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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사자, 계약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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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엔키유
작품등록일 :
2020.12.10 11:29
최근연재일 :
2021.04.27 21:00
연재수 :
2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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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26,569

작성
20.12.24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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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42. 휴식

DUMMY

“그렇다면...그 마법사는 어떻게 내가 신의 사자라는 걸 알고 있었던 걸까요?”


케르빌 왕자는 그대로 표정이 굳은 채 말이 없었다. 확실히 이 왕자는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자신이 진짜 신의 사자고, 나는 누군가의 사주를 받고 사칭을 하는 가짜라고 확신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나를 인정하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거지?


“그 녀석은...사람을 판별하는 눈을 가지고 있는 것 같더군.”


“판별하는 눈이요..?”


인간에게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눈. 그 말을 듣는 순간 떠오르는 것은, 내가 몇 겹의 신의 가호를 받고 있기 때문에 쳐다보는 것조차 힘겹다고 했던 루드비히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건 드래곤의 눈이기 때문에 보이던 게 아니었던가?


이 마법사 녀석은 들으면 들을수록 드래곤과 흡사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자신은 드래곤이 아니라는 듯이 드래곤슬레이어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었지. 도대체 그의 정체는 뭘까.


드래곤에 근접한 인간이라도 된다는 걸까?



“흥, 지금 생각해도 피가 거꾸로 솟아오르는 것 같군. 그 녀석...내 호위들을 반죽음으로 만들어 놓고는...나를 죽이기 직전에 그러더군.

‘뭐야. 너는 진짜가 아니잖아? 미안, 나는 쓸데없는 살생은 하지 않아서 말이야.’라고!! 그리고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더군!!

사람을 어디까지 농락해야 직성이 풀리는 것이냐!...윽..”


왕자는 흥분한 탓으로 상처가 벌어진 것인지 그대로 배를 움켜잡고는 침대로 쓰러졌다.


자신이 가짜라는 게 밝혀진 것이 충격적이었던 것인지, 아니면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것이 분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가짜이기 때문에 목숨을 건졌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나를 진정하게 된 걸까?


“...그렇군. 지난번에 봤을 때는 신의 사자가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 하지만 왕자가 진짜가 아니라는 걸 확인했으니, 그때 같이 있었던 클로이가 진짜일거라고 생각하는 건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인가.”


“흥...”


왕자는 엎드려있는 상태에서도 오스왈드의 말에 콧방귀를 뀌고 있었다. 아픈와중에도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것을 보면 어지간히 자존심이 센 모양이다.


이제 와서 세삼 자세히 왕자를 보니, 그는 화려한 예복이 아닌 하얗고 가벼운 옷을 걸치고 있었으며 그 사이사이로는 겹겹이 감겨진 붕대가 눈에 들어왔다.


“아, 그러고 보니...”


“잠깐, 그대들은 환자가 아닌가. 이만 쉬도록 하게.”


“그래. 클로이, 이만 쉬도록 해라. 나는 이만 엘론의 상태를 보러 가야겠다.”


“하지만...”


하지만 아직 궁금한 것이 너무 많았다.


게다가 몸을 움직이는 것은 힘들어도 말을 하는 것에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불쌍한 표정으로 신관을 바라보았다.


깨어난지 얼마나 됐다고 다시 자라고 하는 것인가! 아직 조금 더 현재 상황에 대한 정보가 필요했다.


“...정말 어쩔 수 없구만.”


알베르 신관은 머리를 흔들더니 한숨을 내쉬고는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내 작전이 성공한 듯 했다!


나는 신관과 왕자에게 물어볼 말을 여러 가지 생각해보았다. 일단은 엘론의 상태가 얼마나 안좋은 것인지, 마법사 녀석에 대해 알고 있는 것 전부, 신전에 있는 것이 정말로 안전한가 등등..



“슬립.”


“..엣?!‘


알베르 신관은 내 이마에 살며시 손을 얹고는 낮게 주문을 읊조렸다.


이 주문은 책에서 본적이 있었다. 더 이야기하는 것을 허락해준게 아니었던가? 왜 이제 와서 잠을 재우려는 거지?


혼란스러운 의식 가운데, 몸은 따뜻한 기운에 휩싸여 너무나도 안락한 느낌이 들었다.



점점 무거워지는 눈에 간신히 힘을 주어 알베르 신관을 노려보았다.


“허허, 그런 눈으로 보지 말게나.

내가 계속 얘기하지 않았나? 환자는 그만 푹 쉬라고 말이네! 그대들에게는 휴식이 필요해.

