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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사자, 계약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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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엔키유
작품등록일 :
2020.12.10 11:29
최근연재일 :
2021.04.27 21:00
연재수 :
2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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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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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26,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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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28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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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54. 귀환

DUMMY

나는 가만히 눈을 감고 손을 꽉 잡고 있었다.


꽉 잡은 손에서는 땀이 나는 것만 같았다.


눈을 감고 있어서 그런지 느껴지는 감각이 예민해지는 느낌이다. 내 입에서 나오는 숨소리조차 귀에 들리고 있었으나, 그 외에 다른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엘론의 숨소리조차 내 귀에는 이르지 않았고, 만약 잡고 있는 이 손이 아니었다면 그가 내 옆에 있다는 것조차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아무런 변화는 느껴지지 않았고, 엘론 역시 아무 말없이 조용히 있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불안감은 더욱 깊어지기만했다.


워프라는 게 이렇게 오래 걸리는 마법이었던가? 두려운 마음에 잡은 손에 더욱 힘을 주어 꽉 쥐었다.


마주 잡은 손은 나를 안심시키 듯이 살포시 힘을 더해 주었다.





그렇게 잠시 시간이 흐른 뒤,


“클로이 님, 큰일입니다! 눈을 떠보세요!!”


전에 없던 다급한 엘론의 목소리에 감았던 눈이 번쩍뜨였다.


“뭐야?! 정말 낯선 장소에 떨어지기라도 한거야?”


순간 알베르 신관의 얼굴이 머리를 스쳤다.


자신을 드래곤이라고 했던 자신감이 넘치던 신관.


하지만 그의 본체인 드래곤모습은 눈으로 확인하지 않았었다. 설마,


설마 그는 진짜 드래곤이 아니었던가?!


새삼 신중하지 못했던 지난 시간들에 후회에 몰려오기 시작했다.



눈앞에는 진지한 표정을 한채로 굳어져있는 엘론이 있었다. 그의 표정에서도 지금이 비상사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사태를 파악하기 위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곳은 새하얀 돌로 이루어진 커다란 홀이었다. 천장은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치솟아 있었으며, 홀을 둘러싸고 있는 벽을 따라 화려한 무늬의 기둥들이 줄지어 있었다.


그리고 우리의 발밑에도 기둥과 비슷한 무늬로 이루어진 커다랗고 네모난 탁자같은 것이 있었다. 그 이외에는 특별히 뭔가가 있지 않은, 그저 넓은 공간으로 이루어진 곳이었다.


이곳은 기억에 있는 공간이었다.


“여기는...


중앙 대신전아니야?!”


큰 목소리가 홀에 울려퍼졌다.


이 거대한 공간에 황당하다는 듯한 내 목소리가 메아리치고 있었다.


나는 소리를 친 모습 그대로 굳어있었다.


내 기억이 확실하다면 이곳은 수도의 신전.


대신전은 출발하기전에 잠시 관광하듯이 둘러봤던 것이 전부였지만, 이 웅장한 분위기와 더불어 스산하기까지 한 휑한 느낌은 기억에 박혀있었다.


그리고 바로 우리가 워프의 목표로 하고있던 곳이었다.



“...푸훕...후후후....장난입니다.

클로이 님의 표정이 너무 진지해서..”


나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엘론을 바라보았다. 그는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는 것인지 손으로 입을 막고는 어깨를 들썩이며 웃고 있었다.


사람이 불안에 떨면서 의지하고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 장난을 친거라고?!”


나는 더욱 큰소리로 따지듯이 묻고 있었다.


지금 이런걸로 장난을 칠 상황인가!


‘아니, 잠깐. 장난?’


나는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분노를 가라앉히고 다시 엘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엘론이?


...어? 엘론이 장난을 친건 처음 아니야?”


그는 입을 막고 있던 손을 치우고는 나를 바라보며 미소짓고 있었다.


그 미소는 그 나이에 맞는, 아니 엘론이 내 또래 나이라는 것을 기억해내게 만드는 순진한 미소였다.


“그야, 처음으로 사귄 친구에게 장난한번 못치고 헤어지는 건 아쉽지 않습니까?

저는 항상 친구끼리 사소하게 장난치고 노는 모습이 부러웠습니다.”


생각해보니 나 역시 동생들과 장난치며 놀았던 기억은 있어도, 또래의 친구들과 놀았던 기억은 없었다.


처음엔 그저 어색하기만 했던 그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말이었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친한 친구가 된 듯한 느낌이었다.


