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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사자, 계약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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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엔키유
작품등록일 :
2020.12.10 11:29
최근연재일 :
2021.04.27 21:00
연재수 :
2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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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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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26,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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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23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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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40. 단 한 번의 신성력

DUMMY

엘론은 여전히 나를 데리고 계속 이리저리 움직이며 마법을 피하고 있었다.


“큭..”


서늘한 얼음 창들은 아슬아슬하게 나를 비켜가곤 했다. 하지만 문득 나는 이상함을 느꼈다. 엘론이 능숙하게 마법을 피하고 있는 거라고 친다고 해도 마법의 궤적이 이상하게 꺾이는 것을 몇 번이나 목격한 것이다.


분명히 이번에는 맞았다고 생각했을 때조차 바로 눈앞에서 방향을 바꿔 나간 것이다.


내 생각이 틀릴 수도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몇 번이나 관찰한 끝에 얻은 결론이었기 때문에, 나는 결심을 하고 엘론의 손을 놓고는 뒤로 재빨리 뒤쪽으로 거리를 벌렸다.


“클로이 님?! 떨어지면 위험합니다!”


쾅!


엘론은 당황해서 내 곁으로 다가오려고 했지만, 갑작스런 마법의 폭격으로 물러나야만했다. 한 발 멀리서 바라보니, 예상대로 마치 내 존재는 잊은 듯이 마법은 엘론과 오스왈드만을 집요하게 쫓고 있었다.


‘귀찮은 것부터 치운다.’


저 녀석이 말한 것은 역시 이런 뜻이었나 보다. 그는 아무래도 귀찮은 호위인 엘론과 오스왈드를 처리하고 나서 나를 상대하려는 것 같았다.


아니 그렇게 될 경우에는 ‘상대한다’라기 보다는 일방적으로 ‘갖고 논다’라고 하는 편이 더 나으려나?


어쨌건 셋을 한꺼번에 상대해도 충분히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은 실력자인데도 굳이 그런 식으로 하는 것은 그에게는 이것도 일종의 놀이이거나, 아니면 그만큼 신의 사자에게 원한이 깊다는 뜻이겠지.


가난한 하급귀족으로 태어나 열심히 일만 하는 나날을 보냈던 내가 개인적으로 그에게 원한을 갖게 할 만한 일을 하지 않았을 테고, 300년 만에 나타난 신의 사자에게 아직 젊어 보이는 그가 원한을 갖는 것도 이상하긴 마찬가지였다.


혹은 그가 어둠의 힘을 지닌 존재라면 신의 사자에게 원한을 갖는 게 가능한 이야기겠지만.


콰쾅!


이 와중에도 엘론과 오스왈드는 마법의 공격을 받고 있었다. 이렇게 다른 생각에 빠져 있어도 전혀 공격을 받고 있지 않는다는 것은 두 사람에게 짐이 되고 있지 않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 것일까.


나는 머리를 흔들고는 현실도피를 하던 마음을 다잡았다. 지금은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다.


그리고 주머니에 살며시 손을 넣어 약병을 꺼냈다.


작은 약병에 들어있는 은빛의 물약은 지금껏 봤던 그 어떤 약보다 기괴한 분위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정말 이걸 마셔도 되는 것일까.


순간, 잠시 스쳐지나가 듯이 만났던 비앙카를 목숨을 걸고 믿어도 되는 것인지 의심이 들었다.


신성력을 쓰게 해주는 약.


물론 내게 잠재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보통의 사람은 마셔봤자 효과가 없다고도 했다. 그리고 단 한번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말로 그런 약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인가.


쾅!!!


큰소리에 놀라 고개를 들어보니 순례길의 한쪽 길이 크게 패여 있었다. 아니 근처를 보면 길은 곳곳이 움푹 패이고 깨져서는 성한 곳이 하나도 없었다. 아마 나중에 보수공사를 하는데도 시간이 꽤 걸릴 것 같다.


그래, 지금 이렇게 고민할 시간이 없다.


의도한 건 아니겠지만, 그는 지금 내게 기회를 주고 있는 것이니까.


“후우...”


나는 심호흡을 한번 하고는 약병의 뚜껑을 열었다. 그리고 재빨리 약병을 입가로 가져갔다.


하지만 쉽사리 입안으로 약을 흘려 넣지는 못했다. 이 약은 그냥 쓴맛으로는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 게다가 가까이서 보니 정말로 기괴한 은빛으로, 도저히 사람이 먹어도 되는 약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상한 냄새는 나고 있지 않다는 것 뿐. 만약 냄새까지 지독했다면 아무리 위급한 상황이라해도 마시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



하지만 지금 마셔야한다.


지금이 가장 필요한 순간이기도 했으며,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마시려고 시도하지 못할 것 같았다.


