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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사자, 계약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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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엔키유
작품등록일 :
2020.12.10 11:29
최근연재일 :
2021.04.27 21:00
연재수 :
2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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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26,569

작성
20.12.28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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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53. 300년 전의 이야기

DUMMY

“흠흠, 300년 전...”


알베르 신관은 두 눈을 감고 조용히 목을 가다듬었다.


이미 지난 날의 추억에 잠겨있는 모습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그를 말린 방법은 없을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얌전히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


잠시 그렇게 있던 알베르 신관이 조용이 입을 열었다.


“그때까지 신의 사자도, 축복도, 백년에 한번씩 내려졌기 때문에 이 나라는 언제나 초목이 푸르고 아름다우며 풍요로웠다네.


사람들 역시 풍요로움에 익숙해졌음에도 신을 향한 경배를 잊지 않았지.


그렇게 한동안 평화로운 나날이 이어졌다네.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300년 전, 그러니까 그대의 바로 전대의 이야기네.


신의 사자로 ‘세실’이라는 아이가 선정되었지.


그녀는 매우 독실한 신자로, 깊은 신앙심을 갖고 있었네.



아, 그걸 알고있나?


신의 사자를 호위하는 기사와 함께 동행한 것은 그대가 유일하네.


그야, 그럴 수밖에 없지. 그대와 다르게 다른 사자들은 강한 신성력을 지녔으니 말이네.”


알베르 신관은 조용히 읊조리듯이 이야기를 펼치고 있었다.


그럴 상황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의 말 중에 내 신경을 자극하는 말이 있었다.


“하하, ‘저와는 다르게’ 말이죠?”


나는 일부러 한자 한자 힘을 줘서 말했다. 내가 아무리 신성력이 없다해도 다른 사자라는 사람들과 비교당하고 싶지는 않았다. 애초에 바람의 신이 신성력을 지닌 자를 원했다면 나를 선정하진 않았을 것 아닌가.


그걸 눈치 챘는지, 알베르 신관은 나를 바라보며 멋쩍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기분나쁘게 여기지 말게나,


그대와 비교를 하려고 한건 아니었네.


흠, 어디까지 이야기했지? 아...그렇군. 그래 그렇기 때문에 그녀 역시 아무런 호위 없이 혼자 순례길에 올랐네. 하지만 아무런 걱정도 없었지.


순례길은 강력한 결계가 있었으며, 그녀는 누구보다 강한 신성력을 지녔으니 말이야.


실제로 그녀는 이곳에 아무런 문제 없이 도착했다네. 그녀를 처음 봤을 때, 그 얼굴에는 아무런 근심걱정도 없었고, 오히려 누구보다 의지가 강해보이는 눈동자와 온화한 미소는 과연 신의 사자 다운 모습이었다네.”


“...’신의 사자 다운’모습 말이죠...?”


내가 꼬인 것인가,

이 드래곤이 의외로 학습능력이 없는 것일까.


내 귀에는 나를 기분 상하게 하는 그 말들이 쏙쏙 박히고 있었다.


“하하하하! 그러니까 기분나빠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나.


크흠, 아무튼 그녀는 아무런 문제없이 이곳까지 도달했고, 신에 대한 무한한 신뢰로 저 거센폭풍에 아무런 망설임없이 뛰어들었네.


그리고 그대도 알다시피 뛰어든 것만으로 폭풍은 사라졌고, 그녀는 쉽게 축복을 내려 받을 수 있었다네.


축복을 내려받았을 때 역시 얼마나 자부심을 느끼던지...


그런 그녀가 다시 수도로 돌아갈 때, 불길한 느낌을 받고도 그냥 보냈다는 것을 아직도 후회하고 있다네.”


‘신에 대한 무한한 신뢰’


역시 그녀와 나는 너무나도 많은 차이가 있었다.


내가 사자로 뽑혔다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전혀 다른 모습이다. 아니, 오히려 저런 모습이야말로 ‘신의 사자’의 모습이 아닌가.


“...돌아가는 길에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엘론은 역시 돌아가는 길의 위험에 대한 것이 궁금한 모양이었다. 우리는 워프로 이동하게 됐으니 특별히 위험과 맞닥뜨릴 일 없이 도착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위험에 노출 될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 확신할 수 없는 상태였다.


알베르 신관은 잠시 말이 없었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떠올리기도 싫은 과거를 떠올린 듯이, 아까까지 밝고 건강했던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창백하고 어둡기만했다.



