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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했던 쓰레기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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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실험쥐
작품등록일 :
2020.12.28 07:32
최근연재일 :
2021.04.07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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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11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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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07. 던전 탐험 (3)

DUMMY

07. 던전 탐험 (3)



“크네요.”


“작다.”


잠을 자고 있는 드래곤을 바라보며 유라와 시니아가 소곤거렸다.

그린 드래곤은 블레아와는 달리 위엄이 있어 보이는 모습을 하고 있지 않았다.

크기도 1/3 정도로 작은 편이었고 윤기도 덜했다. 블레아가 괜히 관리를 잘한 게 아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드래곤은 우리가 근처까지 왔음에도 잠에서 일어나지 않는 거 같았다.


“조금 긴장이 풀리네···”


“호구. 드래곤.”


나는 검을 뽑은 채 그린 드래곤을 향해 천천히 나아갔다.

나아가는 동안 동굴을 울리는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드래곤에게서 들려오는 그 소리에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 이거 코 고는 거예요?”


“문 여는 소리가 컸는데···”


코를 골며 편안하게 잠을 자는 드래곤이라, 생각해보면 게임 상에서도 그린 드래곤은 언제나 몸을 웅크린 자세로 플레이어를 맞이했다.

그리고 플레이어가 선공을 하면 잠에서 일어나긴 했다. 그 때마다 거대한 괴성을 지르곤 했는데 지금보니 그건 깜짝 놀라서 지른 비명 소리가 아니었을까 싶다.


“공격 할까?”


“목을 노리면 단 번에 죽일 수도···는 없겠죠?”


“아니되네! 용과의 전투는 신성한 것이네!”


드래곤 앞에 선 시니아가 크라우디스를 뽑아들었다. 그린 드래곤의 코 고는 소리가 더욱 크게 울려 퍼졌다.


“한 번에 공격하면 뭐라도 되지 않을까요?”


유라가 게이머다운 발상을 하며 말했다. 나쁜 아이디어는 아니었다.

실제로 그린 드래곤을 쉽게 죽이는 방법 중에는 폭탄과 같은 아이템을 잔뜩 사둔 다음 한 꺼번에 폭파시키는 방법도 있었으니 말이다.

물론 그 방법은 동굴이 무너져 내릴 수도 있었고, 폭탄이라는 게 지금 단계에서는 구하기 쉬운 아이템도 아니었다.


“정정당당하게 싸워야한다네!”


크라우디스가 성을 내듯 말했다. 드래곤을 상대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카르마(업보)가 생겨나는 짓이었다.

물론 그린 드래곤 같은 하위종을 상대하는 것은 별로 큰 상관이 없었지만, 드래곤은 드래곤이었기에 영웅의 길을 가기 위해서는 정중한 태도로 상대하는 것도 필요한 법이었다.


“크라우디스 님.”


“응 그래! 호영 군. 내 말을 알아듣겠나?”


“저희는 마왕을 무찌르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겁니다.”


“······그런가.”


크라우디스가 침울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조용해졌다. 미안하지만, 꼰대 같은 말은 지금 필요한 게 아니었다.


시니아가 드래곤의 목을 향해 검을 번쩍 들었다. 유라도 주문을 외워 공격을 준비했다.

나 또한 검을 뽑아 시니아와 동시에 휘두를 준비를 했다.


“간다!”


시니아가 검을 내려찍었다. 그와 동시에 유라의 아쿠아 볼과 나의 공격, 팩의 강철이빨이 그린 드래곤의 목을 공격했다. 둔탁한 소리가 남과 동시에 베이는 느낌이 들어왔다.


이윽고


“아파아아아아!”


그린 드래곤이 소리를 지르며 날개를 펼쳤다.


“아파! 아프다고! 너희들 뭐야! 왜 때려!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그래!”


“······”

드래곤은 눈물을 고이며 우리를 바라봤다. 아직 공격 의사는 없는 듯 했으나 도망갈 준비를 하듯 날개를 펼친 모습이 영 볼품이 없었다.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던전의 보스 맞죠?”


유라가 나를 쳐다보며 물었다.


“아마도.”


나도 확신에 서지 못하는 듯 한 말투로 대답했다.


“너흰 누구니? 조용히 잠을 자는 사람한테 이럴 수가 있니? 정말 너무한다! 난 그냥 자고 있었다고! 어디에 피해를 준적도 없고! 그냥 자고 있었다고!”


