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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사자, 계약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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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엔키유
작품등록일 :
2020.12.10 11:29
최근연재일 :
2021.04.27 21:00
연재수 :
2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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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35
추천수 :
478
글자수 :
1,126,569

작성
20.12.27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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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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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1쪽

52. 워프?

DUMMY

“굉장히 피곤해 보이시네요.”


다음날 아침, 워프를 위해 신목으로 향하던 중 복도에서 엘론과 마주쳤다.


얼굴도 푸석푸석하고 눈밑의 다크써클이 그야말로 볼까지 늘어진 나와는 달리, 엘론은 평소의 모습 그대로였다.


“...수면부족이야..”


그렇게 말하며 몸을 돌릴 때, 엘론은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내 짐을 받아 들었다.


평소였다면 이건 내 짐이니 내가 들겠다고 고집을 부렸을 테지만, 오늘은 몸이 너무 무겁게 느껴졌기 때문에 감사히 그의 배려를 받기로 했다.


“...고마워..”




어제는 두 사람과 헤어져 그대로 병실로 돌아갔었다.


어색함을 견딜 각오를 하고 문을 열었지만, 다행히 병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케르빌 왕자가 있던 자리는 아무런 짐도 놓여있지 않았고, 깨끗한 시트가 주름 하나 없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그는 이미 다른 곳으로 방을 옮긴 것 같았다.


하룻밤을 보내도 좋은 방에서 지내고 싶은 걸까싶어, 내심 혐오스러운 기분도 들었다. 하지만 뭐, 아침에 봤을 때도 건강해보였으니 일반 숙소로 옮긴 것도 어느정도는 납득이 갔다.


지친 몸을 끌고 침대에 누우니 이상하게도 허전한 마음이 밀려왔다. 셋이 지냈던 시간이 그 정도로 길었다고 할 수 없는데도, 한구석이 뚫린 것 마냥 허전하고 쓸쓸한 기분이 들었다.


게다가 이제 내일이면 엘론과도 작별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공허한 마음이 더욱 커졌다.


‘하나, 둘, 셋...’


억지로 눈을 감아보아도 숫자를 세어보아도 잠이 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이리저리 뒤척이다가 새벽시간이 돼서야 간신히 잠이 들었던 것이다.





***




“오, 왔나.”


신목아래에는 이미 알베르 신관과 케르빌 왕자, 그리고 왕자의 호위 기사들이 모여 있었다.


왕자는 이미 처음 그 광장에서 봤을 때처럼 새하얗고 휘황찬란한 예복으로 갈아입은 후였다. 단정하게 정리되어 있는 금발은 햇빛에 아름답게 반짝반짝 빛났다.


그는 팔짱을 낀 채로 불만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역시 이 왕자는 가만히 입만 다물고 있으면 외형만은 괜찮아 보였다.


불만이 가득한 표정의 왕자가 잔소리를 늘어놓을 것을 각오하고 있었지만, 의외로 그는 한번 노려보기만 할 뿐으로 계속 우리 주위를 두리번두리번 거리고 있었다.


“...그녀석은?”


“네?”


“그 붉은 머리녀석말이다!”


우리들 중에서 붉은 머리를 지니고 있던 사람은 한명뿐이었다. 케르빌 왕자가 두리번거리면서 찾고 있는 것은 오스왈드였던 것 같다.


하지만 개인적인 친분이 있던 것도 아니었던 그를 찾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아, 그..그사람은...자기 고향으로 돌아갔어요.”


케르빌 왕자가 눈치챘을지는 모르겠으나, 오스왈드가 자신의 정체를 밝히기를 꺼려했으므로 ‘자기나라로 돌아갔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하하하, 그래. 게다가 그 예의바른 젊은이는 나에게 ‘인사’하는 것도 잊지 않았더군.”


알베르 신관은 웃으며 평소의 버릇대로 자신의 수염을 쓰다듬고 있었다. 그 동작에서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는 걸 보면 부상을 입은 것 같지는 않았다.


오스왈드가 했다는 ‘인사’가 평범한 ‘인사’가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그의 성격상, 드래곤을 보고 그냥 지나칠 리가 없겠지.


알베르신관이 부상을 이유로 회피했다고는 하지만 다시없을 이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


하지만...


알베르 신관이 평소와 다름없다는 것은, 오스왈드가 부상을 입은 것일까?


아니, 어쩌면 정말 그저 서로의 실력만을 확인했을지도 모르겠다.


...차라리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




“자, 그럼 이리로 오게나. 수도까지 워프시켜주겠네.”


