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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사자, 계약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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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엔키유
작품등록일 :
2020.12.10 11:29
최근연재일 :
2021.04.27 21:00
연재수 :
2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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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26,569

작성
20.12.26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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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48. 세 번째 바람의 성소(4)

DUMMY

철푸덕!


단단히 마음먹고 힘차게 뛴 나는 중심을 잃고 그대로 바닥에 엎어지고 말았다.


넘어지면서 땅에 부딪힌 곳은 멍이 든 것처럼 아파왔고, 입속으로는 흙이라도 들어간 건지 까끌까끌한 모래알갱이가 씹히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멋지게 뛰었는데 넘어졌다는 사실이 창피하여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이대로 누워서 기절한 척이라도 할까 고민이 될 정도였다.


“으앗..?!”


그때 갑자기 뒤에서 엘론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엘론?! 괜찮아??”


창피함이고 뭐고 신경 쓸 틈도 없이 나는 곧장 고개를 들고 뒤를 돌아보았다. 엘론은 마치 누군가에게 떠밀리기하도 한 것 처럼 크게 뒤로 넘어져 바닥에 누워있었다.


“괘..괜찮습니다...”


그 모습은 방금 전의 나보다 더 심했기 때문에 내 머릿속에서 창피함 따윈 금방 잊혀졌다. 엘론 역시 그 모습이 창피했던 것인지 재빨리 일어나 괜찮다는 손짓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 손으로는 뒷머리를 문지르는 걸로 봐서는 넘어질 때 땅에 꽤 세게 머리를 부딪친 모양이었다.


엘론이 많이 다치지 않았다는 걸 확인하니, 안도감과 함께 웃음이 나올 뻔해서 손으로 입을 가린 채로 애써 숨을 죽이고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


그리고 그가 일어나는 것을 가만히 보고 있으니, 어딘지 모르게 묘한 위화감이 들었다. 있어야할 무언가 빠져있는 느낌이었다.


...


“아!! 폭풍!!”


어느새 폭풍이 사라져있었다! 방금까지 그렇게 세차게 불던 바람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다.


바람을 막으며 버티고 서 있던 엘론은 갑자기 바람폭풍이 사라져 버렸기 때문에 누르던 힘과 함께 그대로 뒤로 넘어졌던 것이다. 그때서야 나는 주위를 둘러 볼 생각이 들었다.


바람도 불지 않는 한적한 언덕에는 메마른 풀만이 무성했다. 그리고 그 중앙에는 보통사람 키의 두 배는 되어 보이는 하얀 돌에 둘러싸여 있는 작은 제단이 있었다.


그 제단 주위에는 역시 이름 모를 꽃들이 자라있었고, 이 주위에서는 그 꽃들만이 생기가 넘쳐보였다.


바람의 신을 위한 제단이라기보다는 마치 대지의 신을 떠올리게 만드는 제단이었다.


하지만 뭐, 알베르 신관의 말에 의하면 바람의 신도 꽃을 좋아하는 것 같으니까.


나는 제대로 일어서서 옷에 붙어있는 흙과 먼지를 툭툭 털어냈다. 그리고 머리도 제대로 다시 매만지고는 제단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바람폭풍이 사라진 이유는 어쩌면 내가 성소로 들어왔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만약 그런 거라면 용기를 내서 뛴 보람은 있는 셈이다.


가까이에서 본 제단은 꽃과 돌에 둘러싸여 있기는 했지만, 지금까지 봤던 여러 제단과 마찬가지로 화려하거나 웅장한 느낌보다는 검소한 느낌이 강했다.



준비해 온 크리스탈을 제단 위에 살며시 올린 뒤, 자세를 잡고 마지막 기도를 올렸다.


“바람의 신이신 윈프리드 님...

당신의 사자가, 당신의 나라에, 당신의 축복을 전달하기를 청합니다.”


이번에도 아무것도 없던 공중에서 은빛의 물방울이 크리스탈로 떨어지는 광경을 목격했다. 그리고 역시 크리스탈은 은은한 은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어디선가 꽃향기를 품은 따사로운 바람이 불어오는가 싶더니, 뒤이어 꽃잎이 바람을 타고 떨어지기 시작했다.


신의 축복이 내려진 것이다.


이 신비로운 모습도 세 번째가 되니 제법 익숙해져 버렸다는 게 놀라울 뿐이었다.




“오호, 오랜만에 신성한 빛을 보았군.”


