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지 명가의 사냥개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소드팩토리
작품등록일 :
2021.01.12 13:18
최근연재일 :
2021.01.31 00:53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12,194
추천수 :
377
글자수 :
125,901

작성
21.01.31 00:11
조회
99
추천
6
글자
12쪽

수사관(2)

DUMMY

그가 사과하는건 제국의 수사관을 불러서 인지 아니면 내 몸에 손대서인지 잘모르겠다. 어쩌면 둘 다 일수도.


자신을 나무꾼이라 소개한 남자의 이름은 '우든' 그의 아들은 '이든' 이라했다.

잠깐의 소개를 끝낸 그가 어서 식사를 차리겠다며 밖으로 다시 나갔기에 조용한 휴식이 찾아왔다.


침대 옆에 벗겨진 옷을 더듬자 익숙한 감촉이 느껴졌다. 속 주머니에서 꺼낸 닷뱀대를 입에 물고 숨을 드쉬자 익숙한 향이 혀를 감돌았다.


"또 붕대인가."


몸 곳곳에 감겨진 붕대를 살짝 들춰보니 상처들은 이미 딱쟁이 져있었기에 어느정도 괜찮다 싶은 곳은 전부 붕대를 벗겨냈다. 그때의 전투 이후 며 칠이나 잠들어있었느지 모르지만 상처의 진행 정도를 보면 삼 일은 거뜬히 지난듯 하다.


계속 누워있을 생각은 없어서 자리에서 일어나 바지부터 입었다. 단추를 잠그고 전투때문에 찢어졌는지 헐렁해진 벨트를 대충 조여맸다. 속에 입었던 셔츠는 다찢어서 목부분만 남았서 결국 검은색 자켓만 걸쳤다.


누런 천에 쌓인 검을 꺼내보니 검신이 전부 검게 그을어서 사용하지 못할정도.


"전부 개판이군."


처음으로 감정에 휩쓸려 이성을 잃었다. 지하실에서 나오고 햇빛아래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나는 내가 아는 나 자신과 점점 달라지고 있었다.


그날의 감정을 떠올려 본다.


눈앞에서 그녀의 목이 떨어졌을때 나는 분노했다.


슬퍼도 했나. 모르겠다.


그녀의 죽음은 가슴이 뜨거워지지만 정작 나는 눈물 하나 나지 않는다.


아무래도 슬프진 않았나 보다.


침대에 걸터 앉아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보자 오래 된 나무문이 끼익 소리를 내며 열렸다.


"저...식사 준비 다 됐다고...."


우물쭈물하며 조심스럽게 말거는 꼬마아이를 따라 밖으로 나가자 장작위에 올려진 냄비에 수프를 끓이고 있는 나무꾼이 손을 흔들었다. 가까이 가자 바닥에는 몸통이 베여 그 밑동만 남은 나무가 세개 있었고 그 위로 한명씩 앉았다.


투박한 나무접시에 나무꾼이 담아준 수프는 고기한점 없이 야채만 들어있는 평범한 그런 수프 였다. 숟갈로 대충 퍼먹자 그럭저럭 먹을만 한 맛이었다.


말없이 조용한 식사가 끝나고 꼬마 아이가 자기 몸에 맞춰 만들었는지 작은 나무활을 들고 이리저리 뛰놀기 시작하자 나무꾼이 흐뭇한 얼굴로 쳐다봤다.


나역시 멍하니 앉아 쳐다보고 있자니 어느새 해가 지고 달이 떠오르고 있었다. 밤이어도 지치지 않는지 아이는 연신 입으로 슉 소리를 내며 활 시위를 당기고 있었다.


"제 아들이긴 하지만 참 귀엽죠?"


나무꾼의 시선은 한시도 저주에 걸린것처럼 아들에게서 눈을 떼질 못했다.


"다행히 저보다는 아내를 닮아서 이쁘거든요."


"기사님은 아내가 있으신가요?"


그가 편안한 얼굴로 쳐다보면서 물었기에 나도 모르게 대답이 흘러나왔다.

"없습니다."


"저는 기사들이 부럽습니다."

"아내 한명 지키지 못하는 남자라는건.... 세상에서 제일 고통스런 역할이거든요."