그렇게 각오를 하고 눈을 꼭 감을 채로, 마침내 고개를 뒤로 젖히며 약병에 있는 모든 물약을 입안으로 쏟아 부었다.


“윽...”


약은 아무런 맛도 냄새도 나지 않았지만 마치 흙탕물이라도 마신 것 마냥 입안은 온통 강한 이물감과 구토감으로 어지럽혀졌다.


무의식중으로 물약을 토해내려는 것을 억지로 참아가며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는 간신히 물약을 목으로 넘길 수 있었다.


“으아아...”


문제는 지금부터 시작이었다.


약은 분명 방금 전까지만 해도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미지근한 상태였다. 하지만 지금 목으로 넘어가는 물약은 타는 듯한 뜨거움이 느껴졌으며, 마치 활활 타고 있는 불이라도 삼킨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미 삼켜버린 약을 뱉어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클로이 님! 괜찮으십니까?”


“클로이!?”


멀리서 두 사람의 걱정소리가 들려왔다.


두 사람도 내 이변을 눈치 챈 모양이다.


신성력을 쓸 수 있다면 이번에는 짐이 아니라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언제나 일이라는 건 그렇게 생각처럼 잘 돌아가지는 않았다.


“크윽...”


목을 타고 넘어간 뜨거움은 몸의 중앙으로 흘러들어가는가 싶더니, 이윽고 온몸 깊이 사방으로 퍼지고 있었다. 그리고 온몸에서 심장이 뛰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두근거리는 소리가 구석구석에서 들리며 불타는 듯한 뜨거움에 휩싸였다.


비앙카.


이정도로 힘든 거였다면, 약의 증상에 대해 미리 설명을 해줬어야지!


“뭐야, 나중에 상대해주려고 내버려 뒀더니. 먼저 죽고 싶다는 거야?”


아차,

지금껏 이쪽엔 관심도 없었던 그의 시선이 나에게 쏠려버렸다.


지금 그에게 공격을 받는다면 도망갈 자신이 없었다. 아니, 아직은 한 발짝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럼, 일단 죽지 않을 정도로만 해둘까.”


그리고 그는 손을 높이 치켜들었다.


머리는 도망가야 한다고 외치고 있었지만, 몸은 손가락하나 움직이는 것도 버거워하고 있었다.


“클로이!”


“큭...!”


그는 달려오려고 하던 오스왈드에게 불의 마법을 날리고는 동시에 여러개의 불기둥을 만들어 그의 움직임을 저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마법이 끝나자마자 엘론에게는 바람의 폭풍으로 발을 묶어버렸다.


동시에 여러 속성의 마법을 쓰는 모습은 언제 봐도 놀라운 광경이었다.


나는 발버둥치는 것을 포기하기로 했다. 그는 설령 내가 지금 신성력을 쓴다해도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스승인 루드비히가 온다면 모를까, 인간 중에서는 그를 이길 수 있는 자는 없을 것이다.


아니, 하지만 마지막으로 딱 한번. 그에게 신성력을 써보고 싶었다.




“그럼, 조금 아플 거야.”


그에게서 무수히 많은 얼음 창이 생겨나더니 나에게 날아왔다.


이제 더는 방법이 없었다. 나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다가올 고통을 대비해서 두 눈을 꼭 감았다.


‘바람의 신이시여, 신의 가호는 어떻게 된 겁니까!’



그때였다.



“윽...”


짧은 신음소리와 함께 몸이 따뜻한 것에 감싸 안겼다. 그리고 살며시 눈을 뜬 내 눈앞에 보이는 것은,


“엘론!!??”


나를 감싸 안으며 수많은 얼음 창을 등 뒤로 맞고 서있는 엘론의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눈으로 확인하자, 온 몸에 냉수를 끼얹은 것처럼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더 이상 약으로 인한 열도 구토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윽...괜찮으십니까..?”


“나..나는 괜찮아. 그보다 엘론, 상처가...치..치유를...”


엘론은 억지로 폭풍을 뚫고 나왔는지 온몸이 바람에 찢겨진 크고 작은 상처가 나 있었고, 등 뒤의 얼음은 이미 녹고 있었지만 그것이 만들어낸 상처에서는 끊임없이 피가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치유술의 주문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게 열심히 외우고 또 외웠는데! 결정적인 순간에 생각나질 않다니!



“오, 역시 대단한 충성심이야.”


그는 전혀 놀라지 않고 있었다.


어쩌면 그는 예상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엘론이 저 바람의 폭풍을 뚫고 달려와 나를 보호할 거라는 것을. 아니 어쩌면 그의 계획의 일부였던 건가.


“크읏...”


“엘론!”