이 이상의 이야기는 몸을 회복하고 나서 하게나.”


그말을 끝으로 내 의식은 점점 현실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어떻게서든 정신을 차리려고 발버둥 쳐봐도 눈앞은 깜깜해져갔고, 편안한 기운에 긴장이 풀려버린 몸은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었다.










**********








“핫!!”


그리고 갑자기 눈이 떠졌다.


그저 눈을 감았다가 뜬것만 같은 찰나의 순간이었고, 햇빛도 환하게 들어오는 것이 주위의 풍경도 그다지 변함이 없었다.


다만 한 가지 다른점이 있다면, 반대쪽 침대가 비어있다는 것뿐이었다.


혹시 하루를 꼬박 잠들어있었던걸까?


나는 조심스레 몸을 움직여보았다. 아직 움직이는 것은 버겁긴 했지만 하루 사이에 몸이 꽤 회복된 것인지, 어제와 같은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이정도라면 걷는데 큰 무리는 없어보인다. 그렇다면 엘론의 상태를 보러 가도 괜찮겠지.


그렇게 결심을 하고 땅에 다리를 내렸다.




하지만 다리가 땅에 닿기전, 무언가에 부딪히는 느낌이 들었다. 고개를 내밀어 무언인지 확인해보니 바로 내 가방이었다. 분명 어제 침대에서 떨어질 때만 해도 없었던 물건이었다.


혹시 오스왈드가 갖고 와준 걸까?


나는 몸을 숙여 가방을 침대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제일 먼저 작은 상자를 찾아 조심히 열어보았다. 다행히 크리스탈은 그 자리에 얌전히 놓여있었다.


“휴...”


에메랄드도 노란빛의 보석도 제대로 들어있었다. 생각해보면 가방을 뺏겼던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안에 있는 물건이 그 자리에 잘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인 걸지도 모른다.


그리고 헝겊에 겹겹이 싸여있는 작은 병이 눈에 들어왔다.


“아, 이건 비앙카의...”


바로 비앙카가 신관에게 전해달라고 했던 그 약이었다.


분명 신관의 상처를 치료해주는 중요한 약이라고 했었지.


엘론의 상태가 매우 궁금하기도 했고, 신관에게 약을 건네주는 것도 중요하기는 했다.


...


나는 가방에서 약병을 꺼내고는 다시 가방을 잘 닫았다. 그리고 일어나서 가방을 침대 밑에 잘 밀어넣고는 방을 나섰다.



방 밖에는 역시 하얀 빛의 복도가 펼쳐지고 있었다. 그 모습은 이전에 봤던 신전의 모습과 큰 차이가 없었다. 아무래도 신전은 다 비슷비슷한 형태로 되어 있는 듯 했다.


조용한 복도를 따라 한참을 걸어가고 있을 때, 멀리서 하얀 로브를 입은 사제가 걸어가는 것이 보였다.


“아! 잠시만요! 실례합니다!!”


내가 큰소리로 그녀를 부르자, 그녀는 가는 걸음을 멈추고는 가만히 나를 바라보았다.


아직 뛰는 것은 몸이 버티지 못할것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에 내가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속도로 걸어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 나를 그녀는 가만히 바라보더니 진정하라는 듯이 손을 들어 보이더니 내게로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아, 감사합니다.”


“부드러운 바람이 그대를 치유하기를. 순례자님.

몸은 이제 많이 좋아지신 모양입니다. 하지만 무리는 금물이에요.”


신전사람들에게는 내 정체가 알려지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그녀는 나를 순례 도중 사고로 다친 순례자로 알고 있는 듯했고, 나를 알아보고는 상처가 벌어지는 것을 걱정해서 무리하지 않도록 신경을 써준 것 같았다.


“네, 감사합니다.

그런데 혹시...알베르 신관님이 어디에 계신지 알고 있으신가요? 중요한 볼일이 있는데...”


“어머, 그러셨나요. 알베르 신관님이시라면, 이 시간에는 뒷마당에 있는 커다란 나무를 보러 가셨을 겁니다.

그곳에서 명상하는 것을 즐기시거든요.”


그녀는 길을 손으로 가리키면서 뒷마당으로 가는 길을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지난번 잠입 때 신전을 돌아다닌 덕분인지 그녀의 설명을 금세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녀는 혼자갈 수 있겠냐면서 몸이 불편하면 자신이 함께 가주겠다고 했지만 혼자 걷는데 불편하지도 않았고, 그 이상은 민폐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정중히 거절했다.


