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 아카데미의 망나니가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진파스
작품등록일 :
2021.01.14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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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09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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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29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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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구천구검(1)

DUMMY

오일이 지났다.

윤성은 그 시간동안 몸을 회복하는데만 집중했다.


“후우.”


땀이 쏟아져 내렸다.

침상에 앉아 가부좌를 튼 자세로 몇 시간이 흐른지 느껴지지도 않았다.

무아지경이란 것일까.

이제는 익숙해진 무공의 사용법.

무상공.

그것을 이제는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게 되었다.

몸 전체를 순환하는 무형의 기운이 손에 잡힐 듯 느껴졌다.


‘몇번을 해봐도 신기하단 말이지.’


때로는 파도처럼, 또 어느 순간에는 호수처럼 그의 의지에 따라 내공이 몸 곳곳을 내달렸다.

단전을 시작으로 원을 그리며 움직이는 그 순환의 흐름이 다친 기혈을 바로 잡고, 내상을 치료한다.

깊은 상처가 생각보다 빠르게 아물어 갔다.

현대 의학기술을 넘어선 그 경이적인 회복 속도를 경험한 후 윤성은 며칠을 이 짓에만 매달렸다.


“이 정도면 이제 움직여도 되겠는데.”


윤성이 감았던 눈을 떴다.

그의 몸에서 풍겨오는 매스꺼운 냄새가 코를 찔러왔다.

썩은 기운들이 배출이 된 듯 그의 옷이 검게 물들어 있었다.

슬쩍 자신의 몸을 둘러본 윤성이 창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처음 그가 자리를 잡았을 때만 해도 달빛이 내려 앉은 깊은 밤이었는데 어느새 동이트고 있었다.


[하윤성]

[무공 : 무한검, 무한신보]

[기공 : 무상공]

[육체 : 40]

[심맥 : 20]

[특성 : 천마의 혈통, 심안]

[성장 포인트 : 1200]


하가장과 대파산의 큰 이벤트 두 개를 해결하며 꽤 성장 포인트가 쌓였다.

저 정도면 꽤 강해질 수 있을 터.

하지만 아직 사용할 때가 아니다.


“일단 그것부터 얻고 나서.”


하늘을 구하는 아홉개의 검.

구천구검.

자신이 지었지만 참 거창한 이름의 검법이다.

그 검법서가 바로 대파산 모종의 장소에 잠들어 있었다.

윤성이 천도학관으로 가는 시간을 늦춘 이유가 바로 그것 때문이었다.


‘설마 없지는 않겠지.’


가슴 한켠에서 슬금슬금 피어오르는 불안한 감정이 자꾸 똬리를 텄다.

로스트 사가.

자신이 만든 세계.

그러나 ‘리메이크’, 바로 그게 문제였다.

스토리가 큰 줄기는 바뀌지 않은 것 같은데 조금씩.....아니 조금 많이 변경됐다.

사실 자신이 이야기를 비튼 이유가 더 큰것 같기도 하지만.


‘끙, 없으면 별수없지. 다른 방법을 찾을수 밖에.’


구천구검은 본래 하윤성의 스토리에서도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검법서였다.

백년 전 천하제일검으로 불렸던 무명객의 독문 검법.

천하에 적수가 없던 그의 비전검법은 이 세계관에서도 가장 수위를 차지하고 있다.

살아남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얻어야 했다.


“하늘 참 맑네.”


윤성이 밝아오는 하늘 너머의 대파산을 바라봤다.


“기다려라. 곧 간다.”



***



“씨발.”


원래 입이 거친 사람이 아니다.

분명 그랬었는데 이 세계에 떨어지고 입에서 병나발 불듯 욕이 자연스레 튀어나온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후우, 후우.”


‘왜 하필 이딴 곳에 만들어서.’


누굴 욕하랴.

자신이 만들었는데.

심호흡을 하고 한발, 그리고 또 한발 내려간다.

