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메라, 기사가 되어 복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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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오피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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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08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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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11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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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조(3)

DUMMY

굵은 나무 밑 성인 기준 무릎 높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 작은 돌기둥. 지금에서야 묘비라고 부른다는 사실을 알았으나. 처음 봤을 때는 알지 못했다.


“아빠? 아빠!”


무엇보다 당시에 어렸기에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 무지했기에 왜 묻혀야 하는지도 모른 채 애타게 불렀다.


“아빠를 왜 묻었어?”


당시 살았던 마을에 촌장 할아버지에게 물었다. 어린 요안나는 아는 게 없기에 순진하게 질문했다.


“싫어, 그럼 아빠 어떻게 나와? 왜 묻어! 아빠 꺼내줘야 해, 저기 춥잖아!”


삽으로 묘비 앞에 묻혀 가는 아빠를 애석하게 찾았다. 울부짖으며 말리기도 했었다.


요안나는 눈을 감았다. 아직도 당시 일이 선명하다.


“아빠.”


묘비 주인인 자신의 아버지를 부른다. 부른다고 해서 돌아올 수 없지만. 유일한 가족이었기에 시간이 꽤 지났음에도 그리워 찾게 된다.


“다녀올게. 한동안 못 찾아뵐 거 같아 와봤어요.”


요안나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자랐다. 약 50명쯤 되는 마을 사람들이 사는 작은 마을이었다. 아버지는 작은 마을에 유일한 신관인 사제셨다.


“아빠, 아빠가 꼭 가야 해?”


돌아가시기 전 아빠는 먼 이웃 국가인 기사국에 가시게 되었다. 자국도 아닌 딴 나라에서 오크가 침공하는 사건에 많은 사람이 다쳤다고. 치료해 힘쓰기 위해 가신다고 하셨었다.


전쟁터에 가겠노라는 아빠에게 어린 요안나는 슬픈 표정을 지었다. 반대하기도 하였으며 말리기도 했다. 떼를 쓰며 어떻게든 가지 않기를 바랐지만.


신부인 아버지는 타 국의 사람들이 다치는 일을 방관할 수 없었다. 직업 정신이 투철한 사람이었다. 아버지는 어린 요안나가 마음에 걸렸으나 사제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이웃 국가에서 고통받은 이들을 모른 척하지 않았다.


그런 마음씨 착하신 아빠였다. 욕심 따위는 없이 돕고자 하는 선한 마음뿐이었다. 전쟁터에서 무훈을 세워 영지를 받는다거나. 전선에서 활약하여 막대한 포상을 원하시지도 않았다. 두 팔 걷어 힘든 사람들을 돕겠다고 가셨었다.


오크가 침략하여 힘든 시기에 기사국 내 용신교 성당에서는 도움을 요청했다. 본청인 에크레시아 용신교 성당에 말이다. 이를 듣고 용신교 성당 소속 신관들에게 자발적으로 파견을 권하였다.


요안나의 아버지 또 한 이 소식을 듣고 자발적으로 참여를 했고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아빠가 숨을 거둔 기사국에 갔다 올게.”


자그마한 묘비 앞에 요안나는 무릎을 꿇었다.


“아빠에게 감사의 마음조차 갖지 않은 기사국 따위 가고 싶지 않지만.”


어릴 때는 잘 몰랐다. 아빠가 왜 죽었어야 하며 돌아가신 아빠의 시신조차 돌아오지 못한 이유를. 시간이 지난 지금은 잘 안다.


세월이 흘러 요안나는 알게 되었다. 타 국의 기사들을 지키기 위하여 최전선에서 치료에 힘쓴 아빠를. 그들은 찾지도 않았다.


꼬마였던 자신은 아빠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게 고작이었다.


당시는 그러하였으나 지금은 다르다. 에클레시아 플루드리스 기사단 소속 부단장인 요안나는 다르다. 예전에는 작은 마을 어린 꼬마였으나. 지금은 기사국보다 우위인 에클레시아 유일 기사단인 플루드리스 소속 부단장이니 다를 수밖에. 적어도 이번 합동 훈련 책임자로 간 이상 다르다.


플루드리스 기사단.


원래는 에클레시아가 이웃 국가인 기사국에게서 기사들을 초청하여 설립한 기사단으로서. 종교 국가인 에클레시아가 자국을 지키기 위한 기사단이었으나.


현재는 이교라던지 에클레시아와 대립하는 국가. 나아가서 에클레이아와 동맹국에 파견까지 나가는 거대한 기사단으로 성장해있다.


최근은 현 교황 폰 티페우스 막시무스. 그가 플루드리스 기사단을 통해 신대륙 진출을 꾀한다는 소문도 널리 퍼졌다.


무기의 발전과 기술이 발달하여 무력으로 몬스터를 퇴치해온 인류. 작은 촌 단위에서 점차 지금의 여러 국가를 만들어 온 인류이지만. 아직도 미개척 대륙은 있었다.


