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스쿨, 게임스킬, 아카샤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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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o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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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11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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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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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21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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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05장. 아카샤마켓(3)

DUMMY

#03


"초상능력이라니..."


교수들은 당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초상능력.


그것은 마학과 무학으로 분류할 수 없는, 제3의 이능을 일컫는 말이었다. 염동력, 발화능력, 독심술, 사이코메트리나 미래예지 등, 단련과 연구를 통해 얻는 무공과 마법과는 다른 힘이 보통 초상능력으로 분류되었다.


박성아 교수는 눈살을 찌푸렸다.


"패스파인더는 펜타그램의 리빙레전드에요. 초상능력 자체도 드물지만, 그 드문 초상능력자 중에서도 1,2위를 다툴 만한 인물이라고요. 그런데 고작 학생 하나를 감싸기 위해 그런 예시를 갖다 붙인다고요? 헛소리하지 마세요."


무공과 마법은 경락이 발달한 인간이라면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를 수 있는 학문이다. 넓은 의미에서 보면 과학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초상능력은 달랐다. 초상능력은 선천적인 재능이나 특정한 계기가 없으면 아무나 익힐 수 없는 힘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초상능력을 가진 사람은 헌터 중에서도 매우 드물었다. 박성아 교수는 바로 이런 부분을 지적하는 것이었다.


"헛소리라니, 말이 너무 거치신 거 같네요, 박 교수님."

"논점 이탈하지 마세요. 게다가 유성진 학생은 아무런 능력도 없던 일반인 출신이잖아요. 그런데 갑자기 초상능력이라니, 너무 말도 안 되잖아요."


강대한 교수와 박성아 교수의 눈이 마주쳤다. 서로 한 치의 물러섬도 보이지 않는 모습이었다. 평소 뭐든 대충 대충인 성격의 강대한을 아는 사람들에게는 꽤나 낯선 일면이기도 했다.


"..."


한참동안 박성아 교수를 바라보던 강대한 교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마이클 만. 옵티무스 캐나다 지부의 헌터죠."


갑작스럽게 거론된 이름에 박성아 교수는 고개를 갸웃했다.


"...네?"

"만은 원래 삼류 헌터스쿨의 낙제생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초상능력 '가속'을 손에 넣었죠. 현재는 미국이 자랑하는 A랭크 헌터 중 하나로 활약하고 있죠."

"그건 특이 케이스잖아요. 그런 케이스를 갖다 붙이면 저도 수많은 문제유출 사례를 갖다 붙일 수 있어요."


하지만 강대한의 말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압둘 알리. 현재 인도 국영 길드 소속이죠. 원래는 평범한 자동차 정비공이었다고 하죠. 하지만 지금은 초상능력 발화를 얻어서, 아그니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인도의 국민적 영웅입니다."

"그러니까."

"전이 능력의 센 파블로. 원래는 수학교사였죠."

"..."

"투시 능력의 사샤 엘로비치. 광산 노동자 출신입니다. 브릭 오멘, 변호사 출신. 센 카일로, 스탠퍼드에 다니는 대학생이었죠. 왕슈기, 최일구, 벤 파크먼, 박한경..."

"...큿."

"더 말해야 되나요?"


언급된 이름은 모두 일반인 출신에서 초상능력을 각성한 사람들이었다. 그들 중에는 헌터라면 당연히 알 법한 유명인도 있었고, 교수들조차 생전 처음 듣는 이름도 있었다. 하지만 유성진이 예외적인 케이스가 아니라는 사실을 설명하기에는 충분했다.


강대한 교수는 매번 강의평가가 최악을 달리는 것으로 유명했고 동료들 사이에서도 평판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헌터에 대한 방대한 지식과 프로 시절의 업적은 그를 싫어하는 이들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을 정도였다. 박성아 교수 역시 마찬가지였다.


거기까지 말한 강대한은 갑자기 한 발을 뺐다.


"물론 저 역시 아직 확신하는 수준은 아닙니다. 그저, 한 가지 가능성으로 두고 있을 뿐이지요. 하지만, 제가 알기론 유즈키 시도 역시 십대에는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고 들었습니다. 이십대 중반에 초상능력을 얻은 뒤에야 지금의 명성을 얻을 수 있었죠."


그렇게 말한 강대한 교수는 로빈 최 총장을 똑바로 바라봤다.


"안 그렇습니까, 총장님? 총장님이라면 잘 아시겠죠, 패스파인더의 옛 동료이시니 말이죠."

"..."


