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론과 인공지능이 별세계에서 살아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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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별건곤
작품등록일 :
2021.01.16 18:03
최근연재일 :
2021.11.0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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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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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아라 벨리에프(Wiara Belief)

DUMMY

로봇이 들판에서 언데드를 쫓고 있는 동안, 위글 남작은 상황이 끝났다고 판단해 전장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부상자를 한곳에 모으고, 사체는 모아 태워라!”

천막을 정해 부상자들을 따로 모으고, 사망자는 따로 파악했다.

사체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언데드의 시체는 따로 모아 차곡차곡 쌓았다.

태우려는 것이었다.

부상자들도 신경을 쓰고 있었다.

언데드에게 물린 경우 결국 언데드가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민호가 칼스를 탄 채, 로봇을 데리고 돌아왔다.

고갯길과 골짜기는 레일 포에 맞아 부서진 시체로 난장판이었다.

“만세!

이겼다.”

“골렘 술사님이 돌아오셨다.”

전장 정리 작업을 하다가 돌아오는 민호를 보고 병사들이 만세를 불렀다.



민호가 칼스에서 내리면서 주변을 살폈다.

위글 남작이 그에게 바로 다가와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소푸스 자작 각하!

위글 남작입니다.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도움에 감사드립니다.”

위글 남작이 인사하는 사이에 주변에 있던 기사들과 사제도 다가왔다.

기사들이 위글 남작의 뒤를 이어 경례를 하고 사제들도 인사를 건넸다.

“감사하오.

아주 위험했는데, 덕분에 많은 이들 목숨을 구했소. 그리고 영혼의 타락 없이 구원받을 수 있었소.

레지나 여신의 은총이 함께 하시길···.”

사제들의 감사 인사와 축성이 뒤따랐다.

사제들에게서 은은한 신성력이 흘러나와 민호에게 흘렀다.

뭔가 싸한 기운이 몸을 감싸고 몸으로 스며들면서 전해진 느낌 때문에 민호의 얼굴이 찌그러졌다.

“으아. 기분이 이상해.”

몸 주위의 마나가 소멸한 현상과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기운에 민감한 기사와 사제들이 그 모습을 놓치지 않았다.

신성력이 사라졌다.

사제들의 머리에 의구심이 깃들었다.



병사들은 현장을 정리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언데드의 사체를 모아 태웠고, 사망한 병사들을 확인하고 명세를 작성했다.

사체를 태우는 냄새와 연기가 골짜기 전체를 메웠다.

“어휴! 매워.

그리고 구역질 나!”

“그래도 살았다는 것에 감사해.

저기 죽은 녀석을 봐!

곧 그의 시체도 태워질 거야.”

“그건. 그래.

그런데 골렘 술사가 정말 대단하기는 하더라.

그렇지?”

병사들은 통나무를 쌓아 단을 만들고 그 위에 사체를 쌓으면서 골렘 술사에 대해 연신 떠들었다.

그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살았다는 안도감 때문인지 모두 미소 짓고 있었다.

“이게 도대체 얼마나 많은 거야?

끝이 없네?”

이미 몇 시간째 사체를 태웠지만, 언제 끝날지 모를 만큼 사체는 많았다.

더군다나 레일 포에 조각난 사체가 워낙 많아 모으기도 힘들었다.

“휴. 끝이 없네.”

한 병사가 사체를 들것으로 들어 올리면서, 사체로 인해 끝이 보이지 않는 방벽 앞의 들을 바라봤다.

벌써 해가 지기 시작했다.

산 그림자 강까지 다가가자, 들판은 어둑하게 그늘이 졌다.



천막에서 위글 남작과 마주 앉았다.

위글 남작의 옆에는 사제와 다른 기사들도 함께 있었다.

사제들의 의문은 아직 있었지만, 크게 신경쓰는 이는 없었다.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립니다.

소푸스 자작님.”

“그래. 뭐 일단 알겠어.

하지만 진짜 감사는 다른 사람에게 하는 게 좋을 거야.

내 호기심을 이쪽으로 돌린 이 덕분에 이리로 오게 된 거니까.”

“아니요.

그래도 고마운 것은 고마운 것이오.”

한 사제가 부드러운 얼굴로 감사를 표했다.