힘을 줄 때마다 이제 아물어 겨우 붙어있는 뱃가죽이 다시 떨어져 나갈것 같았다.

신음을 참으며 윤성이 시선을 돌려 밑을 내려다 봤다.

순간 불어오는 엄청난 광풍에 눈이 질끈 감겼다.

겨우 눈을 떠보니 목적지가 곧 앞이었다.


“빌어먹을.”


땀이 비오듯 흐르지만 불어오는 바람에 순식간에 식어버린다.

오한이 들것 같지만 포기할 수는 없다.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타닥.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마침내 지상에 내려선 윤성이 위를 쳐다봤다.

아찔한 절벽이 연무에 가려져 그 끝이 보이지 않았다.

엄청난 높이다.

두번 하라고 하면 다시는 못할 것 같았다.

깎아지른 산세 속 어느누구의 손도 닿지않은 이 빌어먹을 절벽을 처음에는 경공을 사용해 내려가려 했다.


‘미쳤지.’


얼토당토 않은 시도였다.

이 미친 절벽을 자신의 경공 실력으로?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원래라면 하윤성이 모종의 사고로 떨어진 후 운이좋게 살아남아 이곳에 도착하는게 본래 스토리였다.

그래.

말 그대로 ‘운이 좋게’ 살아남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이네.”


윤성이 시선을 돌려 앞을 쳐다봤다.

무성하게 불규칙적으로 뻗은 나무와 수풀 사이로 검은 공동이 보였다.

을씨년 스럽게 몰아치는 바람과 끝이 안보이는 어둠에 윤성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같이 올 걸 그랬나.”


- 혼자 가려고? 그 몸으로?

- 어 혼자 가는게 편해.

- 뭐 그렇다면야.

- .....한 번 더 안 물어보냐.

- 됐다. 나도 할 일 있어.


출발하기 전 이율과의 대화를 떠올린 윤성이 머리를 긁적였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조금 더 비벼볼걸 그랬나.

생각해보니 조금 아쉬웠다.


“할 수 없지.”


세계관 최강의 비급서.

쉽게 얻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는 ‘하윤성’이니.

사건을 몰고다니는 불운의 운명이 쉽게 자신을 놓아줄리가 없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이 곳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점 이랄까.

물론 변경만 되지 않았다면야.


“.....”


한참을 노려보던 윤성이 이내 어둠속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터벅. 터벅.


발소리가 공간을 울렸다.

내부는 생각보다 어둡지 않았다.

어느정도 안으로 들어서니 일정한 간격을 두고 야명주가 공간을 밝히고 있었다.

군데군데 사람의 손길이 닿은게 확실했다.


“.....”


윤성이 발걸음을 멈춰 세웠다.

눈앞에 검이 깊숙이 땅에 박혀 있었다.

날이 바랜 흔적이 하루 이틀 이 자리에 있던 검이 아닌 듯 했다.


“뭐야.”


한 두 자루가 아니었다.

못해도 스무자루는 되는 검들이 마치 길을 막아서 듯 도열해 꽂혀 있었다.


“들어오지 말라고 경고하는 건가.”


검의 무덤.

그것도 해검지가 아닌 분명 전투의 흔적이었다.

윤성이 주변에 남아있는 뼈의 잔해를 바라봤다.

이곳에 들어오려 했던 누군가가 서로에게 칼을 겨누었던가.

아니면 그들을 이 곳의 주인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아섰던가.

둘 중 하나였을 것이다.


“.....”


윤성이 주변을 훑었다.

자신이 걸어온 길 말고는 앞으로 뻗은 길 밖에 보이지 않았다.

선택지는 둘 밖에 없었다.


‘여기가 원래 이랬나.’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봐도 자신이 설계한 공간은 이렇지 않았다.

아무래도 이곳 역시 윤성의 예상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있을 듯 싶었다.

불안한 예감이 등 줄기를 타고 윤성을 간지럽혔다.


