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용사는 바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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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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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09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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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02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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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03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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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과 차단된 공간

DUMMY

똑똑똑-

"세로드 씨. 준비 다 했어요?"


문이 벌컥 열리고 세로드가 얼굴을 드러냈다.


"헉!"

어제보다도 더 예뻐진 듯한 세로드를 보자 나도 모르게 감탄이 나왔다.


"왜요?"

속마음을 들키지 않기 위해 화제를 돌렸다.

"아··· 옷이 깨끗해졌길래요. 세척이 잘 됐군요."


세로드의 위팔 근육에 힘이 들어가는 것 같았다.

"쓸데없는 말 좀 그만 해요. 지금 출발할 거예요?"

"아. 마을 구경 가기 전에, 필요한 아이템 먼저 나누는 게 좋겠습니다. 잠시 세로드 씨 방에 들어가도 되죠?"


아이템은 우리 방에서 분배했다.


"많이도 나왔군요. 손목, 아래팔, 어깨에도 착용하는 게 있었다니. 각자 꼭 필요한 것들 먼저 골라요."

내 말에 이트멀드와 세로드, 휴히파레가 아이템을 한두 개씩 가져갔다.

"이놈! 넌 아이템 가져가면 안 돼!"

엄격하게 휴히파레를 꾸짖고 아이템을 도로 뺏어왔다.


시무룩한 꼬마를 보고는 귀여웠는지 세로드가 살짝 미소를 짓더니 속삭였다.

"누나가 나중에 맛있는 거 사 줄게."

내 친동생 같은 휴히파레는 그 얘기에 무척이나 기뻐했다.

"앗싸! 세로드 누나가 맛있는 거 사준댔어!"

오랜만에 모임에서 따듯한 바람이 불었다.


"방해되니까 휴히파레는 먼저 내보낼게요."

아이템 나누는 데 자꾸 거치적거려서 휴히파레를 여관 밖으로 얼른 내보내고 돌아왔다.

제3자가 끼면 일이 계속해서 늦어지니까.


"두 분. 다 가졌어요?"


"네. 저는 귀걸이 한 개면 돼요."

"저는 방패 하나면 됩니다."

이트멀드와 세로드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는, 남은 아이템에 눈을 돌렸다.

속옷이 눈에 들어왔다.


"아. 속옷이 있었어요. 음··· 아이템 효과도 알아볼 겸 파는 것보다는 착용하는 게 좋겠는데. 세로드 씨한테 줄까 해요. 이트멀드 씨. 괜찮겠어요?"

"네. 친구끼리는 양보하는 법 아닙니까?"

이트멀드도 담담히 내 말에 동의해줬다.


"이 속옷. 이제 세로드 씨 겁니다. 선물 드릴게요."


생각 못 한 배려에 감동했는지 세로드의 얼굴이 붉어졌다.

어깨를 떨면서 주먹에 힘을 꼬옥 쥐었다.

"세로드 씨. 너무 감동받지 마세요. 다음번에는 대신 우리가 더 가져갈 거예요. 하하."

부담감을 덜어주기 위해 약간의 유머를 곁들였다.


꿍-!

세로드의 주먹이 망설임 없이 내 머리를 내려쳤다.


"으악!"

충격이 어찌나 컸던지 골이 다 흔들렸다.

"필요 없으니까 입으려면 샤인 씨나 입으세욧!"


***


여관 밖.


"아이고. 아파 죽겠네!"

"아이고. 내 머리!"

"오늘 나 죽네."


"··· 그러니까 자꾸 쓸데없는 말 좀 그만하랬잖아요."

세로드가 한숨을 폭 내쉬었다.


유리에 비친 내 모습을 봤다.


호랑이 기운을 내뿜는 용맹한 얼굴.

그 위에는 동그란 혹이 툭 나와 있었다.

앞머리의 흔적이 없는 곳에, 머리 위에 머리가 한 개 더 생겼다.


"아이고! 여기 이 혹 어떡할 거예요?"

불의의 일격을 당하고 혹까지 한 덩이 얻자, 눈이 다 글썽였다.

"그만 좀 투덜거려요. 미안하다고 했잖아요."

뒤늦게 걱정되는지 미안한 듯이 말하는 세로드였다.

"어디 좀 봐봐요. 얼마나 부어올랐나. 아까는 혹 없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혹이 천천히 커진 모양이다.

달걀 같은 동그란 혹을 보고는 세로드의 눈이 동그래졌다.

"푸히힛! 이거 뭐야!"

세로드가 배를 잡고 웃었다.

"진짜 아프다고요. 혹 만들고 사과도 안 하고."

"아 네. 허락도 안 받고 혹 만들어서 죄송··· 푸힛!"


한참을 뒹굴던 그녀는, 진정을 되찾고 혹을 유심히 보며 입을 열었다.

