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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했던 쓰레기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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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실험쥐
작품등록일 :
2020.12.28 07:32
최근연재일 :
2021.04.07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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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30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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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2. 트라우마 (1)

DUMMY

11. 트라우마 (1)



한 때는 내가 세상의 주인공이 된 줄 알았다.


모든 것이 완벽했다. 편부모 가정에서 자랐지만 천부적인 재능으로 프로게이머가 되었고,

대회에서 연전연승하며 수많은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게임의 기억 자도 모르면서 항상 대회장 앞에서 응원을 해주던 어머니가 있었고, 누구보다 소중한 친구들도 있었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이 일순간 사라져버렸다.


[황호영의 실체를 고백합니다.]


누군가가 인터넷에 올린 저격글. 거짓과 진실이 오묘하게 섞여있는 그 글로 인해 나의 인생은 무너지고 말았다.

[황호영은 형원 중학교 왕따 자살 사건의 가해자입니다.]


사실이 아니었다. 그러나 나는 부정할 수 없었다.

나는 그 친구가 죽는 것을 방치하고 있었으니까.


[왕따 피해자는 황호영의 단짝친구였습니다.]


반은 맞는 말이었다.

마동후, 그 쓰레기 같은 녀석이 설마 진짜 죽을 줄은 예상하지도 못했으니까.


[여기, 자살 사건의 피해자가 쓴 유서를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그곳에는 나를 저주한다는 말만이 가득히 적혀있었다.

나 때문이라고, 모든 것을 저주한다고 적힌 그 글 속에선 나에 대한 분노만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속보 – 프로게이머 황호영, 알고보니 중학교 시절 왕따 가해자]


[극단적 선택을 한 왕따 피해자, 황호영 측은 “사실무근” 그러나 유서가 공개돼···]


-와 황호영 그렇게 안봤는데 개 쓰레기였네 ㅋㅋㅋ

-내가 다시는 저 팀 응원하나 봐라

-자기도 똑같이 당해봐야 알지 ㅉㅉ


아니라고 해도 믿는 사람이 없었다. 중학교 동창들은 하나같이 거짓된 증언을 했다.


-내가 황호영이랑 같은 중학교였는데, 재 완전 쓰레기였음

-맞음 맞음, 담배랑 술도 엄청하고, 애들 존나 때리고 다님.

-그 얘한테 맞고 다닌 애들이 한 둘이 아닐걸?


게다가 내가 그 녀석을 때리는 영상만이 유튜브를 뜨겁게 달궜다.


마치 나를 일부러 매장시키려는 듯이.


나는 곧바로 팀에서 추방됐다.

프로게이머로서의 인생이 끝자락이 났다. 학교로 나간 나는 거기서도 무수한 눈초리를 받으며 지내야만 했다.


소문은 소문을 물었고, 너무나도 많은 뒷담과 눈치, 그리고 폭행을 견뎌야 했던 나는 결국 학교를 그만두고 집안에 틀어박혔다.


엄마가 쓰러진 것은 그맘때쯤이었다. 스트레스로 인한 뇌 질환이었다. 나의 여파로 직장을 잃은 어머니는 그럼에도 언제나 나를 믿는다는 말을 하며 나를 위로했다.


나는 끝내 어머니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어머니는 그렇게 시름시름 앓다가 어느 날 돌아가셨다. 그 이후로 나는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지구가 멸망하는 날까지.


“호영아.”


하늘 위에서 마동후가 떨어져 내렸다. 자기가 죽었던 그때의 일을 다시 되뇌게 하는 것처럼.


나는 혼돈과 질서의 검을 단단히 붙잡은 채 하늘을 향해 검기를 발사했다.


검기는 마동후의 가슴을 직격했지만 마동후는 쓰러지지 않았다.


유라는 아쿠아볼을 쏘아대며 그런 나를 보조했다.


“우으, 꿈쩍도 안 하는데요?”


마동후를 향해 썬더콜링을 시전한 유라였으나, 번개가 아무리 떨어져 내려도 마동후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유라가 마동후를 바라보며 표정을 찡그렸다.

마동후의 넉살 좋은 미소를 바라보고 있으니 나또한 화가 밀려오기 시작했다.


“호영아.”


마동후는 끊임없이 나의 이름을 되뇌었다.

나는 나무를 밟고 하늘로 힘차게 뛰어올랐다.


그럼에도 나의 검은 마동후가 있는 곳까지 닿지 못했고 무의미하게 검기를 휘두를 뿐이었따.


“젠장, 끝이 없네.”


최악의 상성이었다.

우리는 날 수 없었고, 마동후는 하늘에 매달려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툭


하고 떨어지는 마동호의 시체들이 끊임없이 우리를 공격하고 있었다.


떨어지는 시체를 받아칠 수 있는 것은 나의검이 전부였고, 유라의 주문도 카리나의 화살도 시체를 저지하지 못했다.


“으아아! 진짜 짜증나! 저거 좀 어떻게 해봐!”


카리나가 바람을 실어 시체와 마동후를 향해 화살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화살은 박히는 것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부러져나갈 뿐이었다.