오랜기간 함께하며 의지한 친구.


이런게 바로 절친한 친구라는 것일까?


뭐, 친구를 사귄것은 처음이지만 말이다.


“그럼...”


“드디어 도착하셨습니까?”


갑자기 맑은 목소리가 신전에 울려 퍼졌다.


홀의 입구에 검은 긴머리를 나풀거리며 흰 교단의 로브를 입은 아름다운 여성이 안으로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온화한 미소를 머금은 그녀는 신관 특유의 고귀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으며, 누구보다도 교단의 로브가 잘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아이린 님.”


“...”


아이린이라 불린 그 인물은 바로 나와 계약서를 작성했던, 이 모든 일을 계획했다고 할 수 있는 여성이다.


엘론은 그 여성의 존재를 확인하자, 먼저 이곳에서 내려갔다. 그리고 곧바로 손을 뻗어 나를 내려주고는 아이린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고 공손히 인사를 하고 있었다.


아이린은 손을 들어 엘론의 인사를 받으며 일어나게 해주었다.


“엘론, 오랜만이네요. 클로이 님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아이린.

그럼 이제 이곳의 성소로 가면 될까?”


나는 엄밀히 말하자면 교단의 사람은 아니었기에, 엘론처럼 그녀에게 거기까지 공손할 필요는 없었다.


물론 그녀의 지위를 생각해보면 지금의 내 태도는 대단히 불손했지만, 아이린은 그런것에는 신경쓰지 않았다.


“그 얘기는...잠시 자리를 옮기지요.”


말을 마친 아이린은 그대로 몸을 돌려 앞서 걸어 갔다. 우리가 따라가리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 것인지, 한번도 뒤돌아 보지는 않았다.



고요한 가운데 세 명의 발소리만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홀을 빠져나와 복도를 걸을 때에도 주위에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내가 했던 조언대로 케르빌왕자가 주변사람들을 데리고 어딘가로 이동한 모양이었다.


예상대로 성공적으로 순례를 마치고 돌아온 왕자는 역시 사람들의 관심의 한 몸에 받은 것이다.


왕자가 잘난듯이 자신의 행적을 부풀려 떠드는 모습이 머리에 떠올랐다.


한숨이 나왔지만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어차피 그걸위한 움직임이 아니었던가.



긴복도를 따라 걷던 우리는 한 방의 앞에 다다랐다.


예전에 봤던 에스텔의 집무실과 비슷한 화려한 꽃무늬가 조각되어 있는 커다랗고 하얀 문이 있는 방이었다.


“자, 들어오세요.”


아이린은 방문을 열고는 나를 먼저 안으로 들여보내 주었다. 과연, 아무리 돈을 받고 일하는 입장이라해도 신의 사자, 정중하게 취급해주려는 모양이다.


“일단 자리에 앉아 주세요.”


그녀의 말에따라 중앙에 자리잡은 커다란 소파에 가만히 앉았다. 이 방과 잘 어울리는 커다랗고 하얀 소파는 내 몸을 살포시 감싸 안아주었다.


대단히 부드럽고 폭신폭신한 소파는 이 여성이 교단에서 얼마나 높은 지위에 있는지를 증명해주는 듯했다.


자연스럽게 내 앞에는 엘론이 앉게 되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새하얀 벽으로 둘러싸인 제법 넒은 방의 한쪽면은 책으로 가득 채워진 책장들로 메워져 있었으며, 다른 한쪽은 어딘가의 풍경이 그려진 커다란 액자가 걸려 있었다.


그리고 문을 열면 바로 보이는 쪽에는 벽과 마찬가지로 새하얀 책상이 자리잡고 있었으며, 그 뒤로 보이는 커다란 창문에서는 밝은 햇살이 쏟아지고 있었다.


일반적인 사제나 신관이 갖기에는 조금 화려해보이는 방이었다.


“그럼, 방금 전 하려고 했던 이야기를 마저 해보지요.”


아이린은 나와 엘론의 앞에 찻잔을 두고는 자신의 찻잔을 갖고 중앙의 자리에 앉았다. 그 하나하나의 행동에는 기품이 흐르고 있었다.


“바로 성소에 가지않아도 되는 거야?”


“예, 지금 그 대답을 해드리겠습니다.

지금은 성소에 갈 수 없습니다. 아직 허가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허가? 허가가 안났다고? 누가 신의 축복에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는 거야?”


그건 예상치도 못한 이야기였다.


