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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했던 쓰레기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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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실험쥐
작품등록일 :
2020.12.28 07:32
최근연재일 :
2021.04.07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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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01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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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2. 트라우마 (3)

DUMMY

11. 트라우마 (3)



“라···라비안 이라구요?”


땀을 뻘뻘 흘리며 뒤로 두 걸음 정도 물러난 루넹.


우리는 그런 루넹을 따라 천천히 간격을 좁혀나갔다.


“혹시, 엘레네르 국세청에서 오신 분들인가요?”

“아뇨.”

“그럼, 엘레네르 경비대에서 나오셨나요?”

“아뇨.”

“어···그럼 엘레네르 노동조합에서···”

“그런 거 아니니까 안심하셔도 됩니다.”


루넹은 나와 일행들을 천천히 둘러보더니 옷차림을 유심히 관찰했다. 그리곤 손수건을 꺼머리에 흐른 땀을 닦아내곤, 바닥에 털썩 주저 앉았다.


“휴, 뭐야. 괜히 쫄았네. 당신들은 누구길래 라비안을 아는 거지?”

“평범한 고객입니다.”

“그런 것 치곤 처음 보는데.”

“새로운 고객이죠.”


나는 방긋 웃으며 루넹의 품에 백금화를 한 장 더 집어넣었다. 깜짝 놀란 루넹이 헛기침을 하며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아무도 없는 것을 깨닫고는 뒷골목의 길로 천천히 걸어나갔다.


“따라오슈.”


우리는 루넹을 따라 어둡고 깊은 엘레네르의 뒷골목으로 향했다.


“이봐, 라비안이라는 이름은 부르는 것만으로도 살해당할 수 있는 이름이네. 이곳에 처음 왔다면 조심하라고.”

“네, 감사합니다.”

“그쪽은 알면서 나에게 그렇게나 거금을 준 거군. 하긴 돈이 많은거야 알고는 있었지만, 설마 고객님일 줄이야.”


루넹이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루넹이 나에게 돈을 뜯은 이유는 다름 아닌 스킬 때문이었다.


‘욕망의 눈동자’라는 스킬을 가지고 있는 루넹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돈의 액수가 보이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동안 돈을 모아둔 것이 이렇게 도움이 되다니. 원래대로 만났다면 짜증이나 내며 베어버렸을 루넹이었지만, 하루 빨리 ‘가속의 버튼’을 얻기 위해선 라비안을 찾아야했다.


“도착이네.”


루넹이 걸음을 멈춘 곳에는 골목길 사이로 지어진 허름한 오두막이 있었다. 공간도 좁고 아무것도 없는 곳처럼 보였지만, 이곳은 암시장으로 이동하는 마법진이 그려져 있는 곳이었다.


“이쪽으로 가까이 오게.”


루넹의 말에 일행들은 조심스럽게 집 안으로 들어갔다.

모든 일행이 집 안으로 들어가자 루넹은 짤막하게 주문을 외웠고, 바닥에 그려진 마법진이 주문에 반응하더니 푸른 빛이 번쩍였다.


그리고 정신이 들자 우리는 어두컴컴한 저택으로 보이는 곳에 서 있었다.


이곳이 바로 엘레네르의 명물, 차원암시장이었다.


“차원암시장에 온 걸 환영하네. 고객님들.”


루넹은 그렇게 멋쩍은 인사를 하곤, 가장 높은 층으로 손가락을 가리켰다.


“라비안이라면 저곳에 있을 걸세. 내 오늘 수입이 좋으니 특별히 알려주는 거네.”


“감사합니다.”


나의 인사에 루넹은 부끄러운 듯 헛기침을 몇 번하고는 자리를 벗어났다.


“여긴, 그래서 어딘가요?”


유라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물었다.


“암시장이죠. 엘레나르의 명물 차원암시장.”


“이야, 이건 말로만 들었는데 진짜로 오게 될 줄이야.”


미리나도 감탄을 자아내며 주위를 둘러봤다.

이곳에는 합법적으로 팔 수 없는 다양한 물건과 도난품, 장물 등이 거래되는 장소로 제 3 스테이지에서 가장 유명한 곳이었다.


돈만 있다면 못 구하는 아이템이 없다라는 게 모토인 곳이라, 사람부터 시작해서 마약이나 불법 스크롤 같은 것을 파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와 근데 이거 0이 도대체 몇 개나 붙은거 야.”

“평범한 사람은 손도 대지 말라는 뜻이지.”


카리나가 큼직한 보석을 파는 진열장을 잠시 바라보고는 소리쳤다.


웬만한 사람들은 손도 못 댈 물건이 가득한 곳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만큼 위험성도 높다고 볼 수 있었다.