나는 계속해서 방법을 생각해냈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이중슬롯 반지를 돌려 감추었던 힘을 쏟아내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그건 최후의 수였다.


힘을 개방하는 순간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나조차도 예상할 수 없었으니까.


“호영아.”


나는 떨어지는 마동후의 시체를 베어넘기며, 녀석에게서 물러났다. 웬만한 공격으로는 상처조차 나지 않는 녀석이었다.


“호영아.”


마동후는 내 이름을 되뇌며 손을 흔들었다. 나는 녀석의 시선을 애써 무시하며 방법을 강구했다.


그러다 문득 머리 위에서 떨어지는 마동후를 보며 생각했다.

지금 당장 전직을 하는 것.


타천의 기사, 그것만이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전직이었다.


“유라 씨, 저에게 번개를 쏘세요!”


내가 그렇게 유라를 부르자 유라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빨리요!”


나의 재촉에 유라는 하는 수 없다는 듯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천둥이 일어나고, 나는 검을 하늘을 향해 번쩍 들었다.


그리고 번개가 검을 타고 나에게로 흘러들어왔다.


“호영 씨! 괜찮은 거예요?”


생명력이 감소했다. 그러나 버틸 만했다.

다시 한 번 번개가 나를 강타했다.

생명력이 대폭 감소했지만 아직도 움직일 수 있었다.


“한 번 더요!”

“이러다 죽으실까 걱정돼요!”

“괜찮아요! 죽는 게 한두 번도 아니잖아요.”


유라가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주문을 외웠다.

주문을 살살 외운다고 번개가 약해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유라의 마음이 통했는지 번개는 나의 체력을 간당간당하게 남긴 채 사라졌다.


“이제 됐어요!”


나는 힘겨운 숨소리를 흘리며 나무 위로 올라갔다. 가장 높은 나무 위로 올라간 나는 있는 힘껏 하늘 위로 뛰어올랐다.


“동후야”


나는 머리부터 땅 아래로 떨어졌다.


“이제 뒤질 준비하자.”


번개가 번쩍였다.

[전직에 성공하였습니다.]

[새로운 스킬을 습득하였습니다.]

[전직의 효과로 레벨이 증가합니다]


이것은 신화의 재연이었다.

5 스테이지에서 볼 수 있는 한 타천사가 가진 신화를 똑같이 따라한 것.


로드 오브 소울에서는 그것만으로도 전직을 할 수 있었다.


3번의 번개와 고층에서의 추락, 전직에 필요한 재연은 그것으로 충분했다.


어깨에서 날개가 솟아났다.

나는 날개를 활짝 펴고 곧바로 날아올라 마동후를 직격했다.


“호영아.”

“입 닥쳐.”


혼돈과 질서의 검을 마동후의 목을 향해 휘둘렀다.


둔탁한 금속음이 들려왔다. 제대로 잘리지 못한 마동후의 목에 검이 걸려버렸다.


나는 타천의 기사의 능력 중 하나인 섬광일섬을 사용했다.


검과 날개에 하얀빛이 떠올랐다.


“호···영아···”

“동후야, 잘가라.”


빛이 번쩍였다.

그와 동시에 마동후의 목이 떨어져 나갔다.


마동후는 힘을 잃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 모습이 마치 진짜 마동후를 보는 것만 같은 묘한 기분을 느끼게 했다.


그것의 목은 사라지는 순간가지도 나를 바라보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마치, 나의 기억을 오랫동안 붙잡으려는 것처럼.


그러나 이제는 아니었다.

나는 새로 태어났고, 새롭게 구해야 할 사람이 생겼다. 시니아가 준 목숨을 더는 함부로 낭비할 수 없었다.


“해치웠나요?”

“······왠지 그 말은 하면 안 될 거 같긴한데, 진짜 끝난거지?”

“응, 끝난 거 같다.”


땅에 착지한 나는 마동후의 시체가 있던 곳에서 초록빛으로 반짝이는 보석 하나를 발견했다.


= = = = = = = = = = = = = = = = =

꿈꾸는 숲의 보석 #전설급

-꿈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마법의 보석입니다.

= = = = = = = = = = = = = = = = =


이로써 이 던전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나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보석을 손에 쥐었다.


“호영 씨.”

“네, 유라 씨.”


유라가 진지한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혹시, 호영 씨의 정체가, 그 프로게이머 황호영인가요?”


순간 가슴이 덜컹거렸다. 그러나 나는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네, 그렇습니다.”


유라는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혼란스러운 듯, 배신을 당한 것만 같은 듯, 또는 슬픈 듯.


“······제가 모르는 이야기가 더 있는 거겠죠?”


“······”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만들어두었던 관계들이 다시 부서지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만이 마음속을 짓눌렀다.


“말 해주실 수 있나요? 제가 모르는 이야기를.”


유라는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마치, 이제는 피하지 말라는 듯이.


“돌아가면 말씀드리겠습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곤 꿈꾸는 숲의 보석을 하늘을 향해 들어 올렸다.



*


오, 생각보다 빨리 왔네.”


