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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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김채즈
작품등록일 :
2020.12.10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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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30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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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01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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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76. 다시 떠나는 여행

DUMMY

“이곳에 왕이 없어 결정을 못 하니 하루만 기다려 줄 수 있을까?”

“좋다. 몇만 년을 기다렸는데 하루쯤이야.”


리안은 깔쌈의 허락이 떨어지자 곧바로 로일에게 전서구를 띄웠다.

전서구의 내용은 바바리안이라는 괴물 종족이 동맹을 요청해왔는데 동맹을 맺을 것이냐 맺지 않을 것이냐에 대한 것이었다.

그에 대한 로일의 대답은 ‘알아서 해라.’였다.

리안은 전서구에 적힌 글을 읽으며 왠지 모르게 마음이 씁쓸했다.

분명 그는 도와줄 뿐이고 모든 것을 로일에게 넘긴다고 했는데 이 글만 봐도 로일이 여전히 그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게 드러나지 않는가.


‘뭐, 그래도 나보고 결정하라고 했으니 내가 결정해야지.’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저 깔쌈이라는 녀석을 만나봐야 했다.

마침 액괴도 서쪽 국경에 도착해 있었기에 깔쌈에 관해 물어볼 수 있었다.


“저 깔쌈이라는 녀석 어때?”


액괴는 상당히 마음에 안 드는 듯이 덩어리를 마구 구겨댔다.


“아주 재수 없는 녀석이지. 이름이 깔쌈이 뭐야 깔쌈이. 나처럼 액괴 정도는 돼야지.”


‘액괴나 깔쌈이나 다 별로야. 리안 정도는 돼야 좀 들어줄 만하지.’


자신을 너무 모르는 액괴였다.


“그런 거 말고 성격은 어때?”

“성격도 별로야 괴물이면서 자신은 녹색 피가 흐르는 인간이라는 녀석이 성격이 뭐가 좋겠어.”


‘너는 괴물이면서 자연을 사랑한다며.’


그래서 괴물과 인간의 조화를 맞추겠다며 괴물이면서 인간인 자신을 따라다니고 있었던 게 아니던가.


“그리고 언제나 상급자의 명령에 불복종하고 말이야.”

“상급자?”


상급자가 있다는 말은 의외였다.

지금까지 액괴의 말을 들어봤을 때 상급자가 있다는 말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아, 원래 괴물 쪽에 있었을 때는 상급자가 있었지. 단 한 명이기는 했지만. 원래 나처럼 스스로 태어난 괴물들 위에는 단 한 마리의 괴물인 괴왕 밖에 없거든.”

“괴왕?”

“응. 처음 괴왕이 나온 것은 괴물이 처음 태어나던 때였고 그 괴왕이 죽고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다가 400년 전 다시 등장했어.”


꿀꺽.


리안은 마른침을 삼켰다.

아직 액괴의 강함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는데 그 위에 또 다른 존재가 있다니 긴장이 안 될 수가 없었다.

그리고 400년 전이면 인류의 마지막 전쟁이 있던 때이기도 했다.

그때 인류의 정예 100만이 감쪽같이 사라졌다고 알고 있었다.


‘혹시. 괴왕이라는 자가 100만 대군을···.’


리안은 순간 소름이 돋았다.

만약 자신의 추측이 맞다면 그의 강함은 감히 상상도 되지 않을 정도였다.


‘에이, 설마 혼자 죽였겠어? 거기 있었어도 같이 죽였겠지.’


리안은 지금 당장 이 궁금증을 풀고 싶어졌다.


“저기 400년 전이면 인류랑 괴물의 마지막 전쟁이 있었던 년 도잖아. 혹시 괴왕도 마지막 전쟁에 참여했어?”

“······.”


액괴는 대답 대신 침묵을 선택했다.

하지만 리안은 이 침묵으로 인해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괴왕도 참여했군.’


그 사이 깔쌈이 성안으로 들어와 리안의 맞은편에 앉ㅇ···.


삐끄삐끄.


깔쌈이 갑자기 깨끗한 휜 천을 꺼내더니 의자를 닦고 있는 것이 아닌가.


‘얘 뭐하냐?’


“너 뭐해?”


리안이 그를 불렀지만 깔쌈은 의자를 닦는 것에 온 신경을 쏟고 있었다.

그의 정성스러운 손놀림에서 장인의 향기가 느껴졌다.


삐끄삐끄.


조용한 방안엔 의자 닦는 소리만 이어졌다.


“됐군.”


‘드디어.’


드디어 깔끔해진 의자를 보고 흐뭇한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의자에 앉자 지루해 몸을 거의 눕히다시피 하던 몸을 얼른 일으켰다.


‘아니, 근데 어떻게 닦으면 가죽 의자에서 빛이 나지?’


깔쌈의 뒤에 있는 의자 등받이로부터 후광이 비쳐오고 있었다.


“나는 바바리안의 시초이자. 깔쌈이라고 하네.”


