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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dauthor
작품등록일 :
2021.01.19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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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17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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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 악의 용사

DUMMY

메인 시나리오 2장 종료까지 15일 남음


“케, 케이님··· 저 사람···”


네이르가 말을 더듬었지만, 절대 그를 겁쟁이라 욕할 수가 없었다.

나 역시 떨려오는 몸을 주체할 수가 없을 정도였으니까.

검은색의 갑옷··· 그리고 허리춤에 달려 있는 저 검은색 검.

분명 악의 용사다.


하지만 악의 용사라면 분명 유저일텐데··· 이 말도 안되는 마력은 대체···?

물론, 악의 용사로 지정될 때 레벨이 100은 넘었을 것이다. 하지만, 데미안과도 비교할 수 없는 이 압박감. 400 레벨이 넘는, 거의 500이 가까운 나에게 이 정도 압박감을 주기 위해서는 최소 레벨이 800이상은 되어야 한다.


나는 일단 악의 용사를 향하여 유저 정보 조회를 진행했다.


[레벨 차이가 너무 심해서 정보를 조회할 수 없습니다. 기획자 권한으로 조회 하시겠습니까?]


역시··· 어쩔 수 없지.

기획자 권한으로 조회


[이름=로간]

[직업=악의 용사, 테이머]

[레벨 894]

[이 유저에 대한 스텟, 스킬 정보를 조회할 수 없습니다. 더 높은 권한이 필요합니다.]


더 높은 권한···? 기획자 보다 더 높은 권한이라면···

그나저나 테이머라고? 분명 어디선가···


그때 말 없이 우리를 보고 있던 악의 용사가 나를 유심히 보더니 검은 투구 아래, 반쯤 드러난 입으로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누군가 했더니······”


악의 용사가 한 걸음씩 내게 다가오기 시작하자, 한 걸음마다 압박이 점점 더 심해진다.

네이르의 레벨은 그다지 높지 않은 듯, 이미 바닥에 주저 앉아 있었다.


“이 정도겠군요. 당신이 내게 무릎 꿇지 않을 수 있는 지점은···”


악의 용사는 발걸음 멈추며 여유롭게 팔짱을 꼈다.

저 녀석 말대로··· 한 걸음만 더 다가왔어도 나는 더 이상 서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약 열 걸음 정도의 거리. 아무리 녀석이 자신의 힘을 가감없이 드러내고 있다고 해도 이 정도 거리에서······

알 수 없는 패배감이 나를 휘감았다.


“대체 여기는 뭐하러 온겁니까? 지금 당신이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을텐데요?”


이 녀석··· 나에 대해 알고 있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는데?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존댓말을······

그나마 다행히도 내가 이 곳에 온 목적을 눈치채지는 못 한 것 같긴한데.

싸워서는 답이 안 나온다. 일단은, 나를 알고 있는 것 같으니 그 쪽으로 실마리를······


“머리 굴리시리는 소리가 시끄러울 정도군요. 제가 누군지 궁금하시겠죠?”


이 자식··· 대 놓고 조롱을···


“그래, 나에 대해서 뭘 알고 있는 거지?”

“그걸 알려주면 당신은 내 정체에 대해 유추할 수 있을텐데, 내가 그걸 알려줄 것 같습니까?”

“······그럼 나에게 원하는게 뭐지?”

“음? 아까 목을 내놓고 가라고 말씀드렸는데요?”


굳이 내가 버틸 수 있는 위치까지만 걸어오고서 이제는 목을 내놔라···?


“아아, 제가 여기서 멈춘 것은 정말 당신이 무릎 꿇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서 입니다. 정확히는··· 당신이 진심으로 무릎 꿇는 것을 보고 싶어서···겠지만요?”


완전히 장난감 취급이군.

그때, 내 눈에 쓰러진 네이르가 작은 하모니카를 꺼내는 것이 보였다.

지금 상황에서 네이르가 사용할만한 스킬이라면······

다행히 악의 용사는 나를 조롱하느라 네이르에 대해서는 눈치채지 못한 듯 했다.

악의 용사는 천천히 검을 뽑아들었다.


“그리고 이제부터 당신을 진심으로 무릎 꿇려볼까 합니다.

“잠깐··· 너도 결국 유저 아닌가? 너도 이 게임에서 탈출하는 것이 목표일텐데···?”

“후후후, 당신들에게 주어진 퀘스트와 내게 주어진 퀘스트가 다르다는 것을 알면서 그렇게 말씀하시는 이유는 뭐죠?”


악의 용사에게 주어졌을 퀘스트는 대륙 인간들의 멸망, 혹은 지배.