장물과 장물간의 거래가 평범하게 진행되는 곳이지만 이곳에서도 규칙은 몇 가지 있었다.


이곳에서는 어떤 싸움도 일어나서는 안 되고 도둑질도 할 수 없었다.

만약 그 규칙을 어긴다면 다시는 차원암시장의 초대를 받을 수 없었다.


“왠지 여기 있으니까 제가 나쁜 사람이 되는 느낌이에요.”


유라가 건너편에 철장에 갇힌 인간 노예를 보며 중얼거렸다. 익숙해져야 했다. 앞으로 우리가 가야하는 길을 생각한다면 이것보다 심한 광경을 수없이 봐와야 할테니 말이다.


“그나저나 그 라비안이라는 사람은 어디에 있어?”

“가장 높은 곳, 이곳의 보스거든.”

“뭐?”


카리나가 놀란 듯이 소리쳤다.


“괜찮아. 생각보다 나쁜 사람은 아니야.”

“이런 걸 파는 곳의 대표인데?”


카리나는 그렇게 말하며 건너편 진열장에서 파는 엘프의 심장을 가리켰다.


“뭐···조금 개방적이라고 생각해줘.”

“신체가 개방적이거나 그런 건 아니지?”


소름이 끼치는 듯 몸을 약간씩 떠는 카리나. 그에 비해 미리나는 재밌다는 듯이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나의 뒤를 쫓아오고 있었다.


“와 여기, 드워프 고환도 팔아!”

“미리나! 징그러우니까 만지지마!”

“우으으, 속이 매스꺼워요,”

“주인, 고기, 고기가 먹고싶다.”

“저건 인간 고기야 팩.”


정신없는 시장터를 지나 오를수록 진열장의 가격표가 점차 비싸지고 있었다.


보기 힘든 희귀한 아이템과 마물들을 판매하는 상점을 지나 가장 끝까지 올라가자, 고급 진 나무로 만들어진 문이 하나 보였다.


그 위에는 사장실이라고 쓰여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노크를 하곤 반응을 기다렸다.


“들어오시오.”


순간 이곳저곳에서 시선이 느껴졌다. 사장이 있는 만큼 호위를 하는 사람들이 멀리서 우리를 감시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한 명만 들어오시오.”


내가 사장실 안으로 들어가자 사장실의 문이 쾅하고 닫혔다. 그곳에는 담배 연기가 스멀스멀 흘러오고 있었다.


“처음 보는 얼굴이군.”


사장, 라비엔은 거대한 의자에 앉은 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를 향해 말했다.


“제가 보이시나 봐요?”

“이곳에 있는 모든 것들은 나의 눈에서 벗어날 수 없지. 사장실이야 당연한거고”


라비엔은 껄껄 웃으며 연기를 내뿜었다.


“사고 싶은 물건이 있어서 왔습니다.”

“나를 만나야만 살 수 있는 물건인가?”

“네, 그렇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자네는 큰 실수를 한 것일 텐데 괜찮은가?”

“네, 괜찮습니다.”

“좋네.”


라비엔은 그렇게 말하며 의자를 돌려 나를 바라봤다.

의자 안에는 새까만 색의 거대한 쥐 한 마리가 정장을 입은 채 시가를 내뿜고 있었다.


“아름다운 아가씨군.”

“남자입니다.”

“그래도 아름다운 건 매한가지군. 그래. 오히려 남자라 더 비싸겠군.”

“······”


순간 소름이 돋았다. 그러나 참아야했다. 이런 농담 정도는 게임상에서도 있었던 일이었다.


나는 침을 꼴깍 삼키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가속의 버튼을 구하고 있습니다.”

“오호···그거라면 여기까지 올 필요가 없네만”

“그리고···”


나는 주변의 눈치를 살폈다. 라비안의 경호원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루나우의 행방에 대해 말하고 싶습니다.”


순간, 방 전체가 얼어붙었다.

그리고 누군가가 나의 목에 칼날을 들이밀었다.

라비안의 호위병 중 하나였다.

라비안이 손을 뻗고 물러나라고 손짓을 하자 호위병은 다시 그림자 속으로 들어갔다.


“네놈···어디까지 알고 있는거지?”


라비안이 매서운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여기서 말실수를 했다간 모든 게 무로 돌아갔다.

나는 왼손에 낀 이중슬롯 반지를 조심스럽게 만진 채 말을 이어나갔다.


“크라우스라는 자에게 들었습니다.”

“크라우스? 그 영감이 아직도 살아있었나?”


원래라면 퀘스트를 먼저 깨야하지만, 알고만 있다면 문제는 없었다.


“그래, 내 사생활을 그렇게 알고 있다 이건가···그래서?”


라비안이 표정을 찡그리며 담배를 씹었다.


“루나우는 살아있습니다.”

