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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사자, 계약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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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엔키유
작품등록일 :
2020.12.10 11:29
최근연재일 :
2021.04.27 21:00
연재수 :
2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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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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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24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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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43. 신목

DUMMY

“이 나무는-”


알베르 신관은 하얀 수염을 쓰다듬으며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건 조금 위험했다. 아마도 지금 시작하려는 이 이야기는 금방 끝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음..알베르 신관님, 그 이야기는 나중에...”


“허허, 그렇게 오래 시간을 잡아먹지는 않을 걸세. 순례라는 것은 그저 성소를 방문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네. 그곳의 의미와 역사를 아는 게 중요한 법이지.”


진짜 순례여행을 하는 사람에게는 좋은 말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저 잠시 아르바이트를 하는 정도의 일일뿐이었고,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도 이미 신앙심이 없는 인물이었다. 그런 내가 신의 나무라던가 성소에 얽힌 이야기에 관심이 있을 리가 없었다.



“이런이런, 그대가 신성력을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를 알겠네.”


“...네?!”


알베르 신관은 가만히 내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없이 맑아 보이는 그 눈을 나는 피하지도 못하고 그저 바라 볼 수밖에 없었다.


그는 분명히 내가 신성력을 썼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제 병실에서 나에게 ‘증오를 품고서 신성력을 써서는 안 된다.’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오늘은 내가 신성력을 쓰지 못하는 이유를 알겠다니.


설마 이 신관은 그동안의 일을 알고 있는 걸까?


“하하하, 깊이 파고들지는 않겠네. 자, 그러니 잠시 내 이야기를 들어 보게나.”


그렇게 말하는 알베르 신관은 나무를 올려다보며 손에 들고 있는 약병을 살살 흔들고 있었다.


아, 이건 확실하게 들킨 것 같다. 그는 ‘지금 내 이야기를 듣지 않으면 신성력을 쓰지 못할 터인 네가 신성력을 쓴 이유를 조사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비앙카에 대해 조사하게 될 테고, 이런 약을 만들었다는 것 들킨다면 신성모독으로 처벌받을지도 모른다.’라고 말하고 있는 거나 다름이 없었다.


물론, 내 억측이 조금 섞여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알겠어요. 이 나무가 무슨 나무라고요?”


“흠흠, 이제야 들을 마음이 생겼나?”


알베르 신관은 다시 자상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사실 나는 비앙카에 대해 조사한다고 한들 크게 신경 쓰이지는 않았다.


그녀에게 신세를 진 것은 사실이지만 내가 신성력을 쓰는 약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한 것도 아니었고, 그걸로 처벌을 받는다고 해서 죄책감을 받을 이유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비앙카에게 문제가 생기면 피해를 입는 것은 알베르신관 본인이 아닐까. 하지만 뭐, 그걸 단지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거라면 그 정도쯤은 못할 것도 없었다.


“이 나무는 윈프리드 님이 이 나라를 만드신 후, 세상에 강림하셨을 때 처음으로 발을 디디신 곳이라네. 그만큼 신의 애정을 받고 있는 나무이며, 의미가 있는 장소지.”


“어? 수도에 있는 성소에 내려오신 게 아니고요?”


“뭐, 그곳에도 내려오시긴 하셨지. 아니, 우선 이 이야기를 해야겠군.

윈프리드 님이 다른 신들과 함께 세상을 창조하시고, 이 땅을 만드신 후에 가장 먼저 하신 것이 바로 이 나무를 심으시는 일이었다네. 그 후 초목들과 자연을 형성하시고는 이 나무로 내려오셔서 세상을 둘러봤다...고 하더군.

인간의 탄생은 그 이후가 되니, 이 나무는 인간보다 오래됐다고 할 수 있을 거라네.”


“헤에...그럼 이 나무는 벌써 몇 천 년을 살고 있다는 거네요.”


신화라는 것은 과장이 섞이기 마련이라, 모든 이야기를 믿을 수는 없었으나 적어도 이 나무가 꽤 오래됐다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 적어도 이정도의 굵기나 키로 자라려면 몇 백년정도는 됐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바람의 신이라면, 바람에 관련된 성물 같은 것이 있을 줄 알았는데 신목이라니. 의외네요.”


“허허허. 그분은 자연을 사랑하신다네. 게다가 바람은 꽃씨를 실어 나르지 않던가?”