드래곤이 울분을 토하듯 중얼거렸다. 시니아가 질린 듯한 표정을 지으며 검을 내려놓았다.

게임 상에서는 뭐라 소리를 질러도 이해할 수 없는 언어로 말했기 때문에 이런 소리를 하는지 몰랐었다.

무엇보다 게임에서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공격을 해댔으니 그린 드래곤도 어쩔 수 없이 공격을 했던 것이다.


지금 공격을 하는 것도 나쁘진 않은 방법이지만, 이상하게 그린 드래곤이 불쌍하게 보였다. 이것이 게임이 아니라는 생각을 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나는 헛기침을 몇 번 한 뒤 드래곤을 향해 몇 걸음 걸어가 말했다.


“저희는 던전을 탐험하는 사냥꾼 일행입니다.”


“사냥꾼? 아 그 모험가 나리들? 여기까지 오기 쉽지 않을 텐데···어떻게 왔대?”


“저희가 실력이 꽤 좋거든요.”


“그래! 그래 보여! 방금 공격은 좀 아팠거든! 내가 그래도 좀 단단한 편인데 상처 생긴 거봐”


드래곤은 목이 아픈지 도마뱀 같은 손으로 목을 계속해서 어루만졌다.


“그래서···나 죽일 거야?”


“일단 저희도 던전을 클리어 해야 해서 말이죠.”


“으으···미안한데 나 죽는 건 싫어···그냥 가 줄 순 없을까?”


“저희도 사정이란 게······”


“으음······”


드래곤은 깊은 고민을 하듯 허공을 바라보며 목을 쓰다듬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결심했다는 듯 박수를 치며 말했다.


“좋아, 던전만 클리어하면 되는 거지?”


“네, 일단 그렇긴한데”


“자!”


드래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눈앞으로 창이 떠올랐다.


= = = = = = = = = = = = = = = = =

-던전을 클리어했습니다.

= = = = = = = = = = = = = = = = =


“엥?”


“어 뭐야?”


“우와!”


일행들은 각기 감탄사를 내뿜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보스를 잡지 않아도 던전 클리어가 가능하다니. 놀라고 있는 우리들 앞으로 황금색의 상자가 나타났다.


“이런 게 가능하다니···”


나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놀라운 일이었다. 보스가 없는 던전도 있고, 보스를 쓰러트리지 않아도 클리어가 가능한 던전도 물론 있지만, 이런 식으로 보스 마음대로 던전을 클리어 시켜버리는 던전은 게임 상으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뭘 그렇게 놀래? 내가 던전의 주인인데 내 마음대로 던전을 클리어시킬 수도 있는 거지.”


“아···!”


그런 거였다. 던전의 보스와 던전의 주인은 다른 개념이다. 던전의 보스는 던전에서 우리들이 최종적으로 물리쳐야할 대상이라면, 던전의 주인은 던전 그 자체를 만들고 조종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때때로 던전의 보스와 던전의 주인이 겹쳐지는 경우도 지금처럼 있었다. 그런 경우에는 던전을 설계한 사람이 원하는 상황에서 던전을 클리어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하물며 상대는 드래곤이니 어렵지 않게 가능했을 것이다.


“여기 잠자기 좋은 곳이었는데···아쉽게 됐네.”


그린 드래곤은 그렇게 말하며 다시 날개를 펼쳤다. 날개를 몇 번 펄럭이자 드래곤은 거대한 돌풍을 일으키며 공중에 날아올랐다.


“그럼 잘 있어!”


동굴 밖으로 휙하고 날아간 드래곤은 시야에서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우리는 멍하니 드래곤이 나간 곳을 바라보았다.


“뭔가···허무하네요.”


“그럼 우리 안 싸우는 거야···?”


시니아가 아쉬운 듯 검을 집어넣으며 투덜거렸다.

아무튼 그렇게 우리는 던전을 클리어했다.

황금 상자에서 바람계곡의 팬던트를 손에 넣은 우리는 무너져가는 던전을 뒤로한 채 여관으로 돌아왔다.



*


“······다시 말씀해주시겠어요?”


사냥꾼 길드에 도착한 나는 달성한 의뢰서, 태양의 절벽과 바람계곡을 접수원 히요에게 내밀며, 클리어 소식을 알렸다.


