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증오

'12화'
증오
샤르핌 왕국에서 국왕인 타이잔에게 죽을 뻔한 유 일행은 마스터 증표에 걸어 놓은 마법으로 그들을 계속 지켜보던 파이올이 열어준 워프게이트 속으로 도망쳐 그곳을 벗어나게 되었고 현재 워프게이트 안을 풍선처럼 떠다니고 있었다.
"갑자기 많은 일이 겹쳐서 머릿속 정리가 안되는데, 내가 이상한거야 유?"
방금 전까지 죽을뻔 했지만 여느 때와 다름없이 말이 많은 엘리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니, 나도 머릿속이 복잡하긴 마찬가지야. 선생님은 어떻게 알고 우리를 구한건지..."
"아마 이것에 마법이 걸려있었나 봐요"
니아는 이상한 자세로 떠있는 둘에게 엘리가에게 받은 마스터 증표를 보여주며 말을 이었다.
"저희가 빨려든 워프게이트는 이것을 중심으로 생겨나는걸 봤어요"
니아의 말을 듣고서 엘리가와 유는 선생님이라면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라는것을 생각했다.
"잠깐만...그렇다는건 지금까지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는 거잖아? 이 변태같은 자식이! 워프가 끝나면 죽여버릴테다!"
"엘리가, 그래도 덕분에 우리가 빠져나올수 있었잖아"
"뭐?! 그게 뭐 어쨋는데! 지금까지 훔쳐보고 있던 거라면 내가 씻을때도 다 보고있었다는 소리잖아?! 살려준거랑 이건 다른문제야! 이번에도 날 막으면 너먼저 썰어버린다?!"
엘리가의 진심으로 분노에 찬 눈동자에 유는 조용히 눈을 피하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유를 보고있던 니아는 오늘따라 더욱 멋이 없어보이는 유 라고 생각했다.
처음에 봤던 날의 카리스마는 날이 갈수록 적어졌다.
"어쨋거나 살았네, 솔직히 마지막에 날아오던건 막을 자신이 없었는데 말이야"
유의 말에 어이가 없는 엘리가
"유, 너 그걸 막을 생각이라도 했단말이야? 정말 미친거 아니야?"
엘리가의 말에 자존심이 상한 유
"엘리가, 지금은 너한테도 밀리지만 '카와르' 전에는 지금이랑은 비교도 안될정도로 강했어. 마나만 다시 쓸수있으면 지금의 너는 손도 쓰지않고 찍어 누를수 있지"
똑같이 유의 말에 자존심에 금이 간 엘리가
"하아, 그러셔? 그런데 나도 '카와르' 전 이였으면 지금의 너는 눈도 못 마주 쳤을텐데?"
유와 엘리가는 서로 으르렁 거렸고 언제나 처럼 니아가 중재에 나섰다.
"그만 싸워요~ 항상 이렇게 싸우면 두분만 피곤해 지시는거 알잖아요. 그냥 화해하고 두분 다 넘어가주세요"
조금 떨어진 곳에서 자신들 쪽으로 엉덩이를 내밀고 떠있으면서 그런말을 하는 니아를 보니 웃겼는지 두명 다 금세 분위기가 누그러졌다.
언제나 싸우고 화해하기 때문에 이렇게 금방 누그러 지는 것이겠지.
"그건 그렇고 두분 다 카와르의 피해자 셨어요? 제 이야기도 해드렸는데 왜 그걸 말씀하지 않으신거에요?"
니아의 물음에 유와 엘리가는 서로의 눈치를 봤고, 엘리가가 입을 열었다.
"니아에게 말하지 않는게 니아를 위한 거라고 생각해서 말 안하고 있었어. 우리가 말했으면 니아는 분명 죄책감을 느꼇을테니깐"
엘리가와 유에게 약간의 배신감이 드는 니아였다.
자신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여행길을 같이 한 둘이 자신에게 자신의 고민도 말할 수 있을정도의 사이가 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자신만의 생각 이였다는 것이다.
"저는 아직...두분에게 신뢰를 가지게 해드리지 못한거군요..."
"아니야, 니아! 그런게 아니ㅇ..."
니아의 생각지도 못한 말에 깜짝 놀란 엘리가가 니아에게 손을 뻗으며 소리치던중 워프 게이트를 전부 통과해 환한 빛에 휩싸여 그 공간에서 사라졌다.
리아 공화국의 지하 깊숙한 곳, 지코모의 내부에 있는 파이올의 거쳐중 한 방에 워프게이트가 열리고서 사람 셋을 뱉어내었다.
"이번엔 내부에서 나왔네. 저번처럼 상공에서 나오지 않아서 다행인걸"
유는 예전에 리아 공화국으로 들어올때 상공에서 떨어지던것을 떠올리고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흠...주위를 보니 선생님의 거쳐로 바로 들어온거 같네. 뭐, 선생님이 연 게이트니깐 당연히 여기로 오겠지만 말이야. 니아 여기가 바로 너가 보고싶다던..."
유는 선생님의 거쳐를 보고싶어했던 니아에게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해 웃으며 니아를 향해 고개를 돌렸지만 니아와 엘리가 사이의 분위기 때문에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오랜만에 돌아와서 너무 들뜬나머지 게이트 안 에서의 일을 잊고있었다...'
유는 이상황을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하려 할때 지금 있는 방의 중앙에서 익숙하고 오싹한 기운을 느꼇다.
'그래, 선생님이면 이 분위기를 지워주실 수 있을 거야!'
지금 이 상황을 완전히 떠넘기려는 유 였다.
"선생니....ㅁ...!"
