고 간신히 서늘한 공기가 풀렸고, 얼음같던 왕녀의 눈빛은 마치 우리가 부럽다는 듯이 부드럽고 부끄러운 눈길로 바뀌어있었다.


“그..그럼요! 시찰을 나갈 때도 그와 함께 말을 타기도 했고요!”


“어머나...역시 소문은 믿을게 되지 못하는 것이군요.”


‘...역시라니!’


실컷 사람을 의심해놓고 이제와서 태도를 바꾼다는 것은 당황스런 일이었다. 그런 내 심정이 얼굴에 드러났던 것인지, 앨리샤 왕녀는 살짝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오해를 한 모양입니다.”


왕족의 사과는 드문 일이었다.


하지만 나는 차마 ‘아닙니다. 괜찮습니다.’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이야기는 이걸로 끝입니까? 두 분은 편히 쉬십시오. 라오넬.”


“네, 왕녀님.”


하지만 그녀는 기분나쁜 기색 하나 없이 이야기를 마무리 짓고는 자신의 시녀를 불렀다.


앨리샤 왕녀의 부름에, 뒤에 서 있던 시녀 중 한 명이 앞으로 나왔다.


“제 시녀인 라오넬입니다.

혹시 필요하신 게 있으시다면 그녀에게 전달해주십시오.

라오넬, 그들을 안내해주거라.”


“네.”


“그..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이걸로 이야기는 끝났고, 퇴실의 허가도 내려졌다.


우리는 앨리샤 왕녀에게 인사를 건네고 시녀의 뒤를 따라 응접실을 빠져나왔다.


“이쪽입니다.”


라오넬이라는 시녀를 따라 걷던 나는 문득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우리는 이미 묵은 방의 위치도 알고 있었고, 딱히 어디로 데려다 달라고 하지도 않았다.


그녀는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는 거지?



조금의 의심이 들기 시작한 그때, 앞서 걷던 시녀가 그 자리에 멈춰섰다.


“방금의 앨리샤 왕녀님의 태도로 한가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조용히 중얼거리듯이 말을 뽑았다.


“의문이라니요...?”


방금 전의 대화의 어디에 의문점이 있을까?


그녀는 나와 오스왈드에 대해 오해하고 있었고, 간신히 그 오해를 풀었을 뿐이 아닌가?


라오넬은 천천히 뒤를 돌아 진지한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았다.


“개인적으로 여러분께 부탁하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 잠시, 시간 괜찮으십니까?”


너무나도 진지한 그 표정에,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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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125. 스승과 제자(3) 21.02.28 91 2 12쪽
124 124. 스승과 제자(2) 21.02.27 88 2 11쪽
123 123. 스승과 제자(1) 21.02.26 78 1 11쪽
122 122. 다일의 수도로 21.02.25 81 3 11쪽
121 121. 제자리 21.02.24 77 2 12쪽
120 120. 로즈마리(3) 21.02.23 73 2 11쪽
119 119. 로즈마리(2) 21.02.22 73 2 11쪽
118 118. 로즈마리(1) 21.02.21 73 2 11쪽
117 117. 본거지(3) 21.02.20 74 2 11쪽
116 116. 본거지(2) 21.02.20 77 2 11쪽
115 115. 본거지(1) 21.02.19 77 2 11쪽
114 114. 협상 +1 21.02.18 81 3 11쪽
113 113. 의외의 활약 21.02.17 78 2 11쪽
112 112. 술 대결(2) 21.02.16 72 2 11쪽
111 111. 술 대결(1) 21.02.15 80 2 11쪽
110 110. 주점 21.02.14 75 2 12쪽
109 109. 소매치기 21.02.13 79 2 11쪽
108 108. 대지의 왕국 21.02.12 77 2 11쪽
107 107. 순항 21.02.11 78 2 11쪽
106 106. 힌트 21.02.10 78 2 12쪽
105 105. 배웅 21.02.09 75 2 11쪽
104 104. 준비시간 21.02.08 81 2 11쪽
103 103. 오스왈드의 부탁 21.02.07 77 2 11쪽
102 102. 빚 21.02.06 75 2 11쪽
101 101. 그 이후 21.02.06 76 2 11쪽
100 100. 후버의 축복 21.02.05 76 2 11쪽
99 99. 불의 성소 21.02.04 71 2 11쪽
98 98. 불의 성소로(3) 21.02.03 78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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