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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사자, 계약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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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엔키유
작품등록일 :
2020.12.10 11:29
최근연재일 :
2021.04.27 21:00
연재수 :
2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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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99
추천수 :
478
글자수 :
1,126,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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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24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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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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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41. 신전

DUMMY

눈을 떠보니 새하얀 천장이 보였다.



이상하게 몸은 나른하고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손가락 하나조차 움직이는 게 귀찮아져서 눈만 굴리며 현재 상황을 파악해보려 했지만, 도저히 머리가 돌아가지를 않았다.


어쩔 수없이 나는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았다.


눈을 떠보니 낯선 천장이라...


그러고 보니, 지난번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그때 비앙카가 나를 침대까지 옮겨주느라 고생했다나 어쨌다나. 그리고 그녀에게 이런저런 약을 받고는 별일 없이 길을 떠났었다.


그 뒤로 이상한 꿈을 꿨던가?


크리스탈을 포함한 가방안의 모든 물건을 탈탈 털리는 꿈이었다. 아, 크리스탈이 무사하다는 걸 확인했던가..?



그 다음엔...



다음엔..?



“엘론!..윽...”


침대에서 일어나자, 갑자기 온몸에 심한 격통이 달렸다. 그리고 그대로 침대로 엎드려 버렸다. 온몸은 전류가 흐르는 듯한 찌릿찌릿한 느낌이 들면서 뼛속 마디마디까지 부셔질 듯이 아파왔다.


숨쉬기조차 힘들 정도로 심한 고통 속에서 떠오르는 것은 피를 흘리며 쓰러진 엘론의 모습이었다.


그 이후로 도대체 어떻게 된 걸까.


설마 붙잡힌 걸까. 하지만 마법사 녀석은 절대 나를 이렇게 극진히 대접하지는 않을 텐데.



“어이, 드디어 정신을 차렸나?”


몸을 움직이는 것은 고통스러웠기 때문에 고개만 살짝 돌려 소리가 나는 곳을 쳐다보았다. 건너편의 침대에는 길고 화려한 금발머리를 지닌 인물이 거만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케르빌 왕자...?”


“‘님’을 붙여야 하지 않나?

뭐, 아무튼. 잘도 살아났군.”


“와..왕자님! 엘론은..엘론은 어떻게 됐나요? 무..무사한가요? 그리고 오스왈드 님은?”


어째서 케르빌 왕자가 이런 곳에 있는가. 여기는 어디인가는 지금은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 중요한건 엘론이 무사한가, 그리고 오스왈드는 어떻게 됐는가. 그것이 가장 중요했다.


비앙카의 약을 마시고 나서 신성력의 마법을 쓴 뒤 기절을 했던 기억은 있다.


눈을 감기 전에 보였던 화려한 은빛이 뒤섞인 바람의 폭풍이 내가 본 환상이 아니라면, 제대로 신성력이 깃든 마법이 성공했다는 의미다. 그 신성력으로 녀석은 쓰러졌을까?




나는 하염없이 케르빌 왕자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검은 머리의 녀석 말이냐? 그 녀석은 죽...”


쾅!


“으윽...”


침대에서 뛰어내려 달리려던 몸은 그대로 바닥으로 추락해버렸다. 이곳이 어딘지도 모르고, 어디로 가야하는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저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었다. 뛰쳐나가서 케르빌왕자의 말이 사실인지 확인을 하지 않으면 안됐다.


하지만 힘없이 그대로 온몸으로 떨어진데다가 애초에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아팠던 몸은 지금까지 겪어보지도 못한 심한 고통을 안겨주며, 나를 그 자리에서 꼼짝도 못하게 하고 있었다.


“이봐, 잠깐...”


하지만 이러고 있을 수는 없었다. 엘론이 어떻게 됐는지를 내 눈으로 확인해야만 했다. 고통을 참으며 팔에 힘을 주어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하지만 몸에 고통만 더해갈 뿐으로 전혀 힘을 줄 수가 없었고, 오히려 팔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벌컥


그때 갑자기 커다란 방문이 열리며 하얀 로브를 입은 남자가 방안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이런, 도대체 무슨 소란인가?”


그는 방안을 한번 훑어보고는 곧 침대 밑에 떨어져 있는 나에게 시선이 고정되었다. 떨어진 채로 굳어있는 나를 보고도 전혀 당황하는 기색 없이 천천히 내 앞까지 걸어 온 그는 나를 내려다보며 미소 짓고 있었다.


“오, 일어났나. 요새 젊은이들은 정말 건강하구만, 하하하.

그새 회복해서 걸어 다니려고 하는 겐가?”


도대체 나의 어디가 건강하게 걸어 다니려는 모습이라는 것인가.