로빈 최는 대재해 발생 직후 활약한 1세대 헌터였다. 비록 지금은 은퇴해서 교직에 종사하고 있지만, 한때는 전 세계에서 손에 꼽히는 마법사였다. 그런 그녀가 가장 오래 몸 담았던 길드가 바로 패스파인더가 머무르는 펜타그램이었다. 이 자리에서 그녀보다 패스파인더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은 없다고 할 수 있었다.


"확실히, 석연찮은 구석이 많기는 하군요."


로빈 최 총장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정행위를 저질렀다고 속단하는 것도 옳지 않을 것 같네요. 정황증거만 있을 뿐, 물증이 없으니까요."

"총장님, 그건..."

"제가 보기에는 오히려 초상능력을 갖고 있다고 판단하는 게 설득력이 높은 거 같군요."


총장이 그윽한 눈빛으로 교수들을 둘러봤다. 의견을 묻는 듯했지만, 사실상 단정에 가까웠다. 더 이상의 대답은 없었다.


"그러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불합격할 이유가 없다면, 합격을 해야겠죠. 다만..."


로빈 최 총장은 그렇게 말하면서 시선을 돌렸다. 박성아 교수는 여전히 석연찮은 듯한 기색이 역력했다. 여전히 유성진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못한 것이었다.


"부정행위라 의심한 박 교수님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입학 후에 조금 더 주시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

"정말로 부정행위를 저질렀다면, 앞으로의 학기를 통과할 수 없을 테고, 그때에 가서 입학을 취소시킨다고 해도 그리 늦지 않을 겁니다."


물론 그럴 경우 언론에서 눈치를 챌 수도 있었다. 안 그래도 헌터스쿨의 입시 스캔들이 퍼진 상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악의 상황에도, 로빈 최는 언론을 잠재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반대로, 정말로 천안통과 같은 초상능력을 갖고 있는 것이라면."


총장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우리는 굉장한 보석을 발견한 것이겠죠."




#03


현대의 헌터는 대재해 이전 스포츠스타나 연예인을 초월하는 인기를 누렸다. 물론 여기에 정부의 영웅화 정책의 영향도 있었지만 본질적으로는 목숨을 걸고 자신들을 지키는 초인에 대한 동경심 때문이었다.


헌터의 인기가 높은 만큼, 청소년부에 대한 관심도 뜨거웠다. 특히 매년 초에 화제가 되는 것은 헌터스쿨의 합격 소식이었다. 1월이 되자 포털 사이트나 인터넷뉴스에 수많은 기사들이 도배되기 시작했다.


[중국의 수재, 수신기관에서 탈락의 고배...]

[LK길드 2세 구철완 수신기관 입시 합격... '우월한 유전자' 증명]

[나카자와 히로 "수신기관 합격은 단지 시작일 뿐"]


수많은 소식들 중 한국인들이 유독 기다리는 소식은 따로 있었다. 그것은 바로 수신기관의 수석 입학자에 대한 소식이었다. 수신기관은 국내 최고의 헌터스쿨. 매년 수능만점자에 대한 관심을 갖는 것처럼, 수신기관 수석 입학자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이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올해 수신기관은 수석 입학자 발표를 하지 않았다. 몇몇은 의문을 느끼고 질문을 했지만 학교 측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할 뿐이었다.


사실, 이것은 로빈 최 총장의 의향이었다. 유성진을 합격자로 처리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의문스러운 부분이 많은 것은 사실이었다. 함부로 수석 입학자로 발표했다가 나중에 트러블이 일어날 경우를 대비한 일이었다.


-합격통지서

대학, 학부(과): 무학대학 자유전공학부

성명: 백성진

위 학생은 2030학년도 육영기관 신입학 전형에 지원하여 합격하였음을 통지합니다.

육영기관 총장 로빈 최

...


유성진이 합격 메시지를 받은 것은 실기시험 이후 3주 정도가 지난 무렵이었다. 보통의 응시자라면 기뻐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었지만 유성진은 담담했다. 딱히 헌터스쿨에 대한 동경이 없을 뿐더러, 어차피 합격할 거라 예상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재수 없으면 입시비리다, 부정행위다, 그러면서 몇 번 끌려가거나, 아니면 문답무용으로 잘리거나, 아니면 남산에서 사람이 찾아오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그렇진 않네. 게다가 성적 장학금도 받은 거 같고."


메일에는 합격통지서 외에도 장학금 안내도 동봉되어 있었다. 입학시험에서 뛰어난 성적을 낸 생도에게 제공하는 성적 장학금이었다. 돈이 부족한 건 아니었지만, 주는 거니 감사하게 받아두기로 했다.


빵빠라-!


-퀘스트 '새로운 시작'이 완료되었습니다!

-포인트 1,000점을 얻었습니다!

