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물 소설로 들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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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메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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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26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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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2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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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열

DUMMY

가온 아카데미에 균열이 나 타 난지 어느덧 3일이란 시간이 흘렀다.


3일 전 갑작스레 생성된 균열은 내가 있던 아카데미뿐만 아니라 다른 아카데미는 물론이거니 도시 곳곳에 출현했는데.


그나마 다행이라 함은 균열에서 나타난 대부분의 몬스터들은 2급으로 갓 영웅이 된 생도들이 잡을 수 있을 정도였기에 신속하게 몬스터들을 처리할 수 있었다곤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피해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균열 너머에서 나타난 것이 2급 몬스터라곤 하지만 다른 급의 몬스터 역시 등장한 것은 매한가지로.


높은 등급의 몬스터들의 등장으로 인해 영웅들은 수많은 희생과 노력 끝에 결국 그들은 몬스터들을 전부 쓰러트릴 수 있었다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다양한 희생자들이 생겨났다고 한다.


몬스터들을 잡기 위해 사력을 다한 영웅과 갑작스레 나타난 몬스터들을 피해 대피를 하지 못해 죽임을 당한 시민들.


허다히 많은 사람들이 쓰러져 나갔다. 무너져 내린 건물들에 깔려 빛을 보지 못하고 죽은 사람들이, 몬스터들에게 무참히 살해당한 사람들이.


시민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몸을 던진 영웅이 있었기에, 시민들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영웅들이 있었기에.


다른 누군가의 희생 위에 선 사람. 그들은 그렇게 살아남은 것이다.


그렇게 살아남은 사람들은 영웅들을 기리며, 그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더 많은 삶을 살아갈 것이다.


“그렇게 내가 보고 싶었던 거야 우리 꼬맹이~.”


그리고 지금 나는 언젠가 들었던 여인의 장난기 가득한 말을 듣고 있다.


“꼬맹이 아닌데요.”


지금 내가 있는 곳은 아카데미 내에 설비된 보건실로 또다시 그 여인을 마주한 상태다.


하지만 그때와 달리 지금 내 옆에는 다른 누군가가 있었다.


“민우 네 나이면 꼬맹이 아니야?”


도강원은 나와 같이 이 보건실에서 3일이란 시간을 함께 보냈다.


‘내가 왜 여기 또 온 걸까···.’


이곳에 있는 이유는 별거 아니었다. 학원장인 박규환의 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동운과의 대화가 끝나고는 몬스터들과의 싸움에 입은 상처들을 살펴보고는 이곳에서 다 나을 때까지 가만히 휴식이나 취하라 했다.


더불어 몬스터를 처리했다고 포상? 비스무리 한 것을 준다고 했는데··· 3일이 지난 지금도 아무 말도 없는 것을 보면 그다지 기대도 되지 않았다.


애초에 목적인 실전 경험을 쌓는 것을 끝마칠 수 있었기에 나쁘지 않았다.


‘그래도 아깝네.’


그 박규환이 준다는 거라면 대단한 포상이라도 주는 게 아닌가 하는 기대가 됐지만 이미 기대는 식어 버린 지 오래다.


-꽈악!


나는 손에 힘을 쥐고 주먹을 쥐어보았다. 지금 당장 나무라도 바스라 버릴 수 있을 것 같은 힘이 느껴진다.


싸움에 있어 입은 상처는 이미 다 회복된 상황. 거기다가 오히려 싸움이 끝나고 더 강해진 듯한 기분 마저 든다. 이런 느낌을 나는 한번 겪은 적이 있었다.


그건 김한결과의 싸움이 끝난 후로. 어째 나는 싸우면 싸울수록 강해지는 그런 종족인 것, 마냥 기분이 묘했지만 강해지는 것은 오히려 기쁜 상황이기에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때 꼬맹이가 이곳에 있을 때는 무슨 짓을 해도 눈을 뜨지 않았는데···”


“그랬어요? 그럼 민우는···.”


그건 그렇고.


“언제까지 그런 얘기만 할 거야···.”


나는 이를 갈며 나를 주제로 한 대화를 하는 저 둘을 째려보자 여인은 웃음을 지으며 혓바닥을 빼꼼 내밀려 상큼한 표정을 지었다. 도강원은 그저 무슨 상황인지 파악이 안되는지 그런 나를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었다.


나는 혓바닥을 내밀고 있는 여인을 쳐다보았다.


정확히는 그녀의 가슴 부분을.


그녀가 입고 있는 흰 가운에 적힌 이름에는 아일린이란 이름이 적혀있었다.


며칠 전 그녀를 봤을 때는 그리 관심이 가지 않아서인지 그녀에 대한 기억을 떠올릴 수 없었지만, 이곳에서 3일이란 시간을 지내다 보니 그녀에 대한 정보를 기억해 낼 수 있었다.