신대륙 진출을 막는 존재는 몬스터가 아니다. 인류 못지않게 발달 된 문명을 갖은 오크들.


막강한 오크들이 주둔하여 진출하지 못한 신대륙. 현 상황에서도 상대하기 어려운 강대한 오크가 도사려 못가는 신대륙을. 굳건한 기사들의 나라인 기사국도 넘보지 못하는 미지의 땅을. 소문으로는 플루드리스 기사단은 진압할지도 모른다고 퍼지고 있다.


“펜 드래곤 기사국. 천재일우의 기회겠어.”


짤막이 말한 뒤 숨을 살짝 들이마셨다.


고향을 뒤로하며 자신을 기다리는 마차로 향한다.


“당분간 못 오겠네. 아빠 나 보고 싶어도 기다려.”


짤막하게 말한 뒤 남은 한발 먼저 마차에 탔다.


일정이 어느 정도 되는지 알기에 요안나는 아빠를 고향을 눈에 담고 싶었다. 부 기사단장이라는 직함 때문에 이웃 국가인 기사국에 가게 되었으니 말이다.


마차 밖의 풍경을 본다. 모래의 바다가 눈에 들어온다.


아버지의 묘를 다녀온 직후. 요안나는 엉덩이 살이 닳아 없질 정도로 긴 시간을 마차에서 보내고 있다.


가는 곳은 에클레시아의 수도 갈라치아.


마차가 멈춰 서더니 마부가 도착을 알려줬다.


처음 오는 게 아니다 보니 능숙하게 시가지를 빠져나갔다. 곧장 웅장한 대성당으로 향했다.


대성당에 처음 발을 들이는 이라면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 고민할 수 있다. 그야 대성당이라고 해도 건물이 한 개가 아니니. 무려 새 채가 있으면 우왕좌왕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터.


기사단에 입단했을 무렵 요안나 역시 초록 눈동자가 커졌다.


“말도 안 돼.”


특히 작디작은 마을에서 자란 요안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대성당이 그저 큰 건물이 아니라 용도에 따른 새 채가 있어 말이다.


국외 손님 등을 맞이하는 위한 용도의 대성당인 거성당. 신부와 수녀들이 기도를 올리는 남성당. 교황께서 거주하며 기도를 올리는 속성당.


“부 기사단장님. 어서 오시지요.”


옷자락이 긴 신부님이 요안나를 맞이하였다.


매번은 아니어도 꽤 자주 방문을 하고 있음에도 긴장한 발걸음으로 따른다.


이윽고 건물을 통하는 복도를 지나자. 수녀들이 건물에 들어서기 직전 확인 차 몸을 수색했다.


“매번 이래야 합니까.”


플루드리스 기사단 소속 부단장이다 보니 검을 차는 게 허락되어 더 꼼꼼히 움직이는 듯하여. 수녀들은 요안나의 질문에 입을 움직였다.


“금방 끝납니다.”

“후우.”


끝나고 길게 깔린 붉은색 융단을 따라 걷는다. 에클레시아의 실질적 지배자이자 최고 권력자인 교황. 폰 티페우스 막시무스 교황 앞을 향해간다.


“요안나 아르켄시스. 임무를 위하여 지금 막 귀환했습니다.”


보고하자 지금까지 요안나와 함께 걸어온 신부는 물러났다. 요안나는 동시에 무릎을 꿇었다.


“그래. 아버님께는 잘 인사드리고 왔는가.”


낮고도 메마른 목소리가 요안나를 부른다.


“예. 교황 폐하의 배려 덕에 뵙고 왔습니다.”

“요안나, 고개를 들라. 괜찮다.”


요안나는 허가가 떨어지자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건강하셨습니까. 교황 폐하.”


요안나가 마주하는 교황은 아직 늙지 않았다. 쉰을 넘어섰음에도 주름도 많이 잡히지 않으며. 머리카락은 빠지지도 하얗게 물들지도 않았다. 노란빛 그대로였다. 누가 봐도 탄력과 윤기를 잃지 않은 심신 양면의 건장함이 돋보였다.


“그래. 내 건강하다.”


교황은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오호.”


교황의 시선이 먼발치 요안나의 뒤편으로 향하는 게 보였다.


그녀를 향해 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은색 갑옷에 붉은 코트를 두른 인물이 들어섰다. 성큼성큼 내딛는 발걸음은 웅장했다.


“기사단장도 왔는가.”

“예. 기사단장, 지금 귀환했습니다.”


등장과 함께 고개를 숙인 인물은 플루드리스 기사단 단장, 일리자.


“무사한 모습을 보니 내 안심이 되는구나.”

“서신으로 연락드렸을 터입니다. 교황 폐하.”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그녀는 플루드리스 기사단 단장 일리자. 날카로움이 깃든 눈매는 절대 무언가 불만이 있어서가 아니다. 원래부터 타고났다.


