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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했던 쓰레기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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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실험쥐
작품등록일 :
2020.12.28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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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10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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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던전 탐험 (2)

DUMMY

07. 던전 탐험 (2)



인간의 죽음.

그것은 다양한 의미를 가지곤 했지만 세르지니아에서는 달랐다.

이곳은 죽음이 일상이 된 세계였기 때문이다.


경비병은 한숨을 몇 번 쉬더니 소매에서 두루마리를 꺼내 펼쳤다.

그가 꺼낸 두루마리 안에는 본 적 있는 얼굴의 남자가 그려져 있었다.


“혹시 이렇게 생긴 남자를 본 적 있습니까?”


두루마리 속의 남자는 오늘 아침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그 남자였다.

나에겐 결코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되어버린 사람이었다.

그림 속 눈동자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 나쁜 기억이 뇌리를 자극했다. 나는 조용히 고개를 돌렸다.


“···없습니다.”


“그러십니까. 알겠습니다. 실례했습니다.”


경비병은 짧은 경례를 하며 작별을 고했다. 나는 휴하고 작게 숨을 내쉬었다.

별 일은 아닌 거 같았다. 단지 머리색이 같아서 생긴 이슈일 뿐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안심을 하려는 찰나, 건너편 지붕 위에서 누군가가 나타났다.


“잠시만요.”


차분한 여성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경비병들이 고개를 돌리자, 나또한 시선이 움직였다.

검은 로브와 망토, 그리고 일그러진 토끼가 그려진 가면. 게임 상에서 자주 보았던 익숙한 보장이 눈 앞에 있었다.

하늘토끼 추적대였다.


경비병은 놀란 듯 움찔거리더니 다시 경례를 취했다.


“충성! 항상 수고하십니다.”


“충성, 실례합니다.”


추적대로 보이는 여성은 나를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나는 긴장을 하듯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당신, 잠시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요?”


여성의 가면 너머로 보이는 눈에서 안광이 반짝였다.

추적대의 공통 스킬 중 하나인 ‘직감의 눈’이었다.


‘직감의 눈’은 특정한 사건이 발생하면 그와 관련된 요소들을 본능적으로 감지하는 능력을 가진 스킬이었다.


“무슨 일이시죠?”


“사건 수사 중입니다.”


“어떤 사건요?”


“도난 사건입니다.”


여성은 차분한 말투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녀는 부활의 성배 도난 사건을 간략하게 요약하여 나에게 설명했다.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저와 무슨 상관이죠?”


“사건 발생 전에 현장에서 하얀 머리의 사람을 보았다는 증언이 있습니다.”


“아···그게 저인 거 같다?”


“그거야 모르는 일이지만, 하얀 머리는 드물죠. 그러니 수사에 협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녀가 가면 뒤로 미소를 짓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추적대는 스푼타르크에서 손에 꼽는 권력집단이었다. 내가 수사를 거부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일이었다.


하얀 머리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실상은 부활의 성배를 가지고 있는 나에게 직감의 눈이 발동하는 것일 터였다. 나는 여성을 바라보며 차분하게 대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여성은 경비대와 마찬가지로 나의 알리바이를 물으며 여러 가지를 질문하기 시작했다. 나는 빈틈이 없도록 나의 결백을 주장했다. 여성의 말투가 점차 어두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럼 마지막으로······검사를 좀 하겠습니다.”


여성은 그렇게 말하며 나의 몸을 뒤적였다. 당연하지만 그녀는 그녀가 찾고 있는 물건을 찾을 수 없었다. 여관의 방으로 안내해달라는 말에 나는 조심스럽게 여관 안으로 들어왔다.

멍하니 나와 여성을 바라보는 시니아와 유라가 입을 열심히 오물거렸다. 그들을 잠시 쳐다본 여성은 나의 방으로 들어와 여기저기를 살펴보았다.


“특별한 건 없군요.”


“그런가요?”


나는 화색을 띤 미소로 대답했다.

그 때였다.


“인벤토리.”

“네?”


“인벤토리를 보여주십시오.”


나는 마른 침을 삼키며 뒤로 물러났다. 인벤토리?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일까. 저들이 인벤토리를 잘 알고 있다니. 게임 상에서도 이런 일이 있었는지 나는 잠시 생각을 했다.


추적대는 검문이라는 스킬을 가지고 있었다. 검문을 사용하면 플레이어가 가지고 있는 아이템을 전부 확인했다. 인벤토리를 포함해서 말이다. 그것이 단지 게임적 허용은 아닐까 싶었지만, 설마 인벤토리 자체를 아는 것으로 설정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인베토리를 확인하겠습니다.”


여성의 목소리가 보다 거칠어졌다. 그녀는 나를 바라보며 허리에 차고 있는 검을 만지작거렸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인벤토리를 여는 주문을 조심스럽게 외웠다.


“여기요.”