그러고 보니, 성소의 주변에는 항상 알 수 없는 꽃들이 피어있었다. 첫 번째 성소 때는 구름위에 피어있는 꽃을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신의 사랑을 받은 덕분인지, 이 나무에는 부정한 것을 정화하는 힘이 있다네. 단지 근처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그 효과를 볼 수 있지. 다만...지금은 그 힘이 많이 약해져 있는 모양이구만.”


그는 한참동안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곧 고개를 돌려 다시 나무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내 이야기는 이정도로만 하지. 하하, 이야기하다보니 시간이 꽤 지나버린 것 같군그래. 그대의 동료라면 별관에 있는 병실에 있으니 가보도록 하게나.”


“아, 네. 감사합니다. 그런데, 그 약은...”


내가 지금까지 가지 않고 이야기를 들은 것은 엘론의 위치를 알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아니, 물론 그것도 중요하긴 했지만, 아무튼 지금 중요한 건 알베르 신관이 내가 보는 앞에서 비앙카의 약을 마시는 것이었다.


“하하하.”


그런 나를 다시 바라본 알베르 신관은 호탕하게 웃더니 약병의 마개를 열었다.


그리고 단번에 약을 들이켰다. 약이 쓴 것인지, 웃음을 머금었던 그의 표정은 조금 삐뚤어져 있었다. 작은 약병에 들어있는 약은 단숨에 그의 목으로 넘어갔고, 약을 다 마신 그는 손을 내리더니 병을 뒤집어서 바닥으로 탈탈 털어보였다.


병에는 물약 한 방울도 남아있지 않은 듯 했다.


“자, 다 마셨다네.

아참, 축복이 내려오면 이 나무도 힘을 회복할걸세. 그때 다시 한 번 보러 오게나.”


“아, 네..네! 감사합니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윽..”


더 이야기가 길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대충 인사를 하고는 바로 몸을 돌렸다.


무의식중에 달려가려고 발을 강하게 내딛었다. 하지만 내딛은 발은 내 몸을 지탱하지 못한 채로 지끈거리는 고통과 함께 그대로 무너져 내렸고, 지면에 쓰러질뻔한 것을 다른 쪽 다리로 재빨리 지탱하여 간신히 넘어지는 것만은 피할 수 있었다.


“하하하, 아무리 젊다고는 하나, 아직 몸이 완전히 회복하진 않았으니 무리하지는 말게!”


뒤를 돌아보니 알베르 신관은 서있던 그 자리에 서서 나를 보며 웃고 있었다. 그대로 서 있는 것을 보니 넘어질뻔한 나를 보고도 도와줄 마음이 전혀 생기지 않은 모양이었다. 아니, 왠지 그는 내가 넘어졌다고 해도 도와주지 않았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쨌든 넘어지지는 않았으니, 더 이상 나쁘게 생각하고 싶지 않아서 알베르 신관에게 다시 대충 인사를 하고는 길을 나섰다. 서운한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는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들어 주었다.




별관 위치는 짐작이 가는 곳이 있었다.


이전 신전을 돌아다닌 것이 도움이 되기도 했고, 신전의 구조 자체가 단순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단지 한 가지 문제라고 한다면, 이곳에서 가기에는 꽤 멀다는 점이었다.


나는 아픈 몸을 이끌고 열심히 복도를 걸어 나갔다. 건강했을 때라면 순식간에 뛰어갔을 법한 거리였으나, 지금은 걸어가고 있는데다가 속도까지 느리니 몇 시간은 걸릴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예상했던 위치가 틀릴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지나가는 사제가 보이면 확인해보려고 했으나, 꽤 멀리까지 걸어왔는데도 불구하고 사제는커녕 사람 한명 만날 수가 없었다.


아무리 순례를 하는 사람이 없다고는 해도 이정도로 신전에 사람이 안보이는 건 이상한 일이었다.


혼자 걷고 있는 복도는 정적이 가득했고, 오직 들리는 소리라고는 내 발소리와 지저귀는 새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와 풀들의 소리뿐이었다. 풀들은 얼마나 메말라 있는 것인지 마치 낙엽이 서로 부딪히고 있는 것만 같았다.