알베르 신관의 말에 따라 신목의 아래까지 다가갔다. 왕자무리들과 나란히 옆에 서자, 그는 우리에게 손을 뻗으며 뭐라고 주문을 외우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드래곤인 그가 주문을 외우는 모습에 의아함을 느끼며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게다가 그의 주문은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발음이 정확하지 않으며, 단지 중얼중얼거리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나와 눈이 마주친 그는 살짝 한쪽 눈을 찡그리며 나에게 윙크를 보냈다.


‘아하...’


그것만으로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눈치 챌 수 있었다.


그는 지금 ‘주문을 외우는 척’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아무리 뛰어난 신관이라고해도 주문 없이 마법을 쓰는 모습을 보면 왕자가 의문을 품기 마련.


말하자면 그는 지금 그냥 되는대로 아무 말이나 하고 있는 셈이었다. 그리고 마치 그 주문에 반응하는 것 마냥 타이밍 좋게 우리 발밑이 빛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드래곤이라고 해도, 이 이 인원을 한 번에 워프 시킬 수 있는 걸까.


그런 걱정을 하는 사이에도 발밑의 빛은 점점 강한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



“자..자..잠깐만요!”


나의 외침과 동시에 발밑에 빛은 순식간에 사라져버렸고, 사람들의 시선 역시 나에게 쏠려 버렸다. 그중, 당연하게도 케르빌 왕자의 눈빛은 험악하기 이를 데 없었다.


“무슨 일이냐?”


“크흠..그게...아, 역시 왕자님 일행이 먼저 가시는 게...”


“감히 나를 갖고 실험하겠다는 것이냐?!”


이 왕자는 아둔해 보이는 외견과는 달리 의외로 눈치가 빠른 모양이다. 아니, 실험을 하겠다는 것은 아니었다.


아직 워프를 할 마음의 준비를 하지 못했을 뿐이었다.


나는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이렇게 되면 왕자의 기분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먼저 워프를 하게 하는 방법을 떠올려야만 했다.


“음..어...아! 아무래도 저희는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 게 좋잖아요?”


엘론의 팔을 잡고 이쪽으로 바짝 잡아끌었다. 내 얼굴을 한번 본 엘론은 내말이 맞다는 듯이 왕자를 향해 고개를 끄덕여줬다.


“그리고...처음 출발할 땐 보이지 않았던 여성이 갑자기 왕자님과 동행해서 나타났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사교계에서 이렇고 저렇고 그런 소문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마련이죠!”


“오호!”


“과연...!”


한번 말문이 트이자, 자연스럽게 다음 말이 술술 나왔다. 갑자기 생각해낸 것 치고는 소름끼칠 정도로 너무나도 현실성이 있는 말이었다. 그 증거로 왕자의 호위 기사들 역시 미처 그런 생각은 못했다며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러니 왕자님 일행이 먼저 가셔서 이목을 집중시킨 후,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주세요.

적당히 시간이 지난 후에 저희가 워프해서 조용히 그곳을 빠져나가도록 할게요.”


내말을 조용히 듣고 있는 왕자는 표정이 점점 험악해지고 있었다. 왕자도 왕족인 이상, 그런 소문을 수습하는 것이 얼마나 귀찮은지는 알고 있을 것이다.


“네녀석의 말을 따른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만, 그 말에도 일리는 있군.”



“그럼, 먼저 출발하겠나?”


우리의 말을 조용히 듣고만 있던 알베르 신관이 왕자를 향해 물었다.


“..그렇게 부탁한다.”


알베르 신관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열심히 주문을 외우는 척을 했다.


순간 왕자일행의 발밑이 환하게 빛나더니 그 모습이 서서히 사라져갔다.


과연 그 일행 중에 눈치 챈 사람이 있었을까?



알베르 신관의 주문이 방금 전보다 짧았다는 것과 마법발동시간도 훨씬 짧아졌었다는 것을.







“이런이런, 그렇게 두려웠던 겐가?”


“...하하..죄송해요..”


그는 내가 워프에 겁을 먹고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장거리 워프라는 점도 무섭긴 했지만, 새삼 그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워프 한다는 것에도 두려움이 느껴졌었다.


“드래곤의 힘에 의문을 느꼈다면...”


“아..아니..아니요! 그게 아니라...

마음의 준비가 필요해서요.”


장난인지 진심인지 알베르 신관의 눈이 번뜩하고 빛이 나는 것 같았다. 그런 그의 눈에 순간 겁을 먹고는 황급히 변명을 뱉어냈다.