여성은 인벤토리 창이 보이는 지, 인벤토리 창을 위아래로 훑기 시작했다. 그리곤 아쉽다는 듯이 혀를 차며 말했다.


“일행 분들의 것도 확인해야겠습니다.”


여성은 식사를 하는 유라와 시니아에게 다가갔다.

인벤토리 대신 칼을 뽑으려는 시니아를 겨우 말린 나는 둘에게 여성이 시키는 대로 할 것을 부탁했다.

그렇게 모든 인벤토리를 확인한 여성이었지만, 당연하게도 그녀는 부활의 성배를 찾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건 내가 장비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나는 오른쪽 중지에 낀 반지 하나를 만지작거렸다.

이것이 바로 부활의 성배 #액세서리 모드였다.

부활의 성배의 몇 가지 특이한 특징 중 하나였다.

성배를 반지로 변환하여 장비가 가능하다는 것, 이걸 알고 있는 사람은 제 2 스테이지에 있는 인간들 중에는 아마 없을 것이다. 후반부에야 나오는 사실이니 말이다.


“······실례했습니다.”


여성은 고개를 꾸벅 숙인 채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는 여관을 나갔다. 아쉬움이 가득한 뒷모습이었다.

나는 안도의 숨을 크게 내쉬었다. 다행이었다.

혹시라도 반지를 눈치 채면 어쩌나하는 했으나 전혀 알아보지 못했다.

나는 반지를 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유라와 시니아 앞에 앉아 맥주를 들었다.


“안 들켰나요?”


“네.”


“저게 호영 씨가 말한 추적대군요.”


“가면이 진짜 기분 나쁘게 생겼어.”


여성은 물러났지만 직감의 눈에 포착된 이상 추적대는 끊임없이 우리를 감시할 것이다.

이렇게 된 이상 우리도 나름대로 대비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다행이도 다음 던전에서 얻을 수 있는 아이템 중 적당한 아이템이 있었다.

바로 바람계곡의 팬던트였다.


나는 맥주를 시원하게 마시고, 트림을 하는 시니아와 유라를 향해 다음 던전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했다.


“거기, 춥지는 않겠죠?”


“시원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날아다니는 애들은 써는 맛이 어떨까?”


“새고기, 맛있다. 많이 먹을 거다.”

계곡의 익룡 형태의 몬스터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 시니아와 팩이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우리는 식사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갔다.

창가에 비춘 초승달이 희미한 빛을 내뿜었다.

밤은 깊어가고 있었다.


*


바람계곡

스푼타르크 동쪽에 생성된 계곡 형태의 던전으로 바람이 상시로 불며 다양한 풍(風)속성 몬스터가 돌아다니는 곳이었다.


이번에는 시니아와 유라에게 속성적으로 좋거나 나쁜 점이 없는 곳이었지만, 원거리 공격이 필수적으로 필요한 곳인 데다가, 바람 때문에 불과 물이 날아가 버려서 조금은 불리하다는 생각도 드는 곳이었다.


다행인 것은 시니아가 크라우디스를 통해 새로운 스킬 하나는 배웠다는 것이었다.

바로 검기방출이었다.


“이것만 있으면 날아다니는 녀석들도 쉽사리 썰어버릴 수 있을 걸세!”


크라우디스가 의기양양하게 소리쳤다.

나는 상점에서 혹시나 모를 일을 대비해 활과 화살을 구입했다.

신이 난 시니아와 긴장한 듯 몸을 움츠린 유라와 함께 우리는 스푼타르크 동쪽으로 향했다.


던전에 가까워지자 바람이 점차 강하게 불었다.

유라는 머리카락이 헝클어지는 것이 신경 쓰이는지 계속해서 머리를 만지작거렸다.


“도착입니다.”


나무로 만들어진 던전 출입구 앞으로 솟아오른 많은 계곡과 절벽들이 시야를 메웠다.


“으으, 조금만 더 강하게 불면 날아가 버릴 거 같아요.”


“진짜. 날아간다. 나는.”


팩이 주머니 속에 쏙 들어간 채 말했다.

계곡의 하늘 위로 여러 새들이 날아가는 것이 보였다.


“빨리 들어가자!”


시니아가 신이 난 듯 크라우디스를 뽑아든채 소리쳤다.

우리는 시니아를 앞장 세워 계곡으로 들어갔다.


들어서자마자 등장한 것은 거대한 새들이었다.

그들은 날카로운 부리와 발톱을 세운 채로 우리를 향해 돌진했다.


“어딜!”


시니아가 크라우디스를 이용해 새들을 가볍게 베어냈다.

놀란 새들이 도망가기 시작했다.

시니아가 도망가는 새들을 향해 검기를 방출하자 날아가던 새들이 두 동강이 났다.

나는 활과 화살을 들어 새들을 맞출까 생각했지만, 레벨이 오르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에 그만두기로 했다.


굳이 모든 몬스터를 잡으며 나아갈 필요는 없었다.

