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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인간이 너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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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프프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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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19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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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13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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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왕(1)

DUMMY

여행에서 돌아온 다음 날 아침.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자마자 클레어와 꽥꽥이를 맞이했다.


거의 완벽한 타이밍에 출근한 그녀는 어깨 위의 꽥꽥이에게 얇게 썰어놓은 햄을 먹여주고 있었다.

아침부터 식욕이 동하는 듯 덥썩덥썩 받아먹는 녀석.

그래도 몸집이 원체 작아서 금방 배가 찼다.


하지만 저 녀석은 고작 10년 안에 약 15m 급으로 자랄테니까, 당연히 식비도 장난이 아니겠지.

어쩌면 매일 소 한 마리 정도는 먹여야 할지도 모른다.


"나중에 에브닐이 보이면 말해야겠네."

"주인님, 머리 말려드릴게요."


클레어의 도움을 받아서 간단히 머리칼을 정리한 뒤 침실을 탈출.

남이 머리를 만져주는 호사가 너무 익숙해졌다.

오늘은 올리비아도 일찍 일어나서 내 팔을 빼앗은 채 식당으로 내려갔다.

나는 때마침 에브닐이 보이자 냉큼 말했다.


"에브닐. 꽥꽥이 식비 좀 배정해줘."

"뭐어?"


아침과 함께 오빠를 맞이한 에브닐은 시작부터 얼굴을 팍팍 구겼다.

아침 인사 대신 돈 내놓으라는데 기분이 좋을리는 없겠지.

나는 뒤늦게 반성하며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잘 잤어?"

"갑자기 웬 식비? 그 쪼만한 녀석이 먹으면 얼마나 먹는다고..."

"와이번은 10년 안에 성체가 된대. 좀 자라면 만만찮을걸?"

"끼엑!"


아침 햇살을 향해서 날갯짓한 꽥꽥이가 내게 동의했다.

에브닐은 올리비아의 눈치를 살피면서도 할 말은 다 한다.


"너 혼자서 올해 예산을 얼마나 쓰고 있는 줄 알아? 신무기 개발에, 양산에, 공장 직원들도 멋대로 갖다쓰고... 나는 네 지갑이 아니란 말야."

"내가 엘프족 군대도 물러가게 만들고, 오크족도 물리치고 암살자들도 처리해줬잖아."

"아니,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힘겹게 항변하는 에브닐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녀석도 염치를 아는 탓이다.

나는 녀석에게 숙제를 떠넘기곤 즐거운 기분으로 자리를 떠났다.


가볍게 배를 채우고 난 뒤엔 서고로 이동해서 영지의 전속 마법사를 호출했다.

영주를 수행하는 임무를 맡고 있는 마법사는 내 예상보다 훨씬 젊고 튼튼해보였다.

마법사보다는 군인 같은 느낌.

이 동네 마법사들은 심심하면 전쟁터에 끌려가니까 꼭 틀린 표현도 아니다.


"부르셨습니까, 볼카르 도련님."

"현재 영지의 마법사가 몇명이지?"


나는 간단한 질문으로 시작하며 마법전력을 파악했다.

이 시대의 마법사들은 더 이상 직접 전투에 나서지 않는다.

화염구를 쏘는 것보다 적군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것을 신속하게 전달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란 사실이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런 운용법은 미래에서도 마찬가지다.

마법의 매력은 다재다능함이지 파괴력이 아니다.

헌터 중 2위였던 대마법사 수준이 아닌 이상, 순수한 전투력은 나 같은 헌터들을 따라잡기 힘들다.


그래서 마법사들은 마법공학 장비의 정비 및 운용, 통신, 운송, 그리고 정찰 및 관측 임무에 종사한다.

전쟁의 주인공이라곤 볼 수 없지만, 하나같이 굉장히 중요한 조연들이다.

