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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사자, 계약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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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엔키유
작품등록일 :
2020.12.10 11:29
최근연재일 :
2021.04.27 21:00
연재수 :
2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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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26,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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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30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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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59. 협박

DUMMY

“그러면 우선 한 가지만 확인할게요.”


거기까지만 말하고 아이린은 다음 말을 아끼며 차를 한모금 마셨다. 도대체 어떤 협박이 나올런지 긴장하고 있는 나와는 달리 그녀는 여유롭게 차나 마시며 뜸을 들이고 있었다.



“추가수당을 주겠다고 하면 어떤가요?”


“...미안하지만 지금 받을 것의 열배를 더 준다고 해도 사양이야.”


협박을 하겠다던 그녀는 의외로 나를 회유하려고 하고있었다. 역시 협박을 하기에는 양심에 걸렸던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와서 또다시 추가수당이라니. 도대체 얼마를 추가로 주려고 했던 걸까?


“어머, 열배로 좋다고 하신다면 주교님과 다시 상담하려고 했었는데...”


그녀는 가볍게 웃으며 놀라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 모습으로는 그녀의 말이 진실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300백만의 열배라!


죽을 때까지 한 번도 만져볼 수 없을 액수였다.


그렇게 생각하니 무의식 중에 침이 꿀꺽하고 목으로 넘어가는 게 느껴졌다. 군침이 돈다는 것은 이럴 때 쓰는 말인가.


그것이 아이린에게 들렸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미소가 점점 깊어지는 것을 보니, 들렸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만약 열배를 주면 하겠느냐고 물어본다면? 생각할 것도 없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 다시 생각할 것도 없다.


다른 나라는 결계조차 없지 않은가! 그나마 순례여행에서 결계 밖을 나갈 용기가 생긴것은 조금만 뛰어오면 다시 결계 안으로 들어 갈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목숨이 몇 개나 되는 것도 아닌데 돈에 목숨을 걸 수는 없었다.


게다가 지금 받을 300만으로도 앞으로 먹고 사는데는 충분한 액수였다.



“...그런데, 무슨 협박을 하려고? 설마 내 신분이나 가문에 대한 협박?

그것도 아니면 가족을 볼모로 잡으려고?”


협박이라는 말을 먼저 꺼낸 그녀가 자세한 이야기를 하지않으니, 초조하고 답답한건 나였다. 참다못해 그녀의 입장에서 할 수 있을 법한 협박을 생각나는대로 두 가지정도 꺼내보았다.


둘 다 나에게는 치명적이었기 때문에 먼저 말을 꺼내는 것이 불리할지도 모르는 일이었지만, 내가 금방 떠올릴 정도라면 아이린이 생각하지 못했을리는 없었다.


“후후... 신을 섬기는 몸으로, 먼저 제안했던 일을 그렇게 손바닥 뒤집듯이 간단히 어길 수는 없는 일이지요. 게다가 가족을 잡고 협박하는 건 제가 가장 혐오하는 방식입니다.”


말투는 한없이 정중하고 옅은 미소까지 짓고 있는데도 그녀는 주위가 얼어붙을 것만 같이 차가운 분위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러게 할 말은 빨리 하면 좋잖아.’ 속으로 삼킨 그 말은 정작 당사자에게는 하지도 못한 채로, 눈만 데구르르 굴리며 그녀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잠시동안 그렇게 얼음마법이라도 쓸 것만 같던 아이린은 가볍게 한숨을 쉬고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으로 걸어갔다. 그리고는 허리를 숙여 제일 아래쪽 서랍을 열어 서류같은 것을 들고와서 내 앞의 테이블 위에 살포시 내려 놓았다.


“이건...”


자세히 보지 않아도 한 눈에 그게 뭔지 알아 볼 수 있었다.


하얀 종이 위에 특수한 검정잉크로 작성 된 그 서류는 은은하게 은빛으로 반짝거렸고, 제일 아랫부분에는 소심하고 볼품없는 내 사인과 더불어 주교의 화려한 인장이 찍혀 있었다.


이건 나와 아이린이 작성했던 계약서다.


그리고 이 모든일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물건이었다.


도대체 갑자기 이걸 왜?



“그 계약서, 잘 읽어보세요.”


이 계약서의 내용은 머리에 이미 들어 있을 정도로 별 내용없는 문장 몇 줄이 전부였다.


특별히 다른 의미가 있던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제와서 계약서를 다시 읽어 봐야할 정도로 복잡한 내용은 들어 있지 않은 것이다.


