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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사자, 계약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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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엔키유
작품등록일 :
2020.12.10 11:29
최근연재일 :
2021.04.27 21:00
연재수 :
2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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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26,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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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29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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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57. 의식의 시작

DUMMY

나는 성소의 입구 옆에 대기하고 있었다.


눈에 띄지않기 위해 다른 사제들과 마찬가지로 새하얀 교단의 로브를 입고 있었다. 단지 한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얼굴을 가리기 위한 베일을 썼다는 것 뿐.


다행히 이 베일은 시야를 많이 가리지 않으면서 모습을 감출 수 있었고, 평범한 사제의 모습으로의 위장이 가능했다.


아직 왕자는 도착하지 않았으나, 주변에는 이미 수 많은 귀족들이 이 진귀한 광경을 구경하기위해 모여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이미 신전안팎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실 처음 이 일을 받을 때까지도 일이 이정도로 커지리라고는 예상치 못했었다.



슬쩍 고개를 들어 옆에 있는 아이린을 보았다.


그녀는 지금 이렇게 따뜻한 미소를 짓고 있지만, 어제까지만해도 그야말로 냉기가 뚝뚝 떨어지는 분위기로 특훈을 시켰던 것이다. 아무리 왕족이 지켜보는 행사라해도 그렇지, 손의 방향까지 하나하나 지적을 하며 완벽한 그림이 나올 때까지 연습을 시키는 사람이 있을까?



엘론은 그런 그녀의 뒤에 있었고, 그의 주위에는 생전 처음보는 교단의 기사들이 나란히 서 있었다. 그뿐아니라 성의 기사들 역시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왕족과 귀족, 게다가 주교와 고위 신관들마저 참여하는 이 의식은 경비가 삼엄하기 그지없었다.


“오오오~”


“역시!!”


이런저런 쓸데없는 생각으로 시간을 때우는 사이, 드디어 이 연극의 주인공인 케르빌 왕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왕자는 교단의 하얀로브 위로 망토같은 것을 두르고 있었는데, 그것은 얼마나 긴지 뒤로 끌리고 있는 길이가 몇 미터는 되어 보였다. 게다가 금으로 화려하게 수놓은 자수들이 그의 걸음걸이에 맞춰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그는 확실하게 이곳에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있었으며, 자신이 이곳의, 이 의식의 주인공이라는 것을 각인 시키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런 왕자의 등장에 감탄하며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었다.


“자, 왕자님의 뒤로 서서 따라가세요. 연습대로만 한다면 문제 없을 겁니다.”


아이린이 내 등을 살짝 떠밀며 속삭였다.


이제 드디어 이 연극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녀에게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심스레 왕자의 뒤로 향했다. 케르빌 왕자는 그런 나를 한 번 힐끔 쳐다보고는 그대로 문을 지나 성소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니, 성소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하얀 벽으로 되어 있는 이곳은 다른 성소들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다른 곳과는 다르게 매우 넓은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또한 소박했던 성소들과 비교되는 화려함이 있었다.


우리가 걸어가는 길목에는 화려한 무늬의 폭신폭신한 카펫이 깔려 있는데다가 양 옆으로는 마찬가지로 화려함이 돋보이는 커다란 기둥들이 줄지어 있었다.

그리고 그 끝에 있는 제단 역시 꽃무늬의 조각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제단 위쪽 천장은 둥글게 뚫려 있었는데 그곳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제단을 감싸는 모습은 신성함을 부각시키는 듯했다.


성소의 벽을 따라 후작, 공작, 왕족과 그 사촌들 등 높으신 분들이 꽤나 편해보이는 화려한 의자에 거만하게 앉아 있었다. 제단에서 가장 가까운 곳 양옆으로는 왕과 주교가 각각 자리잡고 있었다.


지난 성소들에서 신관들이 말했던 ‘성소는 사자만이 들어갈 수 있다.’는 말이 무색하게도 많은 사람들이 이미 성소 안에 들어와 있던 것이다. 도대체 그 고생을 하며 성소에 들어가려 애쓰던 지난 날은 뭐였던 걸까.


그때의 일들을 떠올리자, 허탈한 기분에 휩싸이고 말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저 멍하니 신세한탄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발의 바로 옆에서 왕자의 긴 망토자락이 아슬아슬하게 스쳐지나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제 아이린의 특훈도 이것을 피하는 것에 가장 비중을 두었다.


다른것도 문제이긴 했으나, 이 긴 망토는 제멋대로 움직이고 있었기에 피한다는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상대도 걷고 있는 상태고, 나도 따라 걷지않으면 안됐다.