통신은 휴대전화를 쓰면 안 되냐고 물을 수도 있을텐데, 이건 위성 연결이 안 되어있어서 도시 밖으로 나가면 아예 못쓴다.


현재 아이언피스트의 마법 전력은 평균을 간신히 넘어서는 수준.

이걸 활용해서 뭘 해보는 것은 힘들다.

나는 그 사실을 깔끔하게 인정하며 그에게 추가적인 요청을 넣었다.


"그리고 클레어가 마법 지도를 받고 싶다는데... 어떻게 안 될까?"

"... 도련님의 전속 시종이요? 물론 안 될 것은 없습니다."


'내가 이런 것까지 해야하나' 싶은 표정을 보이면서도 별 수 없이 긍정하는 마법사.

눈에 띄게 흥분한 클레어의 어깨 위에서 꽥꽥이가 날개를 파닥거렸다.

마법사는 녀석을 눈여겨보며 표정을 조금 바꿨다.

이렇게 작은 와이번을 연구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이 녀석이 그 와이번이군요."

"얘 건강검진도 할 수 있나? 몬스터 쪽은 잘 몰라서..."

"물론입니다. 나중에 크게 자라면 독액을 조금 추출하죠. 와이번의 혈액독은 아주 강력하면서도 비싼 맹독입니다."

"캬오오!"


활기차게 울부짖는 녀석의 울음을 들으며 일과 업무에 들어갔다.

원래는 찌는 듯한 더위가 사람들을 괴롭혔으나...

내가 퀘스트를 다녀오는 사이에 더위가 한 풀 꺾였다.


이제 조금 있으면 가을.

추수가 끝나면 엘프들이 쳐들어오겠지만, 겨울이 되면 놈들도 잠잠해질 것이다.


엘프족 전사들이 아무리 일당백의 용사들이라도, 놈들은 꼴랑 2천명.

머릿수가 적으니까 기동력을 살려서 빠르게 치고 빠져야 하는데... 눈이 오면 기동력이 떨어진다.

최악의 경우에는 식량을 약탈해서 귀환하는 동안 폭설이 쏟아져서 길이 막힐 수도 있다.


'라오닌이 바보도 아니고. 그동안 많이 털어먹었으니까 겨울 정도는 쉬겠지.'


눈이 오기 시작하면 나도 조금 느긋하게 쉴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때마침 울려온 전쟁 종소리에 출격을 준비했다.


대부분의 영지들처럼, 아이언피스트의 주력은 역시 농업.

덕분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가을을 보내자, 마침내 겨울이 찾아왔다.

내가 예상했듯 엘프족의 침공도 전면 중단.

그새 배가 부른 올리비아는 창가에서 홍차를 마시며 첫 눈과 함께 찾아온 평화를 즐겼다.


옆자리에서 내 홍차에 술을 섞어넣자 아래쪽에서 뭔가가 후다닥 날아들더니 부리로 창문을 콕콕 쪼아댔다.

클레어가 서둘러서 그것을 열어주자 꽥꽥이가 잽싸게 들어왔다.


이곳에 돌아온 지 대충 3개월 정도 지났는데 아직도 조그마한 녀석.

이래서야 언제쯤 타고다닐 수 있을지 모르겠다.

첫 눈을 보고 흥분했던 녀석은 클레어의 무릎에 뛰어들어서 몸을 녹였다.


"키에엑."

"그러게 나가지 말라고 했는데..."


피식 웃으며 창 밖을 보자 웬 전령들이 영주성으로 통하는 오르막길을 달려오고 있었다.

변경 답지않게 화려한 복장과 깃발.

별로 좋은 예감은 들지 않았다.


"레이노프에서 보낸 건가?"

"눈 내리자마자 열심히도 달려오는군요. 일단 내려가볼까요?"

나는 의자에서 일어난 올리비아를 부축하며 나선형 계단을 내려갔다.

수비하기엔 좋지만 임산부에겐 별로 좋지 않은 구조.