다른 이들도 뒤따라 감사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결국, 차를 마시는 내내 감사하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그때, 병사 하나가 안으로 들어와 위글 남작에게 귓속말로 보고했다.

“일단 가보자.

다들 같이 가시겠소?

벨리에프 사제님의 상처로 인해 병세가 심해지는 모양입니다.”

남작이 모여있던 이들을 데리고 천막을 나섰다.

“호오.

상처? 병?

물렸나?”

언데드에게 물렸다는 소리에 호기심이 생겨 민호도 따라갔다.

위글 남작의 천막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큰 천막으로 모두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면서 천막 안을 살펴보자 단순히 부상자를 모아 치료할 목적으로 세운 천막은 아니었다.

한쪽에 놓인 간이침대에 누워있는 사람이 보였다.

얼굴색은 좋지 않았고, 몸은 경련으로 떨고 있었다.

그의 옆에서 다소 어려 보이는 사제가 뭔가를 연신 중얼거리며 그의 다리에 난 상처를 물로 씻어내고 있었다.

또 다른 사제 한 명은 치료하는 것인지 환자에게 손을 대고 기도하고 있었다.

기도에 때문인지 파란빛이 상처 입은 사제에게 머물다가 사라졌다.

‘저게 신성 치료?’

민호는 호기심이 일었다.

그래서 다가가 그 모습을 자세히 살폈다.

“루멘 사케르 엑스투르보(Lumen Sacer Exturbo)!”

파란빛이 그의 몸에 남아있어 신성력이 작용할 때는 경련이 멈췄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고 빛이 사라지는 순간, 그는 다시 경련을 일으켰다.

“으아···.”

그는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렸다.

얼굴과 목에 땀이 송송 한 것을 보면 열도 있는 것 같았다.

실제 언데드가 되는 과정을 보지 못해 신체에 일어나는 반응을 잘 알지 못했었다.

언데드가 돼가고 있는 사제를 보니 꽤 고통스러운 것으로 보였다.

“하긴 내장이 모두 녹고 있으니 아프겠지.쯔쯔쯔.”

민호는 자신도 모르게 생각하는 바가 입 밖으로 나왔다.

그 소리에 천막 안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그에게로 모였다.



민호가 얼굴을 슬슬 긁었다.

여러 사람의 시선을 집중해서 받아 보는 것은 거의 없는 일이었다.

사제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눈빛을 교환했다.

그러다 결국 더는 참지 못한 한 사제가 물어왔다.

“혹시 언데드가 되어가는 과정을 아는 것이오?”

민호는 대답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집요한 시선에도 얼굴을 긁적이며 뜸을 들였다.

‘말해줄까?

아니면 말까?’

잠시 고민을 했다.

‘뭐 대단한 비밀도 아닌데.’

말해주기로 했다.



꽤 궁금한 얼굴로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사제들을 한번 흩어보고는 대답을 하기 시작했다.

“이번 일이 자라자 베리알이라는 흑마 사제들이 벌인 일인 것 같다는 것과 내가 이들을 오래전부터 추적해 왔다는 것을 대충 들은 사람들도 있겠지?”

“각하께 들어 알고 있습니다.”

위글 남작이 다른 이들을 대신해서 냉큼 대답했다.

사제들도 이에 관한 내용을 이미 들은 바가 있어서인지 모두 고개를 끄떡였다.

이번 사태에 관한 내용을 어느 정도 들었기 때문에 사제들도 자라자 베리알이 배후인 것 같아 우려가 깊었다.

“할아버지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추적해 왔지.

그래서 그들에 대해 조금 알게 된 것도 있고.”

“그렇소?”

“그래.”

그는 대충 사실에 거짓을 섞어 대답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흑마법이나 저주 같은 것으로 만든 기생충 같은 것이 머리를 장악해 언데드가 된다는 것이오?”

이야기는 끝났지만, 사제들의 질문은 계속되었다.

“그게 사실이오?”

“그렇다니까.

그리고 이게 청문회 하는 것도 아니고 이게 뭐야?

믿지 못하겠으면 직접 확인하면 되잖아?”

“청문회?”

질문은 끊임없이 이어질 것 같았고, 그들이 자신의 의문이 해결될 때까지 계속 물어오자, 민호는 ‘나 기분 나빠.’ 하는 태도를 보이고는 그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돌아서려는데 벨리에프의 상처를 닦고 있던 어린 사제가 보였다.