나는 온 신경을 발밑에 집중하며 조심히 걸어나갔다.


자칫잘못하다가는 이 망토자락을 밟고 나와 왕자가 그대로 넘어져 버릴 수도 있는 일이니까. 이 많은 사람들, 게다가 일반인도 아닌 높으신 분들 앞에서 그런 참사가 발생한다는 상상만으로도 소름이 돋았다.


그런 일이 발생했다가는 이 왕자의 성격상, 바로 끌려나가서 목이 잘릴지도 모르는 일이다.


어제도 이미 수백 번은 넘어졌다.


그런 나에게 더이상의 넘어짐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발밑에 온 신경을 집중하며 걸은 덕분에 드디어 제단 바로 앞까지 무사히 다다를 수 있었다.


왕자는 공손히 무릎을 꿇었다.


그것 역시 아이린과 온갖 타이밍을 재며 연습했던 덕분에, 나는 왕자의 눈치를 보며 타이밍 좋게 그의 뒤에서 동시에 무릎을 꿇는 것에 성공했다.


이 별거 아닌 행동에도 특훈의 성과가 느껴지며, 묘하게 감동을 한 순간이었다.



그는 상자를 열어, 주위 사람들이 모두 볼 수 있도록 그대로 높이 쳐들어 보였다.


그것은 마치 신에게 기원을 바치는 행동처럼 보이기도 했다. 화려한 옷 덕분인지, 반짝이는 빛들이 왕자의 주위에 모여드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며 상당히 괜찮은 장면이 연출되었다.


잠시 손을 높이 들고 있던 왕자는 그것을 다시 옆으로 내렸다.


나는 재빨리 그의 옆으로 가서 그것을 두 손으로 공손히 받고는 제단으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제단 위로 가만히 크리스탈을 올려 놓고 빈 상자는 손에 든 채로 조용히 왕자의 뒤로 돌아와 다시 무릎을 꿇었다.


사실 여기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다.


그 누구도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하게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왕자로부터 크리스탈을 받아야 했던 것이다.


‘왕자가 크리스탈을 바쳤다.’라고 화려한 옷과 동작으로 사람들에게 각인시킨 후, 진짜 사자인 ‘내 손으로’ 그것을 제단에 올리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이것을 그저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나는 왕자의 시중을 들고 있는 것 뿐이라고 여겨야만 했다.


나는 베일의 사이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사람들은 모두 왕자에게 시선이 고정되어 있는 채로 감탄을 쏟아내고 있는 중이었다. 그 중 그 누구도 의심의 시선을 보내는 이는 없었다.


작전은 성공적인 듯하다.



“바람의 신이신 윈프리드 님.

당신의 사자가, 당신의 나라에, 당신의 축복을 전달하기를 청합니다.”


케르빌 왕자의 목소리가 성소에 맑게 울려 퍼졌다.


그것은 평소의 잘난척하며 소리지르는 목소리와는 너무나도 다른 울림이었다. 그야말로 ‘맑은 소리’라는 느낌이 잘 어울리고 있었다.


처음보는 모습이라 그런지, 낯설다. 사람의 인상이 전혀 달라보일 정도였다.


아니, 잠깐.


이건 어쩌면 그 호위 기사들이 끊임없이 내게 말했던 그 이야기에 의한 세뇌효과일지도 모른다.


나는 정신을 차리고 조용히 속삭이듯이 왕자를 따라 기도를 중얼거렸다.


“바람의 신이신 윈프리드 님.

당신의 사자가, 당신의 나라에, 당신의 축복을 전달하기를 청합니다.”




그리고 잠시 후,


축복을 내려 받았다는 것이 성공했다는 증거로, 살며시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향긋한 꽃향기와 꽃잎이 우리들 사이로 날아들어왔다.


뻥 뚫린 천장으로부터 빛과 함께 춤추듯이 떨어지는 꽃잎들은 그동안의 성소들보다 화려한 모습이었다.


“오오오!! 이게 바로!!”


“신의 축복!!”


“윈프리드님 이 축복을 내리셨다!!”


그 모습에 성소 안은 술렁였다. 축복을 처음으로 목격한 사람들은 저마다 감탄하며 한 마디씩 쏟아내고 있었다.