-영혼석(중급)을 얻었습니다! 선물함을 확인하세요!


합격통지서를 확인하자, 오랜만에 메시지 창이 나타났다. 퀘스트를 완료했다는 내용이었다. 권능창을 확인해 보니 800점까지 떨어졌던 포인트가 1,800점까지 회복된 상태였다.


"그래도 꽤 쏠쏠하네. 별로 어렵지도 않았는데 말이지. 이 정도면 꽤 많은 스킬을 습득할 수 있겠어."

[당장 급한 불은 끈 셈이네요.]

"지금 당장은 영상을 올릴 만한 게 없으니 퀘스트라도 열심히 해야지. 이제 퀘스트 더 안 주려나..."


하지만 알림은 아직 끝이 아니었다.


-'게임의 신'님이 당신의 입학을 축하합니다!

-'게임의 신' 유리카가 당신에게 선물을 제공합니다!

-[1++등급 한우 선물세트]를 얻었습니다! 우편함을 확인하세요!


유성진은 잠시 침묵했다.


"...한우?"


유성진은 혹시나 자신이 아는 한우와 다른 건가, 싶어서 곧장 우편함에 들어갔다. 우편함에는 소고기 모양의 아이콘이 떠있었다.


-[1++등급 한우 선물세트]을 수령합니다.


툭.


그러자 허공이 쩌억 갈라지더니 한우 세트 하나가 떨어졌다.


<명절 한우선물세트: 부모님, 친척, 사랑하는 이에게 진심을 전하세요!>


손가락 끝으로 쿡 찔러 보니 꽤 차가웠다. 마치 방금 냉장고에서 꺼낸 것 같았다.


"..."


고급스러운 금색 포장 아래, 반질거리는 선홍색 살결과 거미줄처럼 촘촘한 마블링이 돋보였다. 들어보니 무게도 제법 묵직했다. 누가 봐도 먹음직스러운 한우 세트 그 자체였다.


유성진은 어이가 없어서 중얼거렸다.


"이건 또 뭐야."

[한우네요.]

"그걸 묻는 게 아니잖아. 이걸 게임의 신이라는 작자가 왜 주는데."

[...글쎄요?]


하지만 에디도 어리둥절한 눈치였다.


한반도 곳곳에 발생한 던전과 필드의 영향으로 축산 면적은 크게 줄었다. 게다가 수중 던전의 거듭된 멜트다운 결과 바다를 통한 교역은 거의 봉쇄된 상태였다. 그나마 심각한 기아(飢餓)가 일어나지 않는 것은 마법사들이 연금술로 인공육과 인공채소를 양산한 덕분이었다.


[성진님이 워낙 밥도 안 챙겨먹고 게임만 하시니까, 몸보신이라도 하라고 보내주신 게 아닐까요?]

"명절에 부모님 챙기는 효자도 아니고... 이거 혹시 먹으면 최대 MP가 늘어나는 영약 같은 건 아닐까?"

[그럴 리가요. 권능력을 늘리는 게 그렇게 쉬우면 메사이어들이 왜 개고생을 하겠어요.]


유성진은 한우세트를 일단 냉장고에 보관했다. 실험실에서 만드는 인공육도 제법 먹을 만하지만, 그래도 자연육, 그것도 한우에 비할 정도는 아니다. 심지어 현대의 한우는 인터넷방송으로 제법 많은 돈을 번 유성진도 먹기 힘들 만큼 비싼 고기였다.


"...무슨 게임의 신이라는 녀석이 대학에 들어가는 것을 축하한대. 대학 가서 쓸데없이 공부하고 그러면 대체 게임은 언제해 대체."

[어차피 수업 제대로 듣지도 않으실 거면서 뭘 걱정하세요.]

"아무리 수업을 안 듣는다고 해도 낭비되는 시간은 있기 마련이잖아. 지금 나는 그 짧은 시간도 아쉬울 지경이라고."


유성진이 투덜거리던 순간이었다.


빵빠라-!

-첫 퀘스트 완료를 축하합니다!

-아카샤넷의 접속권한이 2단계로 올랐습니다!

-아카샤넷의 아카샤마켓이 개방되었습니다!




#04


그 동안 유성진은 서버 점검 등으로 시간이 날 때마다 아카샤TV에 접속해서 영상을 보곤 했다. 물론, 단순히 재미 때문이 아니었다. 아카샤TV는 다른 세계의 메사이어가 영상을 올리는 플랫폼. 영상을 보는 것을 통해 만신전이나 몬스터, 그리고 우주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을 습득한 것이다.


