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지 명가의 사냥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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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1.01.12 13:18
최근연재일 :
2021.01.31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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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22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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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귀족답게(5)

DUMMY

마차를 운전하며 잡생각에 머리가 어지럽다. 케리아 영애와 복종의 맹세를 한것 까지는 좋다. 하지만 그녀가 가고자 하는길은 패도의 길. 기나긴 싸움과 처절함들을 이겨내지 못하면 사라져 버리는 가파른 절벽 길이다.


그녀의 검으로써, 사냥개로, 기사로 지내려면 아무래도 지금 보단 실력이 발전할 필요가 있다. 나와 겨루었던 전적이 있는 밀리아는 3급 중급 기사의 칭호를 갖고 있다. 나는 이름상 3급 상급 기사지만 기사 대 기사의 싸움으로는 내가 그녀를 이길 확률은 꽤나 적다.


애초에 살인만을 위한 검술은 그 무게가 얕다.


순수 검술과 실력으로 밀리아를 이기려면 아마 다시한번 오랜 수련을 해야한다.

애초에 암살자로서 모든것을 배운 내가 기사의 검을 배운다는게 쓸모 있으지도 모르겠지만.


"쓸데없는 고민이야."


스스로도 안다. 영애의 말이 진짜라고 해도 그녀의 능력이 부족하거나 잠깐의 허영심에 빠져 하는 얘기면 굳이 이런 생각을 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그녀가 진짜라면. 정말로 나를 전장의 한가운데로 보내줄 능력이 있다면.


내 고민은 당연하다.


제국에 도착하기 까지 이르면 이틀 정도 남은 거리에 조금 속도를 올린 탓일까 말들이 일찍 지친 탓에 야영에 바로 들어갔다. 영애들과 시종들 마저 전부 잠들었음을 확인하고 자리를 옮겼다.


작은 공터에 서서 검을 뽑았다. 알카루스 왕국의 규격에 맞춘 롱소드.

1m 20cm의 은빛 검신과 갈색 끈이 매듭진 손잡이 까지. 무게 역시 조금은 가벼운 편.

기사의 검술은 사람 뿐만 아니라 몬스터와도 싸우기 위해서 만들어 졌기에 자세와 검격이 서로를 지탱해주며 그 힘을 늘린다.


하지만 내가 배운 검은 오로지 사람을 죽이기 위한 검.


급소와 약점을 찌르기 위해 만들어진 검이기에 자세 따윈없다. 그저 찌를수 있으면 찌르고 못찌른 다면 숨고. 팔을 꺾어서라도 휘두르는게 나의 검.


지하실에서 연습했던것처럼 검을 휘두른다. 내 검은 쾌검 중심.

힘이 아닌 속도로 승부 보는 검이기에 현란함이 중요하다.

밤바람에 휘날리는 나뭇잎들을 상대로 열심히 휘둘러 본다.


"혼자 검을 휘두르는 모습은 처음 보네요. 미카엘 씨."


검을 멈추고 뒤돌아 보자 그곳엔 미카엘이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사실 궁금하긴 했어요, 저와 싸웠을 때 분명 당신의 검술은 기사의 그것이 아닌 다른것."


그녀가 검을 뽑아든다. 내것보다 조금더 길고 무거운. 오히려 바스타드 소드에 가까운 롱소드.


"쾌검을 중시하는 기사들도 있지만 그들과도 다르고. 마치 자객에 가까운 검격."


그녀의 눈은 나를 시험해 보고 있었다. 너가 기사가 맞느냐고 물어온다.


"제 스승이 평범한 기사는 아니거든요."


"이번에는 정식으로 검을 한번 나눠보고 싶군요."


그녀가 자세를 잡고 검을 양손으로 부여잡았다. 사실 나역시 조금은 기대가 된다. 이제는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변방의 귀족을 죽이러 갔을때 마주쳤던 병사들과는 달리 검술을 수련하여 기사의 칭호를 가진이와 싸워보는 건 몇 없는 경험이다.


대답은 않는다. 나역시 나만의 자세를 잡는다. 양손으로 잡은 검을 살짝 아래로 낮추고 양 다리를 조금 구부린다.


우득!


밀리아의 발돋음에 밟힌 나뭇가지가 비명을 먼저 질렀다.

그녀의 첫공격은 세로 베기.


가로로 들어올린 검이 그녀의 검과 부딪히자 거친 쇠소리가 검들 사이로 삐져 나온다.


당연히 이렇게 막을 줄 알았다는 듯이 그녀의 검이 뱀처럼 휘어 아래로 미끄러져 내렸다가 다시 내 목을 향해 찔러온다.


'흡!'


숨을 참고 고개를 다급히 옆으로 숙이자 내 머리칼 몇가닥이 공중에 떠오르는게 시야 에 엉켜온다.


'자세를 잡아야한다.'


이대로 밀리기만 하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지만 계속해서 붙어오는 그녀의 검격에 짜증이 밀려온다.


"당신의 검은 이게 아니잖아요."


밀리아가 말한다. 어서 진짜 내 검을 보여주라고.