‘망설여봤자 뭐 있나. 가자.’


이내 결심한 윤성이 검을 지나쳐 앞으로 나아갔다.


“.....”


어느정도 걸었을까.

윤성이 걸음을 멈춰 세우고는 손으로 땅을 짚었다.


샤아아아


귓가로 들려오는 바람의 소리가 미세하게 달라졌다.

어딘로 모여드는 듯한 바람 소리에 윤성이 어둠 저편으로 눈을 좁혔다.

그때였다.


- 퉁.


윤성의 동공이 확장됐다.

머리가 인식하기 전 윤성이 몸을 움직였다.


쐐애애애액—-푸욱.


맹렬한 속도로 날아든 화살이 땅에 박혀 들었다.

반쯤은 땅으로 파고 든 화살촉에서 미약한 연기가 피어올랐다.


‘독.’


윤성이 얼굴을 찌푸렸다.

미친. 독이라니.

매케한 냄새가 피어오르는 것이 맞아보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한 방이면 즉사.

이미 화살이 박혀든 흙 주변이 검게 변하고 있었다.


퉁-퉁-퉁-퉁!


“젠장.”


순간 윤성이 연달아 들리는 파공성에 땅을 박찼다.

곧 그의 시야에 수십개의 독화살이 날아들었다.


썌애애액.


시간차를 두고 연달아 쏟아지는 화살무덤에 윤성이 검을 빼들었다.

피할 공간이 없었다.

모조리 쳐내야한다.


따당! 따당! 따다아앙!


검막을 일으키며 윤성이 발을 더욱 박찼다.

연속으로 쏘아져오는 화살들이 시간이 흐를 수록 더 빠르게, 더 많은 수가 날아들 것이었다.

최대한 빨리 발사 장치를 부셔야 했다.


투웅!


윤성이 귓가로 스쳐가는 화살의 섬뜩한 소리를 뒤로하며 날아 올랐다.

곧 그의 눈에 목표가 보였다.


‘저기다.’


목조로 된 장치가 동굴의 암벽을 한가득 채운채로 계속해서 화살을 쏟아내고 있었다.

윤성이 빠르게 그 장치를 향해 내달렸다.


꽈앙!


윤성의 내력을 담은 검이 목조 상단부에 위치한 장치의 핵심부를 정확히 잘라냈다.

그와 동시에 무너져내린 장치가 공동을 울렸다.


“후우.”


식은땀이 흘렀다.

독이라니.

거기다 생각보다 빠르게 날아드는 연환사는 윤성이 미리 이 장치에 대해 알고 있지 않았다면 이미 곤죽이 될 만큼 위협적이었다.


“죽을 뻔 했네.”


기관진식 장치 중 첫번쨰.

그것은 이미 윤성이 예상하고 있던 부분이었다.

하지만 독은 아니었다.

거기다 저 말도안되는 속도의 연사라니.

더욱이 맹독이었다.

돌아본 윤성의 시선에 이미 시꺼멓게 변해버린 땅꺼죽이 들어왔다.

화살 무덤이 윤성이 지나온 길을 죽음의 땅으로 변모 시키고 있었다.


“이거 조심해야 겠는데.”


벌써 숨이 차올랐다.

아직 몸이 완전히 회복이 안된 상태에서 너무 무리한건가.

윤성이 자신의 배를 손으로 쓸었다.

아직 핏물이 베어나오지는 않았지만 계속해서 이런 상태라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일이었다.




***




꽈앙!


윤성이 다섯번째 기관장치를 부수며 숨을 골랐다.

다행히 큰 부상은 없었다.

첫번째 장치에서의 예상치 못한 위기를 기억하며 윤성이 그 다음 장치부터는 최대한 방비를 하며 조심히 나아갔다.

하지만 그럼에도 쉽지 않았다.

그 영향으로 계속해서 욕짓거리와 악다구니를 써댔더니 목이 쉰 상태였다.


“후우. 씨발.”


