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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하는 수호자

웹소설 > 자유연재 > 퓨전, 판타지

이리이이
작품등록일 :
2021.01.02 11:53
최근연재일 :
2021.01.23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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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13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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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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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르크 공화국의 숀 맥샌, 네론트 폭포, 브리플랑크 금제의 땅..."


체크리스트에서 이번달의 둘러본 곳의 선을 그었다. 내가 임시로 만든 허술한 탐험노트다.


부모님이 탐험하면서 남긴 일지를 근본으로 해서 머물렀던 주요 거점, 정보를 베껴와서 내식대로 적어놨다.


"흔적을 발견할 수 있으면 좋지만. 쉽진 않네."


하나같이 헛걸음한 리스트 목록이다. 애초에 기대를 하지 않고 움직여서 그런지 수확이 없음에도 별다른 기분이 들진 않았다.


해야 할 일이 끝나자 노트를 덮고 일어났다.


"하... 빌어먹을 헤루인 제는 언제 끝나는거야"


헤루인 제.


전 구역에서 특출난 자들이 모여서 경합을 벌이면서 자신들의 신들께 '타라니 스타'를 조공하는 특별한 날.


지금같은 시기는 괜히 게이트 사용이 집중되서 팀으로 움직이거나 큰 대어가 아니면 사용 허가를 주지 않는다.


이때 신입, 고참병 구별 없이 게이트 뛰어들어 목숨을 걸고 타라니 스타를 회수해온다.


"그런 쓸데없는 행위에 목숨을 버리는 꼴이라니."


목숨을 걸고 구해온 타라니 스타를 그 위선자들한테 먹이는 걸 축제랍시고 준비한다. 매년 오는 역겨운 축제지만 올해는 더욱더 버겁다.


"바람이나 쐐야지"


답답한 마음에 발을 재촉하면서 문 쪽으로 향했다.


밖으로 나가자 시원한 저녁 바람이 폐를 채운다. 의식적으로 쳐다본 섹터는 울타리 너머로 불빛이 한가득이다.


높지않은 철벽으로 밖과 안을 구별하고 있고 일종의 방어벽이다. 그 벽을 울타리라고 부른다.


"뭘 방어하겠다는 건지"


쓸데없는 푸념이지만 이번 원정 때문에 자꾸만 섹터로 눈이 간다. 이번엔 어쩔 수 없겠지. 이미 각오한 일이다.


베 영감이 최대한 힘써주고는 있지만 아마 이번 원정에는 나도 포함될게 분명하다. '내종'까지 참여한 마당에 피할 구실도 없고 있는 것도 다 써버렸다.


"하... 지금까지 너무 많은 이유로 빼먹었더니 이젠 더 뺄 수도 없다."


지금껏 있는 이유 없는 이유 이것저것 다 끌어모아 어떻게든 피해왔다. 언젠가 피할 수 없는 날이 올 거란 걸 알고 있었지만 받아들이긴 쉽지 않다.


섹터 전 구역에서 나름 이름 날린다는 네임드들이 대거 참여하는 원정이다.


내이름인 '하진'도 일단은 네임드로 등록이 되있기때문에 필수 참여 대상이다. 나와 페어를 맺은 녀석도 나오겠지.


머릿속이 복잡하다. 원정에서 어떤 태도를 취하고 있어야 할지와 주위에 따가운 눈총을 견디면서 생활할 생각에 벌써 위가 뒤틀리는 기분이다.


"머리도 좀 비울 겸 등반이나 할까."


탐색할 때 필요한 근력, 체력, 지구력을 키울 때는 이것만 한 게 없는 같다.


처음엔 약한 신체 능력으로 중간에 포기할 생각도 많이 했지만, 악으로 하다 보니 지금은 많이 숙달됐는지 순식간에 산 정상이 보일 정도다.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향상된 신체를 보는 즐거움도 있지만.


"역시 여기서 내려다 보는 절경은 미친다니깐!"


쌍둥이 산 사이에 구름들과 폭포가 아우러지면서 이 지대에 색을 칠하는서 야불빛 벌레들이 내뿜는 조그마한 점들의 움직임은 몇 번을 봐도 신기하다.


찌르르 거리는 벌레 소리와 숨을 내쉴 때마다 막혀있는 가슴을 뚫어버리는 정상의 공기 정신이 집중되는 이 느낌은 등반을 끊을 수 없는 이유다.


"일지에 나오는 마다리스 초원이란 곳에 가보진 않았지만 이런느낌이지 않을까?"


