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용사는 바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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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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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09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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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02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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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16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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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몬스터가 모여 사는 곳

DUMMY

"쉽게 끝났군요."

담담한 목소리에 두 사람이 환호하는 소리가 들렸다.

"와. 샤인 씨. 수고 많았습니다."

"와··· 이제 다 잡았네요."

금방 마무리하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길어져서, 괜스레 머쓱해졌다.

어차피 이길 거라고 생각하고 시작한 싸움이었다.

"하하. 조금 봐주면서 하니까 오래 걸렸어요."


이놈들. 참나무만 들면 무적일 줄 알았겠지.

꽤 무서운 녀석들이었다.

이런 녀석들이 물량으로 밀어붙이니 힘든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몽둥이찜질 속에서도 살아남았다.

쓰러졌다가도 오뚝이처럼 또다시 일어났다.

무적의 전사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머리를 잠시 긁적이고는 땅바닥으로 눈을 돌렸다.

반짝반짝 빛을 내는 아이템의 형체가 시선에 들어왔다.

널브러진 아이템을 보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었다.

'이미 웬만한 아이템은 다 착용한 상태이다.'

그 말인즉슨, 판매해서 돈으로 바꾸면 된다.

돈은 고급 아이템을 구매하는 데 쓸 수도 있을 것이고, 풍족한 생활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세트 아이템을 알아봐야 하니까, 무작정 판매할 수는 없겠지만.


"으윽!"

전투가 끝나자 몸을 감싸던 긴장이 풀렸다.

그 여파는 굉장한 근육통으로 밀려왔다.

"샤인 씨. 괜찮습니까?"

걱정스러워하는 이트멀드에게 대답했다.

"계속 맞으니까 조금은 아프군요. 포션 좀 주세요."

근육통에 시달리는 건 서러웠다.

이 장소는 먼지 때문에 얌체 전투가 불가능했다.

'세로드가 버티질 못하니···'

충격파를 활용해서 원거리에서 이목만 끌려던 내 전략은 온전히 실패로 돌아갔다.


"감사합니다."

이트멀드가 건네는 포션을 크게 한 모금 마시고 토할 뻔했다.

'아. 이거 검은 포션···'

어두컴컴한 건물에서 검은색 포션.

어두운 건물 안에서는 색깔이 분간되지 않았다.

어찌 된 일인지 시간이 갈수록 더 해괴한 맛으로 변하고 있다.

몸은 회복되고 있었지만···, 맛만 보면 영락없는 독이다.

상급 포션이라서 함부로 못 버리고 있지만, 이렇게 계속 놔둘 수는 없다.

'마을로 돌아가면 포션가게도 꼭 가야겠어.'


초원에서 마주친 블랙 니디타와 블랙 아빌시스.

블랙 몬스터의 정체는 무엇일까?

저번에 블랙 아빌시스와 마주쳤을 때, 이트멀드의 반응으로 봐서는 그 또한 모른다.

"세로드 씨. 블랙 몬스터는 어떤 놈인가요?"

세로드가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저는 잘 몰라요."

역시. 그녀도 모르는 건가.

"그런데. 새까만 몬스터가 어딘가에는 모여서 사는 마을이 있다고 들었어요. 엄청난 대규모로요."

"블랙 몬스터가 모여 사는 곳이 있다고요?"

"옛날에 들었던 전설 같은 소문이에요. 진실인지 아닌지 아는 사람도 이제는 없을 거예요. 제가 상대해 보니, 블랙 몬스터는 훨씬 강해요. 변종이 아닐까 싶어요."

소문은 늘 부풀려지고 왜곡되기 마련이다.

오래된 소문이라면 특히 그럴 것이다.

몬스터들이 진흙에서 뒹군 후의 모습을, 누군가가 목격하고는 새까만 몬스터가 모여 사는 마을이 있다고 소문을 냈던 게 아닐까.


마무리된 건물에 시간 지체할 필요는 없다.

"아이템 먼저 주울까요?"

세트 아이템도 찾아야 할 텐데.

'여기에 세트템이 있으려나?'


생각에 잠겨있을 때였다.


"세트템이 뭔데요?"

갸웃거리더니 세로드가 불쑥 내 앞에 다가왔다.

"헉!"

미친. 생각까지 읽을 수 있어?

생각이라는 건 타인이 엿볼 수 없으니까, 머릿속에서는 어떤 생각이든 안전하게 할 수 있다.

머릿속은 온전히 나만의 공간이니까.

그런데 상대방이 마음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금까지 내가 했던 생각 다 읽은 건가.'

세로드와 처음 만난 이후부터, 내가 품었던 생각을 하나하나 되짚어 봤다.

내가 엉뚱한 생각 한 적이 있었던가.

말실수했다는 얘기는 들어봤어도···

생각 실수라는 게 당최 말이 되는 소리인가?

'아! 이거 역대급 위기다.'