거의 습관처럼 저 단어가 튀어나온다.

이내 머리를 한차례 흔든 윤성이 뒤를 돌아봤다.

이제 보이지도 않는 저 너머의 공간은 무너져 내렸다.

돌아갈 길은 없었다.


“이거 너무 하잖아.”


이 가혹한 운명은 윤성을 계속해서 저승의 문턱으로 끌고 갔다.

계속해서 발버둥 치지 않으면 언제고 끌려가리라.

애써 그 찜찜한 기분을 내리 누르며 윤성이 앞으로 나아갔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어느새 동굴의 끝자락에 도착했다.


“.....”


아무것도 없는 공동.

기괴한 암석들이 사람의 흔적이 닿지 않은 듯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윤성이 걸어온 방향을 제외하곤 사방이 막힌 막다른 곳 이었다.


“다왔네.”


안도의 한숨을 내쉰 윤성이 흙먼지를 뒤집어 쓴 자신의 장삼을 털어냈다.

윤성이 주변을 훑더니 곧 벽 한쪽으로 다가가 부분부분을 손으로 더듬었다.

야명주와 야명주 사이.

불빛이 비치지 않는 어둠 속 한 곳.

그곳에 윤성이 찾는 것이 있었다.


철컹.


‘찾았다.’


윤성이 손에 잡히는 인공적인 느낌의 암석을 옆으로 돌렸다.

곧 장치가 돌아가는 소음이 울려퍼지며 공동의 바닥이 갈라졌다.

어둠을 집어삼킨 계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후우, 먼지봐라.”


흙먼지가 피어오르는게 오랜시간 사람이 다녀가지 않은게 분명했다.

다행이었다.

이 공간은 하윤성 그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발을 들일 예정이 없는 곳이었다.

이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래야 했다.


“좋아. 가볼까.”


윤성이 조심스레 한발씩 계단을 내려갔다.

이 곳에도 계단을 내려가는 곳곳에 야명주가 박혀있었다.


터벅. 터벅.


계단을 내려가는 소리가 공간을 울렸다.

꽤나 깊게 울려퍼지는 것이 얼마나 내려갔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이상하다. 곧 나타나야 하는데...’


이상했다.

자신이 알기로 이 계단은 이렇게 깊게까지 이어질리가 없었다.

곧 비급이 잠들어있는 장소가 나타나야 하는데....

그때였다.


울렁.


순간 윤성의 시야가 흐려졌다 다시 맑아졌다.

찰나의 순간.

그러나 감았다 뜬 윤성의 눈에 비친 풍경이 그의 온 몸을 굳어지게 만들었다.


“.....어?”


앙상하게 매마른 나무들이 보였다.

너른 들판과 을씨년스러운 바람.

그리고 주변을 감싼 연무가 윤성을 중심으로 펼쳐졌다.

순식간에 풍경이 변해버렸다.

이윽고 연무를 해치며 희미하게 음영을 드러낸 한 사내가 윤성의 눈에 비치기 시작했다.


“,,,,,?”


윤성이 눈을 끔뻑였다.

그의 눈에 비친 사내.

다소 유약해 보이는 선이 얇은 얼굴.

이율과 달리 자신을 그대로 투영한 애증의 캐릭터.


‘....나?’


바로 하윤성이었다.

또 다른 자신.

그를 보며 윤성이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손으로 꾹꾹 눌렀다.

순식간에 바뀐 풍경.

그리고 절대 있을리 없는 또 다른 자신.

그의 뇌리로 자연스럽게 이 세계에만 존재하는 하나의 개념이 떠올랐다.


‘진법인가.’


윤성이 마른 침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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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운명 혹은 우연(1) +2 21.01.24 673 15 12쪽
13 새로운 출발(3) +2 21.01.23 690 15 13쪽
12 새로운 출발(2) +8 21.01.22 700 15 12쪽
11 새로운 출발(1) +2 21.01.21 772 1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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