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신의 사자, 계약직입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엔키유
작품등록일 :
2020.12.10 11:29
최근연재일 :
2021.04.27 21:00
연재수 :
216 회
조회수 :
21,393
추천수 :
478
글자수 :
1,126,569

작성
20.12.31 00:20
조회
95
추천
2
글자
11쪽

61. 새로운 출발

DUMMY

그리고 지금 나는 배에 몸을 싣고 있었다.


기왕아면 항구로 가는 길에 비앙카의 집에 들러 약을 얻어 가자는 의견은 기각되어 버렸고, 그대로 후버로 향하는 배를 타게 된 것이다. 비앙카의 집에 가지 못하게 된 이유는,


“어이, 후버는 아직인가?”


“...”


바로 배의 선실 한가운데서 겁에 질린 채로 큰소리만 치고 있는 저 케르빌 왕자때문이었다. 정확히는 왕자와 그 무리들이지만.


그는 여전히 휘황찬란한 금실로 자수된 옷으로 화려하게 차려입고 있었다. 볼때마다 저런 상태인것을 보면, 그의 시녀도 참 고생이 많을 것 같았다.



어쨌든 ‘신의 사자’가 해야하는 임무인 이상, 저 왕자가 국내에 있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왕자가 가짜라는 것은 극비. 당연히 고위 귀족이라 할지라도 진실은 모르고 있었다.


함께가는 사람들이 왕자의 모습을 보지 못하는 것도 의심스러울 일일 테고, 어디에나 있는 사람의 눈을 속이기 위해서라도 그는 나를 따라 올 수밖에 없었다.


...


설마 왕녀가 왕자를 잘 부탁한다고 했던 것은 바로 이것을 말하는 거였나?!



아무튼 이번일은 나와 엘론, 왕자와 그 호위, 그리고 후버에게로의 친선 선물을 포함해서 꽤 많은 인원이 이동하는 만큼, 불필요한 동선은 최대한 줄여야한다는 것이 아이린의 의견이었다.


길을 돌아가면 돌아갈수록 들어가는 비용은 몇 배로 뛰어버린다는 것이었다.


사실, 나는 비앙카의 집을 방문하는 것만큼 필요한 일은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들이 불필요한 동선이라고 판단한다면 더 이상 할 말은 없었다.


나는 어차피 이들에게 고용된 입장, 내 의견따위는 이들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어이!”


내가 대답이 없자, 왕자의 언성은 더욱 높아졌다.


“후버까지는 아직 하루는 더 가야한다고 들었습니다.”


“흥.”


엘론의 대답에 왕자는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 아마도 그는 겁을 먹고 있는 것일테지.


이곳에 와서 처음 알게 된 사실은 우리나라는 바람의 신의 가호가 있기 때문인지 다른 나라보다 빠르고 안전하게 운항을 한다는 것이었다. 지금, 분명 우리는 나라의 결계를 빠르게 빠져나와 망망대해같은 바다를 건너고 있을 것이다. 직접보지는 못했지만.


그래, 직접보지 못했지만 말이다.


배에 오른 우리는 누가 그렇게 하자고 정한 것도 아니었는데, 바로 선실로 들어와 이곳 대합실에 모였다. 그리고 잠을 잘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이곳에서 보내고 있던 것이다.


나는 배가 결계 밖으로 나온 모습을 차마 눈으로 볼수가 없어서 갑판 위로는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고 있었다. 이렇게 밖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곳에 있으면 결계 밖으로 나왔다는 현실을 잊을 수가 있었다.


그리고 나와 같은 마음인 이들, 엘론과 왕자, 그의 호위 기사들은 이곳에 모여 모두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결계를 빠져 나온 경험은 여러번 있었으나, 이정도로 멀리, 게다가 다시 돌아가기도 힘든 상황에 놓인 적은 단 한번도 없었던 것이다. 이렇게 두려운 상황이 또 있을까?


그래서 그런지 왕자의 호위들 역시 하얗게 질린 채로 표정이 굳어있었다.




흔들리는 배의 리듬을 느껴며 나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생각해봤다.


아이린의 말에 의하면 지금 우리가 후버로 가는 것은 바람의 신이 부탁이라고 표현한 명령에 따라 축복을 전달하기 위한 것이지만, 그게 그렇게 쉽지는 않다는 것이다. 이제와서 갑작스럽게 우리신의 축복을 전해준다고해서 그들이 반갑게 받아들일리가 없었다.


천년동안이나 다른 나라의 일에는 관심도 없던 바람의 신의 변덕.


이건 나도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이었다. 갑자기 왜? 어쩌면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우리가 후버로 향하는 것은 바람의 신의 축복때문이 아니라 나라간의 친선을 위한 것이며, 후버와 다일의 결혼을 축하한다는 명목으로 가는 것으로 전했다는 것이다.


결혼식까지 몇 달은 남았을텐데.