그렇게 다양한 영상을 본지 어느새 한 달이 지났다. 이제는 유성진도 만신전에 대한 최소한의 지식을 갖고 있었다. 덕분에 아카샤마켓이라는 단어도 아주 낯설지는 않았다.


"아카샤마켓이라면, 분명 아카샤넷을 기반으로 한 오픈마켓이라 했던가?"

[어라, 알고 계시네요.]

"IT나 무기 언박싱 영상을 몇 개 봤거든. 그런데 대부분 아카샤마켓을 통해 구매하더라고. 그래서 들은 적이 있지. 아주 자세하게는 모르지만 말이야."

[대충 맞아요. 아카샤마켓이란, 아카샤넷의 서버와 연동되는 초차원적인 오픈 마켓. 하지만 자세하게 설명하면 훨씬 복잡하죠.]


에디는 천천히 설명했다.


[수천만 광년이나 떨어진 행성계, 심각한 위상(位相)의 차이가 있는 평행계까지. 별과 별 수준을 넘어 은하와 은하의 거리에 닿으면 인과는 무의미해지고, 시간적 동시성이란 아득해지죠. 고차원을 살아가는 신격들만이 이들에 동시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 뿐이에요.]

"..."

[하지만, 이 법리를 초월한 것이 바로 아카샤넷의 위력. 정확히 말하면 아카샤넷의 중심부에 위치한 기계신(器械神)이자 인조신(人造神)인 서버의 힘이라 할 수 있죠. 서버의 도움을 받아 우리는 시간적 동시성을 보존하면서, 극히 적은 재화만을 소모하여 질량을 가진 도구를 교환할 수 있어요. 아카샤넷이 갖고 있는 가장 놀라운 기능 중 하나죠.]


에디는 잔뜩 신이 난 표정이었다. 아카샤넷이나 만신전의 위대함에 대해 설명할 때면 항상 이랬다. 단순히 만신전에 속해 있기 때문이 아니라, 진심으로 자신의 집단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는 모양이었다.


[아카샤TV가 신앙과 인기(人氣)를 수집해서 포인트를 수급하는 수단이라면, 아카샤마켓은 이렇게 얻은 포인트를 소비하는 수단이라 할 수 있어요. 아카샤TV와 아카샤마켓이 사실상 아카샤넷의 생산과 소비 사이클을 이루는 핵심인 셈이죠.]


그런던 중 유성진은 문득 의문이 들었다.


"근데 메사이어라 해봤자 몇만 명 남짓한 수준이라면서. 그런데 우주 최대 규모라는 건 무슨 소리야? 단순히 범위가 넓어서 그런 거야?"

[설마요, 오픈마켓이라니까요, 오픈마켓. 오픈마켓 모르세요? 만신전에서는 단지 거래를 위한 플랫폼을 제공할 뿐이고, 실질적으로 거래량의 95퍼센트 이상은 메사이어가 아니라 만신전의 동맹 열강 소속 주민들이 차지하고 있어요. 연맹이라든가, 제국이라든가, 니다벨리르나 엘브헤임 같은 곳 말이에요.]

"메사이어가 아니라도 물건을 구매하거나 판매할 수 있다는 거군."


에디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대신에 이 경우에는 메사이어와 달리 수수료를 많이 떼이긴 하지만, 그래봤자 뭐, 어차피 성간(星間) 거래에 있어서는 대체할 수 있는 플랫폼이 없으니까요. 기술적 차이로 인해 본의 아니게 독과점을 하고 있다고 해야 될까요.]


생각해 보면 아카샤TV도 마찬가지였다. 동영상을 업로드하는 것은 메사이어뿐이었지만, 시청하는 것은 일반적인 인간도 가능했던 것이다. 이 제약조차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메사이어가 신앙과 인기를 독점하기 위해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컸다. 아카샤마켓의 경우는 그런 제약을 없애서 접속자가 모두 거래를 할 수 있도록 만든 모양이었다.


[아무튼 아카샤마켓은 정말로 엄청, 엄청, 어어어엄청 대단한 시스템이에요. 데몬이나 폴른 같은 고위 마족들도 이 시스템만큼은 부러워 할 정도이니까 말 다 했죠. 녀석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네트워크라 해봤자 기껏해야 성계 몇 개 규모의 인트라넷 수준이니, 비교가 될 턱이 있나?]

"슬슬 익숙해져야 되는데 이놈의 아카샤넷이란 건 매번 새롭네. 이젠 인터넷쇼핑이라..."

[몇 번 말한 것 같지만... 기술이 발달한다 해도 인간의 욕구 자체가 발달하는 건 아니니까 어쩔 수 없어요. 게다가 지구는 과학이 제법 발달해서, 상상할 수 있을 법한 수단은 대부분 등장한 상태죠. 보다 발달한 문명권이라 한들 기존의 수단을 보다 고급스럽게 사용할 뿐...]