눈물이 글썽글썽대고 있었고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았다.

울음을 억지로 참고 있는 얼굴이 엉망이었다.

왠지 애처롭게 들리는 소리로 주문처럼 들리는 것을 끊이지 않고 읇어대고 있었다.

늙어 주굴 주굴 한 얼굴이지만 인자한 할아버지 같은 벨리에프도 보였다.

“음···. 할아버지라.”

짧은 시간이지만 아벨을 생각하며 생각에 잠겼다.

그는 생각을 접고 그들에게 다가갔다.

어린 사제가 그의 기척을 느끼고 돌아보았다.

그녀도 그가 누구인지는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머리에는 벨리에프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애처로운 얼굴로 민호를 잠시 보았지만, 그녀는 바로 얼굴을 돌렸고, 벨리에프의 상처를 씻어내고, 주문 같은 것을 읇기 시작했다.



민호는 주머니에서 주사기를 꺼냈다.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가져온 것이었다.

그는 바짝 다가가 벨리에프를 살폈다.

아직 피를 토하는 정도는 아닌 것 같았다.

‘아직은 괜찮은가?’

내장이 녹기 시작하는 정도로 진행되었다면 주사를 해도 죽는다.

그래도 주사를 한다면 언데드는 되지 않을 것이었다.

하지만 반드시 죽는다.

그가 피를 토하고 있다면 그냥 자리를 뜰 생각이었다.

이미 죽음을 예약한 사람에게 굳이 사용할 생각은 없었다.

“잠시 비켜봐!”

그의 말에 어린 사제가 그를 다시 돌아보았다.

무슨 일이진 몰라 의아하다는 표정이었다.



그녀는 답변도 하지 않고 자리도 피해주지도 않았다.

“비켜 보라면 비켜.”

민호는 사제를 밀치고 벨리에프에게 바짝 다가갔다.

벨리에프의 팔을 들어 올려 팔의 옷을 들쳐 올렸다.

그의 팔뚝에 주사기를 가져다 대고 주사했다.

주사기 끝을 팔뚝에 대자마자 소리도 없이 약물이 주입되었다.

“다 됐군.”

주사기의 약물이 다 주사된 표식을 확인하고 벨리에프의 팔을 놓았다.



주사가 끝나자 민호가 아무 미련 없는 여인이 연인을 떠나듯 몸을 돌려 천막을 나가려고 했다.

“잠깐!

무엇을 한 것이오?”

한 사제가 민호를 막아섰다.

그는 민호가 한 것이 무엇인지 대답을 꼭 듣겠다는 표정이었다.

입고 있는 사제복을 보니 벨리에프와 같은 복식이었다.

“좋은 일이야.

언데드가 되지 않도록 막는 약?

물론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그것까지는 나도 어쩔 수 없고.

그럼 이제 비켜.”

민호의 대답을 들고 사제는 어벙한 표정이 되었다.



얼떨결에 민호가 밀치는 데로 밀려 길을 내주었다.

‘약이라고?’

그는 그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 찼다.

벨리에프는 절친한 친구이자 동료였다.

언데드가 되지 않는 약으로 벨리에프가 괜찮을 수 있다는 믿지 못할 말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정말이오?”

“응. 믿거나 말거나.”

앞을 막았던 사제는 민호의 말에 얼떨떨하기도 하고, 또 순간 안심도 되었다.

그래서 마저 앞을 활짝 비켜 주었다.

하지만 주변의 다른 사제들은 난리가 났다.

“그런 약이 있소?

지금까지는 뭔가 약으로 언데드가가 될 사람이 치료되었다는 것을 들은 적이 없소.”

사제들의 아우성에도 민호는 귀를 후비고 그냥 나가 버렸다.



사제들이 우르르 뒤따라 나왔지만 이미 천막 근처에 와 있던 칼스의 머리에 오른 민호였다.

사제가 나와서 더 뭔가를 물으려고 할 때는 칼스는 이미 자세를 세웠다.

“말해 주시오.

효과가 있는 약이오?”

“약은 더 있습니까?”

“어떻게 만든 약이오?”