비운의 소녀. 아니 이제는 비운의 여인이라 불리는 그녀. 그것이 가리키는 것이 바로 아일린이다.


그녀의 용모는 에메랄드와 같은 머릿결과 눈동자를 가졌으니. 상당히, 아니 엄청난 미인이라 할 수 있었다.


거기다 크고 말이야.


그녀는 소설을 읽은 독자들 사이에서 비운의 여인이란 별칭으로 불린다.


그녀는 뛰어난 재능을 가진 이른바 천재라 할 수 있었다.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를 뛰어넘는 재능을 지닌 사람이 바로 그녀 아일린이다.


하지만 그런 그녀는 자신의 엄청난 재능을 한번 펼치지도 못한 채 삶을 살고 있다.


“어딜 그렇게 쳐다보는 거야~ 이 앙큼한 꼬맹이 같으니라고~.”


아일린은 내 시선이 어디를 보고 있는지 확인하고는 입가가 올라가더니 자신의 두 손으로 가슴을 감싸 안았다.


나는 그런 그녀의 모습에 뭐라 입을 열려 했지만.


“민우 너! 어딜 보고 있던 거야?!”


도강원의 놀란 듯한 저 반응에 입을 열지 못했다. 그런 그의 모습에 한숨이 절로 나왔지만 지금 변명을 해봤자 좋을 거 하나 없기에 입을 다물고 있기로 했다.


에메랄드의 빛을 가진 여인. 아일린에게는 한가지 숨기고 싶은 비밀이 있다. 정확히 따지자면 그녀가 겉으로 드러내지 못하고 오로지 자신만이 알고 있어야 할 그런 비밀이.


그녀는 다름 아닌 온가(家)의 자제이다. 그 온가(家) 말이다. 사신수(四神獸) 중 하나인 주작(朱雀)의 후예(後裔)로 지금 하남을 다스리는 그 집안 말이다.


그녀의 생김새를 따지자면 에메랄드 빛은 온서희의 머릿결과 다른 색을 띠고, 그와 마찬가지로 그녀의 눈동자 역시 온서희와 다른 빛을 가지고 있다.


바로 이것이 문제이다.


온가의 집안은 하나의 도시를 다스리는 자들이 있는 곳으로. 그런 위대하다 할 수 있는 집안에서 태어난 아일린은 이른바 불온(不穩)의 상징. 속된 말로 돌연변이라 할 수 있었다.


그들의 집안은 태초(太初)부터 시작해, 붉은 머리카락과 눈동자가 상징(象徵)이나 다름없었지만 아일린이 태어나며 예로부터 내려왔던 그런 전통이 깨지게 된 것이다.


그녀의 존재는 온가의 수치이자, 있어서는 안 되는 존재에 해당했기에 태어나 얼마 안 된 그녀는 살해의 위기에 처하게 됐었다.


하지만 그녀는 살아남았다. 어린아이라는 나이에 죽을 위기에 처했음에 그런 그녀를 지켜준 자가 있었으므로, 그자의 정체는 바로 온서희의 아버지인 온강호였다.


그렇게 아일린은 아직 사리 분별을 하지 못하는 나이에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온강호를 따라 그의 집에 들어갔다. 그렇게 그녀는 부모의 얼굴 한번 보지도 못한 채 온강호와 그의 아내와 같이 살게 된 것이며.


그녀는 온강호와 그의 아내의 사랑을 받으며 자라게 됐다. 그리고 그녀가 초등학생을 입학할 무렵, 온서희가 태어났다.


“그게 그녀와 온서희의 첫 만남이었지···.”


“뭐라 했어? 민우야?”


“··· 아무것도 아니야.”


도강원은 귀가 어찌나 밝은지 작게 내뱉은 말에 반응하자 나는 아무 일도 아니라 대꾸를 해주었다.


“그럼 나 먼저 퇴실할게. 너는 나중에 오든가 해.”


도강원에게 말을 하며 나는 주섬주섬 침대에서 일어나 신발을 신었다. 이미 몸은 다 나은 상태이니, 나는 세워뒀던 계획들을 수정할 필요가 있었기에 지금이라도 당장 기숙사로 향할 생각이었다.


“그럼 다음에도 또 만나자고 꼬맹아~.”


그런 나를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는 아일린을 한번 쳐다보고는 나는 고개를 돌려 그대로 그곳을 빠져나왔다.


“너무 쌀쌀맞네.”


“민우가 저래도 친구들한테는 얼마나 친절한데요.”


강민우가 떠나고 난 보건실 안. 그곳에는 아일린과 도강원은 여전히 대화를 나누는데 그 주제는 바로.


“처음 민우를 만났을 때 만해도···”


강민우였다.


*****


“일단 첫 번째 사건이 끝났으니깐 다음 사건까지 시간상 많이 남았어··· 하지만.”


