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꾼, 환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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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부
작품등록일 :
2021.01.08 17:44
최근연재일 :
2021.01.1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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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09

작성
21.01.08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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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환생.

DUMMY

“당신은 운명은 조금 특이해. 아니, 영혼이 특이하다고 할까? 어디에나 속하지 않고 유유자적하게 방랑하는 영혼이야. 필시 죽음을 맞이한다 해도 당신은 곧장 태어나 다시금 세상을 누비고 있을 거야.”

“죽었는데도 다시 태어나다니. 그런 허무맹랑한 소리를 나보고 믿으라는 건가?”


당치도 않는 소리였다.


이곳에 온 목적은 의뢰받은 마녀를 죽으려고 온 것인데. 어느새 나는 마녀라 불리는 그녀의 보금자리에서 술을 마시며 허심탄회하게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녀의 겉모습을 보면 마녀의 외견이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평범한 아낙네가 약초를 채집하는 모습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으니까.


“물론 사람이 죽으면 무조건 사람으로 환생하지는 않아. 자칫 싫어하는 벌레나 동물, 혹은 다른 생명이되 생명이 아닌 것으로 변하는 것일지도 모르지. 그러나 당신은 달라. 미지의 존재. 누군가의 개입을 통해 벌레나 동물이 아닌 사람으로 환생할 운명을 타고났어.”

“재미있군. 그렇다면 내 전생이 무엇인지. 마녀, 당신은 아는가?”


그녀는 희미한 웃음을 지으며 내 전생을 말하려고 했다.


“그저 평범한 농부야. 어여쁜 아내와 아들과 딸이 있는 전형적인 농부.”

“가족이 있는 농부라. 그것도 나쁘진 않군. 풍요롭지는 않아도 굶지 않는 직업이니.”

“당신은 자기가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믿지 않는 타입이 아니었던가?”

“원래는 그랬지. 원래는 그랬다만, 희한하게도 마녀, 당신이 말하는 말은 어딘지 모르게 사람을 유혹하는 힘이 있는 모양이군. 그게 아니라면 처음으로 들어본 환생이라는 주제에 호기심이 생긴 건지도 모르고.”


그녀의 목소리는 무언가 사람을 사로잡는 힘이 있었다. 그렇기에 마녀라고 불리는 것이 아니었을까?


그녀는 술을 마시며 다시금 이야기를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사람뿐만이 아니라 모든 생명은 환생하면 전생의 기억을 모두 잊고는 하지. 그렇지만, 내가 만든 목걸이를 찬 채로 죽음을 받아들이고 환생을 한다면 전생의 기억이 생각나는 거지.”


그녀는 낡은 서랍장을 열며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영롱한 보랏빛 목걸이가 어쩐지 낯간지러웠다.


“환생하고 궁금한 점이 있다면 나를 찾아오도록 해. 막 구운 빵처럼 부드러이 대답해 줄 터이니.”


천진난만한 마녀의 웃음에 나는 빈 술잔을 내밀었다.


그리고는 후에 있을 일은 생각지도 않으며 나는 채워진 술잔을 기울였다.


****


“그녀의 말이 사실인가 보군.”


비쩍 마른 아이의 몸뚱어리. 아무래도 난 죽음의 늪으로부터 다시 돌아온 모양이다.


“그렇지만, 이 몸은 너무하는군. 하물며 빈사 상태에 가까운 소년의 몸에 들어오다니.”


흐르는 물가에 다가가 비친 모습을 보았는데 겨우 12살을 넘겨 보였을까?


자세히 보이진 않아도 밥을 제때 먹지 못하여 움푹 파인 볼과 잠은커녕 꼬박 며칠은 샌 것인지 눈가의 그늘이 새까맣다.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영양을 섭취하지 못한 탓인지 머리와 피부는 푸석했으며, 상처를 제때 치료하지 못해 여기저기 누런 고름과 염증의 아픔 때문에 눈을 절로 찌푸렸다.


죽어있는 것과 다름없는 소년의 몸으로 환생한 남자는 삐쩍 마른 자신의 몸뚱이를 움직이면서 마치 제삼자처럼 쳐다보고 만지며 불평불만을 토해낸다.