축복을 전달하는 것은 이번에도 비밀리에 조용히, 뒤에서 움직여야한다.


게다가 지난번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성소의 위치조차 확실하지 않은 상태였다. 이미 소멸해버리긴 했으나 신앙이 아직 남아있는 다른 나라에 반해 신에게서 완전히 독립해버린 후버는 성소가 온전히 남아있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성소의 위치를 탐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것인데...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입장도 아닌데다가 그곳은 결계조차 없는 것이다.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그 생각만으로도 이미 머리가 아팠다.


바람의 신도, 그 교단도 나에게 너무 많은 책임을 미룬 게 아닌지?!


어쨌든 뒤에서 조용히 조사를 해줄 사람을 파견했다고 하니, 믿어보는 수밖에 없었다.



“우윽...”


“왕자님, 괜찮으십니까!”


“속이 안 좋으신겁니까!”


케르빌 왕자의 표정 하나, 손짓 하나에도 호위들은 여전히 시끄러웠다. 처음에는 왕자의 눈에 들기위해 비위를 맞추는 것인 줄 알았다. 하지만 지난번에 말하는 것을 보면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그들만의 믿음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가 됐든 저 사이에 끼고 싶지 않기에 조용히 눈길을 피하고는 고개를 숙였다. 눈을 마주치면 저 호위들이 엉뚱한 말을 걸어 올거라는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머리는 아프고 배는 흔들리고 있다. 게다가 눈 앞에는 이미 배멀미를 하고 있는 사람이 있는 상황. 기분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점점 기분이 나빠지는 것같은 느낌이 들었다.


“클로이 님도 멀미하시는 건가요? 밖으로 나가서 바람이라도 쐬면 어떤가요?”


“...”


엘론은 숙이고 있는 내 얼굴을 들여다보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방금전 왕자와 그 호위들의 대화를 들은 후라 그런지 미묘한 기분에 휩싸이고 말았다.


설마 엘론...저 이상한 호위들처럼 뭔가의 오해로 나를 신성시하고 있는건 아니겠지?


하지만 그 가능성은 쉽게 머리에서 지워졌다. 아니, 그럴리가 없지. 지난 여행에서 겪어보지 않았던가.


엘론은 그런식으로 나를 대하지는 않았다.


아, 저 호위와 멀미때문에 판단력이 점점 흐려지는 기분이다.


“괘..괜찮아..”


지금은 결계 밖, 바람을 쐰다고 갑판으로 나갔다가 무슨일을 겪을지 알 수 없었다.


도망갈 길이 없는 배안에서 습격을 받으면 위험한 것은 마찬가지일지도 모르지만, 그나마 이 안에 있는 것이 조금은 더 마음의 위안이 되었다.


괜찮다는 내말에 엘론은 조용히 본래의 자리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대로 나를 살피고 있는 것인지 여전히 시선은 느껴지고 있었다.


괜히 신경을 쓴 탓인지 머리는 더욱 어지러워졌고, 속도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집중을 할수록 어지러운 기분이 들어, 가만히 눈을 감아보았다.


눈을 감으니 그나마 어지러움이 조금 나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다른것에 더 신경쓰지 않고 이대로 편안한 기분을 유지하기위해 애썼다. 차라리 이대로 잠이 드는 편이 더 나을 것만 같았다.


눈을 감았다가 뜨니 후버에 도착했다라고하면 얼마나 좋을까.


아니, 어쩌면 그것도 좋지 않을지도.


지금가는 곳은 결계도 없고, 신의 보호도 없는 나라가 아니던가.


이대로 아무런 마음의 준비도 없이 도착하는 것은 정신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괜히 후버에 대한 생각을 떠올린 것인지, 앞으로의 일에 대한 두려움이 발끝에서부터 점점 나를 집어 삼키는 것만 같았다.


-띠링


그 두려움으로 온몸에 소름이 돋으려했을 때, 어디선가에서 희미하게 하프소리가 들려왔다.


그 하프소리는 집중하지않으면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소리였지만 가만히 듣고 있으니 희한하게도 마음이 조금씩 편안해지는 것같았다. 마음이 편해지자 그 소리를 조금 더 가까이에서 선명하게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정도로 매우 아름다운 소리였던 것이다.



그런 내 생각을 읽은 것인지, 그 소리는 점점 나에게 다가오는 것처럼 크고 선명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그 소리가 선명하게 들리면서 한가지 확신이 들었다.


아, 이건 하프소리가 아니었다.


바로 사람이 흥얼거리는 소리다. 그저 가만히 흥얼거리고 있을뿐인데도 마치 하프소리처럼 맑고 아름다운 소리를 내고 있었던 것이다.


-땅!!땅!!!땅!!!


그때 갑자기 시끄러운 종소리가 울려퍼지며 눈이 번쩍 뜨였다.


“클로이 님!!”


“뭐?! 으악!”