“...드래곤의 직감이란 언제나 옳다는 것을 잊었다는 게 아직도 믿어지지가 않는구만.


...


그녀는 되돌아가는 길에 습격을 받았네. 그것도 수도까지의 거리가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말이네.”


“습격이요?!”


그 대답에,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무언가 안좋은 일이 일어났다는 건 알 수 있었으나, 설마 습격이었다니.


내 머리를 스치는 것은 내가 습격당했을 때의 상황이었다. 너무나도 당연스럽게 결계를 뚫고 들어와서는 무섭도록 강한 힘을 과시하며 공포감과 절망감을 안겨주었었다.


신의 사자를 향한 습격이 그렇게 빈번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일까?


게다가 다른 곳도 아닌 이곳, 신의 보호를 받고 있는 레이엔에서 말이다.


“그렇네. 그녀는 신성력이 매우 강했기 때문에...그런식으로 습격을 받았다는 건 아직도 믿어지지가 않는군.

다만...”


“다만?”


알베르 신관은 말을 끊으며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 표정은 생각하기 싫은 것을 떠올리는 듯이 눈썹을 찌푸리고 있었다.


“...그대를 습격한 그자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네.”


나도 그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순간 스친 것은 우리를 습격했던 그 이상한 마법사 녀석이었다. 그라면...그의 힘이라면 어쩌면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머리에서 지울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건 300년전의 일이지 않습니까? 인간이라면 그렇게 오래 살아있을 수 없습니다.”


엘론의 말에도 일리는 있었다. 하지만,


“......인간이 아니라면?”


엘론은 그가 인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달랐다. 오히려 그 실력으로 인간이라고 하는 편이 이상하지 않은가.


그렇게 뛰어난 마법을 지닌 인물이 인간이라는 것은 믿을 수 없는 일이다.


“아니, 그는 확실히 인간이네. 지난번 잠시 마주쳤을 때, 그것만은 확실히 알 수 있었지.


아무튼, 그녀는 수도근처에서 괴한의 습격을 받았고,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지.


하지만...


하지만 치료를 받기보다 바로 성소로 가는 것을 택했네.”


그 이야기를 들으니, 방금전 그가 나에게 한 말이 떠올랐다.


“...방금 전의 질문이 바로 그거였나요?”


치명상을 입은 상태에서 치료를 먼저 받겠느냐, 성소를 가겠느냐는 그 질문.


그건 전대의 사자와 나와의 차이를 확실하게 알고 싶은 마음에서 나온 걸지도 모른다.


알베르 신관도 나름대로 이번 일에 대한 확신이 필요했던가.


“...그렇다고 볼 수 있지.


그리고...


윈프리드 님의 축복은 내려왔고, 결국 나라 곳곳으로 그 축복이 퍼질 수 있게 되었네.


다만, 그녀만은...신의 앞에서 피를 흘리며 그 생명을 다했지. 그 모습이 윈프리드 님에게는 상당히 충격을 준 모양이야.”


자신의 성소, 자신의 앞에서 죽어가던 사자를 본 바람의 신의 충격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이상한 일이기도 했다.


자신의 성소에 있는 상처입은 자를 그저 보고만 있었다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하지만 신의 도움이 있었다면 살 수 있었던 게 아닙니까?”


“윈프리드 님은 아직...신들의 맹약에 묶인 상태. 즉, ‘인간들간의 싸움에 관여하지 않는다.’라는 뜻에 따라 도움을 줄 수 없었네.”


“그건 치료도 해주지 말라는 뜻이 아니지않나요?!”


아무리 신들의 맹약이라고는 하나, 상처입은 인간을 치료해주지도 말라는 것은 이상했다.


이정도의 일도 인간들의 일에 관여했다는 뜻이 된다는 걸까?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윈프리드 님은 이미 지난 전쟁으로 겁을 먹으신상태였어. 그래서 쉽사리 내려오시지 못하는 것일세.”


“...”


“그렇기 때문에 이번엔 특별히 그대에게 출발하기도 전에 가호와 수호를 내려주셨고, 마지막엔 이렇게 워프를 하게 만들어 주신거라네.”


루드비히가 말했던 겹겹이 싸여 있다던 그 온갖 가호와 수호의 힘이 그런 이유로 내려진 거였다니.


그런 것을 간단하게 파괴시켜버린 것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루드비히는 괘씸하기만 했다.