전사의 카리스마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

리더 자리가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

전사니 리더니, 그것도 문제였지만, 창피스러움이 머릿속에서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잔꾀가 다 들통났다는 생각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뭐가 위기인데요?"

세로드의 눈이 의혹으로 바뀌었다.


무서운 순간에는 근육이 떨린다.

눈도 떨린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극단적인 상황에 부닥치자, 사고도 비정상적으로 돌아갔다.

로그아웃하는 법 없나?

게임 종료를 어서···

'운영자님. 보고 있다면 빨리 게임 종료를!'

"운영자는 뭐고, 게임은 뭐예요? 샤인 씨. 무슨 생각을 하는 거예요?"

세로드의 눈초리가 예리해졌다.

"아··· 아니··· 그게···"


이마에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독심술까지 가능한 세로드에게 형언할 수 없는 공포를 느꼈다.

이제는 창피함이 문제가 아니었다.

이 세계가 한순간에 무너질 것 같아서 무서웠다.

맹세하건대, 이렇게 무서운 순간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원초적인 공포가 발끝부터 머리까지 신체를 꽉 채운 것 같았다.


"샤인 씨. 아직 아파요? 몽둥이 맞은 곳? 왜 이렇게 땀을 흘려요?"

끔찍한 상황에서도 세로드는 내가 걱정되는지 눈썹을 늘어뜨렸다.

길게 뻗은 손으로 내 이마의 땀을 닦아 줬다.


"두 분. 무슨 말씀 하고 있습니까?"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가는 것을 느끼고는 이트멀드가 목소리를 냈다.

"샤인 씨가 자꾸 혼잣말하더니, 땀도 무지 흘려요. 상태가 안 좋은 것 같아요."

착한 세로드는 지금 내 걱정뿐이었다.

방금 중요한 얘기를 들은 것 같은데···

'혼잣말?'

"네. 혼잣말요. 자꾸 중얼거리잖아요."

가출했던 정신이 순식간에 제자리를 되찾았다.

그녀는 속마음을 읽은 게 아니었다.

혼잣말을 듣고는 그대로 전달했을 뿐이었다.

내가 중얼거렸던가?

소리가 특히 크게 울리는 건물이긴 했어도, 이걸 들었다는 게 놀라웠다.

세로드 앞에서 중얼거림은 위험하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이었다.


"조금 어지러웠어요. 걱정 말아요. 얼른 아이템부터 찾아요."

보물 상자가 어김없이 보였다.

건물을 소탕하고 나니까 나온 상자.

눈이 어둠에 적응했다고는 해도, 어두우니까 불편한 점이 많았다.

"밖에서 살펴보는 게 좋겠어요. 아이템 들고 초원으로 나가죠."


획득한 아이템을 건물 밖으로 들고 나갔다.


보석이 유난히 많이 보였다.

보물 상자에서는 특히 자잘한 보석이 많았다.

니디타는 광산과 관련이 있는 몬스터였지.

전투형과 광산형으로 구분되어 있었지만.

상자에는 몬스터와 관련 있는 아이템이 잘 나오는 건가?


보석을 손에 가득 쥐자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이 보석. 유용하게 쓸 수 있겠어요."

"흠. 보석이 많네요."


당장에 꼭 확인해야 할 게 있었다.

'세트템, 세트템, 세트템, 세트템.'

정말 작게 중얼거리면서 힐끗 세로드를 봤다.

뻥 뚫린 외부에서는 무리인지, 다행히 세로드는 못 듣는 눈치였다.

"왜 쳐다봐요?"

"아뇨. 갑자기 밖에 나오니까 눈이 부셔서요."

강인한 전사의 카리스마는 아직 굳건했다.

'휴. 식겁했네.'


***


"포탈은 제가 열게요. 다들 모여요."

아이템을 모두 정리하고는 동료가 주변으로 모였다.

"이제 갈게요. 딱 붙으세요."


양피지를 펼치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충격파는 처음 얻은 공격 스킬이다.

그 쓰임새는 다양했다.

멀리서 어그로 끄는 용도로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가까운 거리에서는 다수의 녀석에게 적당한 피해를 줄 수 있다.

신체에 직접 가격하면··· 그 위력은 일반 공격의 곱절은 될 정도였다.

'회전력까지 더하면 더욱 강력하다.'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모습이 완전히 달라지는, 팔방미인 공격 스킬.


또 다른 스킬이 몇 개 더 등장할 것이다.

아직 익히지 않은 스킬이 많겠지.

'다른 스킬은 언제 열리려나?'

여러 몬스터를 사냥하다 보면 금방이지 않을까.


'몬스터 이목 끄는 것은 나와 이트멀드가 하고, 세로드가 도와주기만 한다면.'

지금처럼 빠른 속도로 사냥하다 보면···

목걸이를 주렁주렁 걸친 상태에서 폭발적인 스킬을 쓰는 모습이 상상되었다.


***


[행복 보석가게]


오랜만에 들른 곳이었다.