지금까지 성소에 가는데에 누군가의 허가가 필요하지 않았다. 아니, 몰래 잠입하기도 했지만, 그건 허가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내 정체에 대해 말할 수 없었던 이유가 가장 컸었다.


하지만 이번엔 허가를 받고 가야한다고?


“그건...폐하이십니다. 아, 오해는 하지마세요. ‘아직’안되는 것일뿐. 준비가 끝나는 대로, 의식을 치룰 예정입니다.


...폐하께서는 이번일을 충분히 이용하고 싶어하십니다.

케르빌 왕자님이 신의 사자로서 축복을 내려받았다는 ‘소문’보다 확실한 사람들의 ‘목격’을 원하시고 계세요.”


신과 얽혀있는 일에도 효율을 찾는 것은 과연 왕족다웠다.


사자에 대한 사칭만으로도 신벌을 받지 않은 것에 감사해야하는 게 아닌가?


“...그럼 어떻게 하라고?”


“방법은 간단합니다. 당신은 ‘왕자님이 의식을 치루는 동안’, 그를 도울 시녀로 성소까지 동행하시면 됩니다.

왕자님을 도우는 척하면서 의식을 진행시키는 것이지요.


성소 주변에는 귀족들이 자리잡을 것이고, 그 이외에 장소, 아마도 거리의 곳곳에는 수 많은 인파가 몰릴 겁니다.”


이야기를 하던 아이린은 잠시 쉬며, 조용히 차를 한모금 마셨다.


“그리고 모두 신의 기적을 목격하게 되겠지요.”


...


이건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기극이나 다름없었다. 이래서 권력자와 얽히면 제대로 되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지금도 속이고 있는 것에는 변함이 없긴했다. 내 정체를 숨기고 순례여행을 다녔으니까. 하지만 저렇게 대놓고 내 일을 마치 다른 사람이 하는 것 마냥 속이는 것에는 거부감이 들었다.



“이번일은 예정되어 있던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네요. 100만골드를 추가로 드리는 조건은 어떻습니까? 당신의 신분 역시 철저하게 숨겨 드리겠습니다.”


“100만...?”


순간 침이 꿀꺽 넘어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내가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었는지, 아이린은 내 눈을 바라보며 파격적인 제안을 해왔다.


100만의 추가. 그렇다면 이 일만 잘 마무리 된다면 총 300만골드가 손에 들어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약간의 주저는 남아있었다.



“아, 그렇지. 엘론에게 보고는 들었습니다.


성소에서의 고생을 생각해서 추가수당 역시 지급해드릴 예정입니다. 물론, ‘모든 일이 끝나고 나서’ 말이죠.”


그렇게 말하고 싱긋 웃는 이 눈 앞의 여성은 처음에도 그렇고, 가끔 악마로 보이는 것이다. 정말이지 기품이 넘치며 사람을 유혹하는 악마 그 자체였다.


본래의 약속 금액 200만골드에 추가로 100만골드, 게다가 그 이외의 추가수당.


이건 사람이라면 누구나 거부할 수 없는 조건이다.



게다가,


이미 그건 왕의 명령이 아닌가?!



처음부터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은 내게 없었던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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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58. 강림 20.12.29 101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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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56. 잠시 휴식 20.12.29 103 2 12쪽
55 55. 그의 호위 기사들이란 20.12.28 101 2 11쪽
» 54. 귀환 20.12.28 98 2 11쪽
53 53. 300년 전의 이야기 20.12.28 103 2 11쪽
52 52. 워프? 20.12.27 105 2 11쪽
51 51. 작별 20.12.27 102 2 11쪽
50 50. 신관 알베르 20.12.27 104 2 11쪽
49 49. 정화 20.12.26 101 2 12쪽
48 48. 세 번째 바람의 성소(4) 20.12.26 99 2 11쪽
47 47. 세 번째 바람의 성소(3) 20.12.26 103 2 11쪽
46 46. 세 번째 바람의 성소(2) 20.12.25 106 2 11쪽
45 45. 세 번째 바람의 성소(1) 20.12.25 108 2 11쪽
44 44. 마지막 준비 20.12.25 107 2 11쪽
43 43. 신목 20.12.24 112 2 11쪽
42 42. 휴식 20.12.24 100 2 12쪽
41 41. 신전 20.12.24 105 2 11쪽
40 40. 단 한 번의 신성력 20.12.23 104 2 11쪽
39 39. 두 번째 습격(2) 20.12.23 102 2 12쪽
38 38. 두 번째 습격(1) 20.12.23 108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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