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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사자, 계약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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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엔키유
작품등록일 :
2020.12.10 11:29
최근연재일 :
2021.04.27 21:00
연재수 :
2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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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36
추천수 :
478
글자수 :
1,126,569

작성
20.12.29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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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58. 강림

DUMMY

제단 위에 떠 있는 여성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도대체 저건...?”


“어떻게 된 일인거냐...”


“주교님 이건...”


그녀의 갑작스런 등장에 주위는 또다시 소란스러워졌다.


나 역시 마지막은 축복은 원래 이렇게 진행되는 것인지 확인하고 싶었으나, 나에게 답을 줄 수 있는 아이린은 성소 밖에 있으므로 누구에게도 물어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렇게 소란스러운데도 누구하나 성소 안으로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도 이상했다.


아니. 들어올 수 없는 게 맞으려나.


그들의 신이 모습을 드러내며 말을 전하려하고 있었다. 감히 방해할 수 있을리가 없지.


나는 아이린 다음으로 이 일에 대해 잘 알고 있을 주교에게로 눈을 돌렸다. 주교도 당황하며 옆에 서 있던 보좌에게 무언가 말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예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 것 같았다.


하긴, 예상했던 일이라면 특훈때 알려 줬으려나.



-나의 사자여, 잘 해내주었습니다. 그대의 덕분에 무사히 축복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그 말에 소란스러웠던 주위는 찬물이라고 끼얹은 것처럼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머리에서 직접 울리는 그 목소리는 나에게만 들리는 것은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조용했던 것도 순간이었을 뿐, 사람들은 다시 자신들이 겪고 있는 이 일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설마...”


“윈프리드 님...?”


“하..하지만 신의 모습은 그 어디에도 기록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이 상황이 설명되지 않아!”


사람들이 혼란스러워하는 것도 이해가 되었다.


갑작스럽게 등장하여 신이라고 주장한다해도, 우리는 신의 모습을 전해지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신성모독이라고 생각한건지, 그저 소실된 것인지 알 수는 없는 일이었지만 이상하게도 그 기록은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나도 첫 번째 성소에서 봤던 그 신상이 아니었다면 이 자가 바람의 신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래, 그 신상만이 바람의 신의 모습을 전하는 유일한 물건이었으나, 그걸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신의 사자’뿐이었다.


-나는 바람의 신, 윈프리드. 그대들은 기록이 없다하여도 신앙심을 져버려서는 안될것입니다.


부드럽지만 단호한 말이었다. 그 말을 듣자, 사람들은 조용히 입을 다문 채로 그 자리에 무릎을 꿇기 시작했다.


처음 시작은 주교였고, 그 뒤로 왕이 자리에서 일어나 바로 무릎을 꿇자 주위 왕족과 귀족들도 서로 눈치를 보며 하나 둘 무릎을 꿇었다. 방금전까지도 거만한 자세로 앉아 있던 공작조차도 이미 의자에서 나와 무릎을 꿇고는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다.



바람의 신은 몸이 선명하게 보이는 것이 아니라, 제단 뒤로 보이는 성소의 벽이나 기둥, 장식물들이 희미하게 비쳐보이고 있었다. 아무래도 본신이 직접 내려온 것은 아닌 것 같았다.


하긴, 알베르 신관도 말하지 않았던가. 그녀는 신들의 맹약에 묶여 있다고 말이다.


하지만 무리하면서까지 강림한 이유는 무엇일까?


설마 내 고생을 치하하기 위해서 내려온 것은 아닐테고.


나는 조심스럽게 다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시선은 여전히 나에게 쏠려 있었다. 기분탓이 아니라 정말 나만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한가지 다행인 점은 내가 왕자의 뒤에 있기 때문에, 멀리서 보면 그녀의 시선이 나를 향한 것인지 왕자를 향한 것인지 구별하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그게 아니었다면 이미 정체를 들키고도 남았을지도 모른다.



-그대에게 한가지 부탁이 있어, 이렇게 직접 모습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신의 부탁.

그것은 말이 부탁일 뿐이지, 명령이나 다름없는 것이 아닌가!


나는 대답을 기다리는 듯한 그녀의 모습에 당혹스러움을 느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신의 사자’에게 대답을 구하는 그녀의 말에 응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때, 케르빌 왕자가 고개만 살짝 뒤로 돌려 나를 보았다. 나를 노려보는 그 시선은 ‘이제 어떻게 할 셈이냐!’라는 말을 하는 것 같았다.