내 변명에 알베르 신관은 그저 못마땅한 얼굴로 수염을 매만지고 있을 뿐이었다.


드래곤의 분노를 맛보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에, 나는 조용히 그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자, 그럼...”


그렇게 조금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시간이 흘렀고, 이제는 어쩔 수 없이 우리가 갈 차례가 되었다. 더 이상의 변명거리도 지체할 시간도 없었다.


왕자일행도 제대로 도착했을 것이고, 엘론과 둘이 하는 워프이니만큼, 안정적일 거라고 마음을 다잡아 보았다.


알베르 신관은 우리에게는 정체를 숨길 이유가 없기 때문인지, 조용히 손을 뻗을 뿐이었다.


“...하지만 도대체 왜 저를 선정하신 걸까요.

신의 명령이라면 자신의 목숨을 내놓을 정도로 신앙심이 깊은 이들은 많이 있을 텐데...”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꺼내버린 말은, 시간을 끌기 위한 물음은 아니었다. 그저 이런 일에도 너무나도 두렵고 내 목숨이 아까운 나인데, 굳이 이런 나를 사자로 선정한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그대가 선정된 거라네.”


알베르 신관은 어느새 뻗었던 손을 거두고 있었다.


“윈프리드 님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신앙심이 생기지 않는, 무엇보다 자신의 목숨이 소중한 사람을 뽑으신 거라 생각하네.

그래 그야말로 신이 내리신 임무보다 자신의 목숨을 택할 인물 말이네.”


“네? 아니, 잠시만요. 저는 그동안 충분히 목숨을 걸고 일했다고 생각하는데요!”


알베르 신관이 보기에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는 순례길을 오는 도중에도 그렇고, 특히 성소의 시련을 겪을 때마다 목숨을 거는 사투를 벌였던 것이다.


첫 번째의 하늘계단도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두려움과 싸워야했고, 두 번째의 미궁이나 문지기 때도 그랬다.


게다가 이번 역시 목숨을 걸고 폭풍을 뚫지 않았던가!


추가수당에다가 생명수당까지 더해서 받아야할 정도였다.



“흠. 그럼 잠시 클로이, 그대에게 질문을 하나 하도록 하겠네.

그대는 지금 생명이 위태로울 정도의 상처를 입었다고 치세. 하지만 치료를 받는다면 죽지는 않을 게야.

그리고 바로 눈앞에는 성소가 있지.


그렇다면 그대는 성소를 가겠나, 아니면 되돌아가서 치료를 먼저 받겠나?”


“그야 치료를 먼저 받아야죠. 성소가 어디 도망가는 건 아니니까요.”


“그래그래. 윈프리드 님이 바라신 게 바로 그런 점이라네.”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게 보통사람들의 생각이 아니라는 말인가? 그대로 성소로 간다는 것은 죽으러 가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하지만 왜 윈프리드 님이 그런 조건으로 사자를 뽑으신단 말입니까?”



“그건 바로 300년전...”


알베르 신관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눈을 감았다.


아차, 이건...


말이 길어질 분위기다!



아니, 마음의 준비를 하기에는 좋은 기회인 걸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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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58. 강림 20.12.29 99 2 11쪽
57 57. 의식의 시작 20.12.29 95 2 11쪽
56 56. 잠시 휴식 20.12.29 103 2 12쪽
55 55. 그의 호위 기사들이란 20.12.28 101 2 11쪽
54 54. 귀환 20.12.28 96 2 11쪽
53 53. 300년 전의 이야기 20.12.28 101 2 11쪽
» 52. 워프? 20.12.27 105 2 11쪽
51 51. 작별 20.12.27 101 2 11쪽
50 50. 신관 알베르 20.12.27 102 2 11쪽
49 49. 정화 20.12.26 100 2 12쪽
48 48. 세 번째 바람의 성소(4) 20.12.26 99 2 11쪽
47 47. 세 번째 바람의 성소(3) 20.12.26 103 2 11쪽
46 46. 세 번째 바람의 성소(2) 20.12.25 106 2 11쪽
45 45. 세 번째 바람의 성소(1) 20.12.25 107 2 11쪽
44 44. 마지막 준비 20.12.25 107 2 11쪽
43 43. 신목 20.12.24 111 2 11쪽
42 42. 휴식 20.12.24 100 2 12쪽
41 41. 신전 20.12.24 104 2 11쪽
40 40. 단 한 번의 신성력 20.12.23 103 2 11쪽
39 39. 두 번째 습격(2) 20.12.23 102 2 12쪽
38 38. 두 번째 습격(1) 20.12.23 107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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