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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했던 쓰레기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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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실험쥐
작품등록일 :
2020.12.28 07:32
최근연재일 :
2021.04.07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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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6,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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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09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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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글자
10쪽

00. 세계 종말의 날

DUMMY

0. 세계 종말의 날





창밖으로 시끄러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무언가가 터지는 소리 같기도 했고, 충돌하는 소리 같기도 했다.


교통사고가 났으려니 하는 생각을 하며 이불을 뒤집어쓰자 이번에는 경적 소리가 끊임없이 울려왔다.


“으···아침부터 도대체 뭐야?”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커튼이 꽁꽁 묶인 베란다로 다가갔다.

커튼을 걷어보려 했으나, 얼마나 열심히 묶었는지 풀리지 않았다.

그러는 와중에도 배에서는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엄청난 허기에 나는 하던 짓을 멈추고 주방으로 달려가 선반 이곳저곳을 뒤졌다.


먹을 만한 건 보이지 않았다. 쌀이 떨어진 것이 닷새 전의 일이었다.


10년을 버텨온 통장의 잔고도 이제는 아슬아슬했다.


수도세와 전기세도 석 달이 밀려 공급 중단 안내 우편이 날아왔고, 가스는 막힌 지 오래였다.


나는 선반 구석에서 먹다만 라면 하나를 꺼내곤 오래된 컴퓨터 앞에 털썩 앉았다.


라면을 겨우 씹어먹으며 컴퓨터 전원을 켰다. 20년도 더 된 컴퓨터였다.


부팅되는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잠을 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언제나 앉아있는 자리였다.

나는 컴퓨터가 켜지기 무섭게 바탕화면에 덩그러니 놓인 아이콘 하나를 클릭했다.


로드 오브 소울


내가 10년 넘도록 하고 있는 유일한 게임이었다.


나는 헤드셋을 끼고 영상녹화 프로그램을 실행시켰다.

20년도 더 된 컴퓨터였지만, 프로그램은 어떻게든 실행되고 있었다.

마치 기묘한 힘이 작동하듯.


“아···아아, 안녕하세요 여러분. 제로폭스입니다. 오늘은 태엽산 공략을 한 번 해볼 건데요.”


화면 속에서 90년대 수준의 아기자기하고 오래된 느낌의 도트가 쉴새없이 움직였다.


나는 캐릭터를 움직여 게임 속 여러 맵을 돌아다니며 수많은 몬스터들과 보스를 처치하고 퍼즐을 풀어나갔다.


그리고 태엽산의 최종보스인 ‘크로노 마하라’를 처치했다.


컴퓨터 화면 속에 작은 메시지가 떠올랐다.

-크로노 마하라를 처치하였습니다.


화면 속 보스 몬스터가 태엽 파편을 튕기며 쓰러졌다.


시간을 보니 게임을 켜고 30분 정도가 소요된 참이었다.


처음에 할 때는 일주일이 꼬박 걸릴 정도로 무시무시한 난이도를 자랑했던 스테이지였지만, 지금은 라면을 씹으면서도 무난하게 깰 수 있었다.


“네···이렇게 하시면 크로노 마하라를 쉽게 처치할 수 있습니다. 도움이 되셨다면 구독과 좋아요 한 번씩만 부탁드립니다.”


영상녹화를 마치고 나는 숨을 크게 내쉬었다. 이것이 나의 하루 일과였다.


이렇게 녹화한 영상은 나의 유튜브 채널에 올라갔다.


보는 사람은 없었지만, 이렇게라도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인간이 되는 기분이 들었다.


게임을 종료하자 스팀 라이브러리 창이 화면에 올라왔다.


-플레이타임 : 59924.4시간


“참 오래도 했다.”


싱글 RPG 게임, ‘로드 오브 소울’


그것은 12년 전, 정체불명의 제작자 ‘COSMIC GUY'가 만든 게임이자 현재 스팀에서 9,900원에 판매하고 있는 게임의 이름이었다.


로드 오브 소울은 널리고 널린 똥겜 중 하나였다.


디테일이라고는 없는 구시대적인 그래픽과 수많은 버그 등 단순히 보기만 해도 똥겜이라 불릴 만큼 문제가 많은 게임이었지만,

이 게임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컴퓨터 사양이 일정 수준 이상 되면 게임이 실행조차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덕분에 스팀의 게임 평가는 ‘압도적으로 부정적’이었고, 해당 포럼에는 제작자를 욕하는 글만이 수두룩했다.


또한 게임 실행에 성공한 사람들조차 제 1 스테이지의 보스를 잡지 못해 게임을 접기 십상이었다.


보스의 약점을 알지 못하면 공격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보스였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이 해당 보스를 잡기 위해 인터넷을 뒤져본다 한들


-안녕하세요. 게이머분들~오늘은 ‘로드 오브 소울’의 첫 번째 보스인 ‘고대의 천사’를 잡는 법에 대해 알아볼게요. ‘로드 오브 소울’이라는 게임은 COSMIC GUY에서 만든 RPG게임으로 굉장히 옛날 느낌이 나는 게임인데요. 저도 보스가 어려워서 아직 깨지 못하고 있어요. 다음에는 똥겜 같은 거 구매하지 말고 그 돈으로 치킨이나 시켜 먹어야겠어요.


같은 글에 웬 하얀 놈이 엄지를 척하고 드는 이모티콘이 대부분이었다.


설치부터 플레이까지 모든 것이 문제 덩어리인 게임이었지만 제작자는 오류에 대한 공지도 업데이트도 하지 않았고, 단 한 번의 게시글조차 올리지 않았다.


그렇게 ‘로드 오브 소울’은 모든 사람에게 잊힌 채 12년이 지나있었다.