반갑게 파이올을 맞이하려는 유를 재쳐놓고 파이올은 니아에게 둘의 눈으로도 보이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도약해 니아의 머리를 움켜쥐고 바닥에 쳐 박았다.
그리고 그런 파이올의 행동에 놀란 엘리가는 프레숄을 꺼내려 했지만 뒤에있던 트러스트에 의해 저지 되었다.
유는 갑작스러운 파이올의 행동에도 어쩌지 못해 자세만 취하고 있었고 그런 유의 옆에도 도리타가 다가와 서있었다.
움직이면 제압하겠다는 도리타의 눈빛을 본 유는 그렇게 가만히 있을 뿐이였다.
"왜 이러는거야 트러스트씨. 못 본 사이에 어린 여자아이를 괴롭히는 취미라도 생긴거야?!"
지금까지 한번도 자신에게 대들지 않던 엘리가가 자신에게 화를 낸 것을 본 트러스트는 파이올이 제압하고 있는 니트로팔로스의 영혼을 담고있는 그릇에 흥미가 생겼다.
"선생님...저 아이는 당신이 알고있는 드래곤이 아니에요..! 그녀를 놓아주세요. 선생님..."
"꼬맹아, 가만히 있어. 이건 너가 생각하는것 만큼 가벼운 일이 아니야"
유의 항변에 옆에 서 있던 도리타는 유의 어깨을 잡고 짓눌렀다.
"나도 지금까지 지켜봐서 너희들이 왜이렇게 감정적으로 대하는지 알고있어. 하지만 도리타의 말대로 이건 가벼운 문제가 아니란다. 기억을 잃었다고는 해도 니트로의 의식 그자체인 영혼을 담고있는 육체가 이곳에 있으니 이정도는 당연하지, 오히려 배려해 주는 수준이야"
유와 엘리가에게 말을 마친 파이올의 머리위쪽 천장과 니아가 눌려있는 바닥쪽에서 거대하고 복잡한 선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니아에게 천천히 박혀들어갔다.
그것을 보고 니아에게 해가 있을거 같아 유와 엘리가는 니아를 바라 보았지만 아무 이상이 없는것처럼 고요했다.
그것을 보고서 둘은 그나마 안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둘의 생각대로 니아는 편안한 상태가 아니였다.
자신을 구하려다 저지당한 둘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않아 엄청난 고통이 몰아치고 있었지만 참고 있는 것이였다.
'아파...죽을만큼 아파...그래도 어찌어찌 참을 수는 있을거 같아....으으으으....수용소에서 고문 당하던게 이렇게 도움이 될줄이야....'
분명히 엄청나게 고통스러울 텐데 작은 신음조차 흘리지 않고 가만히 버티고있는 소녀가 놀라운 파이올이였다.
"허어...굉장히 고통스러울텐데 아무렇지도 않다는듯 버티고 있구나. 역시 니트로란 말이지?"
작게 니아만 들을수 있을 정도로 말한 파이올은 좀더 고통스럽게 작업을 했다.
그 때문에 그나마 고통을 참고 있던 니아도 고통스러운 소리로 울부짖으며 온몸의 구멍에서 피가 흘러 나왔다.
얼마 지나지않아 니아는 몰려오는 고통에 못이겨 기절해 버렸고 그런 니아를 구하러 엘리가와 유는 몸을 움직였지만 트러스트와 도리타에게 각각 팔다리를 절단 당하고서 명치와 목을 가격당해 니아와 마찬가지로 기절하고 만다.
"이렇게 까지는 만들고 싶지 않았는데 말이야. 니 말대로 대처했다 이자식아"
"도리타, 아무리 그래도 파이올님에게 그런 명칭은 아니지 않아?"
"시끄럽다, 이년아. 너는 맡은 일이나 잘해"
"정말이지 입이 더럽다니깐. 우티의 반만 닮았으면 좋겠어"
"우티 그녀석은 이상하리 만치 충성심이 강할 뿐인거야"
만날때마다 말싸움하는것이 쓰러져 있는 유와 엘리가를 쏙 닮은 두 사람이였다.
"하, 그만 떠들고 두녀석다 방에 옮겨놔줘, 나는 이녀석을 조금더 조사해 봐야겠어"
"어느정도 조사는 방금 걸로 끝났을텐데. 정말이지 그녀석을 싫어한다니깐"
"당연한거 아니야? 니트로팔로스가 무슨 죄를 지엇는지 모르는것도 아닐텐데 도리타, 아니면 저녀석을 옹호하는거야?"
"뭐 이것아?!"
열심히 다투는 트러스트와 도리타를 뒤로하고 파이올은 온몸에 피를 흘리며 기절해 있는 니아를 데리고 지하로 향했다.
"...그나저나 데려가서 뭘 할 생각인지"
"어느정도 분이 풀릴 정도로 가지고 놀다가 기억을 지우고 데리고 오시겠지. 뭐 그런다고 파이올님은 만족하지 못하겠지만"
"흠...정말이지 불쌍하구만. 빨리 시간이 지나 기억을 잃을때가 되길 바라야겠군"
"도리타는 정말이지 파이올님 편 인걸 본적이 없다니깐"
"내가 누구편이든 내마음이다 이것아, 엘리가나 옮기러 가라"
"그래 간다, 가"
트러스트와 도리타는 서로 엘리가와 유를 들쳐 매고 그들이 예전에 쓰던 방으로 옮겼다.
그렇게 각자의 방에서 휴식을 취한 후 팔다리를 회복한 유와 엘리가의 앞에 니아가 모습을 보인 것은 다음날 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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