“그럴 리 없다.”

“제가 봤습니다.”

“그럴 리 없다고!”


쾅, 라비안이 재떨이를 던졌다.

그리곤 고개를 숙이며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녀는 내가 죽였어! 내가 죽였단 말이다!”

“그녀는 죽지 않았습니다. 당신은 죽이지 않았고요.”

“······”


잠시 정적이 흘렀다.

라비안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곤 유심하게 나를 바라봤다.


“그녀는 어디있나?”

“말씀해드리겠습니다. 단”

“괜찮네.”


라비안이 손가락을 팅기자, 문밖에서 무언가가 나에게 날아왔다.

네모난 모양의 자그마한 스위치, ‘가속의 버튼’이었다.


“더 필요한 것이 있나?”.

“그녀는···”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망자의 해안가에 있습니다.”


라비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


라비안과 루나우, 그들은 연인이자 숙적인 로미오와 줄리엣같은 사이라고 볼 수 있다.


라비안은 엘레네르에서 손꼽히는 뒷조직의 아들이었고 루나우는 엘레네르 대표의 딸이었다.


둘은 서로를 사랑했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사이좋게 지낼 수 없는 사이가 됐고, 둘은 사랑과 가족 중 한 가지를 포기해야하는 상황에 놓였었다.


그리고 둘은 사랑을 택했다.

그러나 운명은 거짓처럼 그 둘을 갈라놓았다.


뭐, 대충 그랬다.


원인 모를 살인과 죽음이 일어나고 라비안은 루나우의 저주를 받아 생쥐가 되어버렸다는 그런 이야기.


“그래서 둘이 만나면 어떻게 된대?”


가속의 버튼을 만지작거리며 차원암시장을 나가고 있자, 미리나는 이야기가 궁금한 듯 나의 어깨를 흔들었다.


“저주가 풀리고, 사랑에 빠지겠지.”


나는 어깨를 들썩이며 이야기를 끊었다.

재미없는 이야기였다.

아무도 모르는 그들만의 비밀적인 스토리라고 한들 흔해빠진 이야기였다.


나는 가속의 버튼을 나의 몸에 실행해봤다.

빨라진 듯한 느낌이 들기보다는 세상이 느려진 느낌이 들었다.


가속의 버튼을 정식으로 얻으려면 제 5 스테이지를 클리어 해야했다. 차원암시장에서는 그런 물건들도 어째서인지 구할 수 있었다.


차원암시장을 빠져나온 우리는 곧바로 폴리에스에게로 찾아갔다.


폴리에스를 타고 요정의 숲으로 달려간 우리는 소생의 관에 들어있는 시니아에게로 향했다.


“일주일 뒤에 보자, 시니아.”


가속의 버튼을 소생의 관에 장착하고 우리는 조용한 미소를 자아냈다.


이제 일주일만 기다리면 됐다. 그러면 시니아를 다시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뭔가, 뭔가 불안했다.


“왜 그러세요?”


유라가 걱정스런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흐름이 불안해서요.”


나는 하늘 위를 바라봤다. 해가 저문 하늘에는 달과 별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 중 별 하나가 떨어져 나갔다. 마치 별의 유산이 떨어지는 것처럼.


“그 동안에는 뭘 하고 지낼건데?”


카리나가 쑥쓰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클리어해야지. 이번 스테이지를”


전쟁의 종식, 그것이 이번 스테이지의 클리어 목표였다.


***


제 2 스테이지의 마왕성, 하얀 머리의 별의 유산 하나가 거대한 갑옷을 둘러싼 채 제 3 스테이지로 향하는 문 앞에 서 있었다.


“열려있군.”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천천히 문 안으로 들어갔다.


-불사조의 깃털과 부활의 성배를 모두 획득하셨습니다. 다음 목표 아이템은 소생의 관입니다.


“다음 스테이지에서 얻을 수 있다고 했던가.”


-그렇습니다.


그의 옆에 있는 자그마한 구체가 여러 창을 내보이며 별의 유산을 보조했다. 그가 제 3 스테이지로 넘어가자, 무성한 숲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은 가이드 없이는 지나갈 수 없는 미로의 숲입니다. 가이드를 시작합니다.


구체의 앞으로 화살표가 나타났다. 그는 조심스럽게 화살표를 따라 천천히 걸어갔다.


“소생의 관은 어디있나?”


-기존의 정보에 따른 위치를 탐색합니다.

-······

-소생의 관이 기존 위치에서 벗어났습니다.

-재탐색을 시작합니다.


구체의 화살표가 잠시 멈칫 거리더니 이윽고 방향을 잡았다.

별의 유산은 천천히 화살표를 따라 걸었다.

-타나토스 전직까지 앞으로 한 걸음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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