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공간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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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3 14:41
최근연재일 :
2021.03.05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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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
글자수 :
390,460

작성
21.02.07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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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10장 본질적인 문제? (2)

DUMMY

그러자, 선체 내부에 붉은색의 사이렌이 울렸다.


그와 동시에 전면 유리 너머의 검은 공간에서부터 댐에 구멍이 터지듯, 작은 균열이 생기더니 점점 커지기 시작하였다.


중력 레이더가 위치한 선두 부분부터 엿가락처럼 늘어지기 시작하며 공간도약이 시작되었다.


레이첼은 고개를 목받이에 바짝 붙였다.


한두 번 겪는 것은 아니었지만, 늘 할 때마다 긴장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레이첼의 입술과 코가 피노키오처럼 길어질 즈음, 레이첼의 눈앞이 하얗게 변했다.


“후······.”


함선의 조명에 드리워져 살짝 탁해진 갈색 머리칼을 정리하며, 레이첼은 선체를 점검하였다.

공간도약은 성공적이었다.


레이첼은 조종석 위에 표시되는 연합표준시를 들여다보았다.

각을 지어 배열된 빨갛고 딱딱한 바늘이 움직이며 시간을 표시하고 있었다.


“3시 29분.”


레이첼은 시간을 한 번 따라 읽은 후, 감마선 레이더를 가동했다.

선체에 은은하고 일정한 간격의 도자기 굴러가는 소리가 반복되었다.


감마선 레이더 화면과 전면 유리를 번갈아 확인하던 레이첼의 눈에 곧 변화가 포착되었다.


짧은 전자음이 울려 퍼지며, 레이더 화면에 무언가 나타난 것은 거의 동시에 일어났다.


레이첼은 조종간을 잡아 자신의 몸쪽으로 돌리며, 왼손으로 조종석 왼편의 스위치를 조작하였다.


선체가 약간 뒤틀리는 소리와 함께 레이첼의 함선이 급하게 회전하였다.

그러는 동안, 레이첼의 눈앞에 있는 공간이 일그러졌다.


“저건가.”


레이첼이 찢어진 공간을 향해 엔진의 출력을 올렸다.

그러는 동안, 그곳에서는 예전의 스푸트니크 위성처럼 동그란 형태가 첫 모습을 드러냈다.


뒤이어 흡사 풍성한 나무를 위에서 본 모습의 본체가 나타났다.

멀리서 보이는 크기부터 거의 에펠탑과 비슷해 보여서, 그 크기만큼은 정말 레이첼의 예상 밖이었다.


레이첼은 가속 레버를 올리며, 동시에 무전을 시도하였다.

전면 모니터에 모래시계가 몇 번 돌더니, 초록색의 창이 하나 떴다.


“암호는?”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운 여자의 기괴한 목소리가 선내에 울렸다.

독특하고 기괴한 파동은 선체 내부를 떨게 만들어 레이첼의 귀까지 파고들었다.


하지만, 레이첼은 당황하지 않고 스위치를 올렸다.


“데이지 5561.”


레이첼은 최대한 무덤덤하게 대답하였다.

그때, 나무의 열매와도 같이 동그란 부분에서 빨간 레이저 하나가 레이첼의 함선을 향해 다가왔다.


눈 깜짝할 사이에, 레이저는 함선의 좌측부터 우측까지 훑었다.


그때까지도 레이첼은 가속 레버를 계속 밀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손은 언제든 교란용 채프를 뿌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주황색 채프 버튼에 손끝이 닿을 정도의 시간이 흐를 즈음 들려오는 남자의 목소리가 레이첼의 손을 멈추게 하였다.


“환영합니다, 여행자여. 자유우주연맹 기함 헤르메스입니다.”


단 두 문장이었지만, 레이첼은 왠지 자신의 목표물에 한층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다.

레이첼의 긴장된 눈꼬리가 살짝 내려가자, 전면 유리에 민트색의 빛나는 궤적이 펼쳐졌다.


헤르메스에서 레이첼의 함선에 보내는 유도선이었다.

레이첼은 침착하게 속도를 낮추고, 전면 유리에 보이는 선을 따라갔다.


수백여 미터까지 좁혀지자, 레이첼은 자동 운행으로 설정한 뒤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곳에서 헤르메스를 타려는 우주선이 꽤 있었던 모양이었다.


어디선가 공간도약을 해 온 십여 기의 우주선이 각자의 유도선을 따라 헤르메스로 이동하고 있었다.


레이첼은 안전벨트를 푼 뒤, 조종석 뒤의 수납고로 향하였다.

벽을 잡고 단숨에 이동한 레이첼은 능숙하게 다리를 굽혀 몸을 멈추었다.


레이첼은 수납고를 열어 옷부터 살폈다.

제일 먼저 눈길을 사로잡던 전투복을 뒤로하고, 레이첼은 구석에 있던 청바지와 구겨진 니트를 꺼내었다.