그리고 그녀에게 감사인사를 전한 뒤, 설명을 따라 복도를 걸어갔다.


복도는 여전히 고요했고 사람들의 왕래는 없었다. 지금 신세를 지고 있는 우리와 왕자 무리들을 제외하면 신전을 지키는 사제들밖에 없는 듯 했다.


신의 부활을 가장 바라는 것은 아마 이들일지도 모르겠다.




복도를 계속 따라가니 곧 뒷마당이 보였다.


따로 찾아볼 것도 없이 뒷마당의 앞에는 눈에 띄는 커다란 나무가 자리 잡고 있었다. 보통의 몇 배는 되어 보이는 커다란 나무는 생기가 없어 보이긴 했으나, 다른 나무와는 다르게 메말라있지 않았다.


그리고 그 나무아래에는 알베르 신관이 조용히 나무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전신이 새하얗기 때문이었을까. 그 모습은 이상할정도로 신성해보였다.



“역시 얌전히 쉬지를 않는 구만. 그래, 나에게 볼일이 있는 겐가?”


한참을 그렇게 바라보고 있으니, 알베르 신관이 먼저 내게 말을 걸어왔다. 그는 내가 여기에 왔을 때부터 내 존재를 눈치 채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명상을 방해한 것에 미안한 마음이 들어 나는 천천히 그에게로 다가갔다.


“...이거, 비앙카가 전해달라는 약이에요. 상처를 치유해주는 약이라고 했던 거 같은데.”


내가 근처로 다가갔을 때까지도 나무를 올려다보고 있었던 알베르신관은 ‘비앙카’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빠르게 내게로 고개를 돌렸다. 눈을 크게 뜬 그의 표정을 보니, 살짝 놀란 듯이 보였다.


“비앙카가..?”


“네. 자, 여기요. 기왕이면 마시는 것까지 확인해달라고 하던데요?”


약을 받아든 알베르 신관은 한동안 말없이 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두 사람은 싸웠다고 했던가. 하지만 지금의 모습으로 봐서는 전혀 그런 느낌은 없었다. 아니, 오히려 그리워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역시 본인이 직접와도 괜찮지 않았을까. 두 사람의 관계가 조금 궁금해지기는 했지만 개인적인 일에 대해 깊이 파고드는 것은 예의가 아닐 것이다.


“비앙카는...잘 지내던가?”


“아, 잘 지내는 것 같았어요. 수상한 약같은 걸 잔뜩 만들면서요~”


신성력을 쓸 수 있게 해주는 약이라던가.


기운 없이 조심히 물어보는 알베르신관에게 일부러 농담하듯이 장난스럽게 대답을 했다. 실제로 비앙카는 정말 수상해보이는 약을 어마어마하게 만들어 놓고 있었으니까 거짓말은 아니었다.


“후, 그런가...그녀는 여전하구만.”


알베르 신관은 피식 웃더니 감상에 빠진 것인지 추억에 빠진 것인지 또다시 말없이 조용히 약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빨리 약을 먹어줘야 나도 안심하고 엘론에게 가볼 텐데...


만약 여기서 그냥 갔다가 이 신관님이 저 약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기라도 했다간, 비앙카에게 무슨짓을 당할지 알 수가 없었다.



“음..저...알베르 신관님, 약을...”


“그러고 보니, 그대는 이 나무가 뭔지 알고 있나?”


“..네? 아..아니요. 특별한 나무인가요?”


아니 다른 얘기로 빠지지 말고 빨리 약을 마셔주세요.


그런 나의 바람과는 다르게 알베르 신관은 약을 손에 든 채로 다시 나무를 올려다보았다. 그가 올려다보자 미약하지만 상쾌한 바람이 커다란 나무로부터 불어오는 듯했다.


“이 나무는 윈프리드 님의 나무, 즉 신목이라네.”


“...네?!”



신목??



하지만 그 분은 바람의 신인데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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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58. 강림 20.12.29 101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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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55. 그의 호위 기사들이란 20.12.28 101 2 11쪽
54 54. 귀환 20.12.28 98 2 11쪽
53 53. 300년 전의 이야기 20.12.28 103 2 11쪽
52 52. 워프? 20.12.27 105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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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50. 신관 알베르 20.12.27 104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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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46. 세 번째 바람의 성소(2) 20.12.25 106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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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2. 휴식 20.12.24 101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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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38. 두 번째 습격(1) 20.12.23 108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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