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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했던 쓰레기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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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실험쥐
작품등록일 :
2020.12.28 07:32
최근연재일 :
2021.04.07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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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03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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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변수 (2)

DUMMY

06. 변수 (2)


빛이 사라지자, 우리는 황량한 들판의 한복판에 있었다. 들판은 풀들이 다 죽은 듯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불씨가 날아다니며 불꽃이 일렁거렸다.


“이 세계는 매번 새롭네요.”


유라가 스태프를 꼭 쥔 채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균열 던전, 단순히 다른 차원의 던전이라는 설명으로 완벽하게 정의할 수는 없는 곳이지만, 조용하던 밤의 초원이 순식간에 불꽃이 일렁이는 들판으로 변해버리는 모습을 보면 이곳이 어떤 곳인지를 파악하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해골이야”


시니아가 크라우디스를 꺼내들며 말했다. 저 너머에서 익숙한 모습의 해골들이 검과 활을 든 채 이곳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다들 방심은 하지 마.”


나는 검을 잡고 자세를 취했다. 저들은 ‘고대의 전사’가 아닌 ‘스켈레톤 전사’였다. 강함에는 별 차이가 없겠지만 공격 방식은 조금 차이가 있었다.


“유라 씨, 버프 주세요.”


“네···넵!”


유라가 주문을 외우자, 나와 시니아의 몸에서 증기가 뿜어 나왔다. 시니아가 신이 난 듯 크라우디스를 쥐고 해골들 사이로 뛰어들었다. 검을 크게 휘두르자 해골들이 조각이 되어 사방으로 뿌려졌다. 시니아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그래서, 우린 뭘 하면 돼?”


나는 다가오는 해골을 가볍게 처치하며 말했다.


“보스를 잡으면 돼.”


“보스? 그건 어디 있는데?”


“곧 나올 거야.”


들판 사이의 어딘가로 해골들이 계속해서 생성되었다. 시니아가 신이 난 듯 들판을 돌아다니며 해골을 부수자, 나는 허탈한 실소를 내뿜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혼자 왔더라면 확실히 난이도가 조금 있는 던전이었을 것이다.

사실 던전이라고 부르기도 허무할 정도로 황량한 대지가 있는 게 전부인 곳이었다.

이곳은 보스를 무찌르기 전까지 몬스터가 끊임없이 나오는 귀찮은 곳이었고, 보상 아이템도 나와는 크게 상관이 없었다.


탐색 스킬 중 하나인 화색의 눈, 그것은 게임의 모든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에게는 가장 필요 없는 스킬이었다. 게임을 많이 하기 전에야 많은 도움을 받았던 스킬이지만, 게임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뒤로는 굳이 찾을 필요가 없는 던전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초반부에만 돌 수 있는 던전 치고는 난이도가 조금 높았다. 몬스터가 끊임없이 나오며 다양한 몬스터의 방해를 버텨야하는 형식의 던전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한 마디로 정공법만 있는 곳이었다.


내가 레벨을 높였거나 했다면 모를 일이지만 지금은 순전히 유라와 시니아, 그리고 팩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한참을 아무것도 안하고 있을 수는 없는 법이었다. 나는 몬스터를 처치해 나가며 발밑을 유심히 살펴봤다.

들판 사이사이로 이상한 문자가 적힌 석판들이 보였다. 던전의 보스를 불러내는 일종의 마법진이었다. 적을 어느 정도 처치하고 나면 알아서 작동해 보스가 등장하는 구조였지만, 가속화 시키는 것도 가능했다.


“저기, 불이 막 걸어오는데요?”


시니아가 해골을 어느 정도 잡자, 더욱 강력한 몬스터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 중 눈에 띄는 것은 전신이 불로 뒤덮인 화염의 정령이었다.

유라는 그것을 보자 자신의 때가 왔다는 것을 직감한 듯 아쿠아 볼을 만들어 쏘아대기를 반복했다.


나는 다가오는 몬스터를 요리조리 피하면서 바닥에 있는 석판들에 자그맣게 칼질을 해댔다. 문자를 다른 문자로 바꾸는 것이었다.

후에 게임을 하면서 배울 수 있는 기술로 마법진의 문자식을 변형시켜 마법을 더욱 가속화 시키는 것이었다.

이런 짓을 할 경우 몬스터가 더 빠르게 등장하지만, 미친 듯이 칼을 휘둘러대는 시니아가 있었기에 문제는 없었다.


“주인, 조심해라.”