히요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저···혹시 착오가 있을 수도 있는데, 태양의 절벽은 10층이구요.”


“네, 10층까지 모두 클리어했고 던전도 닫았습니다.”


“······바람계곡에는 용이 사는데···”


“클리어 했습니다.”


“이건 말도 안돼요······”


히요가 다물지 못한 입으로 고개를 쑤그리자, 옆 자리의 접수원이 다가와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곧바로 길드 내의 다른 사냥꾼을 불러 태양의 절벽과 바람 계곡이 정말 닫혔는지에 대해 알아보도록 지시가 내려졌고, 나는 길드 마스터가 있는 2층으로 자리를 옮겼다.


길드 마스터 롬프

게임 상에서는 자주 봐왔던 얼굴이라 익숙했지만, 실제로 보니 더욱 반가운 얼굴이었다. 훤칠한 키와 탄탄한 몸매의 50대 남성의 얼굴을 하고 있는 그는 정말로 정의롭고 좋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자네가 이번에 두 던전을 클리어했다?”


“네, 그렇습니다.”


여관에서 쉬고 있는 일행들을 내버려둔채 온지라 더욱 진정성이 없어보였으나, 내가 가지고 있는 태양빛의 쿠엘라스와 바람계곡의 팬던트를 본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인을 갔다 온 자들도 두 던전이 클리어 됐다고 보고를 올렸고, 아무래도 그 아이템들은 던전에서 얻은 아이템인 것 같은데···맞는가?”


“네, 그렇습니다.”


“좋네, 그렇다면 인정을 해줘야겠지.”


롬프는 그렇게 말하며 의뢰서에 자신의 커다란 도장을 쾅하고 찍었다.


“감사합니다.”


“우리가 감사할 일이지. 그나저나 보상 안에 대해서 말인데···”


던전은 클리어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보상 또한 매우 짭짤하다. 문제는 길드에서 보유한 재정으로는 던전 두 개를 클리어한 것을 한 번에 지불하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그런데 돈을 보관하는 형식으로 하지는 않겠는가?”


롬프는 난감한 듯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미안하다는 뜻인거 같았으나 나 또한 그렇게 큰 돈을 들고다닐 생각은 없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롬프는 감사하다는 듯 나의 두 손을 잡고 강렬하게 악수를 했다.


그렇게 나의 수중으로 250만 골드가 들어왔다.


“그러면 앞으로는 어떻게 살 셈인가?”


“던전을 하나 더 클리어할 생각입니다.”


“호오···어디로 갈 생각인가?”


“바다궁전입니다.”


“거긴······수중 마법이 없으면 힘들 텐데, 가능한가 보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 유라에게 물속에서 숨을 쉬게 하는 스킬을 배울 수 있도록 할 생각이었다.


“어려 보이는데 무척이나 대단한 힘을 가지고 있군, 마왕이 나타난대도 자네들만 있다면 문제가 없겠어.”


룸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 때 길드장실 문으로 누군가가 급하게 들어왔다. 접수원 중 한 명인 에네사였다.


“무슨 일인가?”


“마스터! 큰일입니다! 드래곤이 나타났습니다!”


“드래곤이라고? 어떤 드래곤인가?”


드래곤? 이 시기에 드래곤이 나타나는 이벤트는 게임상으로는 없었을 터였다. 뭔가 또 일이 꼬인 것이 분명했다. 다른 플레이어의 짓인걸까. 잠시 그런 생각을 하던 와중 에네사가 말을 덧붙였다.


“그린 드래곤입니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망할 드래곤, 바람계곡에 있던 드래곤이 멀리 가지 않고 근처에 둥지를 틀 생각이었나 보다.


“제가 해결하겠습니다.”


“오오! 역시 믿음이 가는 청년이군!”

룸프는 박수를 하며 환한 미소로 나를 내보냈다.


나는 발을 질질 끌며 여관으로 돌아가 일행들을 불러 모았다. 일단은 말로 해볼 생각이지만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귀찮은 용이네요.”


“또 가니까 자고 있는 거 아니야?”


우리는 한숨을 쉬며 그린 드래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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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7. 던전 탐험 (3) +1 21.03.11 157 6 11쪽
21 07. 던전 탐험 (2) +2 21.03.10 171 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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