나중에 승강기 비슷한 장치라도 만들어야겠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 왕가의 깃발을 목격한 사람들이 빠르게 모여들었다.


"지원금도 뚝 끊었으면서 왜 이제와서..."

"엘프들이 물러가니까 바로 찾아오는군. 설마 세금 내놓으란 건 아니겠지?"

"저놈들 들어오자마자 문 닫아."


레이노프가 저질러놓은 것이 있어서 굉장히 험악한 분위기.

명색이 왕이라는 놈이 정작 필요한 때에 도와주지 않았으니 이러는 것도 당연하다.


아이언피스트가 이 정도인데, 엘프족들에게 피해를 입은 영주들은 어련할까.

개중에는 아예 우리를 새로운 맹주로 추대하려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험악한 분위기 속에서 입성한 전령은 애써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마당에 도달했다.

이번에는 또 어떤 개소리를 들려줄까.

내가 은근슬쩍 기대하고 있자 테프론과 테샤, 그리고 에브닐도 등장했다.


험악한 표정의 영주 앞에 선 전령이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왕의 명령서를 읊었다.

여차하면 그대로 난도질당할 분위기에서 용케도 지껄였다.


"아이언피스트는 들으라! 레이노프 왕가는 볼카르 아이언피스트를 데몬 소환 혐의로 기소한다. 볼카르 아이언피스트는 순순히 소환에 응하여 혐의를..."

"지금 장난하는 거냐!"

"저 새끼 말 위에서 끌어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분통을 터뜨리는 영주성 식구들.

명색이 왕의 칙령인데 그런 느낌이 전혀 없었다.


조금 앞으로 나선 테프론이 사람들을 진정시키며 내 눈치를 살폈다.

나는 왕가의 뻔한 술수에 피식 웃었다.


이쪽은 이미 여신교 본부에서 이단심문을 통과한 몸이지만...

이 세계에는 일사부재리의 원칙이 없다.

게다가 데몬 소환사는 덮어놓고 죽여도 죄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 왕국은 여신 교단의 권위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

놈들이 미치지 않은 이상 내게 유죄 판결을 때릴리는 없고...

일단 재판에 묶어둔 뒤에 은근슬쩍 암살하거나, 구슬리려고 하겠지.


[수도에 당당히 들어갈 수 있으면 일이 더 쉬워지는 것 아냐? 넌 혼자서도 다 죽여버릴 수 있잖아.]


'그렇지. 하지만 그런 식으로 일을 해결하면 반란이 아니라 암살이 되어버려.'


놈들에게 어울려주며 어떤 식으로 나올지 구경해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긴 하다.

하지만 내가 원체 바쁜 몸이어야지.

이제 겨울이 되어서 조금 쉴 수 있게 생겼는데, 벌써부터 시간낭비를 하고싶진 않다.

나는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분위기 속에서 한 발짝 내딛으며 선언했다.


"좋다. 소환에 응하겠다."

"볼카르?"

"혀, 현명한 선택입니다 볼카르 경. 그럼 무장을 해제하고 앞으로..."


콰득!


나를 호송하기 위해서 동행한 기사가 말을 하다말고 말 위에서 굴러떨어졌다.

사인은 관통상으로 인한 과다출혈.

뒤늦게 다른 놈들이 덤벼들었지만, 갑옷 안에서 솟아난 가시를 막아낼 수는 없었다.

놈들은 이내 고문기구에 들어갔다 나온 듯한 몰골의 시체로 돌변했다.

주인의 시체를 본 말들이 놀라서 날뛰었다.


"히히힝!"

"보, 볼카르 경!"

"너는 돌아가서 전해라. 여기서부터 레이노프 왕궁의 왕좌까지 싹 비워놓으라고. 나를 가로막는 것은 모두 죽거나 부서질 것이다."


내가 말하면서도 조금 오글거린다고 자책했으나, 볼카르가 괜찮다는 신호를 보냈다.