물론 죽어있는 생보다 살아있는 생이 더 좋다고는 하다만, 밖으로 새어나오는 불만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사람, 늙은 육체가 아닌 앳된 소년의 몸에 들어온 것이 이 거지 같은 상황에서 조금이나마 위안이 됐다.


그녀의 말처럼 정말 내가 인지하지 못하는 미지의 존재가 나를 사람으로...


“됐어. 곧 죽는다 해도 살아만 있다면 뭐든 할 수 있지.”


잠시 생각을 멈추고는 이끼가 낀 나무에 기댄 채로 이 상황을 빠르게 파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육체의 본 주인이던 소년의 기억이 점차 범람하는 강물처럼 넘치기 시작했으며.

전생의 내 기억, 현생의 소년의 기억이 뒤섞이고 얽히더니 이내 약간의 현기증과 함께 잠시 깨질 것 같은 머리를 부여잡고는 차츰 기억을 정리해보았다.


“후. 썩 좋은 기억은 아니군.”


이 몸의 주인이었던 소년, 카인이 왜 이곳에 온 것인가에 대해 기억이 저절로 떠올랐다.


카인은 귀족 저택에 소속된 평범한 하인이었다.


평소와 같이 청소하던 도중 우연찮게 저택 주인의 따님이신 엘리아와 머리를 빚어주는 메이드가 나누는 대화를 남몰래 듣고 있었다.


‘모드. 저쪽 어둠의 숲에는 낮에도 환하게 빛난다는 꽃이 자란다고 하더라.’

‘아가씨. 괜스레 그 꽃을 따려고 어둠의 숲에 가면 안 돼요. 그곳은 밝은 대낮에도 위험한 것들이 잔뜩 웅크리고 있는 숲이라고요.’

‘누, 누가 간다고 했어? 그, 그냥 그렇다는 거지!’

‘당부하는데, 이번에도 제 말을 무시해서 나가셨다가는 그땐 정말 안 넘어가요.’

‘그래도. 그 꽃을 누가 따줘서 내게 준다면 정말 로맨틱하지 않을까?’


그렇다. 저택에 속한 하인이자 평민인 카인은 저택 주인의 따님, 엘리아를 사모하고 있던 것이다.


저택 주인의 딸인 엘리아를 남몰래 사모하던 카인은 청소도 내팽개치며 이때다 싶어서 최소한의 장비를 챙긴 후에야 어둠의 숲으로 무작정 향한 것이었다. 그것도 엘리아가 우스갯소리로 한 아름다운 꽃을 선물하기 위해.


그렇게 이틀이 지나고, 사흘이 지나고, 일주가 지나자. 카인이 가져온 식량은 이미 동이 나버렸으며 배고픔에 못 이겨 헛것을 보다가 이내 독버섯을 먹고는 죽어버리고 만 것이다.


“대담하구나. 사랑하는 소녀를 위해 꽃을 따주기 위해 어둠의 숲으로 들어오다니. 허나 그딴 준비로 숲에 들어온 것 자체가 자살행위나 다름없는 것을 모르는 건가?”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무엇보다 이곳 어둠의 숲이라 불리는 기괴한 장소는 알 수 없는 미지의 존재들이 서식한다고 한다.


유명한 마녀, 사악한 용, 이상하게 생긴 괴수. 그리고 우리가 닿을 수도 볼 수도 없는 미지의 존재들이 서식한다는 이 숲에서 달랑 최소한의 먹을 것과 활과 화살, 단검을 가지고 온 것에 다시금 어리석기 짝이 없다는 말을 눈앞에서 해주고 싶었다만, 이미 죽었으니 어쩔 수 없지 않은가?


“그러면 슬슬 움직이는 편이 좋겠군.”


그렇지만 내게 전혀 문제가 되는 건 없었다.


겨우 배가 고픈 거고, 상처가 찢어져 검게 변하며 노란 고름이 차올랐다고 하더라도 내게는 전혀 문제라고 할 정도는 아니었다.


이보다 더한 상황에서도 나는 이겨내고 살아남았으니까.


작가의말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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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준비. 21.01.15 33 1 13쪽
5 약속. 21.01.14 41 1 13쪽
4 재회. 21.01.13 58 1 11쪽
3 만남. 21.01.12 62 2 12쪽
2 첫 사냥. 21.01.11 83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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