쏴아아


정신을 차려보니 마치 코앞에 있는 것처럼 앞에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아직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아, 천천히 지금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나는 배 난간에서 바다를 향해 허리를 숙이고 있었고, 그런 나를 엘론이 붙잡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 종을 사정없이 치고 있었다.


풍덩


“으아악!!”


“사..살려주세요!!”


주위에는 바다에 빠진 사람, 이미 빠진 사람들 허우적 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여기저기 분주하게 뛰어다니는 사람들이 있었고, 나처럼 뛰어내리기 직전의 사람을 붙잡으며 바둥거리는 사람도 있었다.


눈감기 전까지만해도 나는 선실에 있었을 것이다. 눈 앞에 펼쳐진 이게 도대체 무슨일인건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세이렌이다!!”


그때 시끄러운 종소리 사이로 누군가의 외침이 들렸다.


“클로이 님! 일단 안쪽으로!!”


멍하게 서있던 나는, 엘론의 외침으로 일단 난간에서 안쪽으로 물러났다. 그리고 방금까지 내가 가려고했던 바다를 둘러보았다.


배에서 얼마 멀지않은 곳에 수면 위로 솟아있는 커다란 바위가 보였다. 그 바위 위에는 어느 여성이 앉아있었다.


‘바다 한가운데 바위라니. 게다가 그 바위 위에 앉아 있는 여성?’


그녀의 푸른빛의 긴 머리는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는데, 그 모습은 마치 등뒤로 커다란 날개가 흔들리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상체는 아무것도 걸치고 있지 않았으며, 하체는 커다란 물고기의 꼬리같은 모습으로 바닷물을 치고 놀고있었다.


그 꼬리는 햇빛을 받아 여러가지 빛깔을 띠며 아름답게 빛나는 것이 마치 보석을 박아놓은 듯했다.


그녀의 입은 무언가를 끊임없이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소리는 시끄러운 종소리때문에 전혀 들리지않았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면 들을 수 있을까싶어서 한 발 앞으로 나가는 순간, 엘론의 손이 나를 막아섰다.


“클로이 님! 저건 세이렌이라는 마물입니다!!

노랫소리로 사람들은 현혹해서 바다로 빠뜨려 잡아먹는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세이렌?


저게 마물이라고?


그러고 보니, 방금 전 들었던 그 하프선율과 같은 노랫소리. 그게 바로 세이렌의 노랫소리였던 거였나? 그렇다면 나는 세이렌에게 홀려서 바다에 빠질뻔 했다는 얘기인가?!


순간 알베르 신관이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대는 이제 윈프리드님의 가호가 파괴되었기 때문에 앞으로 조심해야한다는 말.


이제부터는 고향으로 돌아가 평범하게 살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주위깊게 듣지 않았었다. 하지만...


설마 그래서 세이렌에게 홀려버린 건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신의 사자, 계약직입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7 67. 납치(2) 21.01.04 84 2 11쪽
66 66. 납치(1) 21.01.03 86 2 11쪽
65 65. 관광? 21.01.02 96 2 11쪽
64 64. 후버 21.01.01 96 2 11쪽
63 63. 의문의 함선 21.01.01 94 2 12쪽
62 62. 세이렌 20.12.31 98 2 12쪽
» 61. 새로운 출발 20.12.31 96 2 11쪽
60 60. 행방 20.12.30 94 2 12쪽
59 59. 협박 20.12.30 102 2 11쪽
58 58. 강림 20.12.29 101 2 11쪽
57 57. 의식의 시작 20.12.29 96 2 11쪽
56 56. 잠시 휴식 20.12.29 103 2 12쪽
55 55. 그의 호위 기사들이란 20.12.28 101 2 11쪽
54 54. 귀환 20.12.28 97 2 11쪽
53 53. 300년 전의 이야기 20.12.28 102 2 11쪽
52 52. 워프? 20.12.27 105 2 11쪽
51 51. 작별 20.12.27 101 2 11쪽
50 50. 신관 알베르 20.12.27 103 2 11쪽
49 49. 정화 20.12.26 101 2 12쪽
48 48. 세 번째 바람의 성소(4) 20.12.26 99 2 11쪽
47 47. 세 번째 바람의 성소(3) 20.12.26 103 2 11쪽
46 46. 세 번째 바람의 성소(2) 20.12.25 106 2 11쪽
45 45. 세 번째 바람의 성소(1) 20.12.25 107 2 11쪽
44 44. 마지막 준비 20.12.25 107 2 11쪽
43 43. 신목 20.12.24 111 2 11쪽
42 42. 휴식 20.12.24 100 2 12쪽
41 41. 신전 20.12.24 104 2 11쪽
40 40. 단 한 번의 신성력 20.12.23 104 2 11쪽
39 39. 두 번째 습격(2) 20.12.23 102 2 12쪽
38 38. 두 번째 습격(1) 20.12.23 107 2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엔키유'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