한참을 걷고 있는데 갑자기 웅장한 음악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잠시 그 음악소리에 귀를 귀울이고 있었다. 그리고 곧이어 여러사람들의 합창소리가 반주에 맞춰서 울려 퍼졌다.


“흠흠~♪♩”


가만히 음악에 집중을 하던 나는 익숙한 멜로디에 그리운 마음이 들었는지, 어느새 반주에 맞춰서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웅장한 음악과 합창이 어우러지니 대단히 어려운 곡처럼 들리지만, 이 노래는 분명 어릴적 자장가로 많이 들었던 곡이었다. 나뿐만 아니라 이 나라의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장가로 많이 들어봤을 법한 노래였다.


노래 내용은 대충 요약하자면 바람의 신에 대한 찬양과 감사였지만, 자장가버전은 멜로디가 단조로우면서도 밝았기 때문에 내용과 관계없이 언제 들어도 편안해지는 노래였다.


아무래도 사제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던 것은 지금이 예배시간이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예배의 내용에는 별관심이 없었으나, 노래는 좋아하는 편이었기 때문에 잠시 멈춰 서서 계속 노래를 듣고 있었다.


이렇게 웅장하게 연주되는 노래를 들을 기회가 별로 없었기 때문인지 쉽게 발이 떨어지지가 않았다. 게다가 사제들이 부르는 이 노래에는 치유의 힘이 실려 있는 것인지, 아니면 기분탓인건지는 모르겠지만 이상하게도 무겁고 지쳤던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잠시 눈을 감고 음악을 감상하기로 했다.






그렇게 잠시 노래를 들으며 체력을 회복한 뒤, 드디어 별관을 찾을 수 있었다.


다행히도 신전의 구조는 모두 똑같은 모양이었다. 나는 빠른 걸음으로 별관의 문앞까지 걸어갔다. 문앞에는 간단한 의자를 하나 놓고 앉아서 책을 읽고 있는 하얀로브의 사제가 한명있었다.


그 사제에게 말을 걸어야할지 아니면 그냥 들어가도 되는지를 두고 머뭇 머뭇거리면서 서 있자, 사제는 내가 서있는 것을 눈치 챈 것인지 읽고 있던 책을 덮고 나를 올려다보았다.


“...소문의 순례자님이신가요? 이곳은 지금 출입금지입니다.”


항상 미소를 지으며 친절하게 말을 걸어주는 다른 사제들과는 다르게, 굉장히 사무적이고 차가운 말투였다. 아니, 그러고 보니 ‘소문의 순례자’라는 건 뭐지?


“네..? 언제부터 출입금지가 됐나요? 그런 얘기는 듣지 못했는데...”


“알베르 신관님께 듣지 못하셨나요? 이곳은 위급한 환자들의 치유장소이기 때문에 출입 가능한 시간이 따로 있어요. 오늘은 이미 시간이 지났고요."


“...뭐라고요??”


“그러니 오늘은 이만 포기하시고 본인의 치유실로 돌아가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말하고는 신관은 더 이상은 할 말이 없다는 듯이 덮었던 책을 다시 펴고는 읽기 시작했다. 잠깐 이야기를 나눴을 뿐이지만, 이 사제의 성격으로 봐서는 아마 간절히 부탁을 한다해도 안으로 들여보내주지는 않을 것 같았다.


이미 책에 집중을 하고 있는 이 사제가 인사를 받아주지 않을 것 같기도 했고, 도저히 인사할 기분도 나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아무말도 없이 그냥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알베르 신관은 나무에 관한 쓸데없는 이야기는 장황하게 해놓고 왜 가장 중요한 이야기는 빼먹느냔 말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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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51. 작별 20.12.27 101 2 11쪽
50 50. 신관 알베르 20.12.27 103 2 11쪽
49 49. 정화 20.12.26 101 2 12쪽
48 48. 세 번째 바람의 성소(4) 20.12.26 99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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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45. 세 번째 바람의 성소(1) 20.12.25 107 2 11쪽
44 44. 마지막 준비 20.12.25 107 2 11쪽
» 43. 신목 20.12.24 112 2 11쪽
42 42. 휴식 20.12.24 100 2 12쪽
41 41. 신전 20.12.24 104 2 11쪽
40 40. 단 한 번의 신성력 20.12.23 104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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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38. 두 번째 습격(1) 20.12.23 107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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