엘론은 서있을 힘조차 남지 않은 것인지, 결국 무릎을 꿇고 말았다. 이 이상 시간을 끈다면 정말로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대로 엘론을 데리고 도망 갈 수 있을까. 잘 도망간다면 중간에 신전의 사람들을 만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오스왈드가 어떻게 될지도 걱정이었다.


그라면 자기가 시간을 벌 테니 데리고 도망가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나는 오스왈드가 있는 곳을 힐끗 보았다.


수많은 불기둥으로 인해 그의 모습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무사할거라는 믿음은 있었다.



“우선 하나는 치웠나.”


이런 함정으로 사람을 다치게 해놓고 하는 말치고는 너무나도 화가나는 말투였다.


애초에 아무 잘못도 없는 우리를 공격한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닌가? 나도 좋아서 신의 사자로 선정된 것이 아니었고, 돈을 받고 하는 일이 아니었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세상에 쉽게 벌 수 있는 돈은 없다고 하지만 이건 너무 심하지 않나?


게다가 그는 함정을 파고 시험한 끝에 아무런 죄도 없는 엘론을 죽일뻔했다. 힘이 있는 주제에 정정당당한 방법도 아니고 치사한 방법을 쓰면서 말이다.


이건 정말로 용서할 수 없다.


그래, 그는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다.


갑자기 몸의 구석구석에서부터 빛이 흘러나오는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 몸이 빛나는 것은 아니었지만 내 몸을 찬란한 빛이 감싸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


이게 바로 신성력인가.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신비로운 감각이었다.



“대지를 가로지르는 거센 바람이여.”



“엘론! 클로이!”


그 불기둥을 뚫고 나온 것인가. 역시 오스왈드는 무사했던 모양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가 오스왈드를 불기둥으로 가둔 것은 역시 엘론을 잡기 전에 가장 걸리적거리는 인물의 발목을 잡기 위한 것인 듯했다.


“하늘을 뒤덮는 냉혹한 폭풍이여. 지금 이곳에 현현하라.”


그를 바라보았다. 뛰어난 마법사인 그가 내게서 발하고 있는 신성력을 눈치 채지 못했을 리 없다. 하지만 그는 그저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을 뿐.


가만히 나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내 신성력정도 쯤은 막을 수 있다는 뜻일까?


“클로이, 그 마법은...!”


이미 말려도 소용없다.


이 녀석만은 절대 용서할 수 없다.


“윈드 스톰.”


주문이 끝나자,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동시에 몸에 감각이 사라지면서 아무것도 느껴지지가 않았다.


몸은 공중에 둥둥 떠다니는 것처럼 가벼웠고, 손끝에서부터 서서히 녹아 공중으로 흩어지는 것만 같았다.


살아있는 감각이라고는 눈뿐이었지만, 무섭지는 않았다. 그저 요람에 누워있는 것 마냥 편안하고 안락한 느낌에 눈이 스르르 감기기까지 했다.


감기는 눈으로 마지막에 본 것은 화려한 은빛이 뒤섞여 찬란하게 빛나는 매서운 폭풍의 모습이었다. 강렬한 빛을 내며 휘몰아치는 바람은 묘하게 신성하면서도 무서운 광경이었다.


아, 하지만


내가 이렇게 쓰러지면 엘론은 누가 치료하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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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60. 행방 20.12.30 94 2 12쪽
59 59. 협박 20.12.30 102 2 11쪽
58 58. 강림 20.12.29 101 2 11쪽
57 57. 의식의 시작 20.12.29 96 2 11쪽
56 56. 잠시 휴식 20.12.29 103 2 12쪽
55 55. 그의 호위 기사들이란 20.12.28 101 2 11쪽
54 54. 귀환 20.12.28 96 2 11쪽
53 53. 300년 전의 이야기 20.12.28 101 2 11쪽
52 52. 워프? 20.12.27 105 2 11쪽
51 51. 작별 20.12.27 101 2 11쪽
50 50. 신관 알베르 20.12.27 103 2 11쪽
49 49. 정화 20.12.26 101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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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47. 세 번째 바람의 성소(3) 20.12.26 103 2 11쪽
46 46. 세 번째 바람의 성소(2) 20.12.25 106 2 11쪽
45 45. 세 번째 바람의 성소(1) 20.12.25 107 2 11쪽
44 44. 마지막 준비 20.12.25 107 2 11쪽
43 43. 신목 20.12.24 111 2 11쪽
42 42. 휴식 20.12.24 100 2 12쪽
41 41. 신전 20.12.24 104 2 11쪽
» 40. 단 한 번의 신성력 20.12.23 104 2 11쪽
39 39. 두 번째 습격(2) 20.12.23 102 2 12쪽
38 38. 두 번째 습격(1) 20.12.23 107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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