딱 한 명, 나를 제외하고 말이다.


11년 전, 집의 오래된 컴퓨터로 이 게임을 우연히 접한 나는 또 우연히 제 1 스테이지의 보스를 처치하게 되었다.


제 1 스테이지를 클리어 한 직후에 열린 세르지니아에서의 진정한 모험은 신세계 그 자체였다.


그것이 너무 재밌어서, 모든 게 새로워서.

나는 잠을 자는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이 게임에 투자하게 되었다.

그게 너무 재미있어서 다른 게임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이 게임이 반드시 뜰 거라는 생각하며 10년이 넘도록 말이다.


그러나 이 게임이 뜨는 일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사람들의 컴퓨터는 사양이 점점 좋아져 실행할 수 있는 사람은 줄어들기만 했고, 나를 제외한 그 누구도 이 게임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종종 게임 커뮤니티에 추천 글을 올리기도 했지만, 작성한 글들 대부분이 조회 수 3을 넘지 못했고, 간혹 달리는 댓글들 또한 ‘그게 뭔데 씹덕아’가 대부분이었다.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었다.


이 게임이 나에게 아무리 재밌다고 한들 실행도 되지 않는 게임을 9,900원을 지불하면서까지 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 테니 말이다.


정말 비운의 게임이 아닐 수 없었다.


나는 영상을 업로드하기 위해 헤드셋을 벗고 인터넷을 켰다. 그 때였다.




창밖으로 커다란 소음이 울려 퍼졌다.


“도대체 뭐야?”


나는 창밖을 한 번 바라보고는 다시 인터넷 화면을 바라봤다.


그런데 뭔가.


뭔가 많이 이상했다.


-실시간 검색어

-1위 지구멸망

-2위 운석 충돌

-3위 인도 대지진

-4위 러시아 화산폭발

-5위 뉴욕 UFO 출몰

-6위 유럽 원자로 폭발

···


-인기 기사

-운석 충돌까지 1시간, 생존 가능성은?

-대통령 긴급회견 “아직 희망의 끝을 잃어버리면 안 돼.”

-NASA는 어째서 대처하지 못했는가?

-비상 벙커로 대피 중인 시민들···

-전 세계 각지에서 집단 폭동 발생

-국가비상사태 선포

···


“뭐······?”


나는 기사를 클릭해가며 상황을 확인했다.


운석이 아시아 대륙을 향해 떨어지고 있었다.


뉴욕시에 등장한 외계 함선이 도시를 박살을 내며 사람들을 죽이고 있었다.


인도와 중국에는 대지진이 일어나 수많은 도시가 박살 난 상태였다.


러시아와 북유럽에서는 화산이 일어났고, 원자로가 폭발하여 도시 하나가 날아간 곳도 있었다.


정말, 말 그대로 인류 멸망의 상황이었다.

나는 자주 접속하던 게임 커뮤니티 사이트를 클릭했다.


-지구 멸망 30분 전 ㅋㅋㅋ 야짤 올려도 안 지우네 ㅋㅋㅋ

-아 씨X 실화냐고 진짜 어제 다이아 달았다고

-지랄하지마. 난 안 죽을 거다. 이렇게는 못 죽는다.

-니들 뭐하냐 빨리 사과나무 안 심으러가고

-이거 실화냐? 몰카지? 몰카 맞지

-지금 옷 다 벗고 도로 질주하는 중 ㅋㅋㅋㅋ

-진짜 야스도 한 번 못해보고 죽네...


나는 창가로 달려갔다. 꽁꽁 묶어뒀던 커튼을 뜯어내고 창문을 열었다.


반파된 차들이 이곳저곳에서 연기를 뿜어냈고, 상가의 유리창들이 모조리 부서져 있었다.


죽은 듯 피를 흘리며 쓰러진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발가벗은 채로 양팔을 벌려가며 길바닥을 질주하는 남자도 보였다.


“아······”


이게 무슨 일일까. 나는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머리를 긁어모았다.


그러나 결론이 나지 않았다. 꿈을 꾸는 걸까. 아니면 드디어 미쳐버린 걸까.


나는 볼을 꼬집어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무리 봐도 확실한 현실이었다. 이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깨닫자 한 단어가 계속해서 떠올랐다.


‘죽음’


빌어먹을 삶이었지만 이런 식으로 가고 싶지는 않았다.


손발이 떨리고 목이 탔다. 죽는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감싸자 소름이 돋았다.


나는 유튜브를 켜 지금까지 올린 영상들을 훑어보았다. 보잘것없지만 소중한 추억이라곤 고작 이것이 전부였다.


“한심하네···”


작은 좌절감. 무력감. 여러 감정의 혼돈 속에 머리가 하얘졌다.


그런 생각을 하며 하염없이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자, 알람 팝업이 화면 오른쪽에서 슥하고 튀어나왔다.


-COSMIC GUY : 좋은 영상 감사합니다. 제······


나는 곧바로 알람을 클릭했다.


최근 자에 올린 영상인 태엽산 입구 공략에 달린 댓글이었다.


-COSMIC GUY : 좋은 영상 감사합니다. 제 실수로 정보교류가 잘되지 않아 답답했는데, 이렇게까지 제 것을 플레이해주신 분이 계실 줄은 몰랐네요. 이제야 답글을 달게 된 점 정말 죄송합니다. 이번에 나올 2.0 버전도 잘 부탁드립니다. COSMIC GUY 올림.


COSMIC GUY, 로드 오브 소울의 제작자였다.


나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타자를 쳐나갔다.


-답글 : 세계가 멸망하는데 그게 무슨 소리예요?


엔터를 누르려는 찰나, 창밖으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운석.


그것은 거대한 운석의 폭풍이었다.


작가의말

앞으로 꾸준히 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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