“걱정 마,”


나를 공격을 하는 몬스터가 더욱 많아졌지만 문제는 없었다. 패턴은 모두 숙지하고 있었다. 팩은 입 속에서 이빨을 꺼내 다양한 적들을 순식간에 처리하며 나를 도왔다.

나는 팩의 보조를 받으며 석판의 마지막 문자를 향해 칼을 휘둘렀다.

그러자 금이 간 문자들이 다양한 빛을 내뿜었고, 땅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온다!”


시니아가 칼을 휘두르다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시야 너머로 거대한 무언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거인이네요···”


전신을 화염으로 두른 거대한 무언가가 쿵쿵거리며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유라의 말 그대로 거인이라는 존재였다. 불타는 산과 같은 스케일에 시니아조차 잠시 넋을 잃고 그것을 바라봤다.


“엄청 크다!”


시니아는 그렇게 말하며 거인을 향해 뛰어들었다. 크라우디스가 거인의 머리와 교차하자 대지가 진동하며 커다란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러나 거인은 물러서지 않았다. 잠시 뒷걸음질을 친 거인은 커다란 주먹을 시니아를 향해 강타했다.


“시니아!”


바닥에 연기가 뽀얗게 일어났다. 다행히 시니아는 멀쩡했다. 시니아는 크라우디스를 꽉 쥐고 다시 한 번 뛰어들었다.


“시니아! 약점을 노려!”


시니아가 이를 악문 채 거인을 바라봤다.


“약점이 어딘데?!”


“이쪽을 노리게!”


크라우디스가 검의 방향을 거인의 어깨로 옮겼다.

시니아가 다시 힘껏 검을 들어 거인의 어깨를 공격했다. 거인이 굵직한 비명을 지르며 어깨를 만졌다.

시니아는 틈을 주지 않고 반대편으로 달려갔다. 거인은 불을 뿜으며 응수했지만, 유라가 물을 쏘아대며 대응하자 시니아에게 아무런 효과도 주지 못했다.


정공법 밖에 없는 보스였다. 반대로 레벨이 된다면 그 어떤 보스보다 쉬운 보스였다. 시니아가 반대쪽 어깨에 검을 내리꽂자, 거인은 다시 한 번 비명을 지르며 무릎을 꿇었다. 비명 소리가 커질수록 몬스터들이 더욱 거칠게 시니아와 유라를 공격해왔다.

시니아는 드래곤 브레스를 사용해 잔챙이들을 처리했다. 몬스터 중에는 같은 화(火)속성들도 많았지만, 레벨 차 앞에는 장사가 없었다.


거인이 비명을 끝내자, 거인의 이마에 불그스름한 보석이 빛을 내며 튀어나왔다.


“조심해!”


시니아가 내 말을 듣고 잠시 뒤로 물러났다. 8M를 넘는 거인이 불꽃을 터트리며 우리를 노려보았다. 체력이 많이 달면 나타나는 발악 패턴이었다.


“유라 씨! 마나는 얼마나 남았어요?”


유라가 허둥지둥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이쪽으로 달려왔다. 헉헉 거리는 모습이 마나가 많이 부족한 상태인 것 같았다.


“아쿠아 볼을 세 번 정도 쓸 정도에요.”


“딱 좋아요.”


시니아가 다시 거인을 향해 뛰어들었다. 불꽃을 튀기는 거인의 주먹은 시니아의 불꽃을 이기지 못했다. 그러나 거인은 쉽게 쓰러지지 않았다. 이마 위의 불꽃이 꺼지지 않는 한 거인은 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시니아의 기술로는 불꽃을 꺼트릴 수 없었다.

다행이도 우리에겐 유라가 있었다.

“갈게요!”


유라가 주문을 길게 외워 거대한 아쿠아 볼을 만들어냈다. 한 번에 세 배치의 분량을 뽑아내다니, 유라도 어느 정도 적성이 맞는 직업을 고른 것 같았다. 유라는 아쿠아 볼을 번쩍 들어 거인의 이마를 향해 날렸다. 거인은 위협을 감지하고 손으로 물을 막았지만.


“어딜!”


시니아의 검격에 손이 날아가며 이마를 흠뻑 적시고 말았다. 거인은 다시 한 번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이젠 끝이었다.

시니아가 더욱 크게 드래곤 로어를 사용하며 거인의 목을 베었다. 거인의 피가 들판을 적셨다.


눈앞으로 창이 떠올랐다.