“...그건 감사해야할 일인지...

전대의 사자님은 너무 책임감이 강하셨던 걸까요...”


“...그래서 모든면에서 반대적인 그대를 선정하신 거겠지.”


모든면에서 반대라.


나는 그녀만큼 신앙심이 깊은 것도 아니고 신성력을 쓸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뭐, 돈을 받고 하는 일인만큼 책임감이 강하긴 하지만, 정말 목숨이 위험한 상태라면 그녀와는 다른 선택을 했을 것이다.


실제로 나는 아직도 그녀의 선택에는 의문을 품고 있었다. 아무리 믿음이 강하다고 한들, 목숨을 잃는다면 끝이 아닌가.


“하지만 어째서 그런 이야기가 전해지지 않은 거죠?”


지금 가장 궁금한 부분은 이것이었다. 목숨을 걸고 축복을 내려준 사자. 하지만 사람들은 300년 전부터 바람의 신은 갑자기 사자를 선정하지 않게 되었고, 축복이 내려오지 않음에 불안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어디에서도 신의 사자의 희생에 대한 이야기는 들리지 않았다.


“...신의 사자를 습격한 자가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겠나?

그 이야기가 알려지자마자 사람들은 서로를 의심할 것이고, 불안에 떨어야 했을 것이네.”


알베르 신관의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완전히 납득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찝찝한 기분은 내 안에 남아 있었다.




“흠, 이걸로 그대의 의문은 풀렸나?


워프를 할 마음의 준비도 끝났으리라고 생각되는군.”


나는 그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사실 워프할 준비는 되지 않았다. 그의 이야기에 집중하느라 워프를 생각할 틈도 없었던 것이다.



“클로이 님? 아직 긴장하고 계신 것 같네요.”


“으...조..조금은...”


전부터 내 눈빛하나는 기가막히게 잘 읽던 엘론이었다.


그는 지금 내가 굉장히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채고 있었다. 그리고 웃으며 나에게 양손을 내밀었다.


“...폭풍때와는 다르니, 나서도 괜찮겠죠?

자, 무서우시며 제 손을 잡고 눈을 감고 계세요. 도착하면 알려드릴 테니까요.”


나는 엘론의 손을 한참을 바라보다가 그의 눈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는 언제나처럼 맑고 아름다운 푸른 눈으로 미소 짓고 있었다.


묘하게도 드래곤인 알베르신관보다는 엘론이 더 신뢰가 가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가만히 그의 양손에 내 손을 올렸다.


“괜찮을 겁니다. 혹시 다른 곳으로 워프된다해도 함께라면 어떻게든 해쳐 나갈 수 있지 않겠습니까?”


가만히 눈을 감고 미소를 지었다.


그래, 설령 엉뚱한 장소로 떨어진다해도 둘이 함께라면 어떻게든 될 것 같다.


“허허.. 요새 젊은이들은...도대체가 못 말리겠구만, 쯧쯧.”


알베르 신관의 웃음섞인 목소리가 귀에 울렸다.


내용은 우리를 비난하는 것 같았지만, 목소리에는 애정이 묻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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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56. 잠시 휴식 20.12.29 103 2 12쪽
55 55. 그의 호위 기사들이란 20.12.28 101 2 11쪽
54 54. 귀환 20.12.28 97 2 11쪽
» 53. 300년 전의 이야기 20.12.28 103 2 11쪽
52 52. 워프? 20.12.27 105 2 11쪽
51 51. 작별 20.12.27 102 2 11쪽
50 50. 신관 알베르 20.12.27 103 2 11쪽
49 49. 정화 20.12.26 101 2 12쪽
48 48. 세 번째 바람의 성소(4) 20.12.26 99 2 11쪽
47 47. 세 번째 바람의 성소(3) 20.12.26 103 2 11쪽
46 46. 세 번째 바람의 성소(2) 20.12.25 106 2 11쪽
45 45. 세 번째 바람의 성소(1) 20.12.25 108 2 11쪽
44 44. 마지막 준비 20.12.25 107 2 11쪽
43 43. 신목 20.12.24 112 2 11쪽
42 42. 휴식 20.12.24 100 2 12쪽
41 41. 신전 20.12.24 105 2 11쪽
40 40. 단 한 번의 신성력 20.12.23 104 2 11쪽
39 39. 두 번째 습격(2) 20.12.23 102 2 12쪽
38 38. 두 번째 습격(1) 20.12.23 108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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