씁쓸하게 웃는 그의 표정은 몇 번 본적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은 자들의 얼굴이었다. 외로움과 섭섭함, 그리고 그리움이 담긴 얼굴.


궁금했다.


"눈물이 났었나요?"


많이 생략된 질문이지만 다행히 그는 이해한듯 싶었다.


"처음에는 나지 않더군요. 지키지 못했다는 생각에 분노에 미치더군요."


"그러다가 후회와 상실감에 절망하고."


그는 목에 걸려진 낡은 펜던트를 꺼내선 아내 얼굴을 보여줬다. 마을에 한 화가에게 맡겼는지 그리 좋은 그림 솜씨는 아니지만 꽤나 귀여움 받았을 듯한 여성의 얼굴이 그러져 있었다.


"드디어 인정하고 아내를 떠나보냈을 때..그 때 눈물이 나더군요."


"기사님도 소중한 이를 잃어버렸나요?"


그가 나뭇가지로 장작을 몇번 뒤집자 불길이 다시 살아나며 차가운 밤공기들을 겁주고 있었다. 타닥 거리며 튀어오르는 불똥에 시선을 옮겼다.


"...."

대답이 나오질 않았다. 그녀가 소중한 이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언제가는 기사님의 마음에서 보내줘야 할겁니다."



*



"흠...어렵군."


장갑을 벗고 흙을 쓸어내자 걸쭉한 체액과 굳은 핏자국이 손에 딸려들어왔다. 찢어진 옷가지와 긴 머리카락들을 보아선 여자가 바닥에서 거센 저항을 했을거라 보인다.


"겁탈인가."


나무와 땅 곳곳에 걸려진 이 찐뜩한 체액은 분명 그들, 몬스터의 것.


가장 그럴싸한 건 혼자 도망치던 여자를 어떤 몬스터가 발견해 덥쳤고 그 후에 자신들의 둥지에 데려간 것. 포식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걸로 보아 여자는 살아있을 확률이 크다.


"집행관님."


"왔는가, 벨."


뒤돌아보자 익숙한 하얀 가면과 순백의 로브가 반겼다.


"우선 말씀하신 대로 수사관은 저 혼자만 왔습니다."


"분명 자네가 몬스터 관련 사건들을 많이 맡지 않았었나?"


"네, 그때는 한창 몬스터들이 넘쳐났을 때라..."


"잘됐군, 나는 몬스터쪽은 영 꽝이서... 여기 있는 흔적들을 쫒아서 좀 찾아줄 수 있겠나?"


"물론입니다. 최선을."


그녀가 흔적 탐사를 시작하는걸 보고 잠시 나무에 기대 앉았다.


"망할 나이가 들긴 들었나...이제 육십이건만."


분명 수사관일때까지만 해도 혈기 넘치는 피때문에 앉아있는게 더 힘들었던것 같은데 세월이 흘러 집행관까지 달고나니 이젠 앉아있는게 행복하다. 오랜만에 발생한 커다란 사건에 왕실도 예민해서 기껏 직접 나왔건만 무법자들은 그 늙은이가 전부 죽였고 남은 두명 중 한명 역시 사망, 마지막 남은 여자는 보이질 않는다.


"지치는군.."


"집행관님, 추적 가능할것 같은데 바로 시작할까요?"


"그러지."


무거운 엉덩이를 다시 일으켜서 천천히 바닥을 살피며 걷는 그녀의 뒤로 붙었다.

허리를 숚이며 가는탓에 씰룩이는 엉덩이가 신경쓰인다. 늙으면 주책이라고 괜히 손이 근질근질하다.


엉덩이를 보고 있잖니 젊을적 수사관 시절 최고 고참 수사관이 비슷한 상황에서 장난친다고 엉덩이를 한번 만졌다가 오른팔이 잘려나간 사건이 떠올랐다.


'이 나이에 후배 엉덩이를 만져서 손이 잘린다라...'


"장례식은 못열겠군."


"네?"


"아닐세."


집중한 그녀를 위해 입을 다물고 쭉 걷다보니 벌써 해가 지고 있었다. 하지만 흔적은 끊이지 않는지 아직도 몬스터들의 뿔하나 보이질 않는다.


"찾았습니다."