레이첼은 공중에서 한 바퀴 돌며 빠르게 다리를 청바지에 집어넣었다.


복장이 어느 정도 갖춰지자, 레이첼은 수납고 아래 칸에서 가방과 장비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P115 광자총을 허리춤에 채웠다.


“후우······.”


수납고 문을 닫으며 준비를 마친 레이첼은 서서히 발끝에서부터 중력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몸을 바닥과 수직으로 살짝 맞춘 레이첼은 고개를 돌려 전면 유리 너머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전형적인 우주 공항처럼 활주로가 규칙적으로 놓여 있는 모습이었다.

스캐빈저들의 소굴치고는 꽤 체계적이었다.


레이첼의 함선이 바닥에 내려갈수록, 레이첼은 여행자로서 이곳에 온 것임을 계속 스스로 암시하였다.


“······헤르메스에 처음 오신 분들은 2, 3번 출구로 나가시면 됩니다. 헤르메스 거주자 및 자유우주연맹 회원이신 분들은 빠른 출구인 1번 출구로 나가시면 됩니다. 아울러, 현재 행성 연합의 경계가······.”


함선 틈을 파고드는 안내 방송을 들으며, 레이첼은 구닥다리 여행용 밀짚모자를 눌러썼다.


전투용 헬멧과는 느낌이 달랐지만, 무언가 머리를 감싸고 있다는 점에 조금이나마 위안은 되었다.


얼마 후, 레이첼의 함선이 한바탕 덜커덩거리며 멈췄다.

레이첼은 몇 발자국 더 뒤로 걸어 나가며 ITC 옆의 버튼을 눌렀다.


달라붙는 청바지와 꽉 조인 부츠가 돋보이는 레이첼의 다리 사이로, 새벽녘을 밝히는 인공조명이 비추어졌다.


후방 해치가 서서히 열리며 헤르메스의 빛이 스며들기 시작하고 있었다.


눈을 살짝 찌푸린 레이첼은 가슴 높이 정도로 해치가 열렸을 때, 한 발짝씩 밖으로 움직였다.


“이쪽으로 오세요, 이쪽으로.”


형광 조끼를 입고 머리 위에 홀로그램 안내판을 띄워놓은, 누가 봐도 공항 직원처럼 보이는 사람이 레이첼을 제일 먼저 반겨주었다.


니트 사이로 파고드는 바람에 패딩 조끼를 살짝 당긴 레이첼은 최대한 자연스럽게 안내를 따랐다.


함선을 돌아 바닥에 보이는 3번 출구의 화살표를 따라가자, 레이첼의 주변으로 서서히 다른 사람들이 합류하기 시작하였다.


방사형으로 착륙한 우주선들은 마치 부채의 손잡이 부분을 향해 모여들고 있었다.


“······3분 후, 활주로를 폐쇄하고 공간도약에 들어가오니 방문자께서는 속히 출구로 향해 주시기······.”


레이첼이 보고 있던 바닥의 화살표가 흩어지고 새로운 안내 문구가 떠올랐다.

레이첼은 FSF 기지에도 흔치 않은 안내 시스템에 살짝 흥미로워졌다.


레이첼은 그렇게 의도치 않게,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3번 출구로 향하였다.


작가의말

읽어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평온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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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에필로그 +2 21.03.05 90 0 7쪽
105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11) 21.03.04 84 0 12쪽
104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10) 21.03.03 94 0 7쪽
103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9) 21.03.02 95 0 7쪽
102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8) 21.03.01 75 0 7쪽
101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7) 21.02.28 81 0 7쪽
100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6) 21.02.28 79 0 7쪽
99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5) 21.02.27 73 0 7쪽
98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4) 21.02.27 81 0 7쪽
97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3) +2 21.02.26 81 0 7쪽
96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2) 21.02.25 79 0 8쪽
95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1) 21.02.24 73 0 7쪽
94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11) 21.02.23 89 0 7쪽
93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10) 21.02.22 78 0 7쪽
92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9) 21.02.21 106 0 7쪽
91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8) 21.02.21 75 0 7쪽
90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7) +2 21.02.20 93 1 7쪽
89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6) 21.02.20 114 0 8쪽
88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5) 21.02.19 76 0 7쪽
87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4) 21.02.18 85 0 7쪽
86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3) 21.02.17 83 0 7쪽
85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2) +2 21.02.16 110 1 7쪽
84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1) 21.02.15 92 0 7쪽
83 10장 본질적인 문제? (11) +2 21.02.14 93 1 7쪽
82 10장 본질적인 문제? (10) 21.02.14 89 0 7쪽
81 10장 본질적인 문제? (9) 21.02.13 119 1 7쪽
80 10장 본질적인 문제? (8) 21.02.13 83 1 7쪽
79 10장 본질적인 문제? (7) 21.02.12 94 1 8쪽
78 10장 본질적인 문제? (6) 21.02.11 101 1 7쪽
77 10장 본질적인 문제? (5) 21.02.10 99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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