유성진은 말했다.


"그래서, 아카샤마켓에 접속하려면 어떻게 해야지? 아카샤TV랑 마찬가지인 건가?"

[네, 메인페이지에 들어가면 새로운 아이콘이 활성화되어 있을 거예요. 거기로 들어가면 돼요.]


유성진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처음에는 상상을 통해 접속한다는 게 낯설었지만 지난 한 달 동안 제법 익숙해져 있었다. 유성진이 아카샤넷에 접속하겠다, 라는 생각을 하자 반투명한 창이 떠올랐다.


-영자패턴 인식. 성흔 확인.

-아카샤넷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유성진님.


아카샤넷의 메인페이지는 전에 보던 것 그대로였다. 하지만 못 보던 아이콘 하나가 활성화되어 있는 게 눈에 띄었다. 장바구니 모양의 아이콘, 아카샤마켓의 아이콘인 듯했다.


유성진은 바로 아이콘을 클릭했다. 그러자 캐치프레이즈가 떠올랐다.


-아카샤마켓, 별들의 바다와 세월의 강물을 넘나드는 단 하나의 플랫폼.


아카샤마켓은 일반적인 한국의 게시판 구조와 유사했다. 아카샤넷의 특성상 유성진이 가장 익숙하고 편리한 UI를 취하기 때문이었다. 간단한 공지사항과 함께 여러 개의 탭(tap) 형태의 카테고리가 나뉜 게 눈에 띄었다.


"[무기], [의복], [IT], [애완], [자재], [식품]이라..."


수십 개로 나뉜 카테고리는 특별한 것은 없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지구의 중고거래 사이트로 착각할 정도였다.


"그런데 [식품]은 뭐야. 다른 세계의 특산물 같은 걸 파는 건가."

[으음, 그런 것도 팔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거래되는 품목은 아니에요.]

"그러면 뭘 거래하는데?"

[설명하기 좀 그런데... 직접 보시면 아실 거예요.]


에디의 말에 유성진은 별 고민없이 [식품]을 클릭했다. 어차피 다른 카테고리도 모두 둘러볼 예정이었으니 아무거나 눌러본 것이었다.


"어디 보자..."


[식품] 카테고리에 들어온 유성진은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게시글을 하나 클릭했다. 그리곤 천천히 내용을 읽어내려갔다.


"..."


그리고 십여 분 후.


"...이건 또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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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제07장. 또 하나의 메사이어(1) 21.01.25 49 1 12쪽
25 제06장. 게임은 질병이다(5) 21.01.24 54 2 14쪽
24 제06장. 게임은 질병이다(4) 21.01.24 58 3 19쪽
23 제06장. 게임은 질병이다(3) 21.01.24 120 1 17쪽
22 제06장. 게임은 질병이다(2) 21.01.24 73 0 16쪽
21 제06장. 게임은 질병이다(1) 21.01.24 66 1 20쪽
20 제05장. 아카샤마켓(5) 21.01.23 73 1 26쪽
19 제05장. 아카샤마켓(4) 21.01.22 71 2 15쪽
» 제05장. 아카샤마켓(3) 21.01.21 83 1 18쪽
17 제05장. 아카샤마켓(2) 21.01.20 79 1 21쪽
16 제05장. 아카샤마켓(1) 21.01.20 103 0 15쪽
15 제04장. 실기시험(3) 21.01.19 98 1 24쪽
14 제04장. 실기시험(2) 21.01.19 88 0 30쪽
13 제04장. 실기시험(1) 21.01.18 90 0 26쪽
12 제03장. 아카샤넷(5) 21.01.15 103 2 29쪽
11 제03장. 아카샤넷(4) 21.01.14 96 0 33쪽
10 제03장. 아카샤넷(3) +1 21.01.14 103 1 23쪽
9 제03장. 아카샤넷(2) 21.01.13 145 1 16쪽
8 제03장. 아카샤넷(1) 21.01.12 118 1 17쪽
7 제02장. 헌터스쿨(3) 21.01.11 113 2 16쪽
6 제02장. 헌터스쿨(2) 21.01.11 118 2 14쪽
5 제02장. 헌터스쿨(1) 21.01.11 123 1 15쪽
4 제01장. 게임스킬(4) 21.01.11 128 2 27쪽
3 제01장. 게임스킬(3) 21.01.11 154 2 20쪽
2 제01장. 게임스킬(2) 21.01.11 204 2 12쪽
1 제01장. 게임스킬(1) 21.01.11 267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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