사냥을 많이 했지만, 보석은 자주 나오지 않았다.

그나마 나온 보석은 아이템을 수리하는 값으로 대부분 소모했었다.

그때는 곤궁했을 때니까.


'여기 와 본 적은 이번이 세 번째인가?'

"사장님. 안녕하세요."

에프릭스가 반갑게 우리를 맞았다.

"오. 샤인과 떠돌이 청년이 왔구만. 옆에는 새 동료인가?"

"네. 이쪽은 우리와 함께 모험하는 세로드 씨예요."

얕은 인맥도 장점이 있다.

가벼운 인사를 할 수 있는 사이.

관계는 가볍지만, 그 덕분에 상투적인 대화는 가볍게 나눌 수 있다.

피상적인 관계에서는 얼굴 붉힐 일이 거의 없다.

정말 독특한 경우만 아니라면.


에프릭스는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보면 볼수록 참 괜찮은 청년이야. 보석 가게에서 가격을 흥정하길래 순 엉터리 청년인 줄 알았지 뭔가. 하하."

"하하. 사장님도 참."

"처음 봤을 때는 그런 망나니가 없었는데. 알고 보니 진국이었어. 두 동료는 샤인 같은 청년을 동료로 둬서 무척 행운이야. 하하."

따뜻한 표정에 방심했지만, 칭찬인지 욕인지 판단하기 애매한 말이었다.

이트멀드와 세로드가 기분 좋게 웃고 있었다.


예전에 말의 중요성을 배운 적이 있다.

TV에서 잠시 본 것이지만, 내용은 인상 깊었다.

중간 내용보다는 마지막 내용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 너는 마음씨는 따뜻하지만, 머리가 나쁘구나.

- 너는 머리가 나쁘지만, 마음씨는 따뜻하구나.

마지막에는 좋은 내용을 넣으라는 교훈을 얻었다.


하지만 당하고 보니 그리 유쾌하지 않았다.

반격하고 싶었지만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그만하시고, 보석 교환 좀 해주시죠."

촤르르륵-!

자잘한 보석을 테이블에 올리자 에프릭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오. 보석 숫자가 상당해. 거의 다 에메랄드구만!"

보석상답게 보석을 살펴보는 눈이 예리했다.

"시세 계산해서 비슷한 등급으로 3개 교환해주세요. 사파이어 1개, 루비 2개로요."

"음. 3개로 말이지?"

값을 계산하던 에프릭스가 계산을 끝내고는 적당한 크기의 보석을 3개 내왔다.

"자네들. 혹시 아이템에 박으려는 건가?"

손 망치를 쥐고는 에프릭스가 진지한 표정으로 다시 물었다.

맡겼다가는 100% 망가진다는 것을 직감했다.

"아니에요."


미련이 남은 에프릭스를 남겨두고는 즉시 보석 가게를 빠져나왔다.


***


"체력회복 포션도 구매해야 할 것 같아요."

"아직 포션은 많습니다."

가방을 퉁퉁 치는 이트멀드였지만, 가방 안에는 불길한 포션만이 자리 잡고 있었다.


맛있게 만들기 위한 시도를 재차 해 봤었다.

설탕으로도 여러 번 실험했다.

한 주먹으로 맛이 없어서, 다른 포션 병에는 두 주먹을 넣고, 또 다른 병에는 세 주먹을 섞기도 하고.

농도별로 실험해봤지만 지독한 맛만 느껴질 뿐이었다.


"입맛에 잘 안 맞아서요···"


힐링 잡화점으로 향했다.


"샤인!"

헤바 아주머니가 우리를 반겼다.

"아주머니. 안녕하세요."

"크게 다쳤다는 얘기는 들었어. 이제 괜찮나 보네? 포션이 부족했을 텐데, 왜 안 들렸어?"

소문이 도는 건가?

여기도 사람 사는 마을이라는 게 새삼 느껴졌다.

"그때는 자연 회복력에 기댔어요. 포션 좀 보충하려고 왔어요."

스스로를 높이기 위해서 약간의 허세를 섞었다.

뒤에서 세로드가 푸훗- 소리 내는 게 들렸다.

"물건 보고 올게요."


비슷한 크기의 포션 병을 집었다.

'한 개에 2만 원이라.'

3개 고르고, 각종 포션을 좀 더 둘러봤다.

마력회복 포션이 있었지만, 여기에 돈을 쓰지는 않기로 했다.

정 필요하다면 그때 사도 되니까.

스킬 쓰면서 마력을 담는 그릇을 키우면 된다고 생각했다.


체력회복 포션 3개만 구매하기로 마음먹고 계산대로 향했다.

"여기 세 개 살 거예요."

"샤인. 그때는 돈 없어서 안 온 거지? 돈 없는 거 하루 이틀도 아니고. 위험할 때는 와서 외상으로 해도 돼."

세로드의 매력적인 웃음소리가 또 들렸다.


작가의말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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