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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사자, 계약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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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엔키유
작품등록일 :
2020.12.10 11:29
최근연재일 :
2021.04.27 21:00
연재수 :
2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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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26,569

작성
20.12.26 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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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47. 세 번째 바람의 성소(3)

DUMMY

“아~!! 이게 아니지! 아니야!”


그리고 곧바로 털어내듯이 세차게 흔들어 엘론의 손을 놓았다.


그래, 이게 아니다. 나는 다시 정신을 가다듬기 위해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붕붕-소리가 날정도로 흔들었더니 머리는 어지럽고 속은 뒤집힐 것 같았지만, 어쨌든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런 나를 엘론은 놀란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내가 손을 놓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았다.


“...무슨 일 있으신가요?”


“잠깐! 난 분명 성장했어! 그때와는 다르다고!”


그가 이해하지 못한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머릿속의 말들을 나오는대로 외치고 있었다.


“..네?”


그리고 역시, 엘론은 여전히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엘론의 손을 잡아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그때로부터 이미 많은 시간이 지나있었다. 그동안 나는 많은 일들을 겪었고, 나름대로 성장했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하지만 엘론은 그런말로 쉽게 설득당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지금의 상황을 토대로 그가 납득할만한 이유를 대며 설득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나는 엘론과 마주보고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너는 지금 다친 몸을 회복중이야. 저길 통과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고.”


“지금은 괜찮습니다. 그걸로 따지자면 클로이님도 아직 회복 중인 게 아닌가요?”


의외로 엘론은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만은 나도 쉽게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괜찮다고 하는 말은 신뢰할 수 없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 알베르 신관을 보았다. 나처럼 엘론을 말릴 거라고 생각했던 그는 이 상황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는 듯했다. 이럴때 한마디 거들어주면 좋으련만.


“나는 알베르 신관님의 허락을 받고 온 거야!”


“저 역시 괜찮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온 겁니다.

그럼 클로이 님, 혼자서 갈 수 있겠습니까?”


“무..물론이지!”


엘론에게 큰소리를 치고 다시 앞을 바라보았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거센 바람의 폭풍이 여전히 눈앞에 몰아치고 있었다. 큰소리를 친 만큼 당당하게 걸어가겠다고 머릿속으로는 생각하고 있었지만, 발은 생각처럼 움직여주질 않았다.


처음보다 조금 발전된 게 있다면 발이 땅에서 조금은 떨어지기는 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정말 떨어지기만 했을 뿐으로, 앞으로 나아가지는 못했다.


말 그대로, 나는 잘 움직여지지 않는 발을 들었다 놨다만 반복하고 있었다.



그런 내 모습을 빤히 바라보던 엘론은 나지막하게 말을 꺼냈다.


“역시 같이 가시죠.”


“그건 안 돼! 이건 내가 해야 할 내 일이야!”




“아직도 말싸움 중인가? 역시 여긴 내가...”


“허허, 그대는 나서지 말라고 하지 않았나.”


우리의 이야기를 듣던 오스왈드가 다시 검을 들고 앞으로 나섰고, 알베르 신관 역시 다시 그런 그를 막아서고 있었다.


애초에 오스왈드에게 도움을 받게 해줬다면 이런 말싸움도 없었을 텐데. 나는 원망하는 눈초리로 알베르 신관을 바라봤다. 하지만 그런 내 시선을 받은 그는 그저 ‘허허허’하고 웃을 뿐, 그 이외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럼 엘론의 방법은 괜찮은 건가? 그도 결국은 도움을 주는 게 아닌가?”


그 부분은 나도 궁금하던 참이었다. 어차피 엘론이나 오스왈드나 시련을 이겨내도록 도와준다는 점에서는 같다고 생각했는데, 누구는 괜찮고 누구는 안 된다고 한다면 그것도 이상한 일이었다.


어쩌면 이 대답에 따라, 엘론을 설득할 수도 있겠다는 묘한 기대감이 생겼다.


“그대의 방법은 편법이라고 하지 않았나. 그나마 엘론의 방법은 신의 뜻을 거스르지 않기 때문에 괜찮다고 하는 거라네. 그의 방법도 시련의 하나일 수 있겠지.”