그녀의 작은 외침에 그녀의 손이 가르키는 곳을 보자 꽤나 커다란 동굴이 보였다. 다만 몬스터의 수가 많지는 않은지 경비를 스는 녀석들이나 돌아다니는 녀석들도 보이질 않는다.


"자네가 먼저?"


"그것 역시 제 전문이죠."


자신만만하게 앞장 선 그녀를 뒤따라 들어서자 동굴내부는 축축한 냄새만 날뿐 몬스터들 특유의 체취같은건 나지 않았다. 손가락을 튕기자 떠오른 작은 태양에 동굴 전체가 밝아지며 드디어 정체를 밝혔다.


"고작 두마린가."


동굴 바닥에 누워 자고 있는 오크 두마리는 성체도 아닌 성장기 중의 오크였다. 게다가 피부위로 나기 시작한 하얀색 솜털과 아래가 아닌 위에서 내려오는 송곳니로 보아 북방에서 사는 화이트 오크다.


제국에서 화이트 오크가 보였다는 기록은 한번도 없었기에 조금 당황스럽다.


"화이트 오크가 여기있을 줄은.."


벨 역시 꽤나 놀랐는지 유심히 쳐다보고 있었다. 자기네들 집에 사람이 들어온지도 모른채 코골며 자고 있는 몬스터들을 보니 괜히 의욕이 사라진다.


"어떻게 할까요?"


"피 안튀기게 처리해주게."


벨이 오른발을 살짝 들어올렸다가 내리자 오크들의 몸이 조금씩 눌리기 시작했다.


"그라비티(gravity)"


정확히 오크 두마리 부분만 압착되기 시작하더니 퍼석거리며 둘다 순식간에 터져버린다.


"벨, 피는 안튀겼으면 좋겠다 한 것 같은데."

얼굴에 튄 초록피를 손으로 닦아내자 끈적거림에 손을 털어냈다. 딴척하며 대답도 않하는 후배를 뒤로하고 동굴 구석을 살피자 드디어 찾는 사람이 보였다.


꽤나 심하게 당했는지 온몸이 멍으로 가득했고 머리는 진흙과 먼지가 달라붙어있었다.

알몸이나 다름없는 상태였기에 벨을 불렀다. 나대신 여자를 살피는 벨이 이곳저곳 만지자 여자가 고통에 찬 신음을 흘렸다.


"살아는 있나보군."


"살아는 있지만...몸이 심각하네요."


"어떠지?"


"일단 몬스터들한테 너무 많이 당해서 골반이 아예 부셔졌어요. 이여자 다시는 못걷겠네요."


인간과 맞지 않는 행위에 망가져 버린 여성들의 안타까운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있던 일이기에 안타깝다는 말 말고는 나오지 않는다. 다만 평범한 시민도 아닌 범죄자 이기에 동정도 아깝다.


"살아있는게 어디인가. 바로 왕도로 데려가지."


살아있는게 기적인 여자를 말에 태워 꼬박 달려오자 어느새 해가 다시 뜨고 있었다.

이젠 너무 많이 봐버린 해뜨는 모습을 뒤로하고 성문을 통과해 곧장 왕궁까지 들어갔다.


벨에게 여자의 처리를 맡기고 곧바로 황제폐하를 알현할 준비에 박찼다. 드디어 유일하게 하나남은 범인을 잡았기에 알려야 했고. 하나남은 마지막 황태자가 다니던 아카데미에서 사건이 일어난거였기에 예민했다.


복도를 지나치며 인사를 해오는 시중들과 기사들의 인사를 대충 받아넘기고 드디어 마지막 하나남은 거대한 대문을 지나치자 계단 위로 황금색 황좌에 앉아있는 늙은 황제가 보였다.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며 그의 명령을 기다린다.


"고개를 들라."


"폐하 드디어 범인을 잡아냈습니다."


살짝 고개들어본 황제 폐하의 얼굴이 살짝 밝아졌다.


"더러운 족속들을 잡아낸건가. 그 경위를 듣고 싶군."


"우선 도망자 중 한명은 아카데미 학생의 호위에게 사망했고 다른 한명은 몬스터에게 잡혀간걸 찾아왔습니다."


"몬스터..?"


"몬스터에게 겁탈당해서 잡혀있던걸 데려왔습니다."