이쪽의 손짓에 따라서 영주성의 문이 열리자 전령이 후다닥 달아났다.


놈이 사라지자마자 올 것이 왔다는 표정으로 군대를 집결시키는 테프론.

굳은 표정의 에브닐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결국 반란하게 됐네."

"미안해."

"미안하긴 뭐가 미안해? 저놈들 말대로 했으면 죽을 게 뻔했는데. 좋은 명분도 생겼으니까 얼른 다녀와."


작게 툴툴거리며 내 등을 떠미는 녀석.

나는 그대로 갑옷을 착용하곤 말 위에 올랐다.

레이노프로 향하는 기차노선을 쓰지 못하니까, 가는데에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괜히 시간을 끌어봤자 불필요한 피해만 커진다.


"볼카르. 앞으로 2일 안에 변경 영주들을 최대한 동원해볼테니..."

"저 혼자 먼저 출발하겠습니다. 도시를 점령해야 하니까 병력은 늦게라도 보내주시고."


점령은 보병의 역할.

아무리 나라도 혼자서 도시 전체를 장악할 수는 없다.


나는 투구를 쓰기 전에 올리비아와 인사를 나누곤 몸을 돌렸다.

그새 주방에 다녀온 클레어가 간식거리를 챙겨줬다.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클레어, 너는 올리비아 옆에 붙어있어. 꽥꽥이 너도."

"끼엑!"


흉포하게 울부짖는 와이번의 전송을 받으며 영주성과 도시를 탈출.

그대로 레이노프를 향해서 달리기 시작하자, 머지않아 철도가 끊어져있는 것이 보였다.

혹시라도 우리가 이걸 쓸까봐 미리 작업해둔 모양.

나는 금속지배 능력으로 그것을 간단히 수리하곤 길을 서둘렀다.

기차를 이용했을 때엔 하루만에 닿았던 거리가 쓸데없이 길게 느껴졌다.


그래도 이 넓은 땅이 모두 곡창지대라고 위로하며 밤낮없이 달린 지 얼마나 됐을까.

나는 장장 이틀밤을 꼬박 새워서 레이노프에 도착했다.

내 말은 명색이 페가수스 혼혈인데, 갑옷의 무게 때문에 지쳐서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푸르륵, 피이익..."

"고생했다. 금방 끝낼테니까 쉬고 있어."


넓은 설원을 가로지르느라 몸에서 연기가 펄펄 나는 녀석에게서 내린 뒤 성을 향해서 전진.

레이노프는 이미 전시체제로 전환되어서, 대낮인데도 성문이 굳게 닫혀있었다.

내가 느긋하게 걸음을 옮기자 성벽 위의 병사들이 바들바들 떠는 것이 훤히 보였다.


나는 이미 엘프족들도 알아서 피해다니는 수준의 소서러라고 소문이 파다한데다...

성기사랑 싸우다가 다치면 사제들이 치료도 안 해준다.

결국 보다못한 포병 장교 하나가 직접 수성용 대포를 조준해서 쏘았다.


퍼엉!


첫 발은 위협사격인 듯, 내게 한참 떨어진 곳에 명중.

그런데 특이하게도 돌로 된 탄환이었다.

아무래도 내 능력에 대해서 대충 들어본 모양.


'공장 지어진지 오래라서 석재 탄환 대포는 멸종됐을텐데... 저런 골동품을 어디서 가져온 거지?'


[글쎄. 창고 구석에서 썩어가고 있지 않았을까?]


놈들의 노력에 작게 감탄한 나는 답례 삼아서 오른손을 들어올렸다.


콰득, 콰드드득!


내 앞에서 굳게 닫혀있던 성문이 끔찍한 신음을 토해내며 찌그러지기 시작했다.

성문 위의 병사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는 모습이 훤히 보였다.


작가의말


슬슬 시간 스킵 좀 들어가겠습니다.


즐겁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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