“클로이? 깨어난 건가?”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하얀 로브의 남자 뒤로 화려한 붉은 머리의 사람이 나를 발견하고는 이쪽으로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오스왈드였다.


“오..오스왈드 님! 무사하셨군요! 그런데 엘론은...엘론은 어떻게 됐어요?”


“엘론이라면 지금 다른 곳에서 치료 중이니 걱정마라.

아직 정신을 차리지는 못했지만 곧 회복될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에..?”


오스왈드는 나를 안심시키려는 듯이 따뜻한 미소를 지어주고 있었다. 그 미소를 보니, 지금까지 긴장했던 마음이 풀리면서 힘이 빠지는 기분이 들었다.


엘론이 무사하다는 소식은 너무나 다행인 일이었다.


하지만.



“어이, 잠깐. 왜 나를 노려보는 것이냐! 네가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듣지 않은 게 아니냐!

나는 ‘녀석은 죽지는 않았다.’라고 말하려고 했단 말이다!”


엘론이 무사하다는 소식을 들은 후 무의식중에 케르빌 왕자를 노려보았다.


왕자는 자신의 말투가 얼마나 좋지 않았는지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내가 조금만 더 심약한 인간이었다면 아마 그의 말을 듣는 순간 그 자리에서 기절해버렸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나중에 불경죄로 처벌받는다고 하더라도 지금은 얌전히 내 원망을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아니, 그럴 때는 ‘무사하다’거나 ‘치료중이다’라고 하는 게 맞지 않나?”


“하하하. 어쨌든 그대도 지금은 치료를 하는 게 좋을 걸세. 자, 다시 침대로 돌아가게나.”


그리고 로브의 남자는 나를 번쩍 안아 들어서 다시 침대위로 올려주었다.


“아..저, 가..감사합니다. 그런데..여기는 어딘가요?”


그제야 정신이 들어 나는 상황을 확인하게 되었다.


내가 있는 이 방은 새하얀 벽과 천장으로 둘러싸여 있었고, 마찬가지로 새하얀 시트의 침대가 꽤 넓은 간격을 두고 세 개씩 양쪽 벽에 놓여있었다. 그 이외에 쓸데없는 장식물 같은 건 하나도 없었다.


밝은 햇빛이 커다란 창문으로 들어와 방안을 환하게 비춰주고 있기 때문인지 방은 깨끗하고 맑은 이미지를 주고 있었다.


눈앞에 서있는 남자를 보았다.


그는 50대정도 쯤 되어 보이는 외모와 건장한 체격을 지니고 있었는데, 이미 새하얗게 물든 머리를 단정하게 뒤로 넘기고 있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새하얗고 풍성한 수염을 길게 기르고 있었으며, 새하얀 교단의 로브를 단정하게 입고 있었다.


그야말로 전신이 새하얀 인물이었는데, 묘하게 신비롭고 신성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음, 이곳은 그대가 마지막으로 들러야하는 세 번째 성소가 있는 신전이네. 그리고 나는 이곳의 신관인 알베르라고 하네.”


마지막 성소!


그때의 구조신호로 신전의 사람들이 달려와 준 모양이었다. 사실 나는 정말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었다.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클로이라고 합니다.

저..혹시 그..마법사는..?”


신전사람들의 도움을 받은 것은 확실했지만, 그 마법사 녀석은 어떻게 됐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엘론의 말대로 신전의 성물로 녀석을 물리쳤을까?


“그 녀석이라면 너의 신성력을 맞고 약해져 있었어. 신전사람들이 몰려오자 도망가더군.”


“...그래요?”


알베르 신관이 무언가 이야기 하려는 듯 입을 열었으나, 오스왈드가 그 말을 막듯이 대신 대답을 해주었다. 그런 오스왈드를 보며 알베르 신관은 미소를 짓더니 입을 닫아버렸다.


지금 이야기 하려했던 그 말은 아마 다음에도 들을 수 없을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했던 걸까. 그렇게 간단히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었을 거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하하하, 이번 신의 사자는 그동안의 사람들과는 전혀 다를 거라고는 들었지만, 정말 놀랍구만.

설마 증오를 품고는 신성력을 사용하는 사람을 실제로 보게 될 줄은 몰랐네!”


짜-악!


그렇게 말하고는 알베르 신관은 내 등을 세게 내리쳤다.


“윽..! 자..잠깐만요..저 환잔데요...아프다고요...”


얼마나 세게 내려친 것인지 등의 충격만으로도 몸이 부서질 것처럼 아파왔다. 그냥 톡톡치는 것도 아니고, 환자를 온 힘을 다해서 치는 사람이 어디 있단 말인가!