이변이 언제 발생할지 몰라라는 뒷말을 덧붙이며 나는 생각을 마저 했다. 균열이 발생한 사건이 끝난 지 4일째가 되는 내일 다시 수업이 시작된다.


다시 수업이 시작되는 것에는 오히려 나에겐 더 좋은 상황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면.


“그 사건으로 인해 영웅들이 개입한다고 했었지···.”


영웅들의 개입. 그것은 이번 균열 사건으로 인해 도시가 한층 민감해진 상태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언제 또다시 균열이 생성될지 모르기에 영웅들이 생도의 수업에 동참한다고 한다.


원작과는 다른 전개다. 이미 여러 차례 이변을 겪긴 했지만, 이번만은 상당히 축이 틀어져 버렸다고 할 수 있었다.


“과연 누가 오게 될지··· 제발 아는 사람이 와야 할텐데.”


하지만 만약 내가 미래를 아는 영웅이 오게 된다면··· 오히려 그 영웅과 친분을 쌓을 수 있음과 동시에 든든한 조력자가 생길 수도 있다.


이것은 둘도 없는 찬스임과 동시에 독이 든 성배일 수가 될 수도 있다.


나는 불현듯 떠오르는 불안감에 지금 이 기분에서 벗어나고자 혀를 한번 차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일단 시간이 많으니깐 좋긴 하네.”


처음 이곳 가온 아카데미에 온 것을 떠올린 나는 그동안의 일들을 떠올려보았다. 아카데미에 입학하고 하는 첫 수업은 대련이었으며, 그때 당시만 해도 이리 뒤틀리게 될 줄은 몰랐다.


김한결의 상대를 내가 한다거나 도강원은 상대를 한 것처럼.


“처음은 그랬지만 지금은 나쁘지 않지.”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나는 도강원과 친분이 생기며 지금은 둘도 없는 친구와 같은 포지션이 되었다.


그 뒤로도, 월광을 얻기 위해 구 기숙사에서 별짓을 한 것이 기억났으며, 디어에 걸린 김한결과의 싸움에서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것 또한 생각났다.


지금 생각해보면 상당히 위험의 순간이 많은 것 같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다음에 나를 기다리고 있던 사건은 바로 3일 전에 동시다발적으로 생성된 균열이었다.


처음에는 이변이 발생하지 않을 거란 생각을 했지만, 호숫가에 균열이 나타남과 동시에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균열들이 생성되었었다. 심지어 첫 번째 균열을 무너트린 뒤 끝날 줄 만 알았던 싸움은 두 번째 페이즈로 넘어갔었다.


“확실히 다시 생각해봐도 아찔했네. 만약 이동운을 부르지 않았다면···.”


하지만 나와 도강원, 그리고 이동운은 두 번째 균열 역시 아무런 희생도 없이 넘길 수 있었다. 그중 이번 사건에서 가장 중요했던 사람이라면 나는 두말할 것도 없이 바로 이동운을 고를 것이다.


처음 등장한 3급 몬스터를 상대로 그는 단숨에 마무리 짓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두 번째로 등장한 4급 몬스터를 상대로 보여준 모습이 떠오른 나는 다시금 그의 모습에 반할 것만 같았다.


“여유롭게 갈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고 말이야.”


내 나름대로 빈틈없이 계획을 짜고 사건을 타파해 나갈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이변으로 인해 계획의 큰 틀까지는 아니라도 대부분을 수정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어. 쟨···.”


내 앞에는 어느새 기숙사로, 걸음을 옮겨 기숙사로 향하려 했지만 내 눈길을 끄는 것이 있었다.


“박하윤이잖아? 어디를 가려는 아···”


그녀는 기숙사를 슬그머니 빠져나와 그 뒤편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것이 내 시야에 들어왔다. 다소 쓸쓸해 보이는 그녀의 뒷모습. 나는 그런 박하윤의 모습에 자연스레 발이 움직였다.


그녀가 가고 있는 곳은 기숙사의 뒤편으로 아마 그녀가 향하는 곳은 그곳일 거다.


“하아···.”


어느새 그녀의 뒤쫒아 호숫가에 도착한 나는 균열로 인해 곳곳이 부서진 호숫가를 보며 깊은 한숨을 내뱉는 박하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언니, 언니가 그렇게 예쁘다고 칭찬하던 호숫가가 지금 박살이 나버렸어.”


그녀의 목소리는 언제와 같이 들떠있지 않고 오히려 그 반대로 잠잠했다.


“나는 맨 처음에 언니가 이 아카데미에 들어 간다는 말을 했을 때, 언니가 제정신이 아닌 줄 알았어. 위험하잖아. 영웅이란 건 말이야.”


박하윤은 그동안 쌓아두고 있던 그녀의 언니에 대해 허심탄회(虛心坦懷)하기 시작했다.


