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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했던 쓰레기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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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실험쥐
작품등록일 :
2020.12.28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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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07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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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29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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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미리나 (3)

DUMMY

11. 미리나 (3)


“우으으, 머리가 어질어질해요.”


공중에서 떨어진 우리는 머리를 어루만지며 주위를 둘러봤다.

길쭉한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었고 하늘은 초록빛으로 반짝였다.

요정의 숲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으아앙!”


이윽고 카리나가 하늘 위에서 떨어졌다.

카리나는 골반을 어루만지며 하늘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미리나! 쟤는 자기 언니를 뭐로 보는 거야!”


나와 유라는 갑자기 튀어나온 카리나를 멍하니 바라봤다.


“응? 너는 왜 들어온 거야?”


“아니, 그냥 너가 여기 있다해서···”


“뭐?”


“모, 못 돌아오면 어떡하나 싶어서···”


카리나가 고개를 돌린 채 얼굴을 붉혔다.


이곳은 꿈의 숲, 고대 엘프들의 영혼이 가득 찬 던전의 일종이었다.


“하, 정말···”


나는 쯧하고 혀를 차며 계속해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이곳은 웬만하면 오고 싶지 않은 장소였다.

강한 몬스터가 있는 것도, 복잡한 퍼즐이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내가 가장 싫어할 만한 요소가 잔뜩 있는 곳이었다.


“우으으, 왠지 졸린 느낌이 들어요”


유라가 피곤하듯 눈을 깜빡거렸다. 뒤를 돌아보자 카리나가 멍하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야.”

“응?”

“내 얼굴에 뭐 묻었어?”

“아니, 왜?”

“그런데 왜 자꾸 쳐다봐.”

“아···안봤는데?”

“아까부터 계속 봤잖아.”

“안 봤다니까!”


카리나는 새빨개진 얼굴로 소리를 지르며 나를 앞장 질렀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걸까.


“어?”


유라가 무언가를 본 듯 숲 건너편을 바라봤다.


“왜 그래요?”

“저기, 누군가가 지나갔어요.”


지팡이를 꼭 쥔 채 긴장을 놓지 않는 유라.

유라가 가리킨 곳을 바라보니 정말로 어떤 그림자가 움직이는 것만 같았다.


나는 인벤토리에서 혼돈과 질서의 검을 꺼내 들고 주위를 살피며 걸어갔다.


이상한 웃음소리가 들려오고, 나무 사이로 푸른 불빛들이 지나갔다. 안 그래도 음침한 숲이었는데 이상한 분위기가 추가되자 몸이 살짝씩 떨려왔다.


겁이 난 것은 나뿐만이 아닌 듯했다. 유라가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나의 뒤를 졸졸 따라가다, 지친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저기, 언제까지 걸어야하나요?”

“그건 저도 알 수 없습니다.”

“맞아, 아이템을 찾는 수밖에 없지.”


카리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 아이템이라는 건 어디있나요?”

“그건 저도 모릅니다.”

“네?”

“완전 무작위거든요 그거.”


그랬다.

내가 싫어하는 가장 큰 요소 중 하나인 극단적인 무작위성.


이곳에 등장하는 몬스터를 비롯한 모든 요소는 플레이어의 성향과 능력치의 영향을 받은 채 무작위로 등장했다.


능력치의 영향을 받는다면 유추를 할 수도 있겠다 싶지만, 그 종류가 너무 다양하고 너무 세밀해서 하나하나 분석하기란 쉬운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보니 어떨때는 굉장히 쉬운 몬스터가 등장해서 손 쉽게 클리어를 할 때도 있었고, 정체를 알 수도 없는 무지막지한 녀석들이 나와서 끔살을 당했던 기억도 있었다.


그리고 그런 몬스터를 처치하고 나오는 에메랄드 형태의 보석을 사용해야만 이곳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망할 미리나.”


그렇게 중얼거리며 조심스럽게 숲을 헤쳐나갔다.


이상한 웃음소리와 함께 잔잔한 바람소리가 들려왔다. 웃긴 건 바람은 또 불지 않았다.


누군가가 바람 소리를 흉내 내고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내가 싫어하는 귀신이 이 구간에는 잔뜩 등장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어어?”


유라가 발걸음을 멈춘 채 숲 너머를 바라봤다.


“왜 그런가요? 또 누군가 지나갔나요?”

“어? 아, 네···그렇긴한데”


유라는 뭔가 보면 안 될 것을 본 것처럼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저, 호영 씨.”

“네, 왜 그러세요?”

“시니아가 벌써 부활을 했을 가능성은 혹시 없을까요?”

“······무슨 소리에요?”

“그럼···제가 본 건 도대체 뭘까요?”