깔쌈은 리안의 옆에 늘어져 있는 액괴를 쳐다보았다.


“액괴도 여기에 있었구나. 오랜만이야. 액괴.”

“오랜만은 개뿔.”


액괴는 대놓고 깔쌈에게 싫어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깔쌈은 익숙하다는 듯이 웃어보였다.


“아하하하! 여전히 도도하구만.”


리안은 이 둘의 모습이 왠지 친한 친구들이 티격태격하는 것 같ㅇ···.


‘아니, 저 천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거야?’


그렇다.

언제 꺼냈는지 깔쌈은 깨끗한 흰 천을 들고 테이블을 닦기 시작했다.

이게 과연 동맹을 맺고 싶어 하는 괴물이 할 짓이란 말인가.


“저기 깔쌈?”


열심히 테이블을 닦던 깔쌈이 의아한 얼굴로 리안을 바라보았다.

그와 눈이 마주친 리안은 자연스럽게 그의 손으로 눈을 내렸다.

이에 같이 눈이 내려간 깔쌈은.


“아하하하. 오랜 습관이 그만. 나는 신경 쓰지 말고 하고 싶은 말 하게.”


아니, 저렇게 경건하게 테이블을 닦고 있는데 어떻게 물어본단 말인가.


삐끄삐끄.


‘저놈의 소리.’


이제는 저 닦는 소리마저 신경 쓰였다.


“그만 닦고 동맹에 대해 이야기하면 안 될까?”


하지만 그의 손은 멈추지 않았다.


“나는 신경 쓰지 말고 말해. 다 대답할 테니까.”


삐끄삐끄.


빠직.


저 소리를 계속해서 듣고 있자니 너무 화가 나 이마에 핏줄이 돋아났지만, 언제까지 깔쌈이의 테이블 닦는 것만 구경하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우리 슬레이브런티와 동맹을 맺고 싶다고?”


깔쌈은 여전히 테이블을 닦고 있었다.


“어 그렇지. 근데 자네가 왕이야?”


아무래도 리안이 왕이 결정을 해야 한다고 말해서 착각한 듯싶었다.


“아니, 왕은 아니고 왕의 대리인. 하지만 왕이 결정권을 나에게 넘겨서 내가 승인을 하면 동맹을 할 수 있어.”

“오. 그런가. 그럼 자네에게 잘 보여야겠군.”

“그렇지.”


열심히 테이블을 닦던 깔쌈이 드디어 다 닦았는지 몸을 바로 했다.


‘어휴 드디어 끝났네.’


테이블에서는 의자와 마찬가지로 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가만 원래 테이블이나 의자에서 빛이 나오던가?’


아니, 절대 그럴 리가 없다.

그런데 어떻게 닦은 건지 평범한 의자와 테이블을 발광 의자와 테이블로 변해 있었다.

그 모습이 참.


‘생각보다 괜찮은데.’


리안의 취향을 저격했다.

그래서였을까?


“내가 듣기론 슬레이브런티의 국력이 매우 약하다고 들었는데···.”


뒷조사했다며 나쁘게 생각할 수 있는 말도.


‘우리 슬레이브런티에 들어오려고 조사를 많이 했나 보네.’


들어오기 위해 노력했다는 식으로 들렸으며.


“우리 바바리안이 슬레이브런티의 국력이 되어 주겠네.”


자존심으로 필요 없다고 할만한 제안도.


“그래. 안 그래도 필요하다고 느꼈는데 다행이네.”


아주 쉽게 받아들였다.


“자잠깐!”


이에 당황한 괴물은 액괴였다.

리안으로써는 모든 것이 원만히 잘 이루어지고 있는데 갑자기 치고 들어오는 액괴의 모습에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왜?”

“너무 쉽게 받아들이는 거 아니야?”


‘내가 너무 쉽게 받아들였나?’


리안은 액괴의 충고를 받아들여 좀 더 심도 있게 생각ㅇ···.


“아니, 충분히 생각했는데.”


‘충분히 생각하기는.’


도대체 이유를 모르겠지만 평소 의심부터 하고 보던 놈이 이상하게 저 깔쌈이는 너무 쉽게 믿었다.

하지만 액괴는 예전부터 깔쌈이를 믿지 않았다.

아니, ‘믿지 않는다.’보다는 ‘알지 못한다.’가 맞을 것이다.

액괴에게 친한 척을 해왔지만 깔쌈은 언제나 밖으로 나돌았기 때문에 실제로 그들이 만난 것은 몇 번 되지 않는다.

사람이든 괴물이든 어떻게 몇 번만 보고 믿을만하다 아니다를 판단할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지금같이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이때 몇 번의 말로 결정을 하는 것은 너무 빠르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리안은 이미 그를 향해 손을 내밀고 있었다.


“잘 부탁해 깔쌈.”

“내가 더 부탁해. 리안.”

“응. 근데 혹시 너희 친척 중에 바리안이라고 있어?”

“뭐? 누구?”


