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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빌런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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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29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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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빌런의 경제학 - 14

DUMMY

14-






그들은 을러대고 하소연도 했다.

커틀러 가문이 이들에게 주눅 들지 않듯이 이들 역시 자신들이 대변하는 이익 앞에선 린든을 향해 날선 언사도 절대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선을 넘은 요구에 대화는 평행선을 달렸고, 결국 대통령은 주변의 일곱을 모두 물리고 린든과 독대를 결정했다.


“이제 조금 편하게 이야기하세.”

“저도 이쪽이 편합니다.”

“좋아. 린든. 한 대 피우겠나?”

“괜찮습니다.”


린든의 사양에 두 번 권하진 않았다.

대신 대통령은 혼자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 다음 한마디.


“저들을 너무 원망하진 말게.”

“······”

“워싱턴에 머무는 이상 우린 결국 누군가를 대변할 수밖에 없는 위치야. 자네라면 이해할 걸세.”


이해하고말고.

방금 싸잡아서 그들이라 칭한 이유도 대통령조차 자의든 타의든 그들을 대변하기 때문이다. 세계 정치의 1번지인 워싱턴. 그 워싱턴에 위치한 백악관의 주인조차 결국엔 누군가의 대변인이다.


국민을 대변하든.

특정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든.


“이해합니다. 타협이 어려울 뿐이지요.”

“정부의 사용승인이 없으면 어떻게 되겠나? 자네 말대로 피를 흘려서라도 세상에 내놔야할 빅터가 사장된다면?”


다만 이들은 가진 카드가 많지 않다.

승인 거부. 어쩌면 이게 최선이다.


“여론이 찬성할까요?”

“국민은 계속 모를 수도 있네.”

“······ CNN에도 손을 쓰셨군요.”

“쉽진 않았지.”


그래. 쉽진 않았을 거다.

언론통제는 과거 그 막 나가던 로널드조차 함부로 못했으니까. 당시 로널드를 까대던 언론이 어디 한둘이었나.


하지만 그때완 다른 점이 있다.

당시엔 로널드의 상대 역시 대통령 후보였기에 힘의 균형이 맞았던 반면 지금은 미국 정부 대 한국의 이름 모를 대학생이니 균형이 어긋나도 너무 어긋나니까.


이러면 마지막 패를 까야 하는데.


“영원히 감춰질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커틀러의 힘이면 어렵겠지. 하지만 이번 일에 커틀러 전체가 나선 게 아니지 않나.”

“맞습니다.”


대통령이 알아봤을까?

아니, 린든과 마크의 행보를 주시하던 다른 형제가 견제 차원에서 정보를 풀었을 가능성도 있다.


마크의 친형 도나우 녀석이 마크의 히든카드 사용을 반대했다고 들었는데, 도나우 외에도 지금 상황을 달갑지 않게 여길 사촌은 많다. 걸린 판돈이 워낙 커야 말이지.


무려 커틀러의 선장 자리가 판돈이다.

그까짓 거 탐나지도 않건만.


그런데 잠깐 린든이 흔들린 걸 눈치 챘는지 대통령이 해서는 안 될 말을 꺼냈다.


“자네가 어렵다면 우리가 그 한국인 청년을 만나 대신 설득해볼 수도 있네.”


린든의 표정이 무섭게 굳어졌다.

백악관이란 복마전에 들어와 어렵게 지켜오던 평정이 순간 무너진 것이다. 자연히 목소리에 냉기가 깃들었다.


“가질 수 없으면 망가뜨린단 겁니까?”


미국에는 전례가 있으니까.

아니 많으니까.


“······ 오해하지 말게.”

“그럼 오해를 풀어주십시오.”

“과거의 방식이었을 뿐이야.”

“과거는 되풀이되기 마련이죠.”


일곱 각료와 공방을 주고받을 때보다 분위기는 더 냉랭해졌다. 이건 절대 넘어선 안 되는 선이니까.


“아니라고 보장하지.”

“말로만 하는 보장은 의미 없습니다. 그리고 죄송하지만 미리 말씀드립니다. 커틀러 가문 전체가 나선 일은 아니어도 이번 일 감추지 못한다는 사실을요.”

“······ 따로 손을 썼나?”

“러시아에 친구가 있습니다.”


이번엔 대통령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럴 수밖에 없다.

과거 냉전시대의 최대 경쟁 상대.