뇌가 활성화된 상태에서 읽는 책을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어도 항상 흥미롭게 느껴진다.

상상의 나래에서 정신 차린 나는 마무리를 하기 위해 메고 온 가방을 뒤적였다.


'맹세를 지킨 영웅들' 굉장히 유치한 이름의 책이지만 섹터 내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책이다.


왼손으로 책등을 잡고 반대 손 엄지로 책 속지를 누르고 왼손의 힘을 줘 구부리면 엄지에 속지가 기분 좋게 쓸린다.


"기분 좋네."


감 좋게 브레이크를 걸어서 펼친 속지에 적혀있는 글귀를 큰소리로 읽었다.


"너가 맹세한 건 무엇인가! 자신의 맹세를 지켜라. 그것만이 우리 자신을 증명할 길이다."


메아리가 골짜기를 타고 내려간다.


증명.

언제 읽어도 울림 있는 단어다. 어렸을 때 헤어진 이후 부모님과 자주 대화해 보진 않지만, 남들의 칭송, 말들로 가득 찬 이 책에서 유일하게 부모님이 남긴 말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이다.


"오늘도 힘 충전하고 갑니다!"


많이 좋아졌지만 4년 전까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겹친 악재로 많이 힘들어했고 섹터 내에서 생활도 못 할 정도로 기피증이 심해져서 견디지 못하고 뛰쳐나왔다.


네프리드 필드에서 생활은 적응이 필요했고 부족한 게 많았지만, 섹터에서 살았을 때보다는 천배 나았다.


그땐 왜 그렇게 힘들었는지 진정이 된 지금에서 보면 과한 행동이었다.


"베 영감한테 끼친 민폐는 어떻게 갚아야 하나."


영감도 많이 놀랐을 거다. 말도 안 하고 빠져나온 거니깐. 귀찮은 일도 많았을 거고 어느 정도 진정되고 나서 내 상황을 적어 보낸 편지를 보고 좋게 받아들인 건지 군말 없이 협조해주는 영감이 고마울 뿐이다.


"이렇게 된거 어떻게든 넘겨보자!"


기합을 넣으면서 근심을 좀 떨쳐내자 집에 박혀 있을 때보다는 훨씬 낫다.



* * *



8일 후.

13번 섹터 센터우리 지역 내 작전 회의실 대용 지하 강당.



'내가 잘못 생각했다.'


빌어먹을 한참 잘못 생각했지. 이 분위기 너무 답답해 미칠 것 같다.


나중에 들어가는 것보다 미리 와있는 게 시비 거는 놈들의 주의를 안 끌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에 한 행동은 숨 막힐 정도로 심각한 오판이었다.


거기에 회의 내용까지 충격의 연속이다.


'머리가 어질어질하네.'


부모님이 원정대에서 돌아오지 못한 그 날부터 부모님은 대영웅으로 추앙받고 나는 셀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았다.


거의 그게 몇 년 동안 지속했고 그 이후 섹터를 벗어나 필드로 넘어가 버리니 대영웅의 자제인 건 맞지만 말 안 듣는 골칫덩이 취급이다.


'거기서 끝났으면 좋았을걸···.'


날 다시 섹터 내로 복귀시키려는 시도 과정에서 내가 안 좋은 꼴을 자주 보였다.


내종들이나 주변의 시선이 만들어낸 내 이미지를 역겨워한 나는 괴팍한 행동과 모든 영광을 부정하는 발언을 했다.


섹터 내에 있을 때도 일탈을 계속해서 부모님의 후광을 업고 사는 편한 놈이라는 낙인이 찍혔다.


"하진, 대화 좀 하자. 이번 원정 관련해서랑 앞으로의 일정에 관해서다."


옆에서 나와 페어를 자처하고 있는 이 녀석의 이름은 도천.


영웅으로 추앙받는 어머니의 제자다.


깔끔한 인상과 능력을 사용했을 때 풍기는 포스와 평소에 검소하고 착실한 행실이 겹쳐져서 그런지 섹터 내 명성이 자자하다.


어머니와 함께 활동한 경력도 있고 후보생 교육과정과 수호자 커리큘럼을 만점으로 통과한 녀석이라 그런지 학파에서도 거론되고 네임드 크루에서는 어떻게든 영입하려고 하는 유명인이다.


'그런 위인이 모든 걸 내팽개치고 도망친 무능력자와 어울려 다니고 높으신 분들이 걱정이 많겠지.'


"하진?"


내가 말이 없자 도천은 내 어깨에 가볍게 손을 올리면서 부른다.