날아오는 꽃잎을 잡으려고 돌아다니는 사람도 있었으며, 꽃향기를 맡으며 황홀한 표정을 짓는 사람들도 있었다. 높은 지위의 귀족들도 이런 광경에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조금 더 화려할 뿐으로 마지막 축복도 다른 성소와는 큰 차이가 없다는 것에는 조금 실망스러운 기분이었다.


제단 위로 눈길을 돌려보니 크리스탈은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축복이 내려왔다면 이제 저걸 회수해도 되는 건가 싶은 마음에 가까이 다가가려고 했을 때였다.


“꺄아악!!”


꽃봉오리의 모양에 불과했던 크리스탈은 순식간에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나더니 강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점점 더 밝게 찬란히 빛나던 그 빛은 갑자기 높이 치솟아 올랐다.


그리고 한동안 긴 꼬리를 내며 하늘 위에서 빛나더니, 사방으로 빠르게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빛이 지나간 하늘에서는 은빛의 별같은 것들이 떨어져 내렸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사람들은 멍하니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이게 진짜 마지막 축복의 모습이었던가.


사방으로 뻗어나가던 그 빛.


그것이야말로 나라 곳곳으로 퍼져나간 축복일 것이다.


드디어 완벽한 모습으로 이곳, 레이엔에 바람의 신의 축복이 내려왔다.


그리고 그것은 나의 일도 모두 무사히 끝났다는 뜻이기도 했다.



나는 다시 제단을 바라보았다.


제단 위에는 활짝 핀 아름다운 꽃모양의 크리스탈이 놓여 있었다. 하늘 위로 올라간 것은 크리스탈에서 나온 빛뿐이었던 모양이다. 이것은 다시 회수해서 교단에 넘기는 편이 낫겠지.


사람들이 다른 곳에 정신을 팔고 있는 틈을 타서, 조용히 제단으로 접근했다.


뭐, 누가 봤다고 해도 왕자의 시중으로 회수했다고 둘러대면 그만이겠지.


-...여


그때, 내 귓가에 누군가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응?”


하지만 주위를 둘러봐도 내게 말을 거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고, 모두 축복에 정신이 팔린 그대로였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케르빌 왕자 역시 하늘을 올려보며 조용히 있을 뿐이었다. 게다가 그건 남성의 음성이 아니었던 것 같았다.



잘못 들은 것일까?




-나의 사자여...


“뭐라고 했나요?”


“아니,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무슨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데?”


“뭐? 나도 들린 것 같아!”


이번에는 나만 들은 게 아닌 모양이다.


그 목소리는 귓가에서 들린 게 아니었다. 머릿속에서 울려 퍼지고 있는 느낌이었다. 귀가 아닌 머리에서 울리도록 이야기하는 자. 게다가 지금 이 자리에서 ‘나의 사자’라고 말 할 수 있는 자라면...


“잠깐! 저게 뭐지?”


“뭐야?!”


“맙소사!”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와 함께 올려다 본 눈앞에 긴 머리를 휘날리며 한 여자가 제단 위로 떠 있었다.



길게 웨이브 진 에메랄드빛 머리에 꽃나무 가지를 손에 들고 있는 모습.



자애로움에 넘치는 미소.



나는 그녀가 누군지 알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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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59. 협박 20.12.30 102 2 11쪽
58 58. 강림 20.12.29 100 2 11쪽
» 57. 의식의 시작 20.12.29 96 2 11쪽
56 56. 잠시 휴식 20.12.29 103 2 12쪽
55 55. 그의 호위 기사들이란 20.12.28 101 2 11쪽
54 54. 귀환 20.12.28 96 2 11쪽
53 53. 300년 전의 이야기 20.12.28 101 2 11쪽
52 52. 워프? 20.12.27 105 2 11쪽
51 51. 작별 20.12.27 101 2 11쪽
50 50. 신관 알베르 20.12.27 102 2 11쪽
49 49. 정화 20.12.26 101 2 12쪽
48 48. 세 번째 바람의 성소(4) 20.12.26 99 2 11쪽
47 47. 세 번째 바람의 성소(3) 20.12.26 103 2 11쪽
46 46. 세 번째 바람의 성소(2) 20.12.25 106 2 11쪽
45 45. 세 번째 바람의 성소(1) 20.12.25 107 2 11쪽
44 44. 마지막 준비 20.12.25 107 2 11쪽
43 43. 신목 20.12.24 111 2 11쪽
42 42. 휴식 20.12.24 100 2 12쪽
41 41. 신전 20.12.24 104 2 11쪽
40 40. 단 한 번의 신성력 20.12.23 103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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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38. 두 번째 습격(1) 20.12.23 107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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