...


알베르 신관의 말은 실망적이었다. 이유야 어쨌든, 그는 엘론과 함께 시련을 통과하는 방법에는 찬성하고 있는 것이다. 차라리 두 방법 모두 반대하면 좋았을 것을.


그랬다면 ‘그것 봐라, 신관님 역시 시련은 혼자 통과하라고 하시지 않느냐.’하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을 텐데.


하지만 방금 알베르 신관의 발언으로, 엘론의 입장만 확고해진 셈이었다.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방해라니.


조금은 원망해도 되는 걸까?


“...클로이님, 당신이 해야 할 일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엘론을 어떻게 설득해야하는가를 고민하고 있을 때, 그가 먼저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내가 해야 할 일? 내가 할 일이라.


그가 말하는 것은 아마도 무엇을 위해 교단에서 돈을 주고 나를 고용 한거냐는 말일 것이다. 그건,


“어...성소에 기도를 올리는 일..?”


그리고 그것의 결과로 세계에 축복을 전달하는 것.


간단하게 말하자면 그게 내가 해야 하는 일이고, 고용된 이유였다.


“그렇습니다. 당신의 일은 성소에서 기도를 올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당신을 안전히 호위해서 성소로 모시고 가는 것이 바로 제가 맡은 일입니다.

이건 제 ‘일’이죠.”


“...어?”


나는 멍하니 엘론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그는 교단에서 나의 안전을 위해 붙여준 호위기사였다. 그렇다면 당연히 내가 위험할 상황이 되면 가장 먼저 나를 보호하는 것이 그의 일이다.


엘론의 말대로, 그는 지금 자신의 일을 충실히 하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지금 상황은 그저 내가 보호받기만 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고집을 부리고 있는 것밖에는 되지 않았다. 그건 오히려 그에게 폐를 끼치는 일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도 어쩔 수 없이 그의 힘을 빌리는 수밖에 없는 건가?



그런 내 마음을 읽은 것인지 엘론은 가만히 눈을 감고 중얼거렸다.


“계약에 따라 소환에 응하라, 실프여.”


엘론의 주문이 끝나자, 공중에 바람의 정령 실프가 나타나, 살랑거리는 움직임으로 우리의 머리위에서 주위를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봄볕의 따사로운 바람이 불어오는 것 같은 움직임이었다.


실프가 지나간 자리에는 반짝반짝한 빛이 떨어져 우리를 감쌌다.


“이건 뭐야?”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바람저항의 마법을 걸어주고 있습니다.”


그렇게 한동안 빙글빙글 돌던 실프는 움직임을 멈추더니 엘론의 뒤로 숨었다. 아니, 이 경우에는 숨었다기보다는 깃들었다고 해야 할까? 사라진 것이 아니라 우리를 도와주기 편한 위치로 자리 잡았다는 느낌이었다.


“자, 클로이님. 그럼 이번엔 진짜로 가죠.”


그는 웃으며 다시 한 번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알았어.”


다시 한번 그의 손을 꼭 잡았다.


마지막만큼은 혼자서 해내는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결국 마지막까지 그의 도움을 받았다는 것이 아쉬웠다.


그리고 이번에야말로, 그의 발걸음에 맞춰 폭풍의 속으로 한 걸음 걸어 들어갔다.




쾅!!


“꺅!”


폭풍 속으로 한걸음 들어서자, 귀를 치는 커다란 소리와 함께 몸에 엄청난 충격이 달렸다. 순간적으로 내 몸이 옆으로 기울어지는 것같은 느낌이 들었고, 눈앞이 깜깜해지고 있었다.








“..이님!...클로이 님!”


“어?!”


정신을 차리고 보니, 시끄러운 바람소리의 사이로 엘론이 나를 다급하게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폭풍 속으로 발을 들여놓은 그때, 귀를 치는 강한 소음과 함께 뭔가가 몸을 강하게 내쳤고, 그대로 기울어졌던 것 같은 기억은 있었다. 하지만 그 뒤로는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저 눈치채고 보니 엘론이 나를 부르고 있었고, 우리는 폭풍의 한가운데에 있었다.


잠시 기절이라도 했던 걸까?