“영웅이 돼서 뭘 하려는 걸까. 언니를 걱정하는 우리의 마음을 아는 걸까. 하고 말이야. 하지만 이젠 내가 언니의 입장이 된 거 같아.”


그녀는 언니의 발자취를 따라 이곳 가온 아카데미에 들어온 것이었다. 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오직 그녀의 언니를 따라.


“3일 전에 엄마한테 연락이 왔었어. 정말로 계속 거기에 다닐 거냐고 말이야.”


나와 도강원이 보건실에 있을 무렵, 이지아와 박하윤은 하루에 한~두 시간 정도는 우리와 함께 했었다. 하지만 그런 시간을 같이 있었음에도 그녀의 말은 처음 들었다.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다. 각자의 사연은 언제나 존재하지 않는가.


“그렇게 걱정하는 엄마는 오랜만에 봤단 말이야. 언니가 가버리고 남은 우리는 언제나 언니를 그리워했어. 그러다 보니 내가 여기 온 거고 말이야.”


그녀는 자조적인 웃음을 지으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에는 그날 봤던 달이 고스란히 존재했다.


“근데 말이야. 나 엄마 말을 듣고 그만둘까 생각도 해봤어.··· 하지만 역시 그냥 가기에는 무리더라고. 여기서 사귄 친구들이 있는데.”


박하윤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자신의 언니에게 한 명씩 소개하기 시작했다.


“내가 가장 나중에 만든 친구인데, 걔가 어찌나 잘생겼는지 언니가 보면 억 소리가 나올 정도라니깐.”


맨 처음으로 도강원을.


“이곳에 와서 맨 처음으로 만난 얘 중 한 명인데 언니랑 많이 닮은 애가 있어. 맨 처음에 지아한테 접근한 이유를 떠올리면 그 애한테는 도저히 말할 수 없지만 그만큼 언니랑 판박인데 다가 거기에 성격까지 닮아 가지고 엄~청 놀랐다니깐.”


두 번째는 이지아를.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은 애는··· 뭐라 설명하기 힘들지만 한마디로 하면 애늙이 같아. 언제나 우리가 먼저 다가가지 않으면, 우리한테 다가올 생각을 하지도 않으면서 우리를 볼 때면 어찌나 어린애 같다는 듯한 시선인지 진짜 애늙은이라니깐.”


‘미안하다 애늙은이라···.’


나는 박하윤이 말하는 내 얘기를 듣고는 입을 열기에는 숨어 있는 입장이다 보니 마음속으로 억누를 뿐이었다.


“근데··· 상냥해. 언제나 우리를 챙기려는 듯한 행동을 보이고, 도강원이나 지아 그리고 나한테는 굉장히 다정다감하다니깐. 거기다가 내가 맨날 장난을 치더라도 받아주고 말이야.”


박하윤은 다시금 내 얘기를 꺼내 놓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기서 언니 얘기를 털어놨던 건 걔가 처음이었어. 나도 모르겠더라고. 언니가 좋아한 이곳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걔가 편해서 그랬던 건지. 솔직히 말해서 난 그 얘기를 한 걸 후회했었어. 괜히 무거운 얘기를 꺼내서 분위기를 낮추고 사이가 서먹해질 줄 알았거든.”


박하윤은 마지막 말에 앞서 숨을 들이마셨다.


“하지만 걔는 오히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내가 상처 입지 않게 보듬어 주었어. 처음이었다니깐 남자한테 안기는 거 말이야.”


그녀는 입꼬리가 올라가더니 웃음을 짓기 시작했다.


“언제나 내 장난을 퉁명스럽게 받아주면서 이럴 때 만 남자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말이야···.”


그 뒤로도 그녀는 하늘에 그녀의 언니가 있다는 듯이 바라보며 한참을 대화하며 시간을 보냈다.


“이제 그만 갈게, 언니. 당분간은 못 올 거 같으니깐, 나중에 이곳이 다시 만들어지면, 그때 다시 만나자.”


그런 말을 남기고 그녀는 자신이 왔던 길을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녀가 사라진 뒤, 나는 숨어있던 나무에서 벗어나 그녀가 있던 자리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약한 모습은 이미 한번 본 적이 있었다. 나이에 맞게 가녀린 그녀. 하지만 겉모습은 누구보다 밝고 긍정적인 그녀. 나는 그런 그녀를 지키기 위해 행동했었으며 성공했다. 이제는 그녀의 앞에 무슨 일이 생기게 될지 모른다.


하지만 지킬 것이다. 한번 그녀를 지키는데 성공했다. 두 번 하지 못 할 일이 아니지 않는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나는 저 높은 곳에 떠 있는 달을 쳐다보았다.


“달이 참 예쁘네.”


나지막하게 뱉은 말을 끝으로 나 역시 발을 돌려 기숙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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