몇 번의 전투를 끝으로, 몬스터들은 우리들의 강함을 파악했는지 쉽사리 덤비지 않게 되었다.

계곡은 깊었고, 계곡과 골짜기 사이에 있는 동굴로 우리는 바람을 맞으며 천천히 나아갔다.


“조금 춥네요.”


“시원한데?”


“우으, 물을 만들어도 다 날아가 버려서 저 지금 완전히 무쓸모에요.”


“난. 그냥. 날아간다.”


팩과 유라가 축 늘어진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동굴로 들어가기 전에는 계속해서 이런 상태일 터이니,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측은하게 눈길을 주었다.


산양을 닮은 거대한 몬스터가 가파른 지형을 뛰어넘으며 이쪽으로 다가왔다.

시니아가 검을 들어 산양을 베어내자, 이곳저곳에서 더 많은 산양들이 나타나 우리가 있는 곳을 향해 뛰어오고 있었다.


이른바 악의 산양이라고 불리는 몬스터였다.

나는 칼을 뽑아들고 수비할 자세를 취했다. 유라도 주문을 외우며 거대한 물방울을 만들었다. 시니아는 산양들을 향해 달려가 신나게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숫자가 너무 많았다.


“포위됐어요.”

“그···그럼 어떡하죠?”


나의 뒤에 있던 유라가 겁을 먹은 듯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긴장할 일은 아니었다.

시니아에게는 아직 사용하지 않은 스킬이 많았다. 드래곤 로어 한 방이면 모두 나가떨어질 일이었다.


“시니아!”


“있어봐!”


그런데 시니아의 눈빛이 이상했다. 산양들에게 둘러싸여 싸우고 있는 것은 이해가 되었으나, 이상하게 전투가 끝나질 않았다.


“저기···시니아가 조금 이상한 거 같은데요.”


“나 저거 안다. 상태이상이다.”


시니아가 산양의 도발 스킬에 걸린 상태였다. 레벨이 높아 걸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시니아의 성격 탓에 걸려버린 것 같았다.

나는 한숨을 작게 쉬었다. 그래도 문제는 없었다. 레벨이 다소 오를 수는 있겠지만 말이다.


“유라 씨, 버프 주세요.”


“네···넵!”


유라가 주문을 외우자 몸에서 증기가 뿜어져 나왔다.

산양들이 다가오자 나는 녀석들의 공격을 요리조리 피하며 산양들을 베어나갔다. 유라는 뒤에서 아쿠아 볼을 만들어 나를 보조했다.

팩도 주머니에서 살짝 튀어나와 나와 함께 산양을 공격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겁이 없는 산양들을 모두 처치한 우리는 숨을 헐떡이며 서로를 바라봤다.


“미안!”


시니아가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히며 사과했다. 고작 동물의 도발에 걸려버렸으니 이해가 될 만도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저 녀석들이 날 비웃는 느낌이 들었단 말이야···”


“알겠어. 알겠어.”

숨을 달랜 우리는 다시 계곡을 나아갔다.

가끔씩 튀어나오는 독수리를 닮은 몬스터들과 들소 등을 잡고, 와이번과 익룡 등을 처치한 우리는 바람이 뿜어 나오는 동굴의 앞에 도달했다.


“바람이 더 강해졌어요.”


“안쪽으로 들어가면 괜찮아 질 겁니다. 그래도 다들 긴장은 풀지 마세요.”


우리는 조심스럽게 동굴로 들어갔다. 가져온 횃불을 펼쳐 안을 들여다보니 수많은 박쥐들이 우리를 반기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으엑, 징그러!”


시니아가 소름이 돋았는지 나에게 살짝 붙은 채로 중얼거렸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곳에는 몬스터들이 살지 않았다.

그럴만한 것이 너무나도 강력한 생명체가 동굴의 주인이기 때문이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바람이 끊긴 곳에 다다르자 거대한 문 하나가 우리를 반겼다. 계곡의 보스가 잠들어있는 곳이었다.


“엄청 크네요.”


“문에 뭐라고 쓰여 있는데?”


“어디보자···이곳에 온 자, 모든 용기를 쏟아내지 아니하면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크라우디스가 고대 문자를 읽어나가며 말했다. 모든 용기라, 우스운 말이었다. 우리에겐 그렇게까지 어려운 보스도 아니었고 말이다.


“그래서 여기 보스가 뭐라고 했지?”


“그린 드래곤”


“드래곤?! 블레아 같은?”


“전혀 다르지, 블레아가 그 소리 들으면 화냈을 걸”


우리는 손을 뻗고 천천히 문을 밀었다.

문이 소음을 내며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다. 문이 어느 정도 열리자 거대한 형체의 무언가가 잠을 자고 있는 것이 보였다.


던전의 주인, 그린 드래곤이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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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07. 던전 탐험 (3) +1 21.03.11 155 6 11쪽
» 07. 던전 탐험 (2) +2 21.03.10 171 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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