"힘든 건 알고 있지만 네가 꼭 참여해줬으면 해 강제적이라고 볼 수 있지만, 언제까지고 주저앉아있을 순 없으니깐."


"신경 써줘서 고마워"


"괜찮은 거야? 안색이 많이 안 좋아 보이는데"


"괜찮아. 아주 멀쩡해. 신경안 써줘도 돼"


도천이와 말을 이어갈수록 어색함이 더 해가고 신경 써주는 걸 내가 너무 단호하게 거절하는 느낌이 계속된다.


"너가 도천이구나 안녕!"


"이렇게 빨리 수호자가 될 줄 몰랐어. 역시 도천이야. 대단한데."


"이번 원정도 너가 다 해먹는 거 아니야?"


"아하하. 아니야 아무 그래도 선배님들도 많이 참석하고 하진이도 있으니깐 내가 활약할 건 그다지 없어보이는데."


주위에서 도천과 얘기를 나눠보려고 인파가 몰렸다.


대부분이 성적 좋은 후보생들. 사이드킥 임무를 수행하려고 온 거겠지.


후보생 생활을 하던 애들이니깐 도천을 더욱 가까이에서 봤을거다.


'불편해 죽겠네.'


주위에 눈총이 나는 불청객이니깐 나가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도천아 셀에 먼저 가 있을 테니깐 천천히 와."


"그래 알았어."


강당에서부터 개인 셀까지는 먼 거리는 아니다.


몇 걸음 옮기다 못해 시비가 걸린다.


'그냥 무시하고 지나가자."


이 녀석들이 나한테 품는 감정도 이해가 안 가는 바가 아니다.


눈으로 쏴대는 욕은 신기하게도 입으로 말하는 것보다 더 아프게 박힌다.


썩 좋은 기분은 아니지만 그러려니 하고 넘긴다.


'이렇게 해서 풀리면 뭐 그건 그거대로 낫지.'


과거에는 견디지 못할 정도의 압박이지만 혼자 생활하면서 스스로 정신력을 강화하는 훈련을 했다.


몇백 번 몇천 번 깨지고 혹사당한 정신력은 아무 변화 없는 표정과 흔들림 없는 대화를 가능하게 했다.


'여전히 명예니 신을 위해서라니 하는 헛소리를 받아주는 건 쉽지 않긴 하네.'


나를 비난하는 훈련생들.


나를 악의적으로 골리는 수호자들.


나를 회유하려는 망령에 사로잡힌 감독관들을 제치고 개인실로 들어가 문을 걸어 잠근다.


몇 걸음 걸어가서 올린 테이블 위에 손에 무게감이 실린다.


꽉 막힌 곳에서 풀려나자 자동으로 뱉어지는 한숨과 들숨의 반복을 끝으로 준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준비를 시작한다.


"실력 검증 테스트라니."


강당에서 한 회의는 이번 원정지 다수와 각각에 알맞은 자원을 배정한다는 명목으로 가벼운 테스트 행한다는 내용이다.


당연하게도 난이도가 높은 원정지 일수록 테스트 평가는 어려워진다.


테스트 후에 개인의 점수를 종합해서 나온 포인트를 넘버로 부여해서 원정복에 새겨준다고 한다.


"내종까지 참여하는 원정팀을 꾸린다고 했으니 상당한 수준일텐데."


회의 때 화면에 띄운 게이트 연결 지점지도에서 발견한 거지만 항목 중에 부모님이 남긴 노트에서 본 이름이 있었다.


행성 도미니코.


수호자들이 지원하는 최대 격전지가 포함된 카리오누스 행성계와 벡터 은하 사이에서 거리로 봤을 때 딱 중간쯤에 위치한 행성이다.


난이도란에 적혀있는 숫자는 최소 단위가 23,444포인트다. 즉 적어도 베테랑이라고 분류되는 수호자 인원수가 천명은 돼야 완수 가능하다는 말이다.


"말도 안 되는 소리군. 카파급 돌격용 방어함이 백 대는 필요한데?"


필요한 자원은 말할 것도 없고 이 정도 규모로 투입돼도 그만큼 수확이 있을 거라고 확정 지을 수 없다.


하지만.


가장 많은 포인트를 필요로하는 원정지이면서 일지에 적혀있는 내용을 보면 부모님이 남긴 흔적이 있을 확률도 높은 지점이다.


"해볼 만해"


회의는 공지하는 식으로 가볍게 진행됐고 앞으로의 일정에서 디테일한 부분을 정하기로 결정 난 상황이다.


"일단은 명확해서 좋네. 앞으로의 방침은 정해졌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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