우리가 미리나의 집으로 돌아오자, 미리나는 의외라는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봤다.


“미친년아, 죽을 뻔했잖아!”


카리나가 주먹을 날리며 미리나에게 대들었다.

미리나는 그런 카리나를 가볍게 제압하곤 여유롭게 하품을 했다.


“언니가 가고 싶다고해서 보내줬는데 이제와서 그러기야?”


“꿈의 숲이라는 말은 안했었잖아!”


“뭐래? 저 애가 가는 곳이라면 지옥이라도 뛰어 들어갈 것처럼 굴어놓곤.”


“뭐···뭐래! 아니거든!”


카리나는 얼굴을 붉히며 나의 눈치를 살폈다. 쟤는 도대체 왜 저러는 걸까.


미리나는 카리나를 깔아뭉갠체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사과를 건넸다.


“괜찮아.”

“맛있는 건데.”


―아삭아삭


사과를 씹으며 유라와 나를 번갈아보는 미리나.


“뭐, 살짝 고생했다니 미안하게 되긴 했어. 그렇지만 그만큼이나 과정이라는 게 우리에게도 필요해. 소생의 관은 특별한 물건이니까.”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따라와.”


미리나는 활짝 웃으며 숲의 어딘가로 향했다. 우리는 그런 미리나의 뒤를 천천히 따라갔다.


소생의 관이 있는 엘프들의 비밀 숲. 고요한 바람 소리만 울려퍼지는 그곳에는 왠지 모를 엄중한 분위기가 흘렀다.


“호영 씨, 그래서요?”

“네?”

“이야기하기로 한 거요.”

“아···”


나는 헛기침을 몇 번하고 목을 가다듬었다.

괜히 길어질 것만 같은 이야기였다.


“마동후라는 친구가 있었어요. 그 친구는 저의 소꿉친구로 어렸을 때부터 사이도 좋고 언제나 함께 어울려 다녔던 친구였죠.”


유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동호는 어느 날부터 이상한 친구들이랑 어울려 지내기 시작했어요.

평생 만져본 적도 없던 술과 담배를 시작하더니, 점점 나쁜 짓에 물들어버렸죠.

언행도 점차 거칠어지고 부모님이나 선생님에게도 반항하기 시작했어요.”


“흔히 있는 일이네요.”


“네, 그러다 어느 순간 저를 표적으로 삼더니 괴롭히기 시작하더라고요. 처음에는 단순히 시비를 거는 정도였지만, 갈수록 그 정도는 심해졌어요. 너무 고통스러워서 견딜 수 없을 정도였죠.”


“호영 씨가요?”


“네, 자살까지 생각할 정도로요.”


“자살을요?”


“네, 바보같죠?”


“아뇨.”


유라는 고개를 저으며 땅바닥을 바라봤다.


“그러다가 딱 한 번, 녀석과 싸움이 일어났어요. 모두가 마동후가 이길거라고 생각했던 일방적인 폭력이었죠.

그런데 그 때 저는 미쳐버리기 직전이었어요. 저는 죽을 힘을 다해 싸워서 마동후를 기절시켰었어요.”


“그럼 그게···”


“그리고 녀석을 미친 듯이 때렸어요. 그동안의 분을 풀려는 듯한 행동이었죠. 마동후는 나와 싸워서 졌다는 게 소문이 돌았고, 나 대신 왕따가 되어버렸죠.”


“아···”


“그때부터 여러 괴롭힘을 받던 녀석은···자살을 선택했어요. 그리고는 유라 씨도 아는대로 이야기가 흘러갔고요.”


유라는 나의 말을 조용히 듣고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제 방송 매니저였어요.”


“예?”


“김태양이요. 아까 숲에서 나타났던 남자.”


“아···”


“저, 처음에 방송 할때는 진짜 어리바리 그 자체였거든요. 게임도 못해 멘트도 못쳐 완전 초짜였는데, 그때 도움을 가장 많이 준 사람이 그 사람이었어요.”


“그런 사람이 왜···”


“그 사람은, 점차 집착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저를 하루종일 괴롭혔죠. 마치 남자친구인양 항상 전화를 걸고 집까지 찾아왔었죠.

악의적인 소문을 만들어내서 절 욕하게 만들고, 저를 나쁜···나쁜 사람으로 만들더라구요.”


나와 유라는 조용히 서로를 바라봤다.


“그 사람, 결국 사실이 들통나고 어디론가 사라졌어요. 저도, 그때 죽고 싶었어요. 그래서 알아요. 그 기분.”


우리는 서로에게 측은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동안 많이 힘드셨군요.”

“호영 씨만 했겠어요.”


유라는 그렇게 말하며 나의 어깨를 토닥였다. 눈물이 흘렀다. 처음으로 진심을 다해 자신의 이야기를 했던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네, 맞아요. 정말 힘들었어요.”

“이젠 괜찮아요. 말해줘서 고마워요.”


유라는 그런 나를 꼭 끌어안았다. 오랜만에 느껴지는 그 따스한 감촉에 눈물이 끊임없이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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