뒤를 돌아보니 알베르 신관이 어느새 옆에 와있었다. 언뜻 본 그의 뒤로는 수많은 꽃들이 피어있었다.


방금 전까지만해도 메마른 풀만 가득했는데.


“어?..여기는 원래 꽃밭이었어요?”


“하하하, 내가 말하지 않았나? 윈프리드 님은 원래 꽃을 좋아하신다네.”


‘아무리 꽃을 좋아한다고해도, 바람의 신의 상징이 꽃인 것은 좀 이상하지 않나?’를 생각하며 주위에 있는 꽃밭을 구경하고 있는 사이로, 엘론과 오스왈드가 꽃을 밟지 않게 조심하며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엘론이 여전히 뒷머리를 문지르고 있는 모습을 보니, 알베르 신관에게 따져야 할 것이 있다는 게 떠올랐다.


“아니, 신관님! 아무리 그래도 그 폭풍은 너무하지 않나요?! 정말 위험했다고요!”


“하하하!! 무슨 소린가? 그 바람은 진짜긴 해도 본래라면 진실 된 사자가 들어서는 순간 사라지게 되어 있다네!!”


내가 따져 묻자, 알베르 신관은 유쾌하게 웃어 보이며 대답했다.


하지만 그의 대답에 나는 정신이 멍해짐을 느꼈다.


“...네?”


“그러게 내가 말하지 않았나? 직접 걸어서 폭풍을 뚫으라고 말이네. 게다가 성소가 사자를 해치는 일이 없다고 힌트를 주기까지 했지.

하지만 사자가 아닌 자가 함께라면, 성소는 그를 침입자로 인식하기 마련. 즉...”



“쓸데없는 시련을 겪었다..?”


“하하하하!!"


알베르 신관은 자신의 수염을 쓰다듬으며 통쾌하다는 듯이 크게 웃고 있었다. 보통의 상황이었다면 보는 사람까지 시원하게 만드는 호탕한 웃음이었지만, 지금상황에서는 얄밉게만 보이고 있었다.


“그런 거라면 이미 말을 해주셨어야죠!!”


“하하하! 믿음이야말로 최고의 시련이 아니겠나!”


그 ‘시련’은 이제 그만 겪고 싶다.


“...죄송합니다, 클로이 님. 제가 쓸데없는 일을 해서...”


어느새 옆까지 와있던 엘론은 우리의 대화를 듣고 침울해져 있었다. 상당히 자책을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아마도 자신이 괜히 나서서 일을 꼬이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뭐? 아..아니야! 엘론이 함께 가준다고 하지 않았으면, 저런 폭풍으로 들어갈 생각조차 못했을 거라고!”


“그래. 그대로였다면 뒤에서 몰래 클로이의 등을 떠밀었어야 했을지도 모르지.”


나는 슬쩍 오스왈드를 노려보았다.


그는 지금 상황이 재미있는지 계속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의 말이 맞기는 했으나, 왠지 모르게 나를 놀리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안 그런가?”


“그..그러네요. 그 상황에서는 밀어주지 않으면 못 들어갔을지도..”


“뭐, 어쨌든 잘 해결되지 않았나? 축하해야 할 일이라네!”


우리의 위로에도 엘론은 좀처럼 기분을 풀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알베르 신관이 이만 돌아가자는 손짓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제단으로 가서 크리스탈을 잘 챙긴 후 왔던 길을 되돌아 가야했다.



조금 걸어가자, 팔짱을 낀 채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케르빌 왕자와 마주쳤다.


“흥, 난 아직 네놈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그동안의 일을 지켜보고 있었던 케르빌 왕자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인상을 찌푸리며 몸을 돌려 빠른 걸음으로 앞서 걸어가 버렸다. 그의 호위기사들은 조용히 그런 그를 따라나섰다.


“사실 왕자님은 여러분들이 걱정돼서 따라오신 겁니다. 너무 마음상해하지 마십시오. 그럼 이만 실례합니다.”


그 중 한 기사가 속삭이듯이 작게 말하고는 나머지 기사들의 뒤를 쫓아 뛰어갔다. 그의 말을 되새기듯이 우리는 잠시 멈춰 서서 멍한 표정으로 눈만 깜빡이고 있었다.


지금 그가 무슨 말을 한거지.



“...뭐라고?”


“허허, 왕자가 기사는 잘 뒀구만.”


“별로 신뢰가 가지는 않는 말이군요.”