“...괜찮으십니까?”


휘이이이잉~


“으..응...괜찮아!!”


강한 바람소리 때문에 그의 말은 간신히 내 귀에 닿을 수 있었다.


나는 정신을 차리고 지금 상황을 살폈다. 우리는 지금 그 거대하고 세찬 폭풍의 한가운데에 서 있었고, 주위로는 조금만 움직여도 같이 휩쓸려 갈 정도의 바람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내 앞에 있는 엘론이 땅에 검을 꽂고는 그것을 버팀목으로 삼아 바람으로부터 나를 감싸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등 뒤로는 녹색의 빛이 희미하게 빛나는 것이 보였다. 아마 그건 그가 소환했던 실프일 것이다.


그 덕분에 나에게 뻗어오는 바람은 많이 차단되어, 지금 이렇게 상황을 살피고 있을 수가 있었다.


아마도 실프를 미리 소환해 둔 덕분에 엘론 역시 이 거센 폭풍에 휩쓸려가지 않고 버틸 수 있는 것 같았다.


“큭...”


하지만 바람을 막고 서 있는 엘론은 상당히 버거워 보였다.


나는 옆을 보았다. 바람 때문에 보이지는 않았지만, 분명 이 앞에 성소가 있을 것이다.


문제는 폭풍이 어디까지 뻗어 있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 폭풍을 뚫고 성소까지 가는 것이 시련이라면, 분명 그다지 넓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알베르 신관이 성소가 사자를 해치지 않을 거라고 하지 않았던가.


휘이이잉!


...


아니, 그런 것치고는 지금 불고 있는 바람은 너무 거센 게 아닌가?




내 생각을 눈치 챈 것인지, 엘론은 바람을 막고 서 있는 와중에도 길을 나아가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바람이 나에게 닿지는 않는지 살피면서도 내가 나아갈 수 있도록 길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었다.


“..성소는...분명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바람에 저항하며 엘론은 힘겹게 말을 내뱉고 있었다.


“그래, 나도 그럴 거라고 생각해.”


그런 엘론의 모습을 보니, 조금은 용기가 생기는 듯했다. 그를 위해서라도 용기를 내야만 했다.


다시 곰곰이 생각해보면 폭풍 속으로 들어오는 것이 무서운 것이었지, 들어 온 이후로는 무서울 것도 없었다.


폭풍 밖으로 빠져나가는 거라면 더더욱 무서울 이유가 없다.


성소는 분명 바로 앞이다!


나는 엘론을 다시 한 번 바라보았다. 그리고 물끄러미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하늘과도 닮은 맑고 푸른 눈이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맑아지는 것만 같았다.


“클로이 님?”


가만히 눈을 보고 있는 내가 이상했던 것인지 그는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의 눈동자에 용기를 얻었다.


성소는 신의 사자를 다치게 하지 않는다.



그리고 성소는 바로 앞.



그 앞에는 신의 가호가 내려진 나!



다시 없을 절호의 기회였다.


“이얏!”


나는 지금까지의 용기를 모두 짜내어 폭풍의 밖으로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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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56. 잠시 휴식 20.12.29 103 2 12쪽
55 55. 그의 호위 기사들이란 20.12.28 101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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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52. 워프? 20.12.27 105 2 11쪽
51 51. 작별 20.12.27 102 2 11쪽
50 50. 신관 알베르 20.12.27 104 2 11쪽
49 49. 정화 20.12.26 101 2 12쪽
48 48. 세 번째 바람의 성소(4) 20.12.26 99 2 11쪽
» 47. 세 번째 바람의 성소(3) 20.12.26 104 2 11쪽
46 46. 세 번째 바람의 성소(2) 20.12.25 106 2 11쪽
45 45. 세 번째 바람의 성소(1) 20.12.25 108 2 11쪽
44 44. 마지막 준비 20.12.25 107 2 11쪽
43 43. 신목 20.12.24 112 2 11쪽
42 42. 휴식 20.12.24 100 2 12쪽
41 41. 신전 20.12.24 105 2 11쪽
40 40. 단 한 번의 신성력 20.12.23 104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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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38. 두 번째 습격(1) 20.12.23 108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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