지금은 그 위상을 잃고 대신 중국이 미국을 견제하는 위치에 왔지만 러시아는 절대 만만한 국가가 아니다.


더구나 원유와 천연가스를 포함한 자원의 수출로 국가 경제를 지탱하는 나라다. 첨가제가 러시아 손에 들어가면 절대 되찾지 못한다. 전쟁을 불사하지 않는 한.


“린든, 자네 무리수를 뒀군.”

“제이의 첨가제에 대해 알게 된 순간부터 가장 반대할 세력을 생각해본 결과입니다. 미국의 정유업체도 문제겠지만 여러 산유국, 특히 러시아가 가장 큰 장애겠더군요. 그래서 이 첨가제 최소한 러시아와는 지분을 나눠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

“다만 정부와 먼저 의논할 계획이었죠.”


정부와 먼저 의논한다.

만약 협상이 결렬된다면?

굳이 이 결론까진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갑자기 대통령이 전화를 집어 들었다.


“아무래도 말뿐이 아니란 걸 알려줘야겠군.”


어딘가로 전화를 걸더니 스피커폰으로 돌리며 시선은 린든을 향해 맞춘다. 잘 들어보라는 듯.


- 코드 부탁드립니다.

“시에라-포-세븐-호텔-리에라······”


어지러운 포네틱 코드가 오가고.


- 코드 확인. 말씀하십시오. 프레지던트.

“우리 이글 상태는 지금 어떤가?”

- 어제 대학교 수강신청 때문에 학교에 들렀다가 친구와 술자리를 가졌습니다. 지금은 집에서 쉬는 중입니다.

“따로 접촉한 사람은?”

- 없습니다.

“전에도 말했지만 필요한 경우 가능한 수단을 모두 동원해 이글의 안전부터 확보하게.”

- 명심하겠습니다.


린든은 방금 자신이 들은 통화에서 파악한 사실들을 잽싸게 머릿속으로 정리했다.


1. 이글은 제이를 가리킨다.

2. 미국 정부가 제이의 신변을 보호 중이다.

3. 제이의 동태가 실시간으로 미국에 전해지고 있다.


필요한 경우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라는 말은 지금까지 미국이 타국에서 수행해온 작전을 생각해보면 어렵지 않게 답이 나온다. 불법적인 무력수단의 사용승인.


결론! 지금 미국은 제이에게 꽤 많은 것을 걸었다.


대통령은 린든이 통화내용을 음미할 시간을 주려는지 전화를 끊고도 조용히 린든을 바라보고 있었다.


“언제부터였습니까?”

“사실 자네보다 이글을 먼저 알았다면 믿겠나?”

“······”


다시 한 번 심호흡을 했다.

각오했던 일이지만 너무 표정관리가 안 된다.


“지금부터 말하는 건 기밀임을 알아주게.”

“네.”

“우리는 각국의 특허가 출원되는 상황을 살피고 있네. 그건 우방국이라도 마찬가지고.”

“······ 그럼?”

“맞아. 11%의 첨가제가 한국에서 특허 출원됐을 때 이글의 존재를 알았고 논의 끝에 그와 접촉할 계획을 세웠지.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도 좋고 아예 그를 미국으로 데려올 수 있다면 말할 필요도 없으니까. 그런데 한창 계획을 세우던 중 난데없이 대정 에너지란 한국 기업이 먼저 움직인 거야.”


제이의 상처가 뭔지 이젠 안다.

한국에서 아버지께 물려받은 기업을 잃었던 과거가 그를 냉소적으로 만든 상처다.


“그런 제이가 미국행을 결정했을 때 길에서 금덩이를 주운 기분이었겠군요.”

“금덩이? 앞마당에 유전이 터진 거였지.”

“하하!”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한데 22%라는 말을 들었을 때 어땠겠나?”

“계기를 만들어줬겠죠.”

“단돈 720만 달러에 사들였던 알래스카가 이번엔 거저 미국의 품에 안긴 셈이었어. 자네는 몰랐겠지만 그래서 이글의 신변보호를 위한 특수팀까지 구성했고, 언제든 특허출원 신청이 들어오면 바로 승인이 나게 돼있었단 말일세.”

“······”


세 번째다.

표정관리에 실패하는 게.