"아. 맞다. 혹을 없애는 마법. 예전에 언뜻 본 건데. 한번 해 볼게요."

'이거 안전한 거 맞나?'

"진짜 할 수 있어요?"

"··· 집중해야 하니까 잠시 조용히 있어요."


세로드는 눈을 편안하게 감고서 한 손을 움직여 혹 주변으로 접근했다.

"아무 느낌 없어요. 만지지는 마세요. 갖다 대면 아프니깐."

"··· 조용히 좀."

그녀의 손에서 따듯한 열기가 느껴졌다.

곧 손에서 미약한 붉은 빛이 흘러나왔다.

'헉!'


세로드를 감싼 분위기가 달라졌다.


신기한 순간이었다.

주변 공기가 느리게 움직였다.

'착각인가?'

세로드와 나의 신체는 다른 곳으로 빠져나온 것 같았다.

주변과 차단된 이계(異界)의 공간.

다른 차원에 갇힌 것 같은 신비한 경험.

주변에 사람들이 흐릿하게 보였지만, 그곳에는 분명 우리 둘만 있었다.

다른 사람은 우리를 빛내주기 위한 조연이 된 것 같았다.

'이게 마력의 힘인가.'


화르륵-


"뭐지?"

세로드의 손에서 강한 불길이 뿜어져 나왔다.

"아 뜨거!"

내 목소리에 눈을 뜬 세로드가 깜짝 놀라 혹을 손바닥으로 마구 쳤다.

투닥- 투닥-

"아야! 내 머리!"

불을 다 끄니까 혹이 맥반석 계란으로 변해 있었다.


"역시 잘 안 되네요. 앞으로는 안 해야겠어요."

겨우 웃음을 참으며 세로드가 별 일 아니라는 듯이 얘기했다.


***


"아침부터 혹만 생기고. 선물 주려고 한 것뿐인데."

어찌나 억울한지 자꾸 투덜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만 좀 툴툴대요."


"아무리 제가 세다고 해도, 아픈 건 아프다고요. 제가 챙겨드리는데 자꾸 때릴 생각만 하잖아요."

"미안하니까 이제 그 삐죽 튀어나온 입 좀 넣어요······."

이제 화 풀려고 하는데 세로드가 작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하나도 안 세잖아요."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세로드가 입을 열었다.

"아! 어제 저한테 선물 준다고 했었죠? 활 대신으로요. 아이템 말고 다른 거 사 주세요. 마을에 왔으니깐 쇼핑할래요."


굴로리어 마을에 쇼핑이라니.

'식료품 시장에 데려가야 하나?'

어딜 가야 세로드가 만족할지 머리를 굴렸다.


"이트멀드 씨. 보석 가게에 가면 세로드 씨가 좋아할까요?"

이트멀드가 불쑥 다가오더니 비밀 얘기를 하듯이 나에게 속삭였다.

"음. 좋은 생각입니다. 보석 가게는 여성들에게 무척 인기가 많습니다. 사장님에게 들은 얘기인데, 손님의 50%가 여성이라고 하더군요."

고개를 끄덕인 이트멀드는 내 생각에 동의를 표했다.

'여성이 방문객의 50%이면, 나머지 절반은 남성이란 말 아닌가?'

고개가 갸웃거리긴 했지만, 보석을 사주는 것은 좋은 생각이었다.

빛나는 외모의 세로드에게 보석은 꼭 어울릴 것만 같았다.


기대하는 눈빛의 세로드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세로드 씨. 보석 가게로 갈까요?"

보석이라는 말에 세로드의 눈이 반짝 빛났다.

"좋아요. 거기 가볼래요."


***


보석 가격표가 흐릿하게 떠올랐다.

꽤 비쌌던 것 같은데.


"저··· 이트멀드 씨. 보석은 아무래도 비싸겠죠?"

이트멀드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보석이야 비쌀 겁니다. 가짜 보석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하면 되지 않을까요?"


첫 선물인데 가짜 보석을 주고 싶지는 않았다.

"제인 씨 화장품 가게에 가도 되겠죠?"

그 말에 이트멀드의 표정이 밝아졌다.

"아! 기막힌 생각입니다. 제인 씨 얼굴도 볼 겸 거기로 가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제인이 있는 화장품 가게.

발렌티 화장품점에 가면 절친한 제인도 있고, 무뚝뚝하지만 친절한 랄더 아저씨도 있다.

이곳을 찾는 손님들의 대부분은 여자였다.

가끔 보이는 남자 손님도 선물을 위해 들린 사람이 대부분이었고.

이 세계의 여자들은 화장품 가게를 아주 좋아하는 것 같았다.

취미 생활의 일부가 아닐까 착각할 정도였으니까.


"제인 씨가 서비스도 많이 주겠죠?"

"음. 제인 씨라면 충분히 가능성 있습니다. 우리 동료라고 하면 이것저것 챙겨줄 겁니다."