“...일이 끝난 후엔 나에게 그 어떤 참견도 하지 않는다는 내용?”


“후훗, 클로이 님은 모든 걸 유리한 입장으로 보는 편이신가 보네요.”


가시가 있는 말에 울컥 화가 올라왔다. 하지만 지금 화를 내는 건 상대방의 페이스에 말려드는 것.


참자, 참아.


하긴 그녀의 말대로 그건 지금의 나에겐 유리한 내용이었다.


계약상, 모든 일이 끝난 지금 나에게 다시 여행을 떠나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거니까 말이다. 그런걸 그녀가 다시 읽어보라고 할 이유는 없을 테고.



하지만 몇 줄 없는 그 문장을 몇 번이나 읽어보아도, 지금 내게 이걸 읽게하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후...”


나는 마음을 가다듬기 위해 심호흡을 하고는 다시 아이린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서였지만, 그녀는 그런 나를 그저 흥미롭게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도대체 뭔데...?”


“저희가 제시한 내용...다시 한 번 읽어보시겠어요?”


상당히 뜸을 들이는 그녀에게 확실한 답을 요구하듯이 강하게 말을 하자, 그녀는 몇 줄 되지 않는 내용을 친절하게 손으로 집어주며 미소를 지었다.


가느다란 그 손가락이 가리키는 문장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소리를 내어 읽어보았다.


“‘클로이 사일러스’는 신의 사자로서의 모든 의무를 충실히...”


그리고 친절하게 손으로 한자, 한자를 집어주는 그녀의 손길을 따라서 아무생각없이 계약서의 내용을 읽어 내려가던 나는 불길함에 휩싸여 말을 멈추고 말았다.


눈으로만 봤을 때와는 다르게 소리로 말을 뽑아내자, 생각지도 못한 함정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설마.


“눈치 채셨나요? ‘신의 사자로서의 모든 의무’. 신의 말씀을 따르는 것이야말로 신의 사자의 의무가 아닌가요?

즉, 계약위반을 하려던 건 바로 당신이라는 뜻이죠.”


“뭐??!!”


“저희는 계약서 그 어디에도 ‘축복을 모두 전혀주면 끝’이라는 말은 쓰지 않았다. 라고 하면 더 알아듣기 쉬울까요?”


이미 눈치는 챘지만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는 느낌이었다.


“잠깐! 이건 사기야! 처음엔 그걸로 끝이라는 듯이 말했잖아!”


“제가 했던 말은 ‘사자로서의 임무가 끝날 때까지 고용한다.’였던 것 같은데요. 게다가 이렇게 확실한 증거가 있지 않습니까.”


아이린은 눈앞에서 계약서를 팔랑팔랑 흔들어 보이고 있었다.


과연 세상사람들을 상대로 사기극을 벌인 교단답게 이정도의 일은 아무것도 아닌 모양이다.


이 교단과 억울하게 사기계약을 맺었다고해도 믿어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게다가 그걸 밝히기 위해서는 내가 진짜 신의 사자라는 것을 숨길 수 없을 테고.


신의 사자라고 밝혀 진다면 오히려 신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겠지.


이제와서 도망칠 곳은 없는 건가.



아니지, 저 계약서만 없다면...


저것만 없어지면,


계약은 무효가 될지도 모르지.



“어머나, 클로이 님. 무서운 표정으로 마법을 사용하시면 오해받을 수 있어요.”


“...뭐?”


아이린의 시선을 따라 내 손을 보았다.


어쩐지 손에서 묘하게 상쾌하고 시원한 느낌이 난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내 오른손에 옅은 푸른 빛의 바람이 휘감아 돌고 있는 것이었다. 언제부터인지 알 수 는 없었다.


아마 느낌 상 ‘저 계약서가 없다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을 했을 때부터였던 것 같다.


그렇다는 것은 무의식 중에 저 계약서를 없애버리려고 했다는 이야기고.


또한 무의식 중에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경지에 올랐다는 이야긴가?!


어느새!!



“클로이 님~?”


감탄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현실에서 벗어나 혹시 나는 천재가 아닐까하는 생각에 잠겨있던 나는, 아이린의 부름에 간신히 다시 현실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리고 정신을 집중하여 발동되었던 마법을 다시 흩어지게 만들었다. 마법은 발동하는데도 상당한 정신력을 소모하지만, 사용하지않고 흩어지게 만드는데도 만만치않은 정신력 소모가 있었다.