정부에선 이미 특허와 사용승인 절차를 준비해뒀었다? 그럼 오늘 모인 각료들은? 설마 린든이 에너지 관리청에 빅터의 실험 데이터를 보냈기 때문에?


대통령이 린든을 향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 알겠나? 누가 반대할 틈도 없이 해치우려던 일이었는데 자네가 정유업체 쪽에 광고를 해버린 거야.”

“······”


미안하단 말조차 나오지 않는다.


“미국은 로비가 합법인 나라야. 의원이든 각료든 각종 이익단체의 입김에서 벗어날 수 없지. 미국의 이익이란 명제 앞에서 의견이 하나로 모이기만 하면 돼. 그렇다면 미국 정유업체가 흘릴 피를 얼마간 보존해달라는 요구는 미국의 이익을 해치는 일인가?”

“······ 아닙니다.”

“그래서 이미 저들이 알아차린 이상 내가 막을 순 없었네.”


아직 어렸다.

린든은 잠시 자책했다.


그리고 마지막 안간힘을 쥐어짰다.


“죄송합니다.”

“자네 실수만은 아니지.”

“그래도 40%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과하지. 과한데 그래서 정치와 협상이 필요한 거라네.”




*****




며칠 후 대정 에너지엔 비상이 걸렸다.


“그 사실을 왜 이제야 보고합니까?”


정성하가 귀국했고 직후 사촌형 정성찬과 전화 통화에서 새로운 첨가제를 개발했다고 말한 사실이 전해진 것이다.


“확인절차가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정성찬이 끝까지 자기가 더 연락을 해보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통에······”

“그래서 연락은 됐답니까?”

“······ 그, 계속 핸드폰을 꺼두고 있답니다.”


김진형 사장이 결국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립니까? 연락을 자신이 맡기로 해놓고 상대 핸드폰이 꺼져서 못해요? 그게 직장인이 약속을 깬 변명이라고 할 수 있는 거예요?”

“······”


웬만해선 큰소리를 내지 않는 사장이지만 일단 큰소리가 나온 후엔 반드시 누군가에게 책임을 물어왔다. 그걸 아는 탓에 회의실이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특히 성하 화학의 인수를 주장했고 끝내 강세호 연구이사를 밀어내는데 성공한 박재우 이사 파벌이 표정을 굳혔다.


“자택엔 찾아가봤어요?”

“현재 집을 비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학교에 수강신청을 하러 왔었단 말이 있으니 곧 돌아올 겁니다.”

“그럼 혹시 미국에 새로 특허 출원된 건이 있었는지는 확인됐습니까?”

“오늘 오전까지도 없었습니다.”


사장의 질문 하나.

박재우 이사의 대답 하나.


질문과 대답이 오갈 때마다 냉탕과 온탕을 번갈아 드나드는 기분이다. 그러자 모든 원망이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정성하에게 몰려갔다.


11%의 에너지 효율 증가를 가져오는 첨가제.

그걸 만들어 낸지 얼마나 됐다고 새 첨가제란 말인가. 진짜 새로운 종류의 첨가제가 나오긴 한 걸까? 그런 기적이 마음만 먹는다고 뚝딱 튀어나오는 건 아니다.


결국 다른 임원 한 명이 입을 열었다.


“정성하의 말뿐인 건 아닐까요?”


김진형 사장이 고개를 돌려 임원을 바라봤다.


“무슨 뜻입니까?”

“사촌형제지만 성하 화학 인수과정에서 서로 불화가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정성찬이 우리가 위탁 경영을 맡긴 정한진 대행의 아들이니까요. 그런 엇갈린 사이니 통화 중에 상대를 물 먹인단 생각으로 뱉은 말일 수 있습니다.”

“······ 우리들의 이런 반응을 기대하고요?”


사장의 목소리가 조금 누그러진 기색을 보이자 임원은 열성적으로 근거를 대기 시작했다.


“네. 지금도 연구소에선 첨가제의 화학식을 몇 번이나 반복해서 분석하고 있는데 성능의 원리를 모르겠답니다. 연구원들조차 우연의 산물 아니냐는 말을 할 정돈데, 정성하는 기껏해야 대학교 4학년 아닙니까. 새로운 첨가제를 연달아 개발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습니다.”


옆에서 다른 한 명이 거들었다.


“맞는 것 같습니다. 지금 정성하가 했다는 말만 옮겨들었을 뿐입니다. 전처럼 실체나 데이터가 있는 것도 아니고요.”