지금까지 플루드리스 기사단 단장은 남자가 전임해왔다. 남자가 신체적으로 신장도 크며 근육도 훨씬 발달하는 구조 탓 그러하였으나. 현 기사단 단장을 놓고는 쉽사리 여자가 어찌 기사단 단장을 맡을 수 있냐 논하기 어려웠다.


그렇다. 그녀는 단순히 아름다운 얼굴만이 아닌 대성당 안에 있는 어떤 남자와 겨룬다 하여도 작지 않다. 키가 상당히 컸으며 늠름함을 겸비했다.


물론 키가 크다고 하여 발탁이 되는 게 아니다. 그녀가 기사단장으로 적합한 이유는 등에 메고 있는 큰 대검으로 알 수 있듯. 힘 또한 여느 사내 못지않다.


“제게 성검이 있는 한 다치는 일도 패배하는 일도 없습니다.”


그녀가 등에 메고 있는 검을 모르는 이는 없다. 에클레시아만이 아니다. 이웃 국가인 기사국을 비롯하여 용신교가 국교인 나라면 필시 아는 검이다.


크기 때문에 유명한 게 아니다. 동쪽의 먼 나라에 말을 베어버리기 위한 도검으로 알려진 검과 같은 크기로 제작된 거로 유명하기도 하지만.


정제가 사대성검 중 하나로 유명한 칼리번. 용신교에 대대로 내려오는 용신에게 하사받은 검이라는 전설을 가졌기에 유명했다.


“그랬지, 그랬어. 일리자 어땠나, 정복전은.”


플루드리스 기사단 단장인 그녀는 막 정복전에서 귀환을 마치고 온 셈이었다.


에클레시아는 현재도 용신교를 전파한다는 명분을 토대로 정복 전쟁을 벌이고 있다.


정복 전쟁은 현 교황만이 아니라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먼 옛날부터 그러했다. 용신께서 내린 신탁을 근거 삼아 토지 탈환을 정당화했다. 이른바 약탈을 신의 허락을 받았다고 한 셈이다.


“수월하였습니다. 이상한 힘을 쓰는 귀가 큰 놈들이라고 해봤자. 결국, 창조신의 뜻을 거역하는 악마들이니 별거 없었습니다.”


대답하는 일리자의 눈에 빛이 감돈다.


“언제나 그리 말하지. 그대는. 그리고는 항상 만족한 결과를 내게 안겨줬지.”


흡족한 표정을 짓는다.


“부 기사단장 요안나. 역시 그러하겠지?”

“예! 이번 합동 훈련 무사히 마치고 돌아오겠습니다.”


요안나는 기쁨으로 가득 찬 표정이 되어간다.


“그래. 내 기사단장과 부 기사단장은 항시 신뢰하지.”


임명은 길지 않게 끝났다. 중단되었던 합동 훈련의 책임자인 두 기사에게 간략한 인사. 그리고 에클레시아의 예절을 훼손시키지 말라는 충고 정도였다.


교황은 예배 일정이 있기에 먼저 자리를 떴다.


“우리도 이만 가보도록 할까.”


먼저 일어나며 요한나에게 말을 거는 기사단장.


“오랜만이구나. 요한나.”


뒤늦은 인사를 건네는 플루드리스 기사단장, 일리자.


“예. 동쪽 정복 전쟁에서 고생 많으셨습니다.”


에클레시아 기준 동쪽에 있는 국가 중에는 아직도 용신교를 믿지 않는 국가가 많다. 용신교의 이름으로 그들의 교리를 개방은 하고 있으나. 좀처럼 쉽지 않아 최근에는 기사단장이 직접 지휘를 맡은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같은 기사단에 소속된 두 사람 다 오랜만에 재회였다.


“합동 훈련 및 기사국에 대하여 할 이야기가 많겠지.”


선두로 나서는 단장을 따라 요안나는 대성당을 나섰다.


“단장님, 문신은 뭡니까, 단장님.”


요안나는 그녀를 뒤따라 나서며 변화를 눈치채고 질문했다.


이전 출정 전까지는 본 적이 없었다.


십자가 모양에 용이 똬리를 튼 문신이 목부터 턱까지 이르러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이거 말인가?”


두꺼운 손으로 쓱 문지르더니 일리자는 고개를 뒤로한다.


“곧 알게 될 날이 올 거다. 그때 설명해주마.”


다시 앞을 마주하며 문신 부근을 쓰윽 문지른다.


“그래. 요안나 네가 생각하는 출전 인원 이야기를 들어볼까.”


일리자가 말하는 내용은 두 사람을 포함한 플루드리스 기사단이 기사국과 치를 합동 훈련. 거기에 참가할 기사단 단원에 선출에 관하였다.


“뾰족 귀 놈들도 문제지만 초록 돼지들이 더 말썽이니.”

“그러게 말입니다, 단장님.”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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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 호문클로스vs키메라(8) 21.06.25 206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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