그때, 무언가가 휙하고 우리의 앞을 지나쳤다.

그것은 사람 형태의 무언가였다.

붉은색의 머리카락과 날렵한 몸매의 무언가. 그것은 너무나도 익숙한 광채를 가지고 우리를 노려보고 있었다.


“시니아.”


나는 순간 그렇게 중얼거리고 말았다.

그러나 저것은 시니아가 아니었다. 우리의 기억을 토대로 만들어진 몬스터에 불과했다.


시니아의 형태를 한 무언가는 나무 사이로 이리저리 움직이며 점차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유라가 지팡이를 들고 주문을 외웠다. 스팀 배틀의 효과가 적용되고 하늘 위로 구름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번개가 나무를 불태우듯 땅을 향해 내려쳤다. 그러자 나무를 오가던 시니아가 공중으로 뛰어올라 유라를 향해 검을 내려찍었다.


“조심해요!”


나는 시니아의 둔탁한 검을 겨우 받아내며 짧게 신음을 흘렸다.

크라우디스를 닮은, 그러나 크라우디스는 아닌 괴상한 형태의 검을 쥔 시니아가 무표정한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저런 검을 상대할 줄 알았으면 크라우디스를 항상 몸에 들고 다니는 건데.

괜히 시니아 옆에 있게 해주면 좋을 거 같아서 폴리에스 근처에 둔 것이 아주 조금 후회가 됐다.


시니아가 거대한 검을 반복해서 휘둘렀다. 그것을 힘겹게 맞받아친 나는 시니아가 틈을 보이자 재빠르게 복부를 강타했다.


그러나 나무를 찌르는 듯한 둔탁한 소리만이 들려왔다. 나의 공격을 받은 시니아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호영.”


시니아를 닮은 무언가가 입을 열었다.

유라와 나는 잠시 움찔거리며 시니아를 바라봤다.


“호영. 너 때문에 내가 죽었어.”


“그래,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그러니까”


검을 꼭 쥔 채로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시니아를 향해 뛰어들었다..


“반드시 구해줄게.”


*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오랜 사투 끝에 우리는 시니아를 닮은 무언가를 무찌르는데 성공했다.


패턴 자체가 단조로워 어려운 것은 아니었지만, 너무나도 단단한 것이 문제였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어? 보석이 없는데?”


카리나가 당황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시니아의 시체는 이미 먼지가 되어 사라진지 오래였다.

원래라면 그 자리에 보석이 있었어야만 했다.

그렇지 않다는 건.


“다른 녀석이 가지고 있나 보군요.”


나의 말에 유라가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방금 전의 전투로 조금 지친 듯한 표정의 유라는 피곤한 듯 목을 삐그덕거렸다


“이렇게 된 이상 더 움직여봅시다.”


“우으으, 이제 배가 고파와요.”


우리는 다시 숲을 걸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멀리서 사람의 그림자로 보이는 무언가가 보여왔다.


이번에는 동양의 남자로 보이는 인물이 이상하게 생긴 휴대폰을 들고 우리를 노려보고 있었다.


“김태양?”


먼저 반응을 한 것은 유라였다.


“망할 년아,”


그렇게 말하며 일그러진 표정으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김태양,


유라는 당황한 듯 주문을 외우지 못하고 뒷걸음질을 치고 있었다.


나는 그런 유라를 힐끗 바라본 끝에 남자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시니아와는 다르게 김태양이라는 남자에겐 제대로 된 전투력이 없어보였다.


목이 베어진 남자는 그 자리에서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유라는 놀란 듯 진땀을 흘리며 천천히 나의 뒤를 따라왔다. 무언가 무서운 경험을 한 듯 카리나의 옷깃을 붙잡고 있는 것이 눈에 밟혔다.


“유라 씨, 아까 그 사람은?”

“······”


유라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한참을 걷고 있자 그제야 유라는 괜찮아진 듯 입을 열었다.


“제, 스토커였어요.”


그러곤 다시 입을 다시 다물었다.


유라라고, 인터넷 방송을 하면서 좋은 일만을 겪었을 리가 없었을 것이다.


왠지 과거의 상처를 건드린 느낌이 들었다


김태양을 처치하고 5분쯤 지나자, 저 건너편으로 사람의 형체를 한 무언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젠장.”


나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난 채 가만히 서서 그것을 바라봤다.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새까만 교복을 입고 멋없는 안경을 쓰고 있는 한 학생.

교복의 이름표에는 마동후라는 이름이 적혀있었다.


“뭐야, 저거. 엄청 약해 보여.”