내 검을 증명해 보라고 말하는 검격이 찔러들어온다. 왼쪽 상단에서 우측 하단으로 이어지는 깊은 찌르기.


왼손으로 역수로 쥔 롱소드로 그녀의 힘을 이용해 찌르기를 흘려보내고 그대로 한바퀴 돌며 그녀의 목을 향해 휘두른다.


까가강!!


그녀의 검과 내 검 사이에 작은 불똥이 튀어오른다. 그리고 그 사이로 보이는 서로의 눈에 집중한다. 그녀가 원하던 내 진짜 검술이다.


왼손에 힘을 빼자 떨어지는 롱소드를 낚아채 바닦에 꽂았다가 위로 반월을 그리자 그녀를 향해 흙들이 별처럼 떨어져 내린다. 다만 두번째는 쉽지 당하게 않겠다는 듯 그녀가 한쪽팔로 시야를 가렸다.


애초에 시야를 가리는게 문제다.


바로 횡으로 휘두르는 그녀의 검에 내 검을 끼워넣고 멈춰 세운다. 그리고 허리를 오른쪽으로 돌리며 오른발에서 끌어올린 힘을 왼발로 폭발시킨다.


"카학!"


발차기에 얻어 맞은 그녀의 배에서 둔탁한 소리가 울려퍼진다. 꽤나 뒤로 날라가 버린 그녀가 다시 일어난다. 피가 섞인 가래를 뱉어낸 그녀는 웃는 얼굴이었다.


"역시나 재밌네요, 검과 체술의 완벽한 조화를 추구하는 검인가요."


어찌보면 그럴수도 있다. 지금은 기분이 상기된 그녀를 위해 약간 거짓말을 하기로 했다.


"알아채셨군요."


팡!


다시 대쉬해오는 그녀의 첫공격은 찌르기도 베기도 아닌 왼손 스트레이트 펀치!

가볍게 고개를 살짝 꺽어 피해준뒤 왼팔을 반으로 접어 팔꿈치로 그녀의 명치를 가격한다.


그녀가 살짝 뒤로 물러서자마자 오른손으로 꼬나쥔 검을 그녀의 목젖을 향해 정확히 찔러들어간다.


뒤로 비틀거리던 그녀가 일순 다시 균형을 잡으며 팔을 들어 내 검을 옆구리에 끼웠다. 그리고는 허리를 꺾고 오른발의 힘을 이용해 왼발을 뻗어낸다.


'설마..'


쩌억-!


내가 보여준 발차기와 완벽히 일치하는 완벽한 뒤돌아차기였다. 몸에 힘을 빼고 그녀의 발차기를 받아낸탓에 데미지는 없지만 조금 얼얼한 기분이다.


"이렇게 하는거 맞죠?"


그녀는 씨익 웃으며 뻗은 상태의 발끝을 애교 부리듯이 살짝 까닥거렸다.

그녀의 칭찬을 바라는 듯한 표정에 나도모르게 몸에 힘이 빠졌다.

조금이나마 진지하게 임할려 했던 자신이 갑자기 바보같아진다.


그녀가 자신의 옆구리에 끼워진 내검을 나에게 건내주었다.


"제가 검을 그대로 들어올렸으면 왼팔이 잘렸을 거에요."


"그치만 미카엘이 그러지 않을거라는거 알고 있었어요."


그녀의 대답에 내가 빤히 쳐다보자 그녀가 갑자기 당황하며 "제가 좀 친한척 했나요?" 라고 나름 귀여운 물음을 보냈다.


문득 아가씨의 말이 떠올랐다.


그녀가 건네주는 내 검을 받아서 검집에 끼워놓고 그녀에게 손을 건넸다.


그녀가 내손을 보고 무언가를 알아챘는지 배시시하게 웃는다.


"저랑 친구라도 해주시게요?"


그녀는 나를 약올리듯이 얄미운 얼굴로 내손에 손가락을 살짝 가져다 대며 가벼운 손장난을 즐겼다.


"안될건 없죠."


"기쁘네요 첫 친구가 생겨서요."


'친구인가...'

케리아 아가씨가 말하던..


"어?, 미카엘씨 그렇게 웃는거 처음봐요!"


그녀의 말에 나도 모르게 손으로 입을 가렸다.

순간적으로 머릿속에서 누군가의 말이 떠올랐다. 많이 익숙한.

나를 앉혀 놓고 열심히 말하던 늙은 노인은 다름 아닌 내 스승이었다.


"감정때문에 너는 베야될 사람을 베지 못할때가 올거다.감정을 항상 버려야 한다." 말하던 스승의 말이 자꾸 머리를 헤집는다.


한명 쯤이라면.


나는 결국 그녀에게 웃음을 보이고 말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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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라엘라이 샤 카트리나(3) 21.01.18 272 10 7쪽
16 라엘라이 샤 카트리나(2) +3 21.01.18 278 10 7쪽
15 라엘라이 샤 카트리나 21.01.17 298 14 7쪽
14 알 케리아(3) 21.01.16 303 11 7쪽
13 알 케리아(2) +2 21.01.15 320 14 7쪽
12 알 케리아 21.01.15 332 1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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