“하하하!! 아픈가? 아픈 게 당연하지! 아프라고 때린 거라네!”


이쪽은 눈물이 날정도로 아프다고 하는데 아프라고 때린 거라니. 나는 원망하는 마음으로 알베르 신관을 노려보았다. 그는 내가 노려보는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내려 보고 있었다.


“신성한 힘에 증오가 섞이는 것만큼 위험한 일이 또 있겠는가? 그 둘은 절대 융합할 수 없는 성질이라네.

그야말로 그대의 몸을 파먹는 저주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야.

윈프리드 님의 가호가 없었다면 그대 역시 지금 이 자리에 살아있을 수 없었을 거라네.”


“네...”


알베르 신관은 진지하게 나를 설교하고 있었지만, 나는 반쯤 그 말을 흘려듣고 있었다. 어차피 신성력은 그 한번으로 끝이었다. 더 이상은 쓸 수 없을 것이다.


...


비앙카에게 부탁하면 하나 더 만들어 주려나?



하지만 그처럼 반짝반짝 빛나고 화려한 마법은 나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그럼 성소는...”


“지금은 몸을 회복하게나. 그 몸으로 성소를 방문한다해도 신의 앞에서 제대로 서 있을 수나 있겠나? 몸도 마음도 치유하고 나서 가기로 하세.”


알베르 신관의 말도 일리는 있었다.


지금의 나는 자신의 힘으로 온전히 서 있을 자신이 없었다. 그런 상태로 성소를 방문한다해도 제대로 기도를 올릴 수 없겠지.


최악의 경우, 축복이 내려오지 않을 수도 있었다.


“네에...”


힘없이 대답하는 나를 위로해주려는 것인지 알베르신관은 미소 띤 얼굴로 내 머리를 톡톡 두드렸다. 그 행동이 조금은 위로가 된다는 것이 신기한 일이었다.


“그나저나...케르빌 왕자님은 왜 여기에 계세요? 왕자님도 그 녀석에서 습격당했어요?”


“크흠...”


생각해보면 처음 녀석에게 습격당한 것도 케르빌 왕자였다. 그리고 녀석은 신의 사자를 노리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번에도 역시 케르빌 왕자를 먼저 습격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뒤에 나를 습격했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었다. 게다가 그는 나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설마, 왕자님...그 마법사 녀석한테 나를 밀고했어요?!”


“뭐라고!!?? 네녀석 나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냐!

내가 아무리 내세울 것 없고 내 목숨이 소중한 왕족이라고는 하나, 신과 나라를 저버리는 짓은 하지 않는다!”


“아..죄..죄송해요..”


케르빌 왕자의 자학의 말에는 할 말이 없었다.


그는 생각보다 자신을 잘 파악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아무튼, 그 자신이 신의 사자라고 믿고 있었으니 나를 밀고하지는 않았으려나?


그러고 보니, 지금 그의 말투는 마치 나를 신의 사자로 인정하고 있는 듯했다.


왕자는 도대체 그동안 무슨 일을 겪은 것인가.


“지금의 말은 사실일거다. 왕자의 기사들을 추궁해봤지만 절대 그런 일은 없었다고 하더군.”


“뭐라고? 부상당한 내 기사들을 추궁한건가!!”


아무래도 케르빌 왕자의 호위기사들 역시 습격으로 심각한 부상을 입은 모양이다.


그나저나...



케르빌 왕자가 호위기사들을 걱정하다니.


너무나 낯선 모습이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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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58. 강림 20.12.29 101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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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55. 그의 호위 기사들이란 20.12.28 101 2 11쪽
54 54. 귀환 20.12.28 97 2 11쪽
53 53. 300년 전의 이야기 20.12.28 102 2 11쪽
52 52. 워프? 20.12.27 105 2 11쪽
51 51. 작별 20.12.27 101 2 11쪽
50 50. 신관 알베르 20.12.27 103 2 11쪽
49 49. 정화 20.12.26 101 2 12쪽
48 48. 세 번째 바람의 성소(4) 20.12.26 99 2 11쪽
47 47. 세 번째 바람의 성소(3) 20.12.26 103 2 11쪽
46 46. 세 번째 바람의 성소(2) 20.12.25 106 2 11쪽
45 45. 세 번째 바람의 성소(1) 20.12.25 107 2 11쪽
44 44. 마지막 준비 20.12.25 107 2 11쪽
43 43. 신목 20.12.24 112 2 11쪽
42 42. 휴식 20.12.24 100 2 12쪽
» 41. 신전 20.12.24 105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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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39. 두 번째 습격(2) 20.12.23 102 2 12쪽
38 38. 두 번째 습격(1) 20.12.23 107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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