“...생각은 자유라고 하지 않나. 하지만 재미있군.”


잠시 그렇게 서 있던 우리는 갑자기 마법이라도 풀린 듯이 각자 한마디씩 꺼냈다. 그 기사가 순수하게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충격을 받지는 않았을 텐데.


너무나도 순수하고 진지한 모습으로 그런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더욱 혼란스러웠던 모양이다.


“허허, 자 일단 가세나. 축복이 내려졌으니, 그곳도 본래의 모습을 찾았을 거라네.”


“그곳이라니, 어디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가면 알걸세.”


엘론은 알베르 신관이 말하는 곳이 어딘지 궁금한 모양이었지만, 나는 그가 어디를 가려고 하는지 알 것 같았다. 나중에 다시 오자고 했던 바로 그 커다란 나무를 말하는 것이겠지.


분명 그때 그 나무에는 정화의 힘이 있다고 했었다. 지금 무언가 정화해야만 하는 게 있다는 의미인가?



“그러고 보니 이제 마지막 성소의 일까지 끝났네.”


“네? 클로이 님, 마지막은 수도의 성소입니다.”


나는 깜짝 놀라 엘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게 무슨 말이냐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뭐야, 클로이. 그새 잊은 건가? 지난번에 엘론이 수도의 성소에 가는 게 마지막이라고 했던 걸 나도 들었는데?”


“아..아니요! 시련을 겪는 성소는 이게 마지막이라고 한거라고요!”


아차, 깜빡하고 있었다. 이번이 마지막이 아니라 수도의 성소에 가서 축복을 내리는 것이 마지막이었다. 이제 끝났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직 수도까지의 여정이 남아있었던 것이다.


뭐, 어쨌든 수도의 성소에서는 시련이 있지는 않을 테지만 말이다.


“아, 그건 맞습니다. 수도의 성소는 꽤 개방이 되어있기 때문에..시련 같은 건 없을 겁니다.”


“역시 그렇지?”


나는 두 사람을 속이듯이 억지로 환하게 웃어보이고는 빠른 걸음으로 알베르 신관의 뒤를 바짝 쫓았다. 착각을 했다는 게 왠지 모르게 창피한 기분이었다.


“음? 허허, 그대도 이제 나무 주변의 성스러운 기운이 느껴지는 건가?”


“..네? 하하...”


알베르 신관은 무엇을 착각했는지, 나를 보며 대견스러운 듯이 자애로운 미소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나는 멋쩍게 웃으며 그의 자애로운 눈빛을 쫒아 앞을 바라보았다.


지난번에 봤던 그 커다란 나무가 눈앞에 서 있었다. 하지만 지난번과는 다르게 가지는 힘차게 사방으로 뻗어있었고, 나뭇잎들도 생기가 넘치며 반짝반짝 빛을 발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아니, 그런 느낌이 들었던 게 아니었다. 실제로 그 나무는 은은한 은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리고 기분 좋게 살랑대는 바람이 그 나무를 감싸고 있는 것 같았다.



알베르 신관이 말하는 성스러운 기운은 뭔지 모르겠지만, 분명 이 나무는 어제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게 축복의 힘으로 생기를 되찾은 다른 식물들과 뭐가 다른 건지는 알 수가 없었다.


알베르 신관은 나무의 바로 밑으로 가서 기둥에 손을 대고 무언가 말을 하며, 잠시 눈을 감고 조용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조금 시간이 지난 후, 눈을 뜬 그는 나를 바라보고 이리오라는 손짓을 했다.


“자, 이리 오게나. 이제 그대를 정화 할 수 있겠군.”


“,,,네? 저요?!”


알베르 신관의 손짓에 나무 밑으로 다가가던 나는 그대로 걸음을 딱 멈춰버렸다. 그리고 엘론과 오스왈드의 얼굴을 서로 번갈아 바라보았다. 서로를 바라본 우리는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정화라니?



부정한 기운이라도 있다는 건가?!



신의 사자에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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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50. 신관 알베르 20.12.27 107 2 11쪽
49 49. 정화 20.12.26 104 2 12쪽
» 48. 세 번째 바람의 성소(4) 20.12.26 103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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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46. 세 번째 바람의 성소(2) 20.12.25 109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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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44. 마지막 준비 20.12.25 110 2 11쪽
43 43. 신목 20.12.24 115 2 11쪽
42 42. 휴식 20.12.24 104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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