= = = = = = = = = = = = = = = = =

-균열 던전을 클리어했습니다.

= = = = = = = = = = = = = = = = =


거인은 쓰러졌다.

손쉬운 첫 던전 클리어였다.



*

들판의 불꽃이 어느새 잦아들고 있었다. 한 무더기로 있던 몬스터의 시체도 눈 깜짝 할 사이에 사라졌고, 이계의 태양이 반짝 거리며 떠올랐다.


“끝이야?”


시니아가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거인의 시체를 바라봤다. 불이 꺼진 거인은 점차 가루가 되어 사라지고 있었다.


“응.”


거인이 있던 곳에서 무언가가 반짝였다. 황금빛의 상자였다. 우리는 조심스럽게 그곳으로 향했다.


“뭐가 들어있을까요?”


유라가 반짝이는 눈으로 물었다.


“골드, 그리고 스킬북.”


나는 뻔하다는 눈으로 답했다.

상자를 열자 내가 말한 대로 어마어마한 양의 골드와 자그마한 책 하나가 들어있었다.


“대충 5,000골드 정도 되어 보이네요.”

유라가 신이 난 표정으로 돈을 자루에 담기 시작했다. 나는 책을 들어 펼쳤다. 게임 상에서는 펼치는 순간 스킬을 배우는 형식이었는데 어떻게 될까 궁금했다.

시니아가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나를 바라봤다.


“그건 뭐야?”


“스킬 북···같은 데?”


책을 펼치자 글자가 다양한 색채로 반짝였다. 눈이 부시다 싶을 정도로 반짝이는 글자를 바라보고 있자, 뇌 속으로 무언가가 들어오는 느낌이 들었다.

사용 방법을 말해주는 듯한, 기묘한 경험이었다.


= = = = = = = = = = = = = = = = =

스킬, 화색의 눈을 획득하였습니다.

= = = = = = = = = = = = = = = = =


창이 나옴과 동시에 나는 책을 떨어트렸다. 아주 잠깐 기절을 한 것만 같았다.


“뭐야···아무것도 안 써져 있네··· ”


시니아가 떨어진 책을 주운 뒤 잠시 펼쳐보며 중얼거렸다. 나는 곧장 화색의 눈을 사용해보았다.


사용법은 간단했다. 머릿속에서 스킬을 강하게 사용하고자 하는 마음을 먹으면서 찾고자 하는 것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기억해내는 거였다.


‘크라우디스를 찾아라’


그러자, 머릿속에서 바로 옆에 있는 시니아의 위치를 알려주는 듯한 느낌을 보냈다.


“응? 왜 그래?”


시니아가 강한 시선을 받았는지 나를 멍하니 바라봤다.


“이런 느낌이구나···”

“뭐가?”


“아무것도 아니야.”


나는 잠시 주위를 둘러봤다. 세계가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다. 우리가 들어왔던 균열의 빛을 바라보자 크기가 조금 줄어든 것처럼 보다 약하게 일렁였다.


“이제 나갑시다.”


유라가 챙긴 돈자루를 인벤토리에 넣으며, 우리는 던전을 벗어났다.


“아침이네요.”

유라가 하품을 하며 말했다. 시간 개념이 다른지 밖은 화창하게 해가 떠오른 상태였다.

좋은 뜻은 아니었다. 그 사이에 누군가가 부활의 성배를 사용했다면 문제였으니 말이다.

나는 곧바로 화색의 눈을 사용했다.


‘부활의 성배를 찾아라’


게임 속의 이미지를 형상화해서 그런지 크라우디스를 찾을 때보다는 기운이 약했다.

그럼에도 머릿속에서 희미하게 특정 장소가 떠올랐다. 잘 아는 곳이었다.


“여러분은 피곤할 테니 다시 주무시러가세요.”


“엥? 호영은 뭐하게?”


“잠시, 도둑놈 좀 손봐야지.”


나는 입을 쩝쩝대는 팩과 함께 스푼타르크의 거대한 시계탑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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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08. 피에는 피로 (1) +3 21.03.17 125 8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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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07. 던전 탐험 (4) +2 21.03.12 137 9 11쪽
22 07. 던전 탐험 (3) +1 21.03.11 156 6 11쪽
21 07. 던전 탐험 (2) +2 21.03.10 171 7 13쪽
20 07. 던전 탐험 (1) +1 21.03.08 181 9 11쪽
19 06. 변수 (3) +2 21.03.04 199 9 14쪽
» 06. 변수 (2) +1 21.03.03 215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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