악의 용사 밑으로 들어가는 유저들 역시, 마찬가지로 퀘스트가 변경되게 된다.

그리고 녀석은 내가 퀘스트 내용을 파악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정체가 몹시 궁금하지만··· 그것만은 절대로 안 알려 줄 것 같군.


“아니, 내 말은 유저들이 반으로 갈라지는 것보다, 어느 한 쪽으로 결집되는게 탈출 확률이 더 높다는 거다.”

“너무 뻔하게 맞는 말이군요. 그런 말을 한다고 내가 이 일을 포기할거라고 생각한건 아닐테고······”

“너무 뻔하게 맞는 말이니까 하는 거다. 뻔하게 맞는 말이라는 것은 결국 정답이고 최선이라는 거니까.”

“아니요. 내가 궁금한 것은··· 나한테 그런 말이 통하지 않을 것을 뻔히 알면서 그런 말을 하는 이유입니다만······”


그제서야 악의 용사가 네이르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음유시인의 스킬 중 하나, 무음(無音)연주를 하고 있던 네이르가 악의 용사와 눈이 마주치자 흠칫 놀랐다. 하지만 네이르는 연주를 멈추진 않았다.


“쥐새끼 같은 게···!!”


악의 용사가 검을 휘두르자, 검에서 검은색 짐승 여러마리가 쏟아져 나오며 우리 쪽으로 쇄도해 들어왔다. 마침 네이르의 피리로부터 푸른 색 마력이 쏟아져 나오며 나와 네이르를 감싸기 시작했다.


“놓칠 것 같으냐!”


이대로라면 악의 용사 쪽이 좀 더 빠르다!

나는 어쩔 수 없이 검을 뽑아들고 우리를 향해 쇄도해 들어오는 짐승들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내 검에서 쏟아진 그림자 검기들이 짐승들의 공격 궤도를 조금 틀었지만, 몇몇 공격들이 나를 스치고 지나갔다.


“커헉!”


[치명적인 피해를 받았습니다!]

[HP가 1% 미만입니다!]


공격을 막았음에도 1% 미만이 남다니. 사실상 죽었어야 정상인 피해였지만, 이건 운이 좋았다고 밖에는···!!


“감히 잔재주를!!”


다시 악의 용사가 검을 한번 더 휘두르자, 더 많은 수의 짐승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네이르씨!”

“다 됐습니다!”


우리를 감싸고 있던 마력이 천장으로 치솟으며 우리 몸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됐다.

음유시인의 이동 스킬, 이동의 노래. 네이르가 어디에 포인트를 저장해 두었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여기보다는 낫겠지!


이동의 노래 스킬이 발동되자, 우리는 자연스럽게 무적 상태로 전환되었다. 점차 떠오르는 우리를 보며 악의 용사가 비웃듯 한 쪽 입꼬리를 올렸다.


“제 실수군요. 살려서 보내다니······ 하지만 그 스킬의 유효 범위는 최대 1km 이내. 추적자들을 보낼테니 잘 살아 남아 보시길.”


악의 용사가 조롱하는 소리를 드리며 나와 네이르는 어딘가를 향해 이동되기 시작했다.


***


메인 시나리오 2장 종료까지 12일 남음


나와 네이르는 프란 성과 페르 성 사이의 길목으로 이동되었다. 나나 네이르나 체력 상태가 좋지 않아 조금 휴식이 필요했지만, 악의 용사가 말한 추적자들 때문에 급하게 이동부터 해야 했다.

이동하면서 회복하자니 포션이 필수 였기에, 나는 이동 도중 약초가 보일 때마다 약초를 캐서 포션을 만들어야 했다.


그렇게 이동한 지 3일째 아침.

아직 추적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저··· 케이님. 사실 추적대 같은 것은 없는게 아닐까요···?”


잠시 앉아 쉬던 도중, 네이르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우리가 도망치기 시작한지도 벌써 3일째. 우리는 체력이 바닥인 상태에서 포션까지 만들면서 이동했기 때문에 이동 속도가 굉장히 느린 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추적대의 모습이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나 역시 그런 생각을 안 해본 것은 아니었다.


“저도 그 생각을 안 해본 것은 아닙니다만··· 악의 용사가 우리에게 보낼만한 추적대를 생각해보면 아직 안심하기엔 이릅니다.”

“보낼 만한 추적대요?”

“일단 제 레벨이 만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을 테니, 유저들을 보내진 않을 겁니다. 한 번 사망 시 게임에서 완전히 아웃되는 것은 저쪽 진영의 유저들도 마찬가지일 테니까요.”