이런 상황은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다. 당연히 대응할만한 준비가 되어 있을리가 없지.


조금은 도와줄 마음이 없는 걸까?


나는 최대한 곤란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불쌍한 척하는 연기를 선보였다. 지금 이 상황에서 나를 도와줄 수 있는 것은 이 왕자뿐이었다.


케르빌 왕자는 작게 한숨을 쉬더니 다시 앞을 향했다.


“무엇이든 말씀해 주십시오.”


그리고 나를 대신해서 그녀의 말에 대답을 했다. 그도 이제는 될대로 되라는 마음인 것 같았다.


하지만 다른 뾰족한 수도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가만히 그녀의 말을 기다려보기로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다른 나라들은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하여,


잠시 말이 없던 그녀는 이 상황을 헤아려준 것인지 말을 이어갔다. 이로써 왕자는 신에게 사자로 인정받은 것 같은 상황이 되었으니, 우리의 계획은 완벽해졌다고 볼 수 있었다.



-다른 나라에도 나의 축복을 전해주시길 바랍니다.


...


뭐?


순간 귀를 의심하고 고개를 들었다. 나와 눈이 마주친 그녀는 그저 나를 바라보며 싱긋 웃어보이고 있었다.


신에 대한 무례고 뭐고 고개를 든 채로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제야 그녀의 말이 조금씩 머리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다른 나라에도 축복을’


그게 갑자기 무슨 소리란 말인가!


“무...”


“신의 말씀에 따르겠습니다.”


순간적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갈 뻔했다. 그런 나의 말을 간발의 차로 막고는 왕자가 대신 대답을 하고 있었다.


내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자, 그 역시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모든 계획이 완벽하게 마무리되고 있는 이때에, 쓸데없는 짓은 하지 말라는 뜻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말을 받아 들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내 일은 이걸로, 여기서, 모두 끝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말이 막혀버렸으니 눈으로라도 대화하는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최대한 내 뜻을 전해보기로 마음먹었다.


‘바람의 신이시여. 저는 그것을 해낼 수 없습니다! 다른 나라라니! 갈 수 있을리가 없어요!’


하지만 그녀의 표정은 미미한 변화조차 일어나지 않았다. 설마 내 뜻이 전해지지 않는 것인지?!


‘지금 상황을 아시잖아요!! 저는 여기까지만 일하는 걸로 고용되었을 뿐이라고요!!’


나는 다시 한 번 정신을 집중시키며 그녀에게 마음 속으로 말을 걸어 보았다. 아마 누군가 이 모습을 본다면 열렬한 신자로 오해받을 정도로 간절한 모습이었다.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바람의 신은 침묵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한참동안 침묵하던 그녀는 내 마음의 간절한 부탁을 무시한 채로 말을 끝마쳐 버렸다.


-그리고...


내가 무언가 조치를 취하기도 전에, 그녀는 강림한 이래로 처음으로 내게서 시선을 거두고는 주위를 바라보았다. 그 표정은 지금까지 미소를 유지하고 있던 것과는 다른, 서늘하고 냉기가 뚝뚝 떨어지는 시선이었다.


-나의 안식처에 다시는 이런 지저분한 것들이 존재해서는 안될것입니다.


그녀의 시선이 주위를 훑고 지나가자, 성소에 있던 화려한 의자들과 더불어 귀족들의 모습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꺄아아악!!!”


“시..신의 분노다!”


“공작님! 후작님!”


신의 앞이라는 것도 잊고, 그들은 또다시 소란스럽게 떠들기 시작했다. 그런 그들을 보며, 바람의 신은 표정을 굳히더니 손을 살짝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그녀의 손짓에 따라 바람이 강하게 불더니, 소란을 피우고 있는 그들의 뺨을 ‘찰싹!’소리가 나게 한대씩 때리고 지나갔다.


바람의 신은 생각보다 터프한 성격인 모양이다.


그 모습에 웃음이 울컥 올라왔다. 잠시 방심했다면 이미 터져나왔을 것이다. 나는 목에 걸린 웃음을 간신히 삼키고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간신히 유지해나갔다.


아니,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나는 다시 한 번 그녀에게 내 생각을 전달해야만했다.