무의식 중에 사용한 마법을 기념으로 조금 더 유지하고 싶은 심정이었으나, 지금 괜한 오해를 사고 싶지는 않았다.



실제로 저 계약서를 없애버리고 싶은 유혹도 있었다.


하지만 아이린이 아무런 준비도 없이 계약서를 내게 보여줬을 리도 없었고, 자칫 잘못하여 아이린에게 맞을 경우에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아, 물론 고위신관인 아이린이라면 신성력도 갖고 있을 테고.


정식으로 대결한다해도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닌 것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실제로 그녀는 내가 무의식 중에 마법을 발동시킨 그 순간에도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미소까지 지어보이지 않았던가.


어쨌든 지금 이 상황은 내게 최악의 상황인 것만은 사실이었다.



“...클로이 님의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 여행 중 습격사건까지 있지 않았습니까.

불안한 마음은 이해합니다. 원하신다면 호위 기사를 더 늘리도록 하겠습니다.”


‘습격이라...’


아이린의 말에 기억 깊이 넣어두려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순례 도중 만났던 마법사 녀석.


무슨 이유때문인지 신의 사자와 드래곤을 노리고 있었다. 드래곤이라면 같은 드래곤을 노릴 것 같지는 않다. 게다가 드래곤의 위치도 모르는 듯 했고.


하지만 그 능력은 드래곤에 필적할정도로 강력한 것이었다.


나는 물론이고, 엘론과 오스왈드 역시 도저히 당해낼 수 없을 정도였다.


신의 사자를 노리고 있으니, 사자가 아닌 진짜 평범한 인간이 된 나에게는 볼 일이 없겠지.


그건 내가 안전해진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알았어. 할게.”


“네?..”


지금까지의 반발이 무색할 정도로 너무나도 간단히 승낙을 하는 내 모습에 아이린은 당황한 듯했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웃긴 일이었다.


“한다고. 그 대신 호위 기사를 더 데리고 갈 생각은 없어.”


하지만 이렇게 끝내는 건 뭔가 억울했다.


아직 그때의 복수를 하지 못한 것이다. 그 녀석을 떠올린 것만으로, 복수심이 불타올랐다.


분명 다시 만난다해도 내가 이길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언젠가 알베르 신관이 말했던 것처럼, 나는 내 목숨이 정말 소중하다. 그야말로 신이 내린 임무보다 우선으로 생각할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잊으려고 했던 기억과 원한이 떠오른 이상, 이 녀석에게 만큼은 복수를 해줘야 밤에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건 이 여행을 해야만 이룰 가능성이 높겠지.


게다가 내가 아직 ‘신의 사자’여야 녀석이 내 앞에 다시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바람의 신의 뜻대로 일이 돌아가는 것같은 느낌이 드는 건 화가나지만, 이미 내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가 없었다.



...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보수로 열배는 달라고 해볼 걸 그랬나.


손해보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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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60. 행방 20.12.30 98 2 12쪽
» 59. 협박 20.12.30 105 2 11쪽
58 58. 강림 20.12.29 104 2 11쪽
57 57. 의식의 시작 20.12.29 99 2 11쪽
56 56. 잠시 휴식 20.12.29 106 2 12쪽
55 55. 그의 호위 기사들이란 20.12.28 104 2 11쪽
54 54. 귀환 20.12.28 101 2 11쪽
53 53. 300년 전의 이야기 20.12.28 106 2 11쪽
52 52. 워프? 20.12.27 108 2 11쪽
51 51. 작별 20.12.27 106 2 11쪽
50 50. 신관 알베르 20.12.27 107 2 11쪽
49 49. 정화 20.12.26 104 2 12쪽
48 48. 세 번째 바람의 성소(4) 20.12.26 103 2 11쪽
47 47. 세 번째 바람의 성소(3) 20.12.26 108 2 11쪽
46 46. 세 번째 바람의 성소(2) 20.12.25 109 2 11쪽
45 45. 세 번째 바람의 성소(1) 20.12.25 111 2 11쪽
44 44. 마지막 준비 20.12.25 110 2 11쪽
43 43. 신목 20.12.24 115 2 11쪽
42 42. 휴식 20.12.24 104 2 12쪽
41 41. 신전 20.12.24 108 2 11쪽
40 40. 단 한 번의 신성력 20.12.23 107 2 11쪽
39 39. 두 번째 습격(2) 20.12.23 106 2 12쪽
38 38. 두 번째 습격(1) 20.12.23 111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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