따라 나온 사람들이 서로 아우성치며 물었지만,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로봇을 데리고 골짜기를 올라 산을 넘어가 버렸다.

“허! 이게 무슨 경우란 말인가!”

집요하게 물었던 사제가 사라지는 로봇의 모습을 보고 한숨을 내뱉었다.



밀림이 뜨겁게 끓어올랐다.

연신 햇살은 뜨거워졌고, 땅은 지글지글 끓는 것 같았다.

바람이 불면 뜨거운 온풍기를 튼 것 같았다.

수상 가옥의 한쪽에 놓인 파라솔 아래 긴 의자에 반쯤 누운 민호가 음료를 마셨다.

뜨거운 바람이 목덜미를 쓸고 지나가자 이마에 땀 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로봇이 다가와 선풍기처럼 바람을 불어 주었다.

하지만 뜨거운 온풍기의 바람 같았다.

“으.... 더워.”

덥다고 말하고 있지만 시원한 실내로 들어갈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우주에서 경험하지 못한 자연환경은 매우 좋아서 더운 것마저 즐거웠다.



일을 벌인 사람은 한가하게 더위를 즐기고 있었지만 딤즈데일 백작령을 중심으로 달려가는 소문은 에이야 왕국을 넘어 다른 나라까지 시끄럽게 만들고 있었다.

“골렘 술사가 치료 약을 가지고 있다.

피를 토하기 전이라면 누구라도 치료할 수 있다!”

이 소문은 병사들의 입을 통해 퍼지기 시작했다.

“골렘 술사가 딤즈데일 백작에게 언데드 치료 약을 제공했다!”

더군다나 총관에게서 나왔을 것 같은, 딤즈데일 영지의 비공개 정보라며 퍼진 이 소문은 기름을 부은 것 같았다.



강을 따라 떠내려간 언데드는 강을 벗어나면서 흩어져 강 근처의 민가로 갔다.

습격당한 민가의 사람들이 전부 죽었고, 그로 인해 소규모로 곳곳에서 언데드 사태가 벌어졌다.

물린 이들이 다시 언데드가 되고, 조금씩 그 수가 불어났다.

강을 끼고 있는 나라의 영지는 그 사태를 수습하느라 난리가 났다.

언데드 사태는 강을 따라 폭넓게 퍼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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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 Epilogue +2 21.11.02 277 7 10쪽
125 결착(決着) 21.11.02 205 5 14쪽
124 블랙홀 21.11.01 189 4 14쪽
123 악전고투? 21.10.29 202 5 14쪽
122 블린드 랑겐(Blind Langen) 21.10.28 204 7 14쪽
121 집단 지성 21.10.27 207 5 14쪽
120 진짜가 온다! 21.10.26 201 8 14쪽
119 귀신에 씌기라도 한 것인가? 21.10.25 211 8 14쪽
118 비브랑카(Wybranka) 21.10.22 229 9 14쪽
117 모이다 21.10.21 223 6 13쪽
116 베리알(Belial) 21.10.20 224 6 14쪽
115 넘어오다 21.10.19 236 7 13쪽
114 난장판 21.10.18 230 8 14쪽
113 정염의 밤 21.10.15 243 5 13쪽
112 세크름(Sacrum) 21.10.14 244 7 14쪽
111 소도미에(Sodomie) 21.10.13 235 8 13쪽
110 내게서 소중한 것을 21.10.12 262 6 13쪽
109 스톨리카(Stolica) 21.10.11 247 7 13쪽
108 에피파니아 베뉴타(Epifanìa venuta) 21.10.08 259 8 14쪽
107 프티시스시그넘(PhthisisSigmum) 21.10.07 255 7 14쪽
106 아르데오 레그눔(Ardeo Regnum) 21.10.06 254 6 12쪽
105 회멸(灰滅) 21.10.05 254 6 13쪽
104 반격할 의지마저 꺽어버리는 21.10.04 266 8 13쪽
103 내가 가요 21.10.01 265 8 13쪽
102 아수라장 21.09.30 260 7 13쪽
101 내가 이겼다 21.09.29 277 6 13쪽
100 포에나 린세우스(Poena Lynceus) 그리고 우시아 수플렛(Usia Suflet) 21.09.28 263 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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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싸우러 왔다 21.09.24 269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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