들를 때마다 화장품 사라고 노래를 부른 제인이었다.

- 샤인 씨. 선물 살 생각 없어요?

- 줄 사람이 없어서요.

- 에잇. 선물 준다면 받을 사람이 가까이에 있을 텐데···

- 엇. 어디요?

주위를 휙휙 둘러봤지만 선물 줄 만한 사람은 늘 없었다.

'제인은··· 여기까지 내다보고 말한 건가?'

제인의 직감에 소름이 확 돋았다.


"둘이서 뭘 그렇게 속닥거려요? 나만 놔두고."

시시덕거리는 우리 둘을 보고는, 세로드가 캐물었다.

"아. 보석 가게도 좋지만, 보석은 아이템으로 나오기도 하니깐요. 화장품점에 들르는 건 어때요?"

"화장품이요?"

눈이 동그래져서는 세로드가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좋아요. 화장품 어떤 게 있는지 궁금했는데, 구경하고 싶어요."

잔뜩 기대하는 세로드의 목소리를 듣자, 자신감이 샘솟았다.

'역시 세로드도 화장품을 좋아한다.'

"마음에 드는 제품이 많을 거예요. 단골 가게가 있는데, 거기로 가죠."


자신만만한 순간이었다.

'화장품 선물. 실패하고 싶어도 실패할 수가 없다.'


***


딸랑딸랑-


발렌티 화장품점 안에는 랄더 아저씨와 몇몇 손님이 있었다.

"안녕하세요. 아버님. 저희 왔습니다."


우리를 본 랄더 아저씨는 눈이 휘둥그레져서는 급히 다가왔다.

"못난 사내들이 왔구만! 자네들. 정말 프론 초원에 다녀온 건가? 갑옷은 왜 이렇게 된 건가? 많이 위험했는가?"

대답할 틈도 없이 랄더 아저씨는 연달아 말했다.

"생각보다 훨씬 위험한 곳이었습니다. 목숨을 건지는 것도 힘들었어요."

랄더 아저씨는 침을 꿀꺽 삼키더니 다시 말했다.

"역시 내 예상대로였구먼. 예상대로였어. 무사해서 다행이야! 아이템도 많이 나왔는가?"

랄더 아저씨의 물음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본론으로 들어갔다.

"아버님. 새 동료에게 화장품을 선물하려고 들렀습니다. 세로드 씨, 이분은 우리에게 탑을 소개해 주신 랄더, 아버님, 이쪽은 세로드입니다."

"반갑네. 사장 랄더일세. 샤인. 동료가 새로 생겼구만. 이토록 아름다운 여인에게는 화장품이 최고의 선물이지. 우리 가게에 잘 왔네."

"저··· 제인 씨는 지금 없나요? 제인 씨가 또래들한테 인기 있는 화장품을 잘 알 것 같아서요."


잠시 심부름 간 제인 대신 랄더 아저씨가 화장품을 소개해주려던 때였다.


딸랑딸랑-!


하늘하늘한 드레스를 입은 제인이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아빠. 저 갔다 왔어요. 심부름 값 주세요."

새하얀 피부가 빛나는 제인이었다.


"오. 제인. 마침 잘 왔구나. 못난 사내들이 막 온 참이야."

"어? 샤인 씨랑 이트멀드 씨 왔어요?"

우리를 발견한 제인은 반가운 기색이었다.

"못난 사내들이 새 동료를 데려왔는데, 네가 괜찮은 화장품 좀 추천해주겠니?"

"새 동료요?"

아버지의 말에 천천히 우리 쪽을 살피던 제인은 세로드를 발견하고는 눈을 큼직하게 떴다.


"아! 제인 씨. 이쪽은 세로드 씨입니다. 앞으로 함께 모험할 동료입니다. 세로드 씨. 이쪽은 제인 씨예요."

둘을 소개해주는데 제인의 눈빛이 심상찮았다.

'기분 탓인가?'

"세로드 씨한테 화장품 선물 줄려고 하는데, 제인 씨한테 추천 좀 받으려고요. 하하. 좋은 제품으로 부탁드립니다."

"···"

무겁게 침묵하던 제인이 비로소 입을 열었다.

"저보고 추천해달라고요? 여기 세.로.드.씨 한테요?"

묘하게 힘주어 말하는 듯한 모습.

"아. 네. 이왕이면 제인 씨가 잘 알지 싶어서요."

"제가 화장품 선물 사라고 했다고··· 줄 사람을 딴 데서 찾아왔다 이거죠?"


"허허. 우리딸이 화장품 하나는 완전 도사야. 제인. 가게에서 제일 좋은 거로 추천해주렴."

제인이 도끼눈을 뜨고 째려보자, 랄더 아저씨가 흠칫했다.


"··· 따라와요. 좋은 거로 추천해줄 테니깐."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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