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 - 4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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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전부 하고 싶습니다. 사진을 찾아보니 고아원 방문, 양로원 방문, 직접 요리해서 무료 점심 대접 전부 해보고 싶습니다. 그 중에서 꼭 해보고 싶은걸 뽑자면 여름방학을 이용해서 집지어주기 봉사활동을 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비록 여자이지만 집짓기에서 남자들처럼 힘껏 참여해보고 싶습니다."
어이어이, 이봐 그거 무슨 소리야. 니 그런것까지 다 찾아본거야? 게다가 그거 뭐야. 니 힘쓰는거 전혀 못할 거 같은데? 게다가 그다지 좋아할 것 같지도 않은데? 아니 좋아하려나? 힘쓰는거 왠지 좋아할 것 같기도하고, 나 때리던거 생각해보면. 그런데 니 봉사활동 자체에 관심이 없을 것 처럼 느껴지는데. 봉사활동이라고는 자기봉사만 생각해봤을 것 같단 말이야. 너가 애초에 봉사에 관심이 있었으면 이렇게는 안됬으리라고 보는데.
그리고 면접관들, 정말로 이해하고 있다는 듯이, 이 여자를 감싸안아주고 싶다는 듯이, 이 여자의 이 예쁜 마음이 정말 좋다는 듯한 그런 표정 하고 있지 말라고, 남자 두명면접관하고 같이 딸려있는 여자 면접관 너 하나. 여자면 좀 이런 여자의 거짓말은 알아채라고, 봉사하다보니까 너무 착해진거 아니야? 악인도 착하게 볼 필요는 없잖아?
"그럼..우동화씨는 뭐 해보고 싶은거 있으신가요?"
느낌이 와. 내가 가장 볼품없다는 뜻인가보네. 젠장...
"작년 이 봉사동아리의 활동으로 작년 여름 수재민돕기를 갔던것을 보고 저도 그런 수재민돕기에 참여하고 싶었습니다. 저희 집도 어렸을 때 수재를 당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는 군인분들께서 도와주셨습니다. 어렸던 때이지만 참 고맙고 감사하다고 생각했었고, 저도 그와 같은 사람이 되자고 결심하였습니다. 그래서 꼭 해보고 싶습니다."
"으음......."
대체 뭐야. 정말이었던거야? 면접장에만 올라오면 세상에 모든 사람들이 모인다더니, 진짜로 봉사활동동아리 면접장에서 수재민을 만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이거 문제 있는거 아니야? 보통 사람이라면 저렇게 특별한 삶을 살질 않는다고. 잠깐....곧 있으면 나잖아. 아니...곧이 아니라. 지금이야. 뭘 말하지. 뭘 하고 싶다고 그러지? 딱히 찾아본 거 없는데. 아....
"그럼..한민수씨께서는 다른 분들에 비해 나이가 좀 있으신데. 봉사활동 동아리에 들어오고 싶은 이유가 있었나요?"
뭐? 뭐야.....왜 나한테만 그래...뭐냐고..
"아....그러니까.."
자기소개를 생각해보자. 자기소개..뭐였더라...옆집 꼬마애 도와줬던 그거....아...그거...
"어렸을적에 옆집에 있던 꼬마애가 연을 날리다가 나무에 연이 걸렸었는데, 그걸 제가 꺼내준 경험이 있습니다. 그 때 기쁨을 느꼈고, 그래서 봉사활동 동아리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예?......아니..아..예 알겠습니다."
방금 뭐였어.....방금 뭐야. 내 말이 조금 이상했나? 방금 3명 다 어리둥절한 표정 지었는데 대체 뭐냐고.이거 안좋은거 같은데....이거 진짜로 안좋아...생각해보자. 뭐가 문제지? 지금 너무 과거이야기였나? 아니면....개연성문제인가? 옆집꼬마 연날리기 도와준경험....지금 봉사활동 동아리 지원이유.....개연성이 조금 안 맞는것같기도...아니..애초에 늦은 나이에 지원 이유 물었는데. 너무 이른 나이 이야기를 해버렷잖아!!! 지금 다시 말할까? 아니 타이밍이 지나갔는데....애초에 뭐라고 말할건데? 말할 것도 없잖아? 아나..하아...생각해보자...생각해보자...후우....
"자, 그럼....이제 면접은 다 끝난거같고..."
뭐? 안된다고. 이거 아무리 봐도 탈락이잖아? 이거 내가 말한거라고는 죄다 바보같은 말뿐이었다고.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해주세요."
흐음....흐음...아무도 손을 안드는데...흐음...
"자...그럼..."
젠장..떨어질거라면...솔직하고 떨어지자.
"아, 한민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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