내말에 황제가 늘어난 주름진 턱을 메만지며 고민에 빠졌다. 이제는 얼굴뼈도 작아지는지 왕관이 조금씩 흘러내리고 있었다.


"어찌했으면 좋겠는가."


"황제 폐하!, 청이 하나 있습니다"


대화에 끼어든 이는 다름 아닌 제국 마법부대 총 사령관인 윌리엄 프레이, 내 동생이었다. 황제 밑으로 양 옆 일렬로 선 귀족과 무장들 중에 혼자 앞으로 나선 동생이 무릎꿇었다.


"저에게 그 여자를 하사해 주셨으면 합니다."


"우선 하나 남은 범인은 평범한 여자이며 몬스터에게 겁탈당했다는 걸로보아 충분히 벌을 받기 좋은 몸상태가 아니라는 점. 그리고 제게 주신다면 다른 방법으로 제국을 위해 헌신 시킬 방법이 있습니다."


"흥미가 동하는군 계속 해봐라."


"전에 말씀드렸던 군대에 그 여자가 큰 도움이 될지도 모릅니다."


그의 말에 황제가 생각났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며 그래 그게 있었지 하며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여자의 신병은 내 동생에게 향하는게 확정될것 같다.


'차라리 사형을 선고 받는게 속편하지..쯧.'


-

"집행관님 어떻게 되었나요?"


"그 여자는 마법부로 인계시키기로 했다."


"네?, 처형이나 다른 벌을 집행안하는 겁니까?"


"그렇게 됐다. 그리고 그걸 우리도 함께 하게 됐어."


"...네?"

그녀가 당황해서 발걸음을 멈춰서는 고개를 돌렸다.


"황제폐하의 명이다. 우리 역시 마법부로 가서 그 여자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보고 자신에게 따로 보고해줬으면 하신다."


"마법부 거기는 너무 음침해서 가기 싫은데..."


도착한 의무실에 들어가니 눈을 뜬 채 눈물 흘리고 있는 여자가 보였다. 안타깝게도 아직 지옥은 끝나지 않았다.


"집행관 윌리엄 프라이어다. 린 로즈 국가 내란죄와 살해 및 반란죄로 처벌한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메이지 명가의 사냥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관련 공지입니다. 21.02.03 83 0 -
40 수사관(3) 21.01.31 93 6 6쪽
» 수사관(2) 21.01.31 100 6 12쪽
38 수사관 21.01.30 84 5 7쪽
37 복수 그리고. +3 21.01.28 141 8 14쪽
36 복수. 21.01.28 120 8 7쪽
35 복수. +2 21.01.27 124 6 7쪽
34 복수. 21.01.27 129 8 7쪽
33 그곳에서(4) +1 21.01.26 184 7 7쪽
32 그곳에서(3) 21.01.26 161 6 7쪽
31 그곳에서(2) +2 21.01.26 197 7 7쪽
30 그곳에서 21.01.26 184 7 7쪽
29 무언가를 찾는다면(3) +1 21.01.25 178 7 7쪽
28 무언가를 찾는다면(2) 21.01.24 190 8 7쪽
27 무언가를 찾는다면 +1 21.01.24 217 8 7쪽
26 스팅엄 아카데미(3) 21.01.23 220 7 7쪽
25 스팅엄 아카데미(2) +1 21.01.23 224 6 7쪽
24 스팅엄 아카데미 21.01.22 225 6 7쪽
23 귀족답게(5) +1 21.01.22 254 11 8쪽
22 귀족답게(4) +1 21.01.21 269 7 7쪽
21 귀족답게(3) +3 21.01.20 260 10 7쪽
20 귀족답게(2) 21.01.19 255 7 8쪽
19 귀족답게 21.01.19 279 8 7쪽
18 라엘라이 샤 카트리나(4) 21.01.19 292 9 7쪽
17 라엘라이 샤 카트리나(3) 21.01.18 272 10 7쪽
16 라엘라이 샤 카트리나(2) +3 21.01.18 278 10 7쪽
15 라엘라이 샤 카트리나 21.01.17 298 14 7쪽
14 알 케리아(3) 21.01.16 303 11 7쪽
13 알 케리아(2) +2 21.01.15 320 14 7쪽
12 알 케리아 21.01.15 332 10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