네이르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며 나는 말을 계속했다.


“그럼 NPC 추적대 중 하나를 보낼텐데······ 이미 악의 용사는 우리 쪽에 공간 이동 스킬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었죠.”

“네, 그랬었죠?”

“그러니 악의 용사가 보낼 추적대는 전면 승부를 하는 기사단 성격은 아닐겁니다. 아마 암살에 능한 이들이겠죠. 현 시점에서 악의 용사가 갖고 있는 무력 집단 중 이 모든 조건을 충족 시키는 집단은 단 하나 뿐입니다.”

“그게··· 뭐죠?”

“그림자 기사단일겁니다.”

“······많이 강한 자들인가요?”


나와 같은 그림자의 힘을 사용하는 자들로 이루어진 기사단. 물론 그들이 사용하는 그림자 마력은 나보다 몇 단계 아래다. 그림자 검사는 그림자 마력을 다루는 모든 직업 중 최상위 직업이니까.

하지만 그들 역시 그림자 이동술이나 그림자 분신술과 비슷한 스킬들을 갖고 있기에 추적자로써는 최고로 손꼽힌다.


“개개인의 무력은 높지 않습니다. 정면에서 싸운다면··· 좀 힘들겠지만, 네이르님과 저 둘이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문제는 그들이 사용하는 암살법입니다.”

“암살···법이요?”

“네. 그림자에 숨어 일격에 모든 마력을 실어서 공격합니다. 단 한번, 자신의 모든 마력과 생명까지 사용하는 일격필살의 기술이기에, 그들은 최고의 기회를 노립니다.”

“케이님 말씀은··· 이미 우리에게 그들이 붙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인가요?”

“적어도 저나 네이르님 그림자에는 붙어있지 않습니다만······ 어디선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을 확률이 대단히 높겠죠.”


굳이 이 타이밍에 이런 얘기를 하는 이유는 두 개.

하나는 네이르에게 더 조심 시키기 위함이고······

또 하나는 정말 그림자 기사단이 따라오고 있다면, 함부로 덤벼들지 말라는 경고의 의미였다.

내가 너희들의 정체와 수법을 꿰고 있으니··· 잘 못하면 당하는 건 너희가 될 거다··· 정도랄까.


“그렇군요······ 그렇게 생각하니 어쩐지 오싹한데요?”


네이르는 말과는 다르게 제법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그래, 저 양반도 무언가 믿는 구석이 있겠지.

그나저나 고대인의 피라는 목표를 달성했으니 곧 다른 곳으로 가버릴 줄 알았는데······ 네이르는 계속 나를 따라다니고 있었다. 단순히 추적자가 무서워서는 아닌 것 같은 느낌인데?


“그나저나 네이르씨는 계속 저와 함께 다니시는 겁니까?”

“어라? 싫으신가요?”


내 질문에 네이르는 능청스럽게 되물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느낀거지만··· 상당히 느끼한 인간이다.


“싫은 건 아닙니다만······ 네이르씨가 신에게 받은 지령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까요?”

“흠······ 딱히 저를 의심하시는 것 같지는 않고··· 뭐, 딱히 말씀드릴 수 없는 것은 아니니 말씀드리죠. 제가 신께 받은 지령은 케이님의 일을 돕는 것입니다.”

“제 일을 돕는다라······ 그것이 어떤거라도 말인가요?”

“네, 맞습니다.”

“그게 신에게 반하는 일이라도 말씀이십니까?”


내 말에 잠시 네이르는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숙였다. 갑작스런 모습에 나는 놀라서 네이르를 바라보았지만, 무언가를 고민하는 것을 보고 그냥 조용히 기다려 주었다.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네이르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제가 받은 신의 계시대로라면······ 설사 그것이 신의 뜻에 반하는 것일지라도···”


네이르의 말이 이어지려는 순간, 갑자기 네이르 바로 옆 나무에서 단도 하나가 튀어나왔다.


“네이르씨 위험···!!”


나는 그 단도를 막기 위해 앞으로 튀어 나가려 했지만······


단도는 이미 네이르의 목을 베고 있었다.

네이르의 목에서 피가 튀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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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057. 탑의 비밀 1 21.03.12 116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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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055. 면회 21.03.10 119 3 12쪽
55 054. 탑 21.03.09 125 3 12쪽
54 053. 상성 21.03.08 130 3 12쪽
53 052. 추적 21.03.07 132 4 12쪽
52 051. 로얄가드 21.03.06 129 4 12쪽
51 050. 중앙 대륙 21.03.05 144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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