카리나가 활 시위를 당겨 마동후를 노렸다. 화살이 발사되고 김태양이라는 남자와 마찬가지로 활에 맞고 쓰러진 무언가는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그래 차라리 이게 나아. 나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이 무섭게 하늘 위로 무언가가 떨어졌다.


바로 마동후였다.


“어? 어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푹 푹


하늘 위로 사람이 떨어졌다. 그것도 계속해서. 마동후는 하늘 위에서 떨어지고 시체가 되어 사라지기를 반복하기 시작했다.


그 숫자는 갈수록 많아지기 시작했고, 우리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마동후를 피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이런 건 처음보는데···”


카리나가 당황한 표정으로 열심히 달리며 중얼거렸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입을 닫고 유라의 뒤를 힘차게 달려갔다.


이따금 떨어지는 마동후가 무엇인가를 말하듯 입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달리던 나의 앞으로 마동후 하나가 떨어졌다.


“호영아.”


그는 그렇게 말하곤 사라졌다.


“호영아.”

“호영아.”

“호영아.”


계속해서 떨어지는 마동후. 아마 그것은 끝이 없는 것으로 보였다.


이런 경우에는 본체가 되는 무언가를 없애야만 했다.


원래라면 손쉽게 해결 방안을 생각해냈을 나였지만, 지금은 생각이 꽉 막힌 것처럼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기분 나쁜 과거의 기억들이 하나둘 떠오를 뿐이었다.


“우으으! 이거 어떻게든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유라가 다급하게 소리를 지르며 주문을 외웠다.

비라도 내리게 하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을 한 것 같았으나, 비가 내림에도 마동후의 추락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호영아.”

“호영아.”

”호영아.“


갈수록 나를 부르는 목소리는 커져만 갔다.


유라는 나를 힐긋힐긋 바라보며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알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나는 답답한 표정을 지으며 눈을 감았다. 그러자 더욱 선명하게 마동후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호영아, 너 때문에 내가 죽었어.“

”호영아, 도대체 넌 왜 아직도 살아있는 거야?“

”호영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 사람들은 모르지?“

”호영아.“

”호영아.“



”그만해!“


나는 소리를 치며 땅에 머리를 박고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


미쳐버릴 것만 같은 기억 속의 고통이 반복되서 나의 뇌리를 먹어버리는 것 같았다.


나는 구토가 나오는 것을 간신히 참으며 들려오는 목소리를 막기 위해 귀를 막았다.


그러나 더욱 커지는 그 소리에 나는 미쳐버릴 것만 같은 기분을 느끼기 시작했다.


마동후. 마동후. 마동후. 저 개새끼.


아, 끝이다.

나는 이 세계를 살아갈 자격이 없다.

그냥 죽자


온갖 부정적인 생각이 머릿속에 스며들었다.

나는 혼돈과 질서의 검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그것을 나의 목을 향해 들이밀었다.


그러나.


”호영 씨!“


유라가 있는 힘껏 검을 잡아당기며 나를 저지했다.


유라의 손에서 피가 뚝뚝 흘러나왔다. 조금 울기라도 한 것처럼 눈물을 흘리는 유라를 바라보고 있자 나는 정신이 또렷해지는 것을 느꼈다.


유라는 피가 흘러내림에도 웃음을 잃지 않은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정신을 차린 나는 손을 털며 아파하는 유라에게 포션을 건네주었다.

그리곤 다시 검을 바로 잡아 떨어지는 마동후를 하나하나 베어내기 시작했다.


”미안해요 유라 씨. 그리고 고마워요“


떨어지는 마동후의 수가 어느 정도 적어지자, 저 하늘 너머로 가만히 나를 바라보는 또 다른 마동후가 보였다.


그것은 기분 나쁜 미소를 띠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덤비라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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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13. 타나토스 (1) +1 21.04.02 56 2 11쪽
40 12. 트라우마 (3) +1 21.04.01 65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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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11. 미리나 (2) +1 21.03.28 57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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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08. 피에는 피로 (2) +1 21.03.18 114 5 10쪽
26 08. 피에는 피로 (1) +3 21.03.17 125 8 14쪽
25 07. 던전 탐험 (6) +2 21.03.16 143 7 11쪽
24 07. 던전 탐험 (5) +1 21.03.15 147 6 13쪽
23 07. 던전 탐험 (4) +2 21.03.12 137 9 11쪽
22 07. 던전 탐험 (3) +1 21.03.11 156 6 11쪽
21 07. 던전 탐험 (2) +2 21.03.10 171 7 13쪽
20 07. 던전 탐험 (1) +1 21.03.08 181 9 11쪽
19 06. 변수 (3) +2 21.03.04 199 9 14쪽
18 06. 변수 (2) +1 21.03.03 214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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