사장에게 다른 반박이 없자 이젠 너나 할 것이 없었다.


“재료성분이나 첨가제 화학식, 합성공식 등에서 일부분이라도 유사점이 나오는 순간 특허 위반인 걸 정성하도 모르지 않을 겁니다. 그럼 11%짜리와는 전혀 다른 형식의 첨가제를 만들었단 뜻인데 상식적으론 수긍하기 어렵습니다.”


“지금 생산설비 및 원자재 수급이 막바지입니다. 빨리 생산을 서둘러야 할 때 정성하에게 너무 신경 쓰는 건 아닐까요?”


“그리고 실제 새 첨가제를 개발했다면 고작 대학교 수강신청이나 하고 다닐까요?”


결국 실체가 없다는 게 컸다.

정성찬이 전해 들었다는 말뿐이다.


공정이 단순하니 생산설비와 재료도 구하기 쉬워 첨가제 생산은 당장이라도 개시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성하의 말 한마디에 호들갑을 떨 필요가 없다.


이런 임원들의 주장이 김진형의 판단을 흐렸다.


“좋습니다. 일단 예정대로 홍보 시작하고 주문대기 걸릴 게 확실하니 생산 시작하는 대로 모든 시설 풀가동하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혹시 모르니 박 이사는 정성하의 동태 좀 계속 살피세요.”


그 결과 정성하에 대한 대책도 이게 전부였다.




*****




“성하 씨.”

“네.”

“이 샘플 분석 좀 도와줘요.”

“알겠습니다.”

“미안해요. 그런데 정성하 씨나 저나 인턴이고 원래부터 인턴 연구원은 잡부나 다름없어요.”


혀를 쏙 내미는 동료 연구원을 보며 나도 모르게 쓴웃음이 나왔다. 이게 뭐하는 짓인지.


수강신청 한 번 하려다 험악한 테스트를 치루고, 테스트 결과가 어땠기에 무서운 교수의 전화에 끌려와 갑자기 인턴이라니. 전혀 원하지 않았던 인턴이다.


학기 시작이 이제 1주일도 안 남았는데.

콱 졸업장 포기할까?


작가의말

형이하백님, 거북황님 후원금 감사합니다

아직 골베에도 못 오른 글에 후원금을 받으니 민망합니다. 그냥 열심히 쓰겠습니다


p.s. EP를 Earth Power라고 하신 분들께! 땡!

종소리 맑게 퍼뜨려 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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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빌런의 경제학 - 21 +105 21.01.21 40,498 1,219 13쪽
21 빌런의 경제학 - 20 +93 21.01.20 42,069 1,234 13쪽
20 빌런의 경제학 - 19 +87 21.01.19 44,377 1,122 14쪽
19 빌런의 경제학 - 18 +75 21.01.18 45,703 1,259 14쪽
18 빌런의 경제학 - 17 +83 21.01.16 47,389 1,306 13쪽
17 빌런의 경제학 - 16 +84 21.01.15 44,974 1,039 13쪽
16 빌런의 경제학 - 15 +112 21.01.14 44,602 1,046 13쪽
» 빌런의 경제학 - 14 +126 21.01.13 44,292 951 13쪽
14 빌런의 경제학 - 13 +38 21.01.12 43,818 965 12쪽
13 빌런의 경제학 - 12 +37 21.01.11 43,613 939 12쪽
12 빌런의 경제학 - 11 +69 21.01.09 43,763 96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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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빌런의 경제학 - 9 +12 21.01.07 44,091 983 12쪽
9 빌런의 경제학 - 8 +36 21.01.06 44,270 1,024 12쪽
8 빌런의 경제학 - 7 +15 21.01.05 44,992 973 12쪽
7 빌런의 경제학 - 6 +26 21.01.04 46,367 962 13쪽
6 빌런의 경제학 - 5 +17 21.01.02 47,135 1,017 13쪽
5 빌런의 경제학 - 4 +21 21.01.01 48,436 1,060 12쪽
4 빌런의 경제학 - 3 +17 20.12.31 50,149 1,038 13쪽
3 빌런의 경제학 - 2 +41 20.12.30 53,620 1,087 12쪽
2 빌런의 경제학 - 1 +33 20.12.29 60,158 1,235 14쪽
1 프롤로그 +31 20.12.29 66,201 938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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