바바리안과 슬레이브런티과의 동맹이 이뤄졌다.

이 둘의 동맹은 슬레이브런티에게 엄청난 변화를 주었다.

그중 가장 큰 것은 리안이 그토록 바랐지만, 국력이 약해 실행하지 못했던 영토를 늘리는 것을 이번 동맹으로 수많은 바바리안들이 들어오면서 영토를 늘릴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된 것이다.

그렇기에 리안은 본격적으로 영토 늘이는데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6개월 후 슬레이브런티는 오크 나라 크르르의 대부분을 차지할 수 있게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지금도 바바리안의 도움으로 오크 나라를 넘어 서쪽의 오우거 나라까지 영토를 넓혀가는 중이었다.

거기에 무작정 영토를 넓히는 것에만 온 신경이 집중된 리안과는 달리 로일은 왕이라는 직분에 맞게 나라를 굉장히 잘 다스리고 있었다.

영토가 넓어지면서 얻어지는 여러 가지 자원으로 카르니안의 물건을 사와 기술발전에 노력했으며 슬레이브런티 고유의 화폐를 만들어 각 성에 필요한 자원을 원활하게 보급될 수 있도록 노력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슬레이브런티 안에 있는 각 특산물도 공유하며 생산량을 눌리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렇게 나라의 발전을 이루는 지금 리안은 성 지붕 위에 누운 채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여행이나 떠날까?’


그가 계획하고 세운 슬레이브런티는 충분히 빠른 성장 속도를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리안의 마음에는 영 차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리안은 얼른 모든 괴물을 다 없애버리겠다고 다짐했는데 나라는 단순히 괴물을 다 죽인다고 다가 아니라 안정화를 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만약 안정화를 하지 않고 무작정 영토만 넓히면 오히려 분열이 일어나 더 복잡해지고 그럴수록 피해를 보는 것은 인간이었기에 더 속도를 올릴 수도 없는 일이었다.


‘이제 슬슬 다시 여행을 떠나도 되지 않을까?’


그래서일까. 요즘 들어 예전처럼 여행을 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참 많아졌다.

어차피 바바리안들이 있는 한 이 주위에서 슬레이브런티를 괴롭힐 수 있는 존재는 아무것도 없다.

그러니 다시 괴물 서식지 안으로 들어가 많은 괴물을 죽이며 지금보다 더 강해지고 싶었다.

아직 괴물 서식지 안에는 그가 죽이지 못하는 괴물이 우글우글했다.

예로 뱀파이어만 봐도 그가 죽이지 못할 것이다.

아니, 주위에 있는 바바리안만 봐도 상급 괴물 아니 인간이란다.

즉. 리안이 그들 중 한 마리도 이기지 못한다는 말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모든 괴물을 없애겠는가.


‘아무래도 여행을 가야겠어.’


그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지금은 여기에 정차될 때가 아니라 움직일 때였다.

마음을 굳힌 리안은 곧바로 몸을 일으켰다.

다음날 아직 해도 제대로 떠오르지 않은 이른 아침 리안과 액괴, 은봉, 깔삼 이렇게 넷은 새로운 여행을 위해 길을 나섰다.


“거기는 안돼.”


액괴가 반대하고 나서자 깔쌈이가 음흉하게 액괴를 바라보았다.


“왜? 왜? 안될까? 액괴 너 정도면 손쉽게 죽일 수 있을 텐데 말이야.”

“나는 그렇지만 리안은 아니잖아.”

“에이. 너만 있는 것도 아니고 나도 있는데 은봉이도 ㅇ···.”

“은봉이는 아직 안돼.”


깔쌈이는 은봉이를 바라보더니 ‘아,’하는 표정을 지어 보이고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마치 액괴의 말을 인정한다는 듯이.

리안은 깔쌈이의 반응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비록 우리 은봉이의 실력이 이 중에서 제일 못났다 하더라도 어떻게 은봉이 보고 있는데 이렇게 대놓고 그런 표정을 지을 수 있는지.


‘얼마나 충격을 받았으면 아무 말도 못 하는 것 봐.’


“은봉아. 너무 주눅 들지 마. 아직 떨어지는 거지 넌 충분히 빠르게 강해지고 있어.”


은봉은 리안이 갑자기 자신에게 왜 저런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아무런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응!”


‘크흡!’


리안은 순간 울컥하여 눈물이 나올뻔했다.

자신도 괴로울 텐데 걱정하는 자신을 위해 억지로 웃어주는 은봉이의 모습을 보고 어떻게 눈물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어이구. 그래 지금은 힘들더라도 힘내. 은봉아.”

“응! 으히히히.”


은봉은 여전히 리안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몰랐다.

그저 머리를 만지는 것을 좋아할 뿐.


“네 말을 들으니까 리안을 지금까지 어떻게 대했는지 알겠네.”

“어떻게 대했는데?”


액괴의 덩어리가 날카로워졌다.


작가의말

재밌게 봐주세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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