하지만 그녀의 시선은 다시 내게로 돌아 올 생각조차 하고 있지 않았다.


-조용히. 그들은 성소 밖으로 보냈을 뿐. 생명에 지장은 없습니다. 그럼, 내 말을 명심해 주세요.


그 말을 끝으로 그녀의 나를 힐끔보고 미소를 짓고는 사라져 버렸다.







******







쾅!!



“이건 계약위반이야!!!”


주위 사람들은 모두 물러나게 한 아이린의 집무실에서 나와 아이린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고 있었다. 대단히 흥분하고 있는 나와는 달리, 아이린은 여전히 차분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렇게 흥분하지 마시고, 차라도 한 잔 어떠신가요?”


“지금 여유롭게 차나 마실 상황이 아닐텐데?!”


그런 내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아이린은 천천히 차를 한모금 입에 대었다.


마음을 읽는 능력이 없는데도, 그 모습은 마치 ‘이렇게 차가 맛있는데~’라고 하는 것 같았다.




나는 의식을 끝마치자마자, 주위를 무시한 채로 아이린에게도 달려갔었다. 다행히도 신의 강림이라거나 성소의 문제로 시끄러웠던 주위는 그런 내 모습에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대로 주위의 시선을 끌지 않고 아이린을 데리고 집무실까지 오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 상황.


너무나도 여유로운 그녀의 모습에 혼자 화를 내는 것에도 지쳐, 그대로 폭신한 소파에 몸을 묻었다. 소파의 폭신한 쿠션은 몸을 부드럽게 감싸주고 있었지만 마음까지 감싸주지는 못했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건데?”


“그야 물론...신의 뜻에 따라야지요.”


“그러니까, 그거. 계약위반이라고.”


아이린은 나를 보며 여전히 부드럽게 미소짓고 있었다.


어쨌든 나는 그 말을 따를 생각이 조금도 없다고 하는데도 여유롭게 미소짓는 그 모습이 조금은 불안하기도 했다. 이미 다른 대처 방안을 마련해 두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함정이라도 파놓고 있는 것일까.


“이미 그렇게하겠다고 답하지 않았습니까? 따라야겠다는 마음은 없나요?”


“그건 내가 대답한게 아니었어. 차라리 왕자님이 하시는 건 어때?”


그러한 연극도 봐주는 신이었다. 차라리 왕자가 가도 괜찮게 바꿔주는 것정도는 간단하지 않을까.


아니 애초에 정말 왕자가 다닐 수 있도록 해주는 편이 좋지 않았을까.


“후후, 그게 가능했다면 처음부터 이런 계획을 짜지도 않았겠지요.

어쩔 수 없네요. 클로이 님이 본인의 의지로 따라주셨다면 좋았을 테지만..”


그녀는 나를 보며 더욱 미소가 깊어졌지만, 그와는 반대로 나는 점점 더 불안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드디어 속내가 드러나는 것인가?


“익숙한 일은 아니지만, 협박을 하는 수밖에 없겠네요.”



아무렇지도 않게 무서운 말을 하는 사람이 실제로 존재하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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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60. 행방 20.12.30 94 2 12쪽
59 59. 협박 20.12.30 102 2 11쪽
» 58. 강림 20.12.29 100 2 11쪽
57 57. 의식의 시작 20.12.29 95 2 11쪽
56 56. 잠시 휴식 20.12.29 103 2 12쪽
55 55. 그의 호위 기사들이란 20.12.28 101 2 11쪽
54 54. 귀환 20.12.28 96 2 11쪽
53 53. 300년 전의 이야기 20.12.28 101 2 11쪽
52 52. 워프? 20.12.27 105 2 11쪽
51 51. 작별 20.12.27 101 2 11쪽
50 50. 신관 알베르 20.12.27 102 2 11쪽
49 49. 정화 20.12.26 100 2 12쪽
48 48. 세 번째 바람의 성소(4) 20.12.26 99 2 11쪽
47 47. 세 번째 바람의 성소(3) 20.12.26 103 2 11쪽
46 46. 세 번째 바람의 성소(2) 20.12.25 106 2 11쪽
45 45. 세 번째 바람의 성소(1) 20.12.25 107 2 11쪽
44 44. 마지막 준비 20.